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안희정’ 통 큰 대권플랜 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20 16:33:25
  • 호수 1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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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정으로 대세론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별들의 전쟁’으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의 경선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은 문재인 ‘대세론’을 신흥세력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격파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막판 대역전을 노리는 안 지사의 대권플랜을 들여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정치권은 조기대선 정국으로 재편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완전국민경선’을 채택해 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오는 22일 전국 250개 시·군·구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실시되고, 그 뒤 전국 4개 권역을 순회하며 현장투표를 진행한다. 오는 27일 호남권을 시작으로 다음달 3일 수도권서 마무리된다. 최종투표 결과 5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최종후보는 다음 달 8일 결정된다.

지지율 정체
반전카드는?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4명이 경선에 참여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을 공고히 하는 가운데 2, 3위 주자인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맹추격하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7%를 기록했다. 안 지사는 16.8%로 2위를 기록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2.0%로 이재명 성남시장을 따돌리고 3위에 올라섰다.


불과 3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안 지사는 지지율 20%를 육박하며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대연정’ 발언으로 중도·보수의 마음을 자극한 것이 통했다. 하지만 ‘선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 지지율도 하향 곡선을 그렸다. 대연정 발언으로 정치권에 주목을 받고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표를 의식해 적폐세력을 껴안으려 한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당내 경선 막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 지사가 준비한 대권플랜은 무엇일까. 앞서 지난해 12월 촛불민심을 업고 지지율이 급상승한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안 지사,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 후보들을 규합한 ‘머슴팀’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안 지사는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 구태정치”라며 “자신이 이기기 위한 사술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당내 대선주자 간의 무분별한 ‘반문(반 문재인)연대’에는 선을 그었다. 이후 김 의원과 박 시장은 중도 사퇴를 선언했고,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안 지사와 이 시장 둘만 남게 됐다.
 

민주당 내 친문세력이 세력이 공고한 가운데 비문(비 문재인)세력은 안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7일 민주당 기동민·이철희·어기구 의원이 안 지사 캠프에 합류했다.

비문계 중진인 박영선 의원도 안 지사 캠프에 합류했다. 박 의원은 “안 지사의 멘토단에 참여한다”며 “탄핵 이후 대한민국은 넓은 품, 따뜻한 가슴을 가진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캠프 합류 취지를 설명했다.

막 오른 경선…문재인이냐? 안희정이냐?
연일 문재인 때리기 “독해져 돌아왔다”

안 지사 캠프 의원 멘토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안 지사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박 의원은 문 전 대표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영입한 것에 대해 “대연정을 비판하면서 박근혜 경제교사인 김종인 전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모셔온 것은 일관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문캠(문재인 캠프)의 경제정책 지향점은 무엇인지 혼동스럽다“며 ”사공이 너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문 전 대표 공세 대열에 안 지사도 합류했다. 지난 14일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첫 지상파 TV토론회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포용력을 문제 삼았다. 그는 “김 전 대표를 모셨던 분이 대연정에 야박하게 하시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당내 통합에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으로 이끌겠냐”고 공격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적폐청산과 사회 대개혁은 국민의 힘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다수 국회의원과 함께해야만 개혁과 적폐청산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받으면서 함께 나간다면 야당들도 거기에 저항하거나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연정을 주장하신다면 충분히 공감하겠는데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하는 대연정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안 지사는 “정파 지지를 받아 후보로 나섰더라도 국가지도자가 되려면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며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의 요체는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는 것”이라며 포용력을 강조했다.

문재인 때리기
“대세론 없다”

안 지사는 문재인 대세론도 비판했다. 그는 지난 16일 ‘유권자 시민행동’ 초청 강연서 단호한 어조로 “문재인 대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흔히들 문재인 대세론을 이야기하는데 문 전 대표는 단 한 번도 민주당의 지지율을 상회하는 지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줄곧 문 전 대표와 각 세우기를 망설였던 안 지사는 경선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문재인 때리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앞으로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민주당 TV토론을 통해 총 10회에 걸쳐 맞붙는다. 이 과정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지지율 상승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도 안 지사의 대권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황 권한대행은 보수층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체자로 각광받았다. 당시 야권은 황 권한대행에게 최순실 국정 농단의 책임을 물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을 요구했다.

대연정 넘어

대개혁 간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정치권은 황 권한대행의 행보에 주목했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조기대선의 총책임자 역할에 머물기로 했다. 탄핵 정국서 황 권한대행에게 몰렸던 보수층의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리얼미터가 진행한 황 권한대행 불출마 선언 직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가장 큰 혜택을 입었다.

황 권한대행의 지지표 가운데 홍 지사가 32.4%를 가져갔고 안 지사가 14.9%,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1.6%를 가져갔다. 문 전 대표는 1.6%만 흡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출마 전 황 권한대행은 15%대의 지지율을 기록해 보수주자 중에서는 1등을 기록했고, 전체 대선주자 순위는 2위와 3위를 오갔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보수의 유력주자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사라짐으로써 보수층에서 보수후보 지지를 통한 기대감이 현저히 낮아지며 다소간 승리 가능성이 있고 보수가 수용할 수 있는 야권 후보들에게 이동한 것”이라고 한 언론을 통해 평가했다.
 

이어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와 문 전 대표의 지지율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도 올랐지만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와는 상관관계가 떨어진다”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불복에 대한 반발로 수혜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안 지사 캠프는 안 지사의 본선(대선) 경쟁력이 문 전 대표보다 좋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16일 “(안 지사의) 역전은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연이 돼야 한다”며 “특히 황 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안 후보가 민주당의 후보가 돼야 확실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불출마 변수·보수층 결집 가능성
탄핵 직후 던진 대개혁 화두…그 결과는?

그는 “황 대행이 불출마를 했기 때문에 가장 강한 후보가 안철수 후보지 않나”라며 “안철수 후보와의 1대1 구도서 안희정 후보는 과반이다. 50.8%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안 지사는 ‘대개혁’ 키워드를 제시했다. 대연정을 대개혁의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결국 대통합으로 가겠다는 청사진이다. 헌재 결정에 불복 의사를 밝힌 세력과는 대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3일 안 지사는 국회 기자간담회서 “새롭게 하나 되는 대한민국으로 가는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며 “대개혁, 대연정, 대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연정만이 대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해법”이라며 “대연정을 통한 대개혁의 결과는 진정한 국민대통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대통합을 통해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대연정을 통해 정치위기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포용력 있는 진보의 모습을 강조하며 “이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때다. 우리의 외연을 확장하자. 국민 여러분에게 능력과 포용력을 보여 드리자”고 제안했다.

그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연정협의체를 구성해 다른 당과 연정 협상에 나설 의향을 내비쳤다. 또 원활한 정권 인수를 위해 당내에 국정준비위원회(가칭)를 설치해줄 것을 요구키도 했다. 다만 일부 친박 의원들과 박 전 대통령의 사저에 몰려든 헌재 판결에 불복하는 세력과는 대연정 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안 지사는 “대연정은 정당 간 연합이지 개인 간 연합이 아니다”며 “헌재 결정에 불복 의사를 표현한 분들은 박 전 대통령과 그를 모신 분들로, 이미 공론의 대상이 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안 지사의 캠프 총괄실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대연정이 대개혁을 위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통합으로 나아간다는 프레임을 제시했고 대개혁 과제를 하나씩 공개해 검증받게 될 것”이라며 “머지않아 지지율이 20%를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매직넘버 25%
에너지 결집

안 지사 캠프의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지난 9일 “안 지사의 매직넘버는 25%”라며 “25%가 달성되면 이번 경선과 나아가 본선에서도 안 지사가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25%를 넘어선다는 것은 문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한 자릿수로 좁혀진다는 것”이라며 “그런 상태가 되면 이분들이 본격적으로 지지를 표시하거나 지지의사를 밝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급격하게 안 지사에게 에너지가 집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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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