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무산’에 표정관리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500조 규모 ‘강만수 금융지주회사’ 탄생할까?

산은금융지주의 얼굴이 밝지 않다. 이번 임기 내 민영화가 물 건너가서다. 한숨만 연신 내쉬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표정은 밝다 못해 해맑기까지 하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양새다. 민영화에서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로 방향을 틀면서 꿈에 그리던 ‘메가뱅크’가 가시화 된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주창해 온 ‘메가뱅크론’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기 때문이다.

정부, 최근 산업은행 민영화 작업 사실상 포기
우리금융 인수로 방향 틀어 “메가뱅크 탄생할까”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어렵다.”

최근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포함한 산은금융 민영화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한 것. 그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산은금융지주 점포가 50개에 불과해 인수 매력이 낮은 데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으로 시장 상황마저 여의치 않아 매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제값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민영화 현 정부
임기 내 어렵다”

산은금융 민영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2012년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악화일로로 내달리면서 순위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결국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매각과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정신을 빼앗기면서 산은 민영화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논의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는 공기업 민영화 추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힘 센 회장님’이 산은금융에 당면한 민영화 등을 주도적으로 풀어가길 바라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강 회장은 ‘민영화’ 대상인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로 방향을 틀었다. 사실상 정부 소유 금융기관인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이 합쳐지는 ‘메가뱅크(초대형은행)’ 방안의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자산규모 500조원에 육박하는 메가뱅크가 만들어지게 된다.

강 회장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간 꿈 꿔오던 메가뱅크의 탄생이 가시화 된 때문이다. 강 회장은 지난 2008년 MB정권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시절부터 메가뱅크론을 주창해 왔다. 국내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강 회장은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 IBK기업은행을 통합해 자산 500조원, 세계 40~50위권의 초대형은행을 설립하자”고 역설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 의지를 접어야 했다. 메가뱅크 설립으로 금융리스크를 키워 대형 금융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가뱅크 논란은 물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지난 3월 강 회장이 은행권에 자리를 잡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메가뱅크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여기에 강 회장이 우리금융 매각입찰로 선회하면서 메가뱅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도 힘을 더해줬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합병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2분기 중에 내놓겠다고 밝혀놓은 상황이다. 말대로라면 우리금융 매각 입찰은 이르면 이달 중에라도 공고될 수 있다.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지주회사법도 손질될 전망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상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경우 지분 95% 이상을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지분 95% 이상을 사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보 지분 57%를 인수하고 여기에 나머지 지분 38%를 시장에서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인수지분 비율을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산은금융은 우리금융의 예보지분만 인수하면 된다. 그만큼 인수자금 부담을 덜게 되는 셈이다.

산은금융도 넋 놓고 있지는 않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도 마련했다.

산은금융은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2013년까지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정부 보유 지분이 지금의 100%에서 60%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산은금융은 기대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한 후 지분의 상당량을 시장에서 매각하겠다는 복안이다.

산은금융 측 관계자는 “산업은행법 부칙엔 산은금융 민영화 시점을 2014년 5월 말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때까지 1주 이상 매도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산은금융은 전국 영업점 수 912개인 우리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강력한 수신 기반을 확충할 수 있게 돼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지분 매각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1위인 대우증권과 4위 우리투자증권을 합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합병 후 상장으로
정부 지분 60%

특히 산은금융은 국책은행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지분의 상당량을 외국계 투자자에 매각한 중국은행과 싱가포르개발은행 모델을 집중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금융 측 관계자는 “먼 얘기지만 상장 후엔 외국계 투자자는 물론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에도 지분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모로 여건이 좋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우리금융이 여전히 타 금융그룹으로의 민영화에 반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산은금융의 인수시도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인 정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격앙된 모습이다. 굳이 산은금융이 아니더라도 인수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기관투자가 등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에둘러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금융 측 관계자는 “자체 사전조사 결과 우리금융 인수를 희망하는 국내외 민간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며 “관련법을 조금만 완화해 주면 국유화하지 않고도 대안이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계열사 노조들도 입장은 같다. 그러나 사측보다 훨씬 강경하다. 인수가 추진될 경우 투쟁까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노조 측 관계자는 “산은금융의 인수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공룡 국유화 은행을 만들어 관치금융을 확대하려는 욕심을 멈추지 않는다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내년 대선 후 특혜 시비를 불러올 것”이라며 “우리은행 출신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연계해 반대 투쟁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도움, 지주회사법 손질…“여건은 좋아”
‘국유화’ 우려, 우리금융 반발 등 ‘산 넘어 산’

전문가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우선 두 곳 다 국책은행이란 점에서 ‘민영화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관치논란만 야기할 뿐 아니라 오히려 거대 국유 금융기관만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먼저 산은이 차입금 등을 활용해 우리금융을 인수하더라도 정부가 100% 상환을 보증하는 방식인 만큼 결국 재정을 투입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셈이 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정부 소유의 대형 국책은행이 생기는 게 아니냐며 은행의 ‘국유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되면 정부 지분이 80% 이상 되는 대형 국책은행이 만들어 지게 된다”며 “이명박 대통령 공약인 산은 민영화는 어디로 가고 ‘강만수 금융지주회사’가 나오게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일 산은금융이 밝힌 대로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자본금 30조원짜리 회사 매각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시너지 취약 할 것
경쟁 방식도 문제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으리란 지적이다. 기업금융이 주된 업무인 산업은행과 소매금융을 주로 하는 우리금융의 합병 자체는 일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기업금융 부문에서의 업무 중복문제와 국책은행간의 조직결합으로 인한 시너지는 취약하리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입찰방식이 경쟁입찰이 아니란 것도 문제다. 일방적인 인수로 몰아갈 경우 제값을 받고 매각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이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우리금융 민영화 최대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극도로 악화된 데다 외환은행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 부치고 추진할 동력이 약하단 말이다.

여기에 일각에선 초대형 국책은행이 나오면 미국 등 다른 나라와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이 특정 산업에 대해 자금지원에 나설 경우 보조금 지급 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서다.

무엇 보다 MB정권이 말기로 진입한 점이 부담이다. 게다가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에서 무리하게 메가뱅크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기관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메가뱅크 반대여론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금융 인수가 자칫 졸속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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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