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없는 룸살롱 인기 끄는 이유

‘1석2조’ 화류계 즐기기…룸에서 놀고 안마방 고고씽!

과거에는 ‘룸살롱’하면 ‘다 같은 룸살롱’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슷한 인테리어, 별반 다를 것 없는 세팅 방법,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비슷한 초이스의 과정과 수질까지…. 따라서 그간 많은 남성들이 룸살롱을 선택할 때 자신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기준’이 있을 수 없었다. 그저 안면이 있거나 아니면 꾸준히 관계를 맺어왔던 담당상무를 통해 술자리를 할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풍속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저마다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운 업소들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손님들도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룸살롱을 ‘골라가는 시대’가 됐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에는 불법 성매매를 의미하는 소위 ‘2차’라는 것을 완전히 없앤 업소가 새로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페티시나 이미지클럽을 추구하는 역삼동의 ‘쇼셜’ 등 새로운 룸살롱 시스템을 취재했다.

아가씨들에 팔찌 끼워 2차 여부 가름하기도 해 
최근 아예 2차 없는 룸살롱 등장해 인기몰이 중 

룸살롱이라고 하면 ‘퇴폐’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업소들이 소위 불법 성매매를 의미하는 ‘2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암묵적으로 이뤄져 왔고 단속도 쉽지 않기 때문에 그간 집중적인 단속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만큼 일부 남성들은 룸살롱에서 간간이 ‘2차’를 즐기기도 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룸살롱의 분화’라는 것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룸살롱에서 2차를 가지 않는 여성들이 생겨났고, 이를 허락하는 업주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퇴폐’ 이미지 홀딱 벗은 룸살롱들

2차를 가지 않는 여성들은 자신들이 룸살롱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윤락녀’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마지막 의지’ 때문에 2차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룸살롱 아가씨들의 ‘대중화’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거의 대부분의 아가씨들이 ‘독한 마음’을 먹은 화류계 아가씨들이었고, 그녀들에게 2차는 거의 ‘필수코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굳이 ‘2차’를 가지 않아도 돈벌이에 지장이 없는 여성들, 예컨대 대학생?휴학생?일반 직장여성들이 아르바이트로 룸살롱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확 변했다.

때문에 지금까지 대부분의 업소들은 ‘2차를 가는 여성’과 ‘2차를 가지 않는 여성’들이 혼재되어 있었다. 이에 업소 측에서는 아가씨들의 손에 팔찌를 끼우는 방법을 통해 손님들이 사전이 이를 알고 초이스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NO 2차’를 선언하고 있는 업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아내들도 인정할 수 있는 건전한 룸살롱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기치아래 불법적인 요소는 완전히 제거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도에 대해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여겼고, 대부분의 업주들은 이 업소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망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 곧 2차를 다시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업소들은 망하지 않았고 꾸준히 성업을 했다. 초기에 이 업소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업주나 화류계 관계자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러한 일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러한 비밀은 무엇보다 ‘손님’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왜 2차 없는 룸살롱에 가는가

‘왜 그들은 2차 없는 룸살롱에 가는가’라는 물음의 해답이 바로 이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유지되는 ‘비밀’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남성들은 ‘룸살롱에서 할 수 있는 본연의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술 문화 자체도 예전하고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술을 먹지 않는 회식문화도 많아 지지 않았나. 그와 일맥상통한다고 보면 된다. 굳이 2차까지 가면서 질펀하게 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룸살롱이 일반적으로 늘 갈 수 없는 장소이다 보니 한 번 정도 가면 신나고 즐겁게 아가씨들과 놀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2차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그렇게 건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면서 나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요즘 남성들의 트렌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애인이 있거나 유부남인 경우에는 미안함 때문이라도 2차를 잘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직장인 J씨)

결국 2차 없는 룸살롱은 기존의 업주들이 예상치 못했던 전혀 새로운 트렌드를 잡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차 없는 룸살롱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연 남성들이 여성들과 술만 마시는 ‘밋밋한 술자리’까지 즐겨할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2차 없는 룸살롱들은 불법 성매매를 없애는 동시에 여기에서 오는 ‘허전함’을 채워줄 수 있는 또 다른 ‘특별한 콘셉트’를 만들어 냈다. 그것이 바로 페티시 룸살롱, 티팬티 룸살롱, 란제리 룸살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화류계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보이는 모습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새로운 콘셉트를 주 무기로 하는 업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색다른 취향에 대한 만족이 바로 2차 없는 룸살롱이 살아남은 비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

2차 대신 페티시·티팬티 등 새로운 콘셉트 중무장 
룸살롱에서 놀고 2차는 안마방에서 즐기는 추세


최근 티팬티 룸살롱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페티시 룸살롱에는 2차라는 것이 없지만 ‘여신’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남성들은 ‘그래봐야 나가요 아가씨 아니냐’라고 말하지만, 실제 그녀들이 입고 있는 옷이며, 그 옷들 사이로 비치는 가슴, 쿵쾅거리는 티팬티를 본다면 그렇게 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눈부신 ‘섹시의 여신’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페티시적 취향이 있기 때문에 2차를 하면서 성관계를 갖는 것보다는 그저 그녀들의 모습을 즐기고, 만지고 대화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굳이 2차를 나가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2차 없는 룸살롱은 그들만의 독특한 그 무언가로 승부한다고 볼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내가 그런 룸살롱에 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 직장인의 말을 통해서 ‘페티시의 확산’이 이러한 2차 없는 룸살롱이 살아남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비밀코드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 과거와는 다르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페티시 세계에 눈을 떴고, 또 그것을 현실에서 추구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룸살롱에서 반영되고 있는 이러한 페티시적 성향은 룸살롱의 계보를 새롭게 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룸살롱이 계속해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다. 그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지나치게 많이 생긴 것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룸살롱에서 술을 먹고 신나게 논 손님들이 안마나 휴게텔에 가면 훨씬 저렴하면서도 더욱 뛰어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룸살롱도 서비스 개선 ‘선택과 집중’에 주안점

룸살롱에서의 2차는 대략 많게는 30만원까지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안마의 경우 18만 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룸살롱 아가씨들이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짜릿한 수준’의 서비스라는 것이 이 바닥 마니아들의 설명이다. 룸살롱 아가씨들의 2차가 이제는 더 이상의 경쟁력을 잃었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2차 없는 룸살롱은 더 이상 경쟁력 없는 서비스로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울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자는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2차가 없어지면서 향후 룸살롱의 스펙트럼은 더더욱 화려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페티시, 티팬티, 란제리 룸살롱에 이어 지금보다 더욱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서비스들이 선을 보이면서 ‘2차의 공백’을 메우며 남성 손님들을 유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한편으로 불법 성매매가 점차 사라진다는 점에서 보다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자극적인 업소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향후 룸살롱의 변신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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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