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오리온 비자금 수사 관전포인트

‘7부 능선’ 검풍…담철곤 회장 덮칠 일만 남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은돈’을 만든 혐의로 오너 가신과 브로커가 쇠고랑을 찼고, 그 주변인들이 속속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 각종 의혹들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씩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까면 깔수록 입이 떡 벌어진다. 세간의 시선은 ‘최종 타깃’에 쏠린다. ‘7부 능선’을 넘은 검풍이 오너일가를 덮칠 일만 남았다.

100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 ‘핵심고리’ 2인방 구속
오너일가 개입 여부 집중수사…소환 조사 ‘초읽기’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의심됐던 40억원을 훌쩍 넘어선 금액이다. 추가 수사 상황에 따라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검찰은 막바지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수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지난해 8월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기초적인 자료 검토 등 내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털기’에 나섰다. 그 신호탄이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8∼9곳을 압수수색한 것이다. 이어 압수수색 범위를 넓히면서 관련자들을 줄소환했다.

그 결과 오리온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우선 ‘오리온 금고지기’로 불리는 그룹 전략담당 사장 조경민씨를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씨는 비자금 조성을 총괄 지시해 실행에 옮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조씨의 비자금과 횡령, 배임, 탈세 총액은 160억원에 달한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6년 8월 중순께 부동산 허위·이중 매매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오리온그룹 계열 건설사 메가마크가 시공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시행사인 E사와 짜고 209억여원짜리 부동산을 169억여원에 위장 거래하는 수법으로 비자금 40억원을 만들었다.

조씨는 서미갤러리 계좌를 통해 이 돈을 송금 받아 횡령하고 법인세 10억원을 포탈한 의혹도 있다. 뿐만 아니다. 조씨는 그룹에 제과류 포장재 등을 납품하는 ‘위장 계열사’인 I사를 통해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동산 위장 거래
임원 급여 빼돌려


이외에 ▲중국법인 자회사 3개 업체를 I사로부터 인수하는 형태로 이들 회사의 법인자금 200만 달러(한화 20억원) 횡령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L사의 지분 53억원어치를 오리온의 홍콩 현지법인 P사에 22억원에 넘기는 ‘헐값 매각’을 통해 I사에 31억원 손해 ▲I사 임원들의 급여와 퇴직금을 가장해 38억원 횡령 등의 혐의도 있다.

검찰은 “I사 지분은 전·현직 대표와 그 친족 등이 76.66%를, 창투사 등 기타 주주가 23.34%를 각각 소유하고 있지만, 이 지분은 그룹 사주인 담철곤 회장, 이화경 사장 부부의 차명 지분”이라고 밝혔다.

수사 초기 검찰 안팎에선 조씨가 ‘검은 돈거래’를 진두지휘한 ‘몸통’으로 지목됐었다. 국세청은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조씨를 피고발인으로 적시했다.

‘비자금 키맨’으로 찍힌 조씨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씨는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온 막후 실력자다. 그룹 내부에선 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오리온 집사’로 통한다. 그를 ‘삼성 집사’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에 비교하기도 한다.

1980년대부터 오리온에서 근무한 조씨는 그룹 몸집을 늘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오리온그룹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한때 10여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전직 계열사 한 임원은 “조씨는 그룹 전반의 자금줄을 훤히 알고 있다”며 “그를 털면 ‘검은돈’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조씨를 상대로 한 수사 과정에서 담 회장 등 경영진이 회삿돈으로 외제 고급 슈퍼카를 굴린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외제 고급 차량을 사들이거나 리스해 담 회장 등이 개인적인 용도로 쓰게 했다.

조씨가 2002년 10월부터 2006년 5월까지 회삿돈으로 마련한 차량은 ‘포르쉐 카레라 GT’,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쉐 카이엔’, ‘벤츠 CL500’등이다. 조씨는 이들 차량을 담 회장과 계열사 김모 대표 등에게 제공했고, 계열사가 리스료와 차량보험료, 자동차세 등 5억7000여만원의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했다.

검찰은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량을 리스해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무상 사용했다”고 전했다.

담 회장 등이 ‘공짜’로 몰고 다녔던 차량들의 가격은 웬만한 집 한 채보다 비싼 고가다. ‘스포츠카 황제’로 불리는 ‘포르쉐 카레라 GT’는 수입가가 8억8000만원에 달한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는 3억5000만원, ‘포르쉐 카이엔’과 ‘벤츠 CL500’는 각각 2억원대를 호가한다.

조씨도 2004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계열사 명의로 빌린 포르쉐 등 외제 차량들을 몰고 다녔다. 계열사는 여기에 들어간 비용 13억9000만원을 댔다.

회사가 빌린 차로
‘똥폼’ 잡고 다녔다

검찰은 조씨 외에 온미디어(현 CJ E&M) 전 대표 김모씨도 수사 중이다. 일단 협력업체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개인비리 혐의다. 김씨는 2007∼2008년 방송·미디어 사업과 관련해 협력 관계에 있는 A사 관계자로부터 “편의를 봐 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6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김씨가 온미디어 대표로 재직할 당시 이 회사가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됐거나 비자금 조성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담 회장이 온미디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9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긴 의혹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설립된 온미디어는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 사업을 하다 지난해 6월 CJ그룹에 인수, CJ그룹 계열사들과 합병되면서 미디어 전문업체인 CJ E&M으로 재출범했다. 그전까지 ‘오리온 비자금’조성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씨와 담 회장이 김씨와 함께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경영에 관여했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거둔 성과 중 하나는 그동안 요리조리 수사망을 피했던 서미갤러리 대표 홍송원씨를 구속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오리온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 홍씨의 집도 뒤져 광범위한 미술품 거래 내역을 확보한 뒤 홍씨를 2차례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홍씨는 ‘오리온 비자금’조성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오리온그룹이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 40억원을 입금 받아 미술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해 범죄수익을 숨겨준 의혹이다.

‘회삿돈=회장돈?’ 8억대 외제차 굴려
‘고급 슈퍼카’ 자녀통학 등 개인유용


홍씨는 오리온 계열사 등 고객이 위탁판매를 맡긴 고가의 미술품들로 담보 대출을 받아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위탁 미술품 중엔 오리온그룹 미디어 계열사 M사가 소유했던 미국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스틸라이프’시리즈 중 한 작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라이프는 리히텐슈타인이 1970년대 주로 시도한 정물화 시리즈물로 가격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홍씨는 재벌가 비자금과 악연이 깊다. 2004년 해외 미술품 유통 비리와 관련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데 이어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삼성을 대신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을 해외 경매를 통해 샀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근엔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부하를 시켜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구입한 곳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검찰과 끈질긴 악연을 이어온 홍씨는 매번 예봉을 피했지만, 이번엔 ‘오리온 덫’에 걸려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와 김씨, 홍씨 외에도 오리온그룹 비자금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들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언제든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그룹 관련 인사들이 잇달아 구속되거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담 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담 회장 등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의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담철곤 소환 임박 
사법처리 가능성도

‘오리온 비자금’을 캐고 있는 검찰의 칼끝은 ‘윗선’을 겨누고 있는 상황. 검찰은 조씨와 홍씨가 비자금의 실체를 규명하고 오너일가의 개입 여부 확인에 ‘핵심 고리’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먼저 구속된 조씨의 혐의들이 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등을 밝혀내는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또 홍씨가 비자금의 돈세탁을 돕는 과정에서 담 회장 등과 접촉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두 사람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담 회장 등 그룹 수뇌부 소환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한두 푼도 아니고 100억원이 넘는 비자금 있다면 오너의 지시나 묵인 없이 임원이 개인적으로 조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담 회장의 혐의가 짙든 옅든, 죄가 있든 없든 의혹 해소 차원에서 소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간의 시선은 ‘키맨 2인방’진술에 쏠리고 있다. 둘의 입에 따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오리온 비밀을 머금고 있는 이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까. 검찰 수사에 순순히 협조할까. 당장은 입을 꾹 다문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제 어느 때 뒤집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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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