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 꿈 ‘로또 1등’ 모든 것 대해부

[지령800호 기획특집]⑦인생역전 “남의 얘기 아냐…이참에 나도 한 번?”

한 방의 꿈, 로또 1등은 많은 사람들이 열망하는 꿈 중에 하나다. 일부 사람들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나름대로 분석을 하기도 하고, 로또명당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거센 대박 열풍을 불러일으킨 로또 복권이 국내에 도입된 지 올해로 10년째. 과연 그동안 로또는 얼마나 많은 억만장자를 탄생시켰을까. 지난 2004년 8월 로또복권의 가격이 한 게임당 2000원에서 1000원으로 인하되면서 복권 당첨금도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로또복권 한 장에 꿈과 희망을 싣는 서민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로또도 전략, 당첨자들이 밝힌 특급 비법 공개 
조상님·돼지꿈 꾸고도 로또 구입 안하면 바보


지난 2007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매주 로또를 열심히 구입하고 있는 심모(33)씨.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생각나는 번호를 메모해 뒀다가 사기도 하고, 자동·반자동은 물론 1등 당첨자가 수십명 나왔다는 일명 로도명당에 찾아다니기도 했다.

지름 45mm, 무게 4g짜리 공이 투명하고 김 원통형 관을 통해 빠져 나온다. 보너스볼까지 포함해 7개의 당첨번호가 추첨되는 데는 진행자의 오프닝 멘트로부터 채 2분도 걸리지 않는다. 한 주를 기다려온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45개의 번호 중 6개를 맞추면 수십억원을 순식간에 얻을 수 있는 로또 1등. 이 돈이면 내 집 마련, 해외여행, 결혼, 빚 청산 등 평소 원하던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극히 적다는 데 있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TV  앞에 앉아보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기적과도 같은 확률에 부딪혀 한탄만 늘어놓기 일쑤다.

로또 1등 당첨
남의 얘기 아냐…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로또 1등 당첨번호를 분석한 결과가 나와 화제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1회부터 지금까지 로또복권 당첨번호 가운데 1등에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는 공교롭게도 ‘1번’이었다. 1이 포함된 경우가 무려 100번에 육박한 것.

즉 1번은 로또 추첨 시 평균 5번에 1번 정도가 1등 당첨 번호에 포함된 셈이다. 1번에 이어 17번과 37번이 75회가 넘게 1등 당첨 번호에 들어있었으며 19번과 27번이 70회 이상 2번과 20번이 60회 이상 당첨 번호에 포함 됐다.

이어 36 45 4 26 5 34 39 40 42 7 14 25 3 21 33도 수십 회 당첨 번호에 포함 됐다.

역대 로또 1등 당첨금은 22억 3266만원이며, 이 가운데 최고 1등 당첨금은 407억2205만원, 최저는 5억6573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로또 1등 당첨자는 과연 어느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나왔을까. 로또복권 관련 자료에 따르면 1등 당첨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은 서울, 경기, 부산, 인천, 대구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에서 절반가량의 당첨자가 나왔고, 이는 인구가 집중돼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로또 구매자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등 당첨자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서 나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1등 당첨자를 여럿 배출한 판매점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해 있었다. 그 중 수위를 달리는 곳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스파. 충남 홍성군 홍성읍 소재 ‘천하명당 복권방’이 공동 1위를 기록했고, 홍성읍의 천하명당 복권방은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역 여행객들의 필수 방문코스가 됐다. 특이한 점은 1등 당첨자가 나올 때마다 복권방 사장이 물난리를 겪었다고.

1등을 꿈꾸는 자여
복권명당으로 오라

이어 부산 범일동의 천하명당과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대박찬스, 울산 남구 달동의 영화유통,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의 로또삼성복권방, 경기 용인시 유방동의 유방매표소 등도 로또명당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복권 전문가들은 한 번 1등을 배출한 판매점의 경우, 입소문과 기대감 때문에 더 많은 구매자들이 몰리게 되고 결국 상대적으로 1등을 배출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과연 로또 1등 당첨의 비결은 무엇일까. 800만 분의 1이라는 희박한 당첨확률이 말해주듯 아마 인위적인 노력으로 1등 확률을 높이기는 것을 어려울 듯하다. 다만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로또 1등 당첨자 가운데 상당수가 "즐거운 기분으로 꾸준히 소액으로 구입했을 뿐"이라고 소회를 밝힌 대목이다. 그들이 말한 1등 당첨의 비밀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크지 않은 욕심 이었던 셈이다.

복권 당첨번호 가운데 1번이 가장 많이 당첨돼
욕심 버리고 재미삼아 구입하면 당첨 확률 높아 

그런가 하면 로또 1등 당첨자 가운데 절반가량은 재미삼아 복권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글었다.

좋은 꿈을 꿔서 로또를 구입한 뒤 1등에 당첨된 사람 가운데 39%는 조상 꿈을 꾼 것으로 조사됐으며, 61%는 자동 번호선택으로 당첨복권을 구입했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나눔로또 등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로또 1등 당첨자 291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147명을 당첨금 수령현장에서 구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1등 당첨자 가운데 43%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재미 삼아 로또 복권을 구입했다고 답했다. 거액의 당첨금을 기대하며 복권을 샀다는 사람은 21%, 좋은 꿈을 꿔서 구입했다는 사람은 17%로 조사됐다.

1등 당첨자의 꿈 가운데 조상 꿈이 39%로 가장 많았으며, 재물 관련 꿈 12%, 돼지꿈 등 행운의 동물이 등장하는 꿈은 10%, 물 또는 불이 나오는 꿈 8%, 숫자 꿈 8%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1등 당첨자들은 조금씩 꾸준하게 자동 번호 선택으로 로또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주일에 1번 이상(77%) 구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한 달에 1~2번 이상(9%) 구입했다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복권 구매기간은 1년 이하에서 10년 이상까지 고른 분포를 보였으나 로또복권 초기부터 10년 정도 꾸준히 구매했다는 응답이 31%로 가장 많았다.

한 번에 많이 사는 것보다
적게 꾸준히 사는 게 낫다  

복권 구입비용은 1회에 1만원 이하(46%)가 제일 많았고, 5만원 이하라는 답변도 33%를 차지했다. 이어 1등 당첨자의 과반수가 넘는 61%는 당첨복권의 여섯 개 번호를 자동으로 선택했다고 응답했고, 38%는 꿈에서 본 숫자나 가족의 생일 등을 조합한 숫자로 직접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로또복권의 최고 당첨금은 117억원이었고 최저 당첨금은 5억6000만원이었으며 평균 당첨금은 29억3000만원 이었다. 응답자의 91%는 당첨금액에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서울, 인천, 경기 등 일부 수도권 당첨자들은 충분하지 않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당첨금 활용 방법에 대해서는 주택이나 부동산을 구입하겠다는 의견이 29%로 가장 많았고, 예금 등 재태크에 활용하겠다는 의견이 23%로 뒤를 이었다. 이어 20%는 대출상환이라고 답했고, 부모님이나 가족을 돕겠다는 의견도 18%로 나타났으며 8%는 사업자금 활용이라고 답했다.

이어 1등 당첨자의 42%는 당첨 사실을 배우자에게 알리겠다고 답했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겠다는 응답도 30%나 됐다. 당첨금을 수령한 후에도 현재 직장에 계속 근무하겠다는 응답은 93%에 달했다.

1등 당첨자들의 소득 수준은 월 200~300만원이 42%를 차지했고, 학력은 고졸 이하가 52%, 대졸 이상이 48%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복권위는 "당첨자들은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자녀의 교육비 등 생활비 지출이 많은 30~40대 기혼남성들이 대부분으로 서울, 경기, 부산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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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