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학교폭력 7대 재앙 대분석

폭력에 우는 아이들…"초등학생 때부터 맞았다"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청소년들 사이에 잇따른 학교폭력의 잔인한 형태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경악케 하고 있다. 누구를 막론하고 청소년이라면 존중받아야할 최고의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으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유린당하고 있는 것. 이에 (재)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하 청예단)은 지난 3일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지켜봐야할 학교폭력 7대 재앙을 발표하고,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관련 당사자 및 범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재)청예단 학교폭력실태조사 발표 경고
초중고생 22%, 1년 동안 학교폭력 경험

학교폭력은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공포인 따돌림과 괴롭힘, 집단으로 친구를 괴롭히고 마구 폭행하는 집단폭행, 피해를 입는 친구들을 보고도 외면하는 아이들, 빵셔틀과 졸업식 뒤풀이 등 여러 형태로 청소년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와 관련 청예단은 지난 3일 학교폭력이 가져올 수 있는 7대 재앙을 발표했다. 청예단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죽음의 고통과 함께 일상생활의 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

폭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 10명 중 3명이 고통을 호소했고, 이 중 30%는 피해 후 죽음을 생각한다고 응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었다. 또 10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피해 후 학교 등교거부를 호소했다.

자살충동·등교거부
일상생활의 파탄 가져와

청예단이 초·중·고등학생 35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 많이 고통스러웠다 + 고통스러웠다가 60.8%로 드러나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고통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고통정도를 살펴보면 남학생의 경우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가 10.4%, 많이 고통스러웠다는 응답은 19.7%, 고통스러웠다는 29.8%로 집계됐고, 여학생의 경우에는 각각 23.3%, 20.7%, 19.8%로 나타나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학교폭력 이후 훨씬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살 충동에 대해서도 남학생은 전혀 없다는 74.2% 의견을 제외한 25.8%가 1년에 1~2번 이상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고, 여학생은 55.6%의 전혀 없다는 의견을 제외한 44.4%가 1년에 1~2번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등교거부에 대한 분석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전혀 없다는 47.8% 의견을 제외하고 최소한 1년에 1~2번 이상씩은 모두 등교 거부에 대한 충동을 느꼈던 것.

이어 청예단은 학교폭력의 7대 재앙 중 두 번째로 만연화 된 학교폭력을 꼽았다. 당하고도 폭력인지 장난인지 모를 정도로 학교폭력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졸업식 뒤풀이도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고, 학생 간 계급권력의 존재로 피라미드식 폭력과 착취주고, 사이버 폭력, 성폭력 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런 행동이 학교폭력인지 모를 정도로 일상화, 만연되어 있고, 이는 학생들 자신의 행동의 학교폭력인지 아닌지 조차 모르는 상태로 폭력을 가하고, 피해 학생 역시 당하고 있는지 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나아가 학교폭력은 학생들이 장난으로 또는 이유 없이 폭력으로 응대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실제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27%가 장난이라고 답했다. 이어 23%는 상대학생이 잘못해서라고 말했고 오해와 갈등(16%) 이유없음(13%) 순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청예단은 "가해학생의 장난과 상대방이 잘못하면 폭력으로 당연하게 해결한다는 폭력에 대한 일상적이고 관대한 우리사회의 병폐적인 모습이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폭력
아이들 목 조인다

그런가 하면 청예단은 보이지 않는 학교폭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밝혔다. 학교폭력 피해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살펴보니 신체폭력은 25.8%로 나타났고, 집단따돌림? 괴롭힘은 42.9%로 집계돼 눈에 모이는 유형의 폭력피해에 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어 피해당하는 학생들의 현실과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청예단 측은 "보이지 않는 폭력 유형들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급한 조치와 보호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당하는 장소는 학교교실, 복도, 화장실 등 학교 내가 75.2%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폭력 피해를 당하는 시간 역시 쉬는 시간, 점심시간, 수업시간 등 학교 내(68.8%)로 집계돼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 안에서 학교폭력에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청예단은 학교폭력의 7대 재앙 가운데 하나로 아이들을 위협하는 말초적 미이디어물의 난무를 꼽았다. 폭력영화, 인터넷, 시뮬레이션 게임, 애니메이션 등 영상매체의 폭력과 잔인함, 선정성 등이 트렌드에 익숙하고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실제 이런 미디어물이 학교폭력에 끼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느낀 청소년은 과반수 이상인 53.7%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청예단은 이런 학교폭력 전문 상담기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청소년들 역시 학교폭력전문상담기관의 필요성과 관련, 필요하다+매우 필요하다가 61.6%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청예단은 "현재 관련부처에서 가족 및 청소년 상담기관을 운영·지원하고 있으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원하는 학교폭력 SOS 지원단 이외에는 학교폭력상담지원을 전문적, 실제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학교폭력전문상담기관의 16개 시도별 확대와 지원 강화가 시급하고, 아울러 16개 시도에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한 조례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근절 위한
10개 요구안 발표

학교폭력 7대 재앙을 분석한 청예단은 이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10개 요구안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청예단은 정부를 향해 점점 더 심각해지는 폭력과 이로 인한 청소년 자살, 등교거부 등의 폐해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법규를 실효성 있게 재정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쟁위주의 교육방식이 아닌 인성 및 공동체 의식 교육을 확대·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폭력을 목격하도고 모른척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학생들이 그 이유로 같이 피해를 당할까봐(27.5%) 관심이 없어서(24.6%)라고 답한 것은 성적위주의 교육과 인성교육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라는 주장이다.

세번째로 괴롭힘, 따돌림 등 보이지 않는 학교폭력으로 피해 받는 학생들을 위해 실제적인 보호조치와 체계를 강화하고,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강도 있는 처벌조치와 특별교육 등 제대로 된 선도와 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은 41%는 가해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30%는 피해학생에게 사과하고 일이 좋게 해결됐다고 답했다. 거의 대부분의 가해학생이 처벌을 받지 않은 것.

제대로 되지 않은 처벌은 자신의 가해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고 이는 지속적인 학교폭력을 낳게 된다. 이에 청예단은 "가해학생들의 처벌에 국한하기 보다는 잘못된 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같은 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처벌과 교육이 적절히 병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돌림·괴롭힘 등 보이지 않는 폭력 심각
학교폭력 대책강화·예방활동에 앞장서야


또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매체와 게임에 대한 정부차원의 규제 대책과 청소년 보호체계 마련을 촉구하고,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긴급 보호 및 지원과 학교폭력전문상담기관을 설치·확대할 것을 지적했다.

학교폭력과 피해자와 목격자에 대한 신고와 보호조치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각 지자체에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대책과 예산편성을 확대·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심각한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이 아닌 체계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실효성 있는 예산지원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청예단은 학교 측의 실효성 없는 대규모 강당식 전달교육과 방송강의를 당장 중지하고, 1만 여개의 학교에 구성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들의 학교폭력 전문교육을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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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