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없는 룸살롱 인기 끄는 이유

‘1석2조’ 화류계 즐기기…룸에서 놀고 안마방 고고씽!

과거에는 ‘룸살롱’하면 ‘다 같은 룸살롱’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슷한 인테리어, 별반 다를 것 없는 세팅 방법,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비슷한 초이스의 과정과 수질까지…. 따라서 그간 많은 남성들이 룸살롱을 선택할 때 자신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기준’이 있을 수 없었다. 그저 안면이 있거나 아니면 꾸준히 관계를 맺어왔던 담당상무를 통해 술자리를 할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풍속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저마다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운 업소들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손님들도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룸살롱을 ‘골라가는 시대’가 됐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에는 불법 성매매를 의미하는 소위 ‘2차’라는 것을 완전히 없앤 업소가 새로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페티시나 이미지클럽을 추구하는 역삼동의 ‘쇼셜’ 등 새로운 룸살롱 시스템을 취재했다.

아가씨들에 팔찌 끼워 2차 여부 가름하기도 해 
최근 아예 2차 없는 룸살롱 등장해 인기몰이 중 

룸살롱이라고 하면 ‘퇴폐’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업소들이 소위 불법 성매매를 의미하는 ‘2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암묵적으로 이뤄져 왔고 단속도 쉽지 않기 때문에 그간 집중적인 단속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만큼 일부 남성들은 룸살롱에서 간간이 ‘2차’를 즐기기도 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룸살롱의 분화’라는 것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룸살롱에서 2차를 가지 않는 여성들이 생겨났고, 이를 허락하는 업주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퇴폐’ 이미지 홀딱 벗은 룸살롱들

2차를 가지 않는 여성들은 자신들이 룸살롱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윤락녀’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마지막 의지’ 때문에 2차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룸살롱 아가씨들의 ‘대중화’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거의 대부분의 아가씨들이 ‘독한 마음’을 먹은 화류계 아가씨들이었고, 그녀들에게 2차는 거의 ‘필수코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굳이 ‘2차’를 가지 않아도 돈벌이에 지장이 없는 여성들, 예컨대 대학생?휴학생?일반 직장여성들이 아르바이트로 룸살롱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확 변했다.

때문에 지금까지 대부분의 업소들은 ‘2차를 가는 여성’과 ‘2차를 가지 않는 여성’들이 혼재되어 있었다. 이에 업소 측에서는 아가씨들의 손에 팔찌를 끼우는 방법을 통해 손님들이 사전이 이를 알고 초이스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NO 2차’를 선언하고 있는 업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아내들도 인정할 수 있는 건전한 룸살롱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기치아래 불법적인 요소는 완전히 제거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도에 대해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여겼고, 대부분의 업주들은 이 업소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망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 곧 2차를 다시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업소들은 망하지 않았고 꾸준히 성업을 했다. 초기에 이 업소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업주나 화류계 관계자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러한 일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러한 비밀은 무엇보다 ‘손님’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왜 2차 없는 룸살롱에 가는가

‘왜 그들은 2차 없는 룸살롱에 가는가’라는 물음의 해답이 바로 이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유지되는 ‘비밀’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남성들은 ‘룸살롱에서 할 수 있는 본연의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술 문화 자체도 예전하고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술을 먹지 않는 회식문화도 많아 지지 않았나. 그와 일맥상통한다고 보면 된다. 굳이 2차까지 가면서 질펀하게 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룸살롱이 일반적으로 늘 갈 수 없는 장소이다 보니 한 번 정도 가면 신나고 즐겁게 아가씨들과 놀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2차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그렇게 건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면서 나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요즘 남성들의 트렌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애인이 있거나 유부남인 경우에는 미안함 때문이라도 2차를 잘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직장인 J씨)

결국 2차 없는 룸살롱은 기존의 업주들이 예상치 못했던 전혀 새로운 트렌드를 잡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차 없는 룸살롱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연 남성들이 여성들과 술만 마시는 ‘밋밋한 술자리’까지 즐겨할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2차 없는 룸살롱들은 불법 성매매를 없애는 동시에 여기에서 오는 ‘허전함’을 채워줄 수 있는 또 다른 ‘특별한 콘셉트’를 만들어 냈다. 그것이 바로 페티시 룸살롱, 티팬티 룸살롱, 란제리 룸살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화류계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보이는 모습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새로운 콘셉트를 주 무기로 하는 업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색다른 취향에 대한 만족이 바로 2차 없는 룸살롱이 살아남은 비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

2차 대신 페티시·티팬티 등 새로운 콘셉트 중무장 
룸살롱에서 놀고 2차는 안마방에서 즐기는 추세


최근 티팬티 룸살롱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페티시 룸살롱에는 2차라는 것이 없지만 ‘여신’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남성들은 ‘그래봐야 나가요 아가씨 아니냐’라고 말하지만, 실제 그녀들이 입고 있는 옷이며, 그 옷들 사이로 비치는 가슴, 쿵쾅거리는 티팬티를 본다면 그렇게 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눈부신 ‘섹시의 여신’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페티시적 취향이 있기 때문에 2차를 하면서 성관계를 갖는 것보다는 그저 그녀들의 모습을 즐기고, 만지고 대화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굳이 2차를 나가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2차 없는 룸살롱은 그들만의 독특한 그 무언가로 승부한다고 볼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내가 그런 룸살롱에 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 직장인의 말을 통해서 ‘페티시의 확산’이 이러한 2차 없는 룸살롱이 살아남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비밀코드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 과거와는 다르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페티시 세계에 눈을 떴고, 또 그것을 현실에서 추구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룸살롱에서 반영되고 있는 이러한 페티시적 성향은 룸살롱의 계보를 새롭게 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룸살롱이 계속해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다. 그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지나치게 많이 생긴 것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룸살롱에서 술을 먹고 신나게 논 손님들이 안마나 휴게텔에 가면 훨씬 저렴하면서도 더욱 뛰어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룸살롱도 서비스 개선 ‘선택과 집중’에 주안점

룸살롱에서의 2차는 대략 많게는 30만원까지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안마의 경우 18만 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룸살롱 아가씨들이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짜릿한 수준’의 서비스라는 것이 이 바닥 마니아들의 설명이다. 룸살롱 아가씨들의 2차가 이제는 더 이상의 경쟁력을 잃었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2차 없는 룸살롱은 더 이상 경쟁력 없는 서비스로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울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자는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2차가 없어지면서 향후 룸살롱의 스펙트럼은 더더욱 화려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페티시, 티팬티, 란제리 룸살롱에 이어 지금보다 더욱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서비스들이 선을 보이면서 ‘2차의 공백’을 메우며 남성 손님들을 유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한편으로 불법 성매매가 점차 사라진다는 점에서 보다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자극적인 업소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향후 룸살롱의 변신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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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