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들 ‘호주 원정 성매매’ 충격실태

돈 때문에 시작…대마초·마약 중독으로 인생 와르르

[헤이맨라이프=서  준]한국인 여성들의 해외 원정 성매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대학 재학생들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통해 호주에 입국, 현지에서 ‘알몸 마사지’ 등의 불법 성매매에 종사하는 등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호주의 경우 성매매가 합법이기는 하지만 일부 업소들은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고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는 불법 성매매로 분류되며 해당 업소에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된다. 최근 호주 및 한국 경찰은 잇따라 호주에서 성매매를 하는 불법 ‘한국인 마사지 걸’들을 체포했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재학 중이거나 대학을 졸업한 후 현지에서 불법체류를 하면서 성매매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와 돈, 두 가지 챙기려다 몸만 망가져 
하루 최대 10명 상대, 2~3명과 그룹섹스도

여대생들의 해외 성매매는 충격을 주는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학업에 열정을 발휘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가꾸어 나가야할 젊은 여성들이 해외에서 성매매를 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해외에서의 성매매가 더욱 위험한 이유는 그녀들이 대마초나 마약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여대생 원정 성매매
외국으로 고고씽

실제 해외에서는 쉽게 대마초와 마약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호주의 경우 대마초에 대해 상당히 느슨한 법적인 제재가 가해진다. 다량을 소지하거나 타인에게 판매를 하지 않는다면 얼마든 대마초의 소유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친구가 권한 대마초를 피운다고 해서 결코 경찰서에 잡혀가는 일 같은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쉽게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약으로 연결된다. 또한 비교적 한국보다는 자유로운 외국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하는 것도 여간해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에는 ‘국제미아’와 같은 신세가 되어 쓸쓸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상당수의 여대생들이 휴학을 하고 현지에서의 불법 성매매를 위해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통해 호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 현지의 브로커를 통해 현지의 업소와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들의 제안은 달콤하기 그지없다. 우선 한 달 수입 400만 원을 보장하고 하루에 일을 하는 시간 역시 4~5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제안한다. 나머지 시간은 공부나 관광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실력도 늘고 세상 경험도 많이 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브로커들의 이런 제안은 ‘허울’에 불과하다. 비록 수입은 400만 원에 육박할지 모르지만 실제 그녀들이 해야 하는 노동의 강도는 엄청나다.

고수입 가능하다지만
중노동에 심신 만신창이

많은 경우 하루에 10명에 가까운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어야 하고 심지어 2~3명의 남성과 동시에 성매매를 하는 ‘그룹 섹스’를 해야 한다. 호주에 다녀온 일부 마사지 걸들은 ‘평생 배워야할 섹스를 2~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몽땅 배웠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그녀들의 호주 생활은 끊임없이 섹스에 시달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상당수의 여성들이 업소 주인들로부터 대마초를 권유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호주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대부분 ‘초짜’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바로 성매매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설사 겉으로는 적응을 한 것처럼 보여도 심리적으로는 끊임없이 갈등을 하게 마련이다. 이런 여성들을 위해서 업소 주인들이 해주는 배려(?)가 다름 아닌 대마초라는 설명이다. 기분을 들뜨게 하고 성욕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수치심마저 없애주기 때문에 ‘초짜 마사지걸’들에게는 가장 좋은 처방(?)이라는 것.

그런가 하면 현지에서 감금을 당한 채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그녀들이 제 발로 걸어가 성매매를 시작했지만, 그것을 끝내는 것만큼은 그녀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워킹홀리데이를 악용한 성매매는 최초 정당한 법적 제도에 의해서 호주에 입국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호주로 입국한 뒤에 얼마든지 성매매 여성으로 변신을 할 수 있으니 어떤 면에서는 양국의 우호와 협력을 위한 제도가 성매매라는 범죄의 길을 열어준다고도 할 수 있다.

업주로부터 대마초 권유받기도 해 중독
대부분 여성 자신의 과거 후회 "다신 안 가"

취재진은 호주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한 여성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처음 그녀는 극도로 인터뷰를 꺼렸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러한 피해가 생겨서는 안 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설득에 결국 인터뷰에 응했다.

2009년 호주에서 약 4개월 동안 일을 했다는 백모(26)씨. 그녀는 당시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시기였다고 말한다. 직접 경험담을 들어보자.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최악의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영어는 빨리 늘어야 하겠고, 그렇다고 유학을 할 수 있는 돈은 없었으니 그나마 생각했던 것이 다름 아닌 마사지였던 것 같다. 특히 호주는 성매매도 합법적이고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일반 직장 여성들보다 더 만족도가 높다는 브로커의 말이 나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물론 그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여성들은 ‘합법적인 업소’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이라는 점. 호주 정부는 성매매에 대해서 매우 엄격해서 일단 합법 업소에 근무하게 되면 인권이라든지, 하루의 노동시간 등에 대해서 삼엄한 감시를 한다. 하지만 우리 같은 외국인 여성들이 일을 하는 곳은 대부분 불법 업소이다. 이들 불법 업소에서는 폭행, 폭언은 물론 감금까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당시 호주 생활에서 돈을 한 푼도 못 벌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돈 때문이라면 호주에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워킹홀리데이를 이용해서 성매매를 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경우라고도 볼 수 있다. 국내 일부 악덕 브로커들은 ‘한 달에 10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허위 광고를 하면서 황당한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호주로 떠나기 전에 성형수술을 하고 가라’며 돈을 빌려주고 이것을 사채로 만들어 상대 여성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그녀들이 해외에서 제때에 입금을 하지 않게 되면 이자에 이자가 붙게 되고 결국 해외 성매매 업소에 ‘노예’로 팔려가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이야기다.

호주 원정 성매매
대부분 뒤늦은 후회

실제 경찰의 수사에 따르면 일부 브로커들은 20대 여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광고 메일을 보내고 이를 본 후 연락이 온 여성들에게 성형수술이나 치아교정을 시키고, 심지어 합숙훈련을 통해서 몸매를 관리하는 치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사전에 특정 성형외과 및 치과와 사전 조율을 하고 의학적으로 이들을 관리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여성들을 호주로 보내고 브로커들이 벌어왔던 돈은 수억 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의 이야기는 호주로의 원정 성매매가 얼마나 위험하고 잘못된 일인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까지 많은 해외 성매매 여성을 조사해왔지만 100% 자신의 과거를 후회했다. 결국 해외 성매매를 통해서 성공을 했다거나 혹은 그것에 만족했다는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는 이야기다. 남는 것은 후회와 상처받은 마음, 그리고 피폐해진 몸 밖에 없다. 특히 그런 여성들은 인격적 파괴까지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호주 성매매 월 1000만원 수입 보장’이라는 광고는 끊임없이 인터넷에 흘러 다니고 있다. 이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여성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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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