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숲의 유혹’ 계절의 여왕 5월의 수목원

봄바람 산책로 따라 꽃향기 솔~솔

아침고요수목원…13개 테마 정원서 1700여종 식물 관찰 할 수 있어
오산 물향기수목원…1600여종 식물 꽃길 따라 두 시간 정도 산책
한택식물원…작은 인형·집 등 꾸며놓은 난쟁이 정원 아이들에 인기
서울대공원…470여종의 나무·꽃·다람쥐·산토끼 등 볼 수 있어

싱그러운 5월, 숲 속 여행을 떠나보자. 숲과 꽃의 향취를 폐부 깊숙이 마시고, 청량한 공기 속에서 가족들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맛을 알아야 비로소 수목원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지금껏 수목원의 매력을 찾지 못했다면 신록과 꽃이 가장 아름답다는 이즈음에 찾아가 보자. ‘계절의 여왕’ 5월에 가볼 만한 수목원을 골라봤다.


아침고요수목원
경기 가평군 축령산 중턱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은 ‘아침고요정원’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10만평 터에 자연미와 인공미를 느낄 수 있는 13개의 테마 정원에서 1700여종의 식물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울창한 숲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정원의 분위기가 강해 사진촬영을 하기에 좋다. 영화 <편지>와 <중독>, 드라마 <불새>와 <이 죽일 놈의 사랑>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정원·하경정원·에덴정원은 하나의 작품처럼 잘 꾸며진 인공미를 자랑한다. 한국정원은 기와집과 초가집, 원두막이 있어 민속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집들을 중심으로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38종의 식물이 심어져 있는데 여름에는 봉선화, 해바라기, 백일홍, 풍접초 등이 꽃을 피운다. 텃밭에는 상추, 가지, 고추,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기와집과 초가집 마루에 올라가 쉴 수도 있어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하경정원은 영화 <편지>에서 박신양과 최진실의 데이트 장소로 선보여 유명해진 곳. 맞은편 언덕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한반도 모양을 한 정원이다. 페튜니아, 토레니아, 아스타, 푸크시아, 란타나 등 다양한 외국산 꽃이 심어져 있다. 이국적인 정원 풍경을 느끼기에는 에덴정원이 제격이다. 이곳에서는 캐럴라인, 러블리 메이앙, 프린세스 드 모나코, 골드셔츠 등 40여 종의 장미를 중심으로 리아트리스, 루드베키아, 스위트피 등 외국산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장미 덩굴이 자라고 있는 아치 밑의 벤치는 사진촬영 장소로 인기 만점.
분재정원에는 수령 50년이 넘은 단풍나무, 소사나무, 소나무, 모과나무 등으로 만든 분재 작품 30점이 전시돼 있다.
석정원, 야생화 정원, 약속의 정원, 아침고요 산책길 등은 자연미를 강조한 곳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숲이나 산속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석정원은 바위틈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식물 위주로 꾸며졌다. 우단동자꽃, 아킬레아, 울릉바위솔, 세덤 등 길이가 짧은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야생화 정원은 한국 고유의 야생화로 이뤄져 있다. 7, 8월에는 산기린초, 제비동자꽃, 하늘말나리 등의 여름꽃을 감상할 수 있다. 약속의 정원은 계절이 오면 다시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풀과 꽃들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7, 8월에는 아스틸베, 자주달개비, 플록스, 삼색샐비어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홍릉수목원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에서 10분 거리인 국립 홍릉수목원. 14만평에 펼쳐진 울창한 숲을 간직한 이곳은 1922년 임업시험장이 설치된 이래 기초식물학 육성과 식물유전자를 확보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는 ‘국가 식물학 기지’다. 지난 1993년부터 일요일에 한해 일반에 문을 개방하고 있다. 정작 ‘홍릉’은 남양주시로 이전해갔지만, 수목원을 비롯해 인근의 초등학교와 갈비집에는 여전히 ‘홍릉’이라는 이름이 남아있다. 일주일에 단 하루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더 소중해 보인다. 눈송이같이 꽃폈던 왕벚꽃이 사라진 자리는 수수꽃다리와 철쭉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일요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회기동·휘경동 주민들이었지만, 워낙 숲 풍경이 아름답다보니 ‘데이트 코스’로 블로그 등에 집중 소개되면서 손을 잡고 숲을 거니는 젊은 커플들도 부쩍 늘었다. 


오산 물향기수목원
경기 오산시 수청동의 물향기수목원은 이름 그대로 ‘물’이 있는 수목원이다. 수목원의 주제도 ‘물, 나무, 인간의 만남’이다. 10만여평의 넓은 공간에 습지생태원, 중부지역 자생원, 곤충생태원 등 16개의 다양한 주제원을 갖추고 있다. 수목원에는 모두 1636종의 44만5000여개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천안행 1호선 지하철을 타고도 갈 수 있어, 교통체증 없이 가족들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이곳에서 돋보이는 것은 충실한 프로그램. 경기녹지재단이 매주 화요일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녹색수업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흥미롭게 만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10~15명 단위로 숲 해설가와 함께 수목원을 돌아보며 꽃과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위해 공룡 모양의 향나무를 전시한 토피어리원과 곤충생태원, 관상조류원 등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공간을 갖춰놓았다.


평강식물원
경기 포천시 영북면의 산정호수 근처 9만8000여평의 부지에 자리잡은 사설 식물원이다. 이곳은 북쪽에 있는데다 산지에 들어앉아 있어 5월에 들어서야 진달래가 필 정도로 꽃이 늦다. 이런 기후적 특성을 이용해 월귤이며 털진달래 등 한라산, 백두산의 고산식물과 만병초류를 심어놓았다. 고산식물들이 마치 자생지에서와 같이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있다. 보유 식물은 고산식물을 비롯한 5000여종. 단풍나무와 비비추가 100여종이 있고, 붓꽃이나 수련 등도 각기 색깔이나 모양이 다른 50여가지가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고산식물들이 자라는 암석원. 작은 폭포와 연못, 자연석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들여놓았고, 특별한 흙과 돌을 깔아 고산지대의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수목한계선을 넘은 고산식물들도 이곳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지금 암석원은 온통 꽃으로 가득 차있다. 고산식물은 키가 작고, 모여 피거나 땅에 붙어 자라는 특성이 있어 꽃이 피면 지면이 꽃으로 덮여 바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 밖에 연못, 습지, 이끼, 약초 등 12개의 주제를 내세운 생태정원도 아름답다. 인위적으로 꾸몄지만, 너무도 자연스럽다. 특히 화이트가든은 흰진달래, 흰용머리, 흰붓꽃 등 흰꽃을 피우는 식물만을 모아 전시한 곳으로 독특한 풍경을 빚어낸다.

한국자생식물원
월정사 인근의 강원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에 자리잡고 있다. 오로지 토종 우리꽃과 나무만으로 꾸며놓은 식물원이다. 1만여평에 달하는 우리꽃 재배단지에서 철마다 대단위로 키워내는 꽃이 시원하게 눈길을 붙잡는다. 5월에는 붓꽃과 부채붓꽃이 피고, 6월에는 꽃창포, 분홍바늘꽃이 피어난다. 7, 8월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벌개미취와 가을에 피는 산구절초가 가장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독특하게 꽃이름에 따라 주제원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명칭 식물원에는 애기나리, 처녀치마, 홀아비꽃대, 할미꽃 등을 모아놓았고, 동물명칭 식물원에는 범부채, 노루귀, 병아리꽃나무, 노루오줌 등 동물이름이 들어있는 식물을 심어놓았다. 두 곳을 돌아보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꽃이름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밖에도 독성식물원과 향식물원 등도 있다.
신갈나무 숲길을 따라 도는 30분짜리 산책코스도 빠뜨릴 수 없다. 산책로에는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치 철쭉산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 하면 으레 동물원과 인근 서울랜드의 놀이기구·국립현대미술관 등을 떠올리지만, 청계산 공기를 맡으며 숲의 향기에 빠져들 수 있는 삼림욕장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가족 나들이객을 위해 연중무휴로 개방된 삼림욕장은 소나무,팥배나무, 생강나무 등 470여종의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가운데 다람쥐, 산토끼, 너구리 등이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푸른 숲이다. 운이 좋으면 꿩과 청딱다구리 등이 날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샛길과 삼림욕 코스 등을 합친 7.38㎞의 숲길은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적절히 섞여있어 지루하고 피곤함 없이 걸을 수 있다. ‘선녀못이 있는 숲’ ‘사귐의 숲’ 등 저마다 이름이 붙어있는 11개의 테마공간에서 머리나 마음을 비울 수도 있고, 숲 내음을 맡으며 잠시 낮잠에 빠져드는 것도 좋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450m 구간이 특히 인기다.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가고 싶으면 북문 매표소가 있는 ‘소나무 숲’으로 가면 된다. 삼림욕장에는 오염을 막기 위해 화장실과 쓰레기통은 가급적 설치하지 않았다. 동물원 입장료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택식물원
경기 용인시 백암면에 자리잡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사립 식물원. 1979년 설립해 회원과 교육을 위한 방문만 허용하다 2003년 5월에 일반에 공개했다. 공개 당시, 관람객들에 의해 전시식물이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보유식물은 국내 최고 수준. 자생식물 2400여종과 외국식물 5400여종을 가지고 있다. 식물원은 동원과 서원으로 나뉘어있는데, 동원 쪽만 일반 방문객을 받고 있다.
7만여평의 공간에 억새원과 덩굴식물원, 약용식물원, 희귀식물원, 수생식물원 등 모두 33개 주제원을 정교하게 배치했다. 키 작은 식물들로만 구성해놓은 난쟁이 정원은 작은 인형과 집 등을 함께 꾸며놓아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식물원에서 가장 꼼꼼히 둘러봐야 할 곳은 자연생태원. 자생식물들을 한데 모은 곳인데 1000여종의 자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토종식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일천했던 시절 이택주 원장이 전국의 산을 돌면서 일일이 수집한 것들이다. 튤립과 함께 작약과 모란이 지금 한창 피어나고 있다. 모란이나 작약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쉽사리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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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