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특집>②전격 사형선고 받은 ‘리틀 히틀러’ 전두환

“친구야! 나 지금 떨고 있니?”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유혈진압한 점과 비자금 사건 등으로 병합 기소되어 법의 심판대 앞에 섰다. 1996년 8월 26일 마침내 올 것이 왔다. ‘전두환 사형’이라는 선고가 떨어진 것이다.

“피고 전두환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땅땅땅!
 ‘면죄부’ 얻었지만 ‘대량 학살자’ 꼬리표는 유효

1996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드디어 법의 심판대 앞에 섰다. 그의 단짝 노태우 전 대통령과 두 손 꼭 잡은 채. 검찰은 1월 24일 전 전 대통령 및 관련자 16명을 ‘내란 및 반란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공판은 96년 3월부터 진행됐다.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방법원은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당시 대법원은 전 전 대통령 등이 “반란수괴·반란모의참여·반란중요임무종사·내란수괴·내란모의참여·내란중요임무종사·내란목적살인·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결했다.

‘양심선언’이 대통령을 법정으로

그를 법정 앞에 세우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문민정부 때, 수만 명의 국민이 전두환 등 신군부 인사들을 ‘반란죄 및 내란죄’로 고발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자 처벌에 대한 국민적인 요구도 거세졌다. 그러나 검찰은 1995년 8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불후의 명언을 남기며 불구속 기소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 역시 전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민정당’의 후신인 ‘민자당’의 총재였기 때문에 그를 처벌하기를 꺼려했을 터.

하지만 한 국회의원의 ‘양심선언’으로 전직 대통령을 법정 앞으로 끌고 갔다. 총대 맨 주인공은 당시 민주당의 박계동 의원. 그는 한 장의 영수증을 국회 본회의에서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대기업 총수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폭로와 함께 증거물을 공개한 것이다. 이에 정국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성난 민심은 ‘비자금 사건’으로 내친김에 전 전 대통령을 부패정권의 ‘싹’이라고 단정 짓고  수사를 촉구하며, 정권을 압박했다.

때마침 마침 친인척·측근 비리 등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렸던 김 대통령이 ‘박계동 양심선언’을 계기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이어 그는 자신에게 조준된 총구를 피해가기 위해 ‘5·18 특별법’ 제정을 지시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선언했다. 1995년 12월 검찰조사 결과 신군부 인사들의 새로운 혐의가 드러났고, 11월 말 5.18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전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과 ‘내란죄?반란죄’ 등의 명목으로 구속됐다. 법원은 96년 8월 26일 그에게 전격적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12월 16일 있었던 항소심에서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 선고로 감형 받았다.

그렇다면 전 전 대통령은 왜 그토록 국민들에게 반감을 샀을까? 그는 박정희 대통령 피격사건으로 어수선해지자, 동기?후배들과 모여 군사반란을 모의했다. 노태우, 정호용, 유학성, 허삼수 등 육사 11기 출신 장교들이 주도하는 비밀 사조직 ‘하나회’를 주축으로 신군부를 형성했고,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 후 전두환은 전격적으로 군부를 장악했다. 일대 혼란이 가중되자 이 틈을 타 5.17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까지 장악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항거한 광주시민들의 ‘5·18 민주항쟁’이 거세게 일었다. 광주에서 시위가 불길처럼 번지자, 신군부는 사전에 훈련받은 공수부대를 투입해, 시위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하며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광주시내에 투입된 공수부대원이 운동권 대학생뿐만 아니라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무고한 시민까지 닥치는 대로 살상·폭행하는 것을 목격한 광주시민들은 두려움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결국 일반 시민들까지 항쟁에 참여하면서 시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외국 언론을 통해 타전되면서 훗날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리틀 히틀러’의 대량학살

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물가안정, 서울올림픽 유치, 무역흑자 등을 이루었으나, ‘대량학살’로 인해 아직까지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형 확정 이후 수감 생활을 하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지역감정 해소 및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한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의해 풀려났다.

그러나 추징금은 사면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재산은닉, 비자금 조성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아 그중 532억 원을 납부했다. 그 뒤 1,672억3,000만원 미납 추징금에 대해 “자신의 통장에는 29만 원밖에 없다”고 주장해 전 국민의 조롱과 실소를 자아냈다.

하지만 통장잔고가 ‘29만원’이라던 주장과 다르게, 97명의 경호 인력이 항시 대기하며, 현직 경찰관 11명이 배치되는 등 연간 8억 5,000만원이 웃도는 국고지원금을 받아 ‘호화 경호’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막대한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면서도 쓸데없는 경호비용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하나같이 ‘혈세낭비’라며 다시 한 번 공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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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