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철’ 위험한 신혼여행 주의보

무작정 가고 보자? 못 돌아올 수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결혼의 계절 봄이 다가왔다. 예비부부들은 웨딩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신혼여행 준비에 열을 올린다. 이들 중에서도 사서 고생하려는 예비부부들이 있다. 내전 중인 국가나 오지로 떠나기도 한다. 살면서 단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만 꼼꼼한 준비와 각별한 주의 또한 필요하다. 각종 신혼여행지서 일어난 사건 사고들을 되짚어보며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몰디브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여행자제 조치를 내린 적이 있다. 해당 지역은 우리나라 신혼부부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수도 말레섬과 남쪽 아두섬이다.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으로 한 달간 비상사태가 선포된 만큼 내외국인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다.

잇따른 사고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한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도 자제령을 내렸다.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일본, 네덜란드 역시 자국민에게 여행자제를 권고했다. 러시아인들은 이집트 여행을 취소했고, 독일 항공사는 이 지역 운항을 멈췄다.

‘여행자제’는 외교부의 4단계 여행경보 중 두 번째에 해당한다. 가장 낮은 수위가 ‘여행유의’(남색경보)이고, 그 다음 ‘여행자제’(황색경보) ‘철수권고’(적색경보) ‘여행금지’(흑색경보)로 이어진다. 2단계부터는 글자 그대로 여행을 자제하는 게 좋다.

3단계 철수권고 지역은 리비아, 파키스탄, 남수단, 니제르 등 정정이 매우 불안한 국가들이다. 가장 위험한 4단계 여행금지국가는 전쟁과 테러가 자주 발생하는 이라크, 예멘, 시리아 등이다. 정부의 허가 없이 이들 나라에 들어가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개인의 신변 안전은 물론이고 정치외교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신혼부부들이 많지 않아 문제다.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몰디브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2012년 몰디브 자제령 때에도 예약 취소가 거의 없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의 심각한 안전 불감증을 이유로 들었다.
 

터키 이스탄불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여행지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신혼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열기구’ 체험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 신들의 휴양지로 꼽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고 하는 안탈리아, 석회층 온천으로 유명한 파묵칼레까지 국내 여행객들에게도 환상적인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여행자제’에도 계속 예약…취소 전무
테러·내전 위험에 노출 “불감증 심각”

하지만 이곳에 쿠데타가 일어나자 상황은 급변했다. 쿠데타 당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도 환상의 터키 여행을 꿈꾸고 터키에 입국한 한국인들이 있었다.

공항 보세구역 안팎에 80여명, 수하물 벨트 인근 구역에 30여명 등 총 110여명은 비행기서 내리자마자 벌어지는 총격과 반란군 모습에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주 이스탄불 총영사관 영사 2명이 폐쇄된 도로를 5㎞나 걸어서 공항에 도착해 이들을 도왔다.

태국 유명 관광지에선 한국인 20대 부부가 변을 당했다. 신혼여행지인 푸껫 빠똥 해변서 이 부부가 실종됐다. 아내 A씨는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남편 B씨의 사체는 사고현장서 멀리 떨어진 해상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실종 직전 목격된 것과 동일한 옷차림이었으며 부부 모두 시신에 폭행이나 부상의 흔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사건사고가 속출하자 외교부는 출국 전에 안전 사항만 점검해도 사건·사고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외교부는 여행국 현지 법률과 문화를 존중하고 일탈행위를 하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비상연락이 가능하도록 행선지를 가족에게 반드시 남겨야 한다.

재외 한국 공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연락처는 수첩에 따로 메모해야 한다고 외교부는 제언했다. 방글라데시·터키·브뤼셀 등 최근 빈발하는 IS 테러에 우리 국민의 피해는 없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제시했다. ▲불특정 다수가 많은 곳은 가지 말 것 ▲야간 외출 자제 ▲위험국가서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 자제 등이다.

일탈행위 금지

외교부 관계자는 “언제 어디에서 사건·사고나 테러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외국 여행객은 현지 일정을 고민하는 시간의 5분의 1만 투자해 현지 사정을 파악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문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장 위험한 10개 나라

 

▲케냐 = 케냐에서는 납치, 무장강도, 도난 등 다양한 범죄가 수없이 일어나며 특히 수도 나이로비는 테러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말리 = 말리는 내전과 피랍 등으로 인하여 현재 우리나라 외교부는 수도 바마코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여행제한’으로 지정했다.

▲온두라스 = 온두라스는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로 불리지만 높은 범죄율과 뎅기열와 같은 질병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알제리 = 우리나라 외교부는 현재 알제리 전체를 ‘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했으며 특히 알제리 남단 카빌리 지역은 철수 권고를 내린 상태다.


▲베네수엘라 =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살인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다.

▲과테말라 = 과테말라는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지만 여성을 살인한 사건이 세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율이 특히 높은 곳이다.

▲북한 = 북한은 테러의 위협은 낮으나 폐쇄적인 사회로 인해 관광객들의 여행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콩고 민주 공화국 = 콩고 민주 공화국은 소요 발생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50여 개에 달하는 무장단체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이라크 = 현재 우리나라 외교부는 이라크를 테러와 무력충돌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로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소말리아 = 소말리아는 지속적으로 외국인 납치 및 테러가 발생하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곳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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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