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각양각색 ‘변태들의 세계’ 대해부

소심 바바리맨부터 과격 ‘SM마니아’까지

‘변태’는 본래 생물학적 용어다. 사전적인 의미로 ‘개체 발생 과정 중, 성체(成體)가 되기까지 여러 형태의 변화를 거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것이 성적 취향의 부분으로 옮겨오면서 ‘변태 성욕’의 줄임말이 됐다. 소심한 성격의 ‘바바리족’부터 과격한 것을 즐기는 ‘SM마니아’, ‘소아기호증’ 등 각양각색, 천차만별인 변태의 세계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생물학적 용어 ‘변태’, 성적 취향으로 변환되며 ‘변태 성욕’ 뜻해 
자신의 성적 취향 만족시키기 위해 일반적이지 못한 행동하기도


가장 극악한 형태를 띠는 변태 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소아기호증’이다. 영어로는 ‘롤리타 신드롬’이라고도 한다. 이는 13세 이하의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 성적인 흥분을 하는 경향을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유약한 존재인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반복적이면서도 강한 성적 흥분을 느끼고 실제로 자신의 성적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행동을 시도하게 된다.

머리를 쓰다듬고 몸을 만지는 것은 물론이고 어린 아이들의 성기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좀 더 진행되면 본격적인 ‘성폭행’으로 이어진다. 직접 삽입섹스를 하려고 시도한다는 이야기다.

변태라고 다 같은
변태가 아니야

이러한 소아기호증 변태들은 대부분 성적 경험 자체가 적거나 미숙한 경우가 많다. 일반 여성과의 섹스에 상당히 곤란을 겪는 남성들이라는 이야기다. 그들은 성인 여성을 제대로 컨트롤하기 힘들며 이러한 심리적 장애로 인해 성적인 쾌감도 얻지 못한다. 때문에 자신이 제어하기 쉬운 어린아이들에게 성적 취향이 자연스럽게 옮아갈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소아기호증은 어린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패륜범죄’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소아기호증의 대상이 대부분 가족이나 친척, 이웃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더 큰 심리적인 상처를 받게 되고 회복할 수 없는 후유증에 빠져 성인이 되어서도 이에 대한 기억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아기호증의 경우 워낙 고질적인 변태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심리적인 요법으로 고쳐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늘 주변에서 감시와 부모와 아이 간의 많은 대화가 있어야 한다. 예방이 최선이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소아기호증 환자로부터 범죄에 해당하는 말이다.

흔히 ‘바바리맨’으로 불리는 노출증도 전형적인 변태의 범주에 속한다. 흔히 일반인들은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 수치심을 느끼고 그것을 빨리 회복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정반대로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쾌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남들이 그것을 보고 놀라고 당황하는 상황마저 즐기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행위들은 자신들의 남성성에 대한 자랑 행위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심리적으로는 정반대의 상태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가장 흔한 변태
노출증 ‘바바리맨’

그들은 평소에 자신의 성격에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고 그것을 해소하는 계기를 바로 이러한 노출증에서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는 상대방의 당황스러운 모습 자체가 쾌감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노출증 남성의 그러한 행위들을 막고 자신들의 행위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출증은 남성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경우도 노팬티에 짧은 치마를 입는 방식으로 자신의 노출증을 과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녀들은 자신의 육체를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 그것으로 성적인 흥분과 쾌감을 느낀다. 바바리맨과 같은 대중적인 방식을 취하지는 않지만 은밀한 공원이나 뒷골목 등에서 긴 코트만을 걸친 채 우연을 가장해 남성들에게 자신의 몸을 노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변태는 그나마 타인에 대해 물리적 폭력을 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건전한 변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노출에 대한 유혹을 느끼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에 본인은 괴로운 증상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바리맨’만 있다? 천만에 ‘바바리우먼’도 으슥한 공원 출두 
음란전화로 성적 흥분시키는 ‘변태’와 ‘음란어 중독자’도 존재


노출증의 정반대는 관음증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의 성행위 장면을 보고서야 자신이 성적인 흥분을 하는 것이다. 흔히 일반적인 경우에는 여성과의 접촉, 스킨십 등을 통해서 흥분과 발기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라 타인들의 행위, 혹은 타인의 나체 등을 은밀하게 관찰하는 ‘비접촉적 방식’에 의해서 흥분을 한다는 것. 물론 일반인들도 타인들의 섹시한 모습이나 은밀한 모습을 보면서 흥분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관음증 변태의 경우 이를 자위로 해소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태는 어려서부터 성적인 억압을 당했을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 성에 대한 보수적인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다 보니 그것을 드러내놓고 추구하지 못하고 ‘자신이 보이지 않지만 자신은 남을 볼 수 있는’ 공간에서 타인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태 역시 타인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점에서는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변태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광범위한 변태 중의 하나는 바로 ‘접촉 도착증’이다. 흔히 복잡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여성의 엉덩이나 다리 등에 자신의 성기를 밀착하고 비비는 행위를 통해서 성적 쾌감을 얻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개 현실적인 성에 있어서는 매우 수동적인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으며 심리적으로 고립감과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다.

변태의 정점은
맞고 때리는 SM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변태의 정점’은 사디즘과 마조히즘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상대에서 육체적 고통을 줌으로써, 또는 상대로부터 고통을 받음으로써 성적 쾌감을 느끼는 부류다. 그들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 억압된 분노가 가슴깊이 내재되어 있으며 타인의 고통을 배려하지 못하는 잔인한 성격으로 길러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직접적으로 몸을 때리고 맞는 행위를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변태의 종류에는 이른바 ‘음란전화증’이라는 것도 있다. 명칭 그대로 무차별 다수에게 음란한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고 그것에서 쾌락을 얻게 된다. 이는 실제로 상대의 얼굴을 대할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전화라는 ‘익명적 도구’를 통해 자신의 성적 취향을 이야기하거나 혹은 상대의 성적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유도하면서 자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변태적 행위가 상업적인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 다름 아닌 ‘음란 폰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음란 폰팅을 하는 사람 전부를 음란통화증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설사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이런 통화를 자주 하게 되면 음란통화증으로 변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음란 전화증과 일맥상통하는 변태의 형태로 ‘음란언어 중독’이라는 성향도 있다. 어떤 행위나 접촉보다는 음란한 말 그 자체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 그런데 대개 이러한 말들이란 자신이나 타인을 섹스 중독자로 묘사하거나 혹은 ‘더럽다’, ‘밝힌다’, 심지어는 이와 관련된 비속어를 남발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음란폰팅을 하면서 ‘욕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남성들도 상당수지만 여성들도 일부 이러한 성향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자신을 창녀에 묘사하거나 혹은 ‘걸레’ 등으로 부르는 것에 비정상적인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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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