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특집>⑮애틀란타 ‘한판승부사’ 전기영

업어치기 하나로 대한민국 유도 위상 쑥

1996년 제26회 애틀란타 올림픽. 한국은 7명의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며 종합 10위의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당시 7명의 금메달리스트 중 유독 주목받는 선수가 있었다. 훤칠한 이목구비와 시원한 경기운영으로 한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사람. 바로 유도의 전기영이었다.      
     
업어치기의 달인 한 게임 빼고 모두 한판승
세계선수권 3연패 쾌거, 동급 최강자 등극

충북 청주 출신인 전기영은 청주 대성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유도에 입문하게 된다. 유도에 타고난 재능을 보인 전기영은 청석고등학교 시절에는 전국대회 6관왕을 달성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경기대학교로 진학한 후에는 동 체급 내 최강자의 반열에 오른다.

국내에 더 이상의 적수가 없던 전기영은 세계무대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그는 1993년 2월 파리오픈 78kg급에서 라이벌이었던 윤동식을 꺾으며 우승해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전기영은 이어 1993년과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의 유도영웅이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요시다 히데히코와 맞붙어 요시다를 두 번 모두 제압하며 세계 최강자로 급부상하게 된다.

금메달 따면 본전 못 따면 이변

이미 두 차례나 세계 선수권을 제패한 전기영은 애틀란타 올림픽에 참가하기 전에도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었다. 오죽하면 당시 전기영에게 ‘금메달을 따면 본전이고 못 따면 이변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기대에 부응하듯 전기영은 당당히 금메달을 따낸다.

86kg급에 출전한 전기영에게 예선부터 그에 적수가 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회전에서 2006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네덜란드의 마크 후이징아에게 3-0의 판정승을 거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네 경기 모두를 한판승으로 솎아내며 여유있게 금메달을 획득하게 된다. 2회전에서 카메룬의 비볼레에게 경기 시작 30초 만에 허벅다리걸기로 한판승을 거둔 뒤 3회전에서는 쿠바의 데스파냐를 1분39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으로 눌렀고, 4강전에서도 독일의 슈피트카를 경기종료 1분5초전 업어치기 한판으로 물리쳤다.

이처럼 이 대회에서는 전기영의 장기인 ‘업어치기’가 유난히 빛을 발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영의 기술은 업어치기밖에 없어서 단조롭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그러나 ‘업어치기의 달인’이란 칭호에 걸맞게 결승전에서도 그는 달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결승전에서 만난 선수는 우즈베키스탄의 바그다사로프. 전기영은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업어치기를 시도했고 19초 만에 오른쪽 업어치기를 성공시키며 절반을 얻어내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계속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던 그는 2분 40초 후 또 한 번의 업어치기를 성공시키며 유효를 따냈다. 이후 종료 52초를 남기고 바그다사로프를 자신의 왼쪽 어깨에 끌어당긴 뒤 전광석화 같은 업어치기를 성공시키며 한판승을 거뒀다. 이 날 결승전에서 전기영은 경기 시작 19초 만에 점수를 따내 남은 시간에 점수만 지켜도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지만 끊임없는 업어치기로 상대를 괴롭히며 무난하게 금메달을 따냈다. 이 올림픽을 통해 다시 한 번 ‘전기영=업어치기’라는 공식을 세계인에게 입증시킨 셈이다.

전기영은 금메달을 딴 후 당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봐 걱정이 앞서서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그 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놓기도 했다. 전기영은 “결승 상대로 일본의 요시다를 생각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시다가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자 “금메달을 확신했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 대회 결승에 올라온 우즈베키스탄 선수에 대해서는 “처음 보는 선수였는데 의외의 복병일지 몰라 긴장했으나 별 볼일 없는 선수였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당시 전기영은 훤칠한 호남형의 외모로 여성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전기영은 또 하나의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한다.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것. 93년, 95년에 이어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초반 3연속 한판승을 거두는 등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상대 선수들을 무난히 제압하고 금메달을 획득한다. 이에 유도 종주국이라는 자존심 강한 일본에서도 전기영을 동급 최강자로 인정했고 그의 실력을 극찬했다. 1999년 은퇴한 전기영은 이후 공부에 매진해 2003년 경기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따내며 지도자 준비를 한다.

후배양성에 심혈 기울여

이제 전기영은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후배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05년부터 용인대학교 유도학과에 교수로 임용되어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는 용인대 개교 후 처음으로 타 학교 출신이 유도학과 교수로 채용되는 첫 번째 사례이기도 했다. 그만큼 학벌과 관계없이 전기영의 실력만을 보고 학교 측에서 후학양성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보인다.

전기영은 지도자로서 한국유도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남자대표팀 코치로 참가했고, 2008년에는 제29회 베이징올림픽 유도 국가대표팀 코치를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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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