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진화하는 ‘동거 트렌드’ 들여다보니…

신개념 동거족들 “방 값 대신 섹스?”

‘동거’의 의미가 점차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을 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서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나 경제적인 이득을 보기 위해 함께 ‘살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이와는 달리 ‘결혼하기 전에 살아보고 결정 하겠다’는 나름의 합리성을 내세운 동거족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거가 ‘섹스 중심’, ‘돈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은 자신의 성욕을 안정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낯선 여성을 집으로 들이고, 여성은 섹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영위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그런가 하면 대학가에서도 동거는 새로운 트렌드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물론 외형적인 명분은 ‘돈을 아끼고 생활비를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섹스를 위해 함께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거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인식변화를 집중 취재했다.


경제력 있는 30대 중반 남성, 이유있는 동거 즐겨
여성의 경우, 20대 초반이 대부분…"고생은 싫어"

사실 동거라고 하면 자신의 오래된 애인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을 하기 전에 잠시 거쳐가는 단계로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동거는 ‘장기 계약 성매매’의 또 다른 형태로 변질되고 말았다. 동거를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에만 들어가 봐도 이 같은 사실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몸만 들어오라더니
“이유 있었네”

‘함께 동거할 여성 구합니다. 얼굴만 예쁘면 몸만 오시면 됩니다.’

‘식사와 빨래만 해주세요. 나머지는 다 제가 알아서 합니다’

물론 글만 봐서는 섹스에 관한 내용은 없다. 하지만 단 한 푼의 돈을 지불하지 않고 식사와 빨래만으로 집을 내주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여성은 거의 없다. 그 안에 섹스라는 대가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동거사이트를 이용하면서 몇 차례의 동거를 해봤다는 최모(35)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에게 있어서 동거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남녀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는 들어가지만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 경우, 섹스 파트너가 필요하지만 오랜 기간 같은 여성을 사귈 수 없는 남성들에게 동거보다 더 좋은 형태의 섹스 파트너는 없다고 본다. 또 남자인 내가 ‘갑’의 위치에서 여성을 선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성은 ‘간택’을 받는 입장이니 남성의 입장에서는 향후 우월하게 생활을 이끌어 날 수 있다. 물론 월세를 전부 내야 하지만, 솔직히 혼자 살아도 월세를 내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남자의 입장에서는 거의 공짜로 여성과 섹스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좋은 것을 왜 하지 않겠는가.”

최씨의 말만 들어봐도 동거에 대한 생각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오로지 섹스 때문에 동거를 하고, ‘책임지지 않는 남녀관계’를 위해 동거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혼 전에 서로를 잘 알기 위해서 동거를 한다’는 것과는 오히려 정반대의 개념이다.

반대로 이 같은 동거의 개념은 여성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 또는 잠을 잘 곳도 없는 최악의 경우, 여성의 입장에서는 무일푼으로 남성의 집에 들어가 숙식을 전부 해결할 수 있는 것 자체만 해도 적지 않은 ‘혜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일푼 그녀들
‘동거카페’ 전전

‘동거카페’ 등지에는 상당수의 여성들이 ‘밥,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은 물론이고 만족스러운 섹스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결의에 찬 내용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이들에게 동거는 자신의 ‘삶의 질’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이자 새로운 희망이 돼버린 것. 

하지만 과연 이런 형태의 통거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이야기만 듣고 낯선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실제 동거사이트나 카페를 이용하는 남성들은 ‘일단 한번 글을 올리면 장난 아니게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한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동거 붐이 일어나서 동거녀를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자세하게 글을 올리면 최소 한 달에 30명 이상은 연락이 온다. 거기다가 집의 사진을 잘 찍어서 올리면 전화가 오는 횟수는 더 많아진다. 원룸이 풀옵션이거나 약간이나마 럭셔리해도 외모가 월등한 여성들도 많이 찾아온다. 생각보다 쉬운 것이 동거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만났다고 해서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서로 조건이 맞는다면 오히려 너무 쉽게 상대방을 믿는다고나 할까.” (직장인 조모씨)

빨래·청소만 해주면 몸만 들어와도 오케이 “정말?”
연하남·외국인·띠동갑 등 동거 상대도 가지각색


그렇다면 이러한 방식의 동거를 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남성의 경우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독신남이 대부분이다. 나이는 대개 30대 중반 이후이다. 20대와 30대 초반만 해도 아직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롭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성에 대해 매우 자유로운 관점을 가지고 있고 이미 상당수 성매매를 했거나 유흥문화에서의 ‘달인’인 경우가 많다.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동거이기도 하다는 것.

“사실 유흥문화라는 것도 처음에나 재미있지 그것도 한 10년 정도 하면 어느 정도 식상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자들은 바뀌고 서비스는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술과 여자라는 이 두 가지 공식은 앞으로도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제는 개념이 완전히 다른 섹스를 추구하게 되고, 특히 좀 더 안정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섹스 라이프스타일’을 원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동거는 이들에게 더할 수 없는 장점을 준다. 좀 더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 단계 돌입하기 전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돈 있는’ 30대 중반 남성
이유 있는 동거 선호


여성들의 경우 대개 20대 초 중반인 경우가 많다. 상당수 고등학생 때부터 가출을 해서 이곳저곳에서 힘들게 고생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간 남성들과의 섹스 경험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숙식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몸을 ‘서비스’하는 데에도 그리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부류다. ‘먹고 자는 것이 해결되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뿐이라는 것.

동거의 대상이 점차 다양해지는 것도 최근 동거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연상연하 커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연상 연하 커플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동거에서 연상연하 커플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일정 정도 여자에게 유리한 면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여성이 직장도 있고 나이도 많으니 밖에서 일을 하고 나이가 적은 남성이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는 식이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말 잘 듣는’ 연하남이 집안을 꾸려나가니 편할 수밖에 없고, 아직 경제적인 능력이 확실하게 않은 남성은 ‘돈 잘 버는 누나’가 있으니 서로가 윈-윈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아빠 같은 남친’과 동거를 하기도 한다. 나이 차이가 무려 10살, 15살까지 나는 경우까지 있다. 남들이 볼 때는 이상하질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나이 차이가 나야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고.

또한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외국인과 동거를 하는 커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동거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이 같은 인식변화는 ‘젊은 세대의 가벼운 성의식’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세태 자체가 용인되는 전반적인 사회적인 인식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동거와 같은 가벼운 성관계에 익숙해진 이들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더욱 더 성이 개방된 사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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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