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리더십 vs 불도저 리더십 전격 비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vs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 위기수습능력

최근 대한민국 금융안전망에 큰 구멍 두 개가 연이어 뚫렸다.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사건과 농협중앙회의 전산장애 사태가 바로 그것. 두 회사 모두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현대캐피탈은 두 달 동안 고객의 금융정보가 줄줄 새는지 까맣게 몰랐다. 농협은 며칠이 지나도록 복구는커녕 원인조차 밝히지 못했다. 현대캐피탈과 농협 모두 금융기관의 취약한 전산관리 시스템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위기 대응 방식은 정반대였다. 대체 무엇이 어떻게 다른 걸까. <일요시사>가 집중 조명해봤다.


정 사장, 해외 출장 일정 취소하고 귀국해 고객에 사과
최 회장, “나도 당했다” 직원 호통에 책임 떠넘기기도

지난 7일 오전 9시, 현대캐피탈 직원에게 한통의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내용인 즉, 현대캐피탈 고객 정보를 해킹했으니 협상을 하자는 것이었다. ‘친절하게’ 고객 정보 샘플도 첨부돼 있었다. 화들짝 놀란 현대캐피탈은 즉각 사실 확인에 나섰다.


현대캐피탈이 자체적으로 1차 조사를 벌인 결과 고객 42만 명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 등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1만3000명 이상 고객의 프라임론패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및 고객 신용등급도 해킹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해커들이 돈을 빼내가기 직전까지 간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발칵 뒤집어졌다.

현대캐피탈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해커를 검거하기 위해 범인이 지정한 계좌로 최소한의 금액을 송금했다. 경찰은 곧바로 범인검거작전을 펼쳤고, 8일 오후 5시쯤 해커 소재지로 파악되는 곳을 급습했다. 그러나 검거는 실패로 돌아갔다.

비슷한 사고지만
극명한 대응방식


그로부터 1시간 후 해커는 “돈을 보내지 않았으니 오후 7시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현대캐피탈은 결국 이날 오후 6시30분, 모든 사실을 고객과 언론에 털어놨다. 총부리는 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의 미간에 정조준 됐다. 고객정보관리를 소홀이 했다는 원성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 사장은 지난 2003년 10월 현대캐피탈 부사장에 취임, 7년 만에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카드를 업계 2위로 올려놨다. 톡톡 튀는 발상과 아이디어로 현대카드의 이미지 쇄신에도 큰 몫을 했다. 초우량 고객(VVIP)을 위한 서비스, 카드 디자인 혁신, 슈퍼시리즈 등이 모두 정 사장의 작품이다. 회사 안팎에선 “현대카드의 힘은 ‘정태영’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다.

하지만 이번 일로 정 회장이 이제껏 공들여 쌓아올린 탑이 한순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정 사장이 취임한 이래 첫 위기다. 처음 치고는 강도가 만만찮다.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인 금융업에서 보안에 허점을 드러낸 만큼 정 사장의 위상에 치명타가 불가피해 보였다. 업계의 이목이 정 사장의 해법에 쏠렸다.

이 가운데 정 사장이 내놓은 카드는 ‘정면돌파’였다. 노르웨이 출장 일정을 단축하고 급거 귀국한 정 사장은 “고객정보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하직원을 내세워 책임을 전가하던 여느 ‘로열패밀리’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책임의식도 보였다. 이 회사는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위험을 알렸다. 2차 피해를 막는데도 양팔을 걷어붙였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응답전화(ARS)나 인터넷, 모바일, 제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통한 프라임론 대출시 본인확인을 철저하게 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단 해킹된 정보(주민등록번호, 이메일, 비밀번호 등)만으로는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을 막아 놨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지난 12일, 이번엔 농협에서 사상 초유의 대형사고가 터졌다. 전산망 장애가 발생한 것. 농협은 “곧 복구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복구가 먼저라며 함구했다. 그 복구마저도 예정시간을 수차례 넘겨 지연됐다.

농협은 사건이 발생한지 30여분이 지난 이날 오후 5시35분쯤 “오후 6시30분이면 복구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이 커지자 “창구 입출금 거래는 13일 오전 9시, 창구업무 전체 거래는 오후 1시, ATM은 오후 3시, 인터넷뱅킹은 밤 11시에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다음날인 13일에도 농협의 ‘말 뒤집기’는 계속됐다. 창구 입출금 거래가 낮 12시에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힌 것. 결국 창구 입출금 거래는 최종적으로 낮 12시 35분경 정상화됐다.

농협은 이날 오후 1시쯤 농협 지점 내 무통장입금, 신용카드로 창구에서 통장출금 등의 작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 시간이 지나도 일부 점포에서는 이 작업이 정상화되지 않았다. 큰소리만 떵떵 쳐놓고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린 꼴이다. 농협은 ‘양치기 소년’이라는 불편한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농협 양치기 소년
불편한 꼬리표

그간의 사태수습을 진두지휘해야 할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얼굴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비난이 극에 달한 지난 14일 오후 늦은 시간이 돼서야 마지못해 수습에 나섰다. 최 회장은 이날 약 2분 동안 고개를 숙이고 농협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로 3000만 고객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농협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최 회장의 사과가 형식치레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금세 드러났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내내 고객들에게 이해와 용서를 빌기보다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최 회장은 “나도 사고 관련 보고를 바로 못 받았다. 곧 복구될 거란 직원들 말만 믿었다가 당했다”며 직원에게 호통 쳤다. 회견장에 모인 이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또 “(전산장애와 관련해)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내가 알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나는) 비상임이어서 업무를 잘 모르고, 내가 한 것도 없으니까 책임질 것도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사방에서 싸늘한 시선이 꽂혔다.


최 회장, 말만 “복구한다”, 숨기기 급급…‘양치기 리더십’
정 사장, 전고객 공지…최 회장, 우수고객에만 개별연락

대국민 사과에 나선 최 회장의 태도도 문제였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 도중 “농협지주 설립과 관련해 지역 단위 조합에 설명회가 있어 일어나야 한다”며 회견장을 나서려다 “지금 해킹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어디 있느냐”는 기자들의 항의에 어색하게 다시 주저앉았다.

또 최 회장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최 회장은 “고객정보와 금융거래 원장은 모두 정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결과, 신용거래 내역이 손실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카드거래 내역과 원장의 거래내역이 맞지 않아 수작업으로 확인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농협 서버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거래내역이 손실돼 수작업으로 기록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다. 농협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를 재개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관리도 부실했다. 농협의 고객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전화로 전산 복구 상황을 설명 받거나 사과문을 전달받지 못했다. 일부 지점에서는 거액을 예치한 우수고객에게만 개별 연락을 돌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대캐피탈과 농협 모두 금융기관의 취약한 전산관리 시스템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위기 대응방식은 너무 달랐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수장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최 회장 수습 후
즉각 사퇴하라”

정 사장에게 이번 사고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위기관리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싸늘한 시선을 보내던 이들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업계에선 “역시 정태영”이라는 찬사가 울려 퍼졌다. 한 업계관계자는 “위기상황에 대한 유연하고 신속한 대처는 업계의 귀감”이라며 “정 사장의 리더십이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최 회장은 위기에 무능력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고객 무서운 줄 모른다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심지어 일각에선 최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농협노조, 전국축협노조, 전국사무연대농협중앙회지부 등 농협 관련 3개 노조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과 임원진은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뒤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측은 “농협은 사상 최고, 최대 규모의 금융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 됐고, 3000여만 명에 이르는 국민이 직·간접적인 손실을 봤다”며 “상황이 이런 데도 최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책임 떠넘기기와 문제 회피에만 급급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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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