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오리온 비자금 수사 관전포인트

‘7부 능선’ 검풍…담철곤 회장 덮칠 일만 남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은돈’을 만든 혐의로 오너 가신과 브로커가 쇠고랑을 찼고, 그 주변인들이 속속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 각종 의혹들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씩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까면 깔수록 입이 떡 벌어진다. 세간의 시선은 ‘최종 타깃’에 쏠린다. ‘7부 능선’을 넘은 검풍이 오너일가를 덮칠 일만 남았다.

100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 ‘핵심고리’ 2인방 구속
오너일가 개입 여부 집중수사…소환 조사 ‘초읽기’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의심됐던 40억원을 훌쩍 넘어선 금액이다. 추가 수사 상황에 따라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검찰은 막바지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수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지난해 8월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기초적인 자료 검토 등 내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털기’에 나섰다. 그 신호탄이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8∼9곳을 압수수색한 것이다. 이어 압수수색 범위를 넓히면서 관련자들을 줄소환했다.

그 결과 오리온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우선 ‘오리온 금고지기’로 불리는 그룹 전략담당 사장 조경민씨를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씨는 비자금 조성을 총괄 지시해 실행에 옮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조씨의 비자금과 횡령, 배임, 탈세 총액은 160억원에 달한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6년 8월 중순께 부동산 허위·이중 매매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오리온그룹 계열 건설사 메가마크가 시공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시행사인 E사와 짜고 209억여원짜리 부동산을 169억여원에 위장 거래하는 수법으로 비자금 40억원을 만들었다.

조씨는 서미갤러리 계좌를 통해 이 돈을 송금 받아 횡령하고 법인세 10억원을 포탈한 의혹도 있다. 뿐만 아니다. 조씨는 그룹에 제과류 포장재 등을 납품하는 ‘위장 계열사’인 I사를 통해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동산 위장 거래
임원 급여 빼돌려


이외에 ▲중국법인 자회사 3개 업체를 I사로부터 인수하는 형태로 이들 회사의 법인자금 200만 달러(한화 20억원) 횡령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L사의 지분 53억원어치를 오리온의 홍콩 현지법인 P사에 22억원에 넘기는 ‘헐값 매각’을 통해 I사에 31억원 손해 ▲I사 임원들의 급여와 퇴직금을 가장해 38억원 횡령 등의 혐의도 있다.

검찰은 “I사 지분은 전·현직 대표와 그 친족 등이 76.66%를, 창투사 등 기타 주주가 23.34%를 각각 소유하고 있지만, 이 지분은 그룹 사주인 담철곤 회장, 이화경 사장 부부의 차명 지분”이라고 밝혔다.

수사 초기 검찰 안팎에선 조씨가 ‘검은 돈거래’를 진두지휘한 ‘몸통’으로 지목됐었다. 국세청은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조씨를 피고발인으로 적시했다.

‘비자금 키맨’으로 찍힌 조씨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씨는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온 막후 실력자다. 그룹 내부에선 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오리온 집사’로 통한다. 그를 ‘삼성 집사’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에 비교하기도 한다.

1980년대부터 오리온에서 근무한 조씨는 그룹 몸집을 늘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오리온그룹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한때 10여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전직 계열사 한 임원은 “조씨는 그룹 전반의 자금줄을 훤히 알고 있다”며 “그를 털면 ‘검은돈’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조씨를 상대로 한 수사 과정에서 담 회장 등 경영진이 회삿돈으로 외제 고급 슈퍼카를 굴린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외제 고급 차량을 사들이거나 리스해 담 회장 등이 개인적인 용도로 쓰게 했다.

조씨가 2002년 10월부터 2006년 5월까지 회삿돈으로 마련한 차량은 ‘포르쉐 카레라 GT’,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쉐 카이엔’, ‘벤츠 CL500’등이다. 조씨는 이들 차량을 담 회장과 계열사 김모 대표 등에게 제공했고, 계열사가 리스료와 차량보험료, 자동차세 등 5억7000여만원의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했다.

검찰은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량을 리스해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무상 사용했다”고 전했다.

담 회장 등이 ‘공짜’로 몰고 다녔던 차량들의 가격은 웬만한 집 한 채보다 비싼 고가다. ‘스포츠카 황제’로 불리는 ‘포르쉐 카레라 GT’는 수입가가 8억8000만원에 달한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는 3억5000만원, ‘포르쉐 카이엔’과 ‘벤츠 CL500’는 각각 2억원대를 호가한다.

조씨도 2004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계열사 명의로 빌린 포르쉐 등 외제 차량들을 몰고 다녔다. 계열사는 여기에 들어간 비용 13억9000만원을 댔다.

회사가 빌린 차로
‘똥폼’ 잡고 다녔다

검찰은 조씨 외에 온미디어(현 CJ E&M) 전 대표 김모씨도 수사 중이다. 일단 협력업체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개인비리 혐의다. 김씨는 2007∼2008년 방송·미디어 사업과 관련해 협력 관계에 있는 A사 관계자로부터 “편의를 봐 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6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김씨가 온미디어 대표로 재직할 당시 이 회사가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됐거나 비자금 조성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담 회장이 온미디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9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긴 의혹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설립된 온미디어는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 사업을 하다 지난해 6월 CJ그룹에 인수, CJ그룹 계열사들과 합병되면서 미디어 전문업체인 CJ E&M으로 재출범했다. 그전까지 ‘오리온 비자금’조성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씨와 담 회장이 김씨와 함께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경영에 관여했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거둔 성과 중 하나는 그동안 요리조리 수사망을 피했던 서미갤러리 대표 홍송원씨를 구속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오리온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 홍씨의 집도 뒤져 광범위한 미술품 거래 내역을 확보한 뒤 홍씨를 2차례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홍씨는 ‘오리온 비자금’조성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오리온그룹이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 40억원을 입금 받아 미술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해 범죄수익을 숨겨준 의혹이다.

‘회삿돈=회장돈?’ 8억대 외제차 굴려
‘고급 슈퍼카’ 자녀통학 등 개인유용


홍씨는 오리온 계열사 등 고객이 위탁판매를 맡긴 고가의 미술품들로 담보 대출을 받아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위탁 미술품 중엔 오리온그룹 미디어 계열사 M사가 소유했던 미국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스틸라이프’시리즈 중 한 작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라이프는 리히텐슈타인이 1970년대 주로 시도한 정물화 시리즈물로 가격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홍씨는 재벌가 비자금과 악연이 깊다. 2004년 해외 미술품 유통 비리와 관련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데 이어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삼성을 대신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을 해외 경매를 통해 샀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근엔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부하를 시켜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구입한 곳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검찰과 끈질긴 악연을 이어온 홍씨는 매번 예봉을 피했지만, 이번엔 ‘오리온 덫’에 걸려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와 김씨, 홍씨 외에도 오리온그룹 비자금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들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언제든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그룹 관련 인사들이 잇달아 구속되거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담 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담 회장 등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의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담철곤 소환 임박 
사법처리 가능성도

‘오리온 비자금’을 캐고 있는 검찰의 칼끝은 ‘윗선’을 겨누고 있는 상황. 검찰은 조씨와 홍씨가 비자금의 실체를 규명하고 오너일가의 개입 여부 확인에 ‘핵심 고리’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먼저 구속된 조씨의 혐의들이 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등을 밝혀내는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또 홍씨가 비자금의 돈세탁을 돕는 과정에서 담 회장 등과 접촉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두 사람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담 회장 등 그룹 수뇌부 소환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한두 푼도 아니고 100억원이 넘는 비자금 있다면 오너의 지시나 묵인 없이 임원이 개인적으로 조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담 회장의 혐의가 짙든 옅든, 죄가 있든 없든 의혹 해소 차원에서 소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간의 시선은 ‘키맨 2인방’진술에 쏠리고 있다. 둘의 입에 따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오리온 비밀을 머금고 있는 이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까. 검찰 수사에 순순히 협조할까. 당장은 입을 꾹 다문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제 어느 때 뒤집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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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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