<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⑦동서그룹-성제개발

커피명가 단물 쪽쪽 빨린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동서프리마, 맥심커피 등 ‘커피명가’로 유명한 동서그룹은 총 8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비상장 계열사로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성제개발’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계열사와 거래하는 방식으로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성제개발은 자본금 5000만원으로 1986년 6월 주택 공사와 분양, 주유소임대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됐다. 1990년 3월 유동개발에서 지금의 상호로 변경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성제개발은 오너일가가 지분 80%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의 아들 김종희 ㈜동서 상무는 32.98% 지분율로 최대주주다. 지난 2월 ㈜동서의 경영지원 담당 상무이사(비상임)로 선임되는 등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김 상무는 동서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다.

김 상무와 함께 김 회장의 부친 김재명 명예회장(21.61%), 동생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의 두 아들 동욱(13%)·현준(10.93)씨, 특수관계인 문혜영(1.51%)·이지은(0.22%)씨 등 동서일가가 사실상 성제개발을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서(19.75%)가 갖고 있다.

61억원→124억원

성제개발은 1999년 1%, 2000년 4%, 2001년 33%, 2002년 9%, 2003년 17%, 2004년 8% 등 공시를 시작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내부 매출 비중이 낮았다. 한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30대 그룹 중 총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20개 비상장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이 46%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30대 그룹 전체 계열사 평균 내부거래율(28%)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성제개발은 이후에도 관계사 의존도가 다른 대기업 ‘기생회사’들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성제개발이 계열사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35%(총매출 141억-관계사거래 49억원) ▲2006년 20%(104억원-21억원) ▲2007년 45%(123억원-55억원) ▲2008년 33%(129억원-42억원) ▲2009년 54%(112억원-6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자생 능력을 의심할 만한 ‘이상 징후’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성제개발은 지난해 13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124억원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비율로 따지면 91%에 달한다. 성제개발에 일거리를 넘겨준 계열사는 ㈜동서(4억원), 동서식품(40억원), 동서물산 (67억원), 동서유지(10억원), 미가방유한공사(3억원) 등이다. 성제개발은 이들 계열사로부터 도급공사, 유류판매 등을 발주 받았다.

오너 3세 등 장악…매출 91% 계열사 물량
3인 황태자 입성 후 밀어준 거래 급상승

성제개발은 ‘떨어진 떡고물’덕분에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영업이익이 2009년 8억원에서 지난해 15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순이익도 7억원에서 13억원으로 뛰었다. 이는 성제개발의 관계사 매출이 같은 기간 61억원에서 124억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해 ‘밀어주기’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성제개발은 2007년과 2008년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9억원·8억원, 9억원·7억원으로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동서그룹 오너일가는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성제개발에서 짭짤한 현금 배당을 챙겼다. 성제개발은 지난해 주당 1000원씩 총 10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따라 김 상무 3억3000만원, 김 명예회장 2억2000만원, 동욱씨 1억3000만원, 현준씨 1억1000만원 등 오너일가는 8억원을 나눠 가졌다.

문제는 성제개발이 계열사와의 거래를 늘린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대주주간 지분 이동과 맞물린다. 김상헌 회장은 2009∼2010년 자신의 성제개발 지분(32.98%)을 모두 김 상무에게 증여했다. 김석수 회장도 같은 시기 자신이 갖고 있던 지분(23.93%)을 쪼개 동욱·현준씨에게 넘겼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너 3세들이 성제개발 대주주로 등극한 이후 관계사 매출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후계자가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를 키워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는 전형적인 밀어주기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승계용?

성제개발 외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동서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동서유지와 동서물산이다. 커피포장 업체인 동서유지는 지난해 매출 1394억원 가운데 97%인 1351억원을 ㈜동서(268억원), 동서식품(1083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2009년에도 관계사 매출이 94%에 달했다. 총매출 1308억원에서 관계사 거래로 거둔 금액이 1232억원이나 됐다.

차류가공 업체인 동서물산의 경우 100% 동서식품 물량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31억원이 모두 동서식품에서 나왔다. 2009년에도 동서식품을 등에 업고 54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두 회사는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동서유지의 대주주는 외국계 기업인 크래프트푸드(49%)와 ㈜동서(19%)다. 동서물산 최대주주는 ㈜동서로 62.5%의 지분이 있다. ㈜동서는 김상헌·김석수 회장이 각각 36.53%, 20.1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등 친인척 지분이 68.34%에 이른다.



성제개발 기부 실태
수백억 매출에 기부금 ‘0원’


동서그룹 계열사들이 밀고 있는 성제개발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성제개발은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매출 137억원, 영업이익 15억원, 순이익 13억원에도 기부액은 ‘0원’이다. 그전에도 마찬가지다.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기부한 적이 없다. 다만 처음으로 공시한 1999년 100만원을 기부한 것이 고작이다.

동서유지와 동서물산은 지난해 각각 400만원, 1억원을 기부했다. 동서유지는 지난해 매출 1394억원, 영업이익 165억원, 순이익 133억원을 올렸다. 동서물산은 매출 631억원, 영업이익 102억원, 순이익 87억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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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