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만 알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지령800호 기획특집]⑥ ‘부자학 전도사’ 한동철 교수의 ‘부자학 강론’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는?” 두말할 것 없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그렇다면 그런 부자들을 가장 많이 만나 본 사람은 누굴까. 한동철 부자학연구학회장(서울여대 교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부자학’의 창시자인 그가 2004년부터 만난 부자는 어림잡아 3000여명. 개중에는 5대 재벌가의 인사도 포함돼 있다. 물론 부자를 만나는 게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명함 한 장 들고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녀야 했다. 하지만 부자학이 자리를 잡은 지금, 오히려 부자들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진짜 부자’가 되는 비법을 전수 받기 위해서다.


자수성가 부자 중엔 짠돌이 많아 “구두쇠가 돼라”
부자 중 80~90%는 고졸 “학력에 목 멜 것 없다”

부자가 되는 비법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3일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를 만났다. 한 교수는 부자학연구학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런데, 부자학이란 단어가 조금 생소하다. 부자학이란 대체 뭘까. 비법 공개에 앞서 부자학에 대해 물었다.

부자학의 정의를 내리자면 가치창조와 사회만족입니다. 가치창조는 부가가치를 늘리는 방법이에요. 돈을 버는 법이죠. 사회만족은 부자가 된 이후 사회를 위한 활동으로 사회 환원을 말해요. 즉, 부자가 되는 법은 물론 부자로 사는 법까지 가르치는 학문이죠.”

부자라는 개념은 상대적이다. 다양한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부자는 크게 두 부류다. 상속형과 자수성가형이 바로 그것. 부자학에서는 자수성가형과 상속형 부자를 ‘좋은 부자’와 ‘무해무익한 부자’로 각각 분류하고 있다.

부자 되는 법에서
부자로 사는 법까지

그렇다면 이들 부자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한 교수는 부자를 ‘총 재산 30억~50억원, 현금성 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했다. 한 교수가 보는 부자의 비율은 통상 인구의 5% 정도다. 20명 중 1명꼴로 부자인 셈이다.

하지만 5%의 대열에 끼는 게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서민들이 ‘부자가 될 유전자는 정해져 있다’는 자조 섞인 체념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부자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상속형 부자는 많지 않아요. 대부분 자수성가형이죠. 부자아빠도 대부분 가난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제가 만난 부자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몇 가지 팁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한 교수는 ‘아침형 인간’이 될 것을 주문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얻는 법이죠. 하늘이 두 쪽 나도 일찍 일어나야 해요. 전날 술을 많이 마셨거나 자정 넘어 이불 속에 들었어도, 반드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합니다. 늦어도 새벽 5시엔 문을 나서야 하죠.”

‘구두쇠’가 되라는 조언도 했다. ‘절약만이 살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신 수익성 비용엔 아낌이 없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수성가형 부자들 중엔 ‘짠돌이’가 많아요. 절대 낭비하는 법이 없어요. 단돈 100원도요. 제가 만나 본 부자 중 한 분은 생일날에만 자가용을 탑니다. 평소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시고요. 이 뿐만이 아니에요. 전단지를 잘라서 메모지를 쓰시는 분,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니는 분 등 절약정신이 남달라요. 반대로 투자엔 거침이 없죠. 이거다 싶으면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통 큰 베팅을 해요.”

자가용은 생일날만
전단지로 메모지

시간을 허투루 보내서도 안 된다. 부자들은 퇴근 후 집에 돌아가서도, 틈틈이 생기는 자투리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한 교수는 심지어 식사시간이 3분을 넘기면 부자가 못 된다는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시간은 곧 돈입니다. 절약하세요.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화 하세요. 예를 들어, 식사시간도 시래깃국에 밥을 훌훌 말아 마시며 ‘부자 영양탕 맛이 좋네’하며 무릎을 치고 일어나 다음 일을 찾는 것이 부자 DNA를 키우는 지름길입니다.”

학력에 목 멜 것 없다는 조언도 했다. 부자와 학력엔 큰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만나본 부자 중 80~90%는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한 교수는 “혹시 공부를 못하는 자녀를 뒀다면 하늘이 주신 부자 될 절호의 기회”라는 농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재산이 2억7000만원 정도예요. 그런데 자녀 한 명 낳아서 대학 졸업시키는 데 2억6000만원이 들어요. 공부에 재능이 없다면 대학을 포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남들 다 가는 대학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습니다. 차라리 그 돈을 수익성 비용에 투자하세요.”

“형제는 한집살이” “맞벌이 부자 될 확률 10배”
“‘진짜 부자’ 되기 위해선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결혼한 형제들이 한집에 모여 사는 것도 한 교수가 공개한 부자가 되는 비법 중 하나다. 집은 ‘돈 먹는 하마’인 때문이다. 각자의 아파트는 전부 전세를 놓는다. 전세금으론 부자 되는 펀드에 든다. ‘창조적인 일’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 때 쉰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릴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주5일 근무제를 스스로 포기하라는 것. 토요일 하루는 일터에 나가 초과근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살아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기 위한 지름길로 맞벌이를 강력 추천했다.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보다 열 배 이상 빨리 부자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밑바탕이다.

또 자수성가한 부자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산 정보’를 수집하라는 것. 이는 ‘부자가 되려면 부자 줄에 서라’는 탈무드의 격언과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평범한 사람이 성공한 부자를 만나 ‘부자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한 교수는 이 같은 통념에 매서운 주먹을 날렸다.

“안 해서 못하는 겁니다. 부자와 만나려는 노력이 부족한 거예요. 부자가 전 국민의 5%라면 100명 중 5명은 부자라는 얘기에요. 그런 사람을 찾아가서 배우면 됩니다. 예를 들어 장사가 잘되는 돼지갈비집에서 돼지갈비 몇 인분 더 주문한 다음 사장과 사귀면 됩니다. 제 강의를 수강한 학생 중 몇몇도 이 같은 방법으로 부자 비결을 배웠죠.”

한 교수는 이 정도만 지켜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부자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자가 된 후가 더 중요하다는 게 한 교수의 지론이다.

한 교수는 부자를 ‘정신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며,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에는 돈 많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부자는 많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진짜 부자’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당당한 부자가 되는 미국 부자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우리 사회에 반(反)부자정서가 만연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교수는 진짜 부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사회 환원을 꼽았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부의 일부를 사회에 되돌려 줘야 한다는 논리다. 반대로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행한 악한 일에 대한 부분을 사회에 갚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악한 일을 전혀 하지 않고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의든 타의든 원칙을 어기기 마련이고, 다른 이들을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자의 삶에는 타인을 억압하는 요소가 있어요. 아무리 좋은 부자라도요. 빌게이츠도 독점을 해서 미국 법정에 여러 번 섰잖아요. 내가 연구하며 만난 수천 명 부자 중에서 중년층 이상은 밤에 잠을 잘 못 이룹니다. 뜻하지 않았더라도 남들에게 피해준 것이 생각난대요.”

‘감사하는 마음’
창조할 기부해야

한 교수는 ‘진짜 부자’의 모델로 록펠러를 들었다. 록펠러는 인류 역사상 현재의 화폐가치로 따져 가장 많은 약 370조원의 재산을 보유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록펠러도 처음부터 ‘진짜 부자’였던 건 아니다. 록펠러는 독점을 통해 사용해 재산을 불리며 미움을 샀다.
그런 록펠러가 바뀐 계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려 하면서다. 빈민들이 “더러운 돈은 받지 않겠다”며 거부한 것. 그 때부터 록펠러는 반성을 시작하며 ‘자선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록펠러는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진짜 부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금도 미국 뉴욕의 수돗물 값은 록펠러의 유언에 따라 록펠러 가문이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진짜 부자’의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고 유일한 박사가 대표적인 예다. 재산 축적의 목적이 조국 독립이었으며, 자신의 죽음이 임박하자 유한양행을 사회에 완전히 헌납했다. 무엇보다 중역이었던 아들과 조카를 회사에서 내보내는 등 믿기 힘든 결정을 했다.

부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부자로 사는 게 더 행복할까.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다. 다만 한 교수는 이런 제안을 남겼다.

“나를 부자로 이끌어준 이 땅에 감사하는 뜻에서 기부를 하십시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당신에게 고마움을 느낄 겁니다. 대한민국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창조’할 기부를 하십시오. 그것도 당신의 손으로 말입니다.”


<한동철 교수는 누구?>
전국민이 부자가 되는 그날까지

한동철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부자마케팅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주요 기업체의 자문교수 역할을 하며 수천 명의 국내에서 자수성가한 부자들을 직접 만나러 다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자학의 학문적 가능성을 발견, 부자들의 특성, 돈 버는 비법, 생활습관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 실적을 쌓아나갔다. 그리고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4년부터 국내 처음으로 부자학 개론을 개설했다.

2006년 6월 부자연구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 2007년엔 국내 최초로 ‘부자학회’를 창설해 온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