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과감하게 바뀌어야 산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⑩>정의화 국회부의장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 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열 번째로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만나봤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판 커진 4월 재보선 “여당은 민생법안부터 챙겨야”
재보선 결과 상관없이 당 변화·발전 위한 노력 당부 

지난달 말 오는 5월에 있을 G20국회의장단 회의를 위해 의장특사로 유럽출장을 다녀온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4월 임시국회 일정이 이어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지난 11일 국회부의장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4월 국회 열렸지만
정치권은 재보선 붙박이

- 4월 국회가 열렸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4·27 재보선에 향해 있는 것 같다.
▲ 내년에 총선·대선이 있어 거물을 내보내는 등 ‘필승전략’을 쓰다 보니 판이 커졌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 당의 어른으로서 여당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야당이 선거에 올인한다고 책임 있는 여당마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민생은 뒷전이고 선거에만 급급해 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당면한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 논의와 통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4·27 재보선 결과로 향후 정치권이 요동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 예단키는 어렵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기든 지든 변화와 발전을 위한 당 자체의 노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서는 재보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나라당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총선, 대선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부터 과감한 자기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변화에 인색했다. 폐쇄성을 과감히 깨뜨리고, 집권여당의 오만함을 겸허한 자세로 낮추고,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총선·대선을 맞이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차기 대권 제1화두
‘국민대통합’의 리더십

- 총선 조기 가열에 이어 차기 대권 레이스도 일찌감치 시작됐다는 평이 많다. 차기 대선에서의 시대적 화두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나.
▲ 차기 대선주자의 제1화두는 국민대통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지역적·계층간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 간 조화와 화합을 이끌어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예상되는 북한 변수를 어떻게 큰 무리 없이 처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 ‘북한 변수’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 최근 북한은 3대 세습을 통해 상당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사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이 그 대표적 사례다. 올해 3차 북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특히 대선이 있는 내년은 북한이 공언해온 강성대국의 원년이다. 때문에 누가 북한변수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는 물론 이를 적극 활용해 한반도평화구도 정착을 위한 주도권을 쥘 것인가에 시선이 모아질 것이다. 단순한 연착륙이 아니라 갑작스런 통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보다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구사할 것인지 여부가 대선 이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 (사)남북의료협력재단 이사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를 맡는 등 평소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남북관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평소 ‘통일은 대결이 아니라 신뢰하고 화합할 때 가능하다’는 소신을 갖고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은 일시적으로 억압할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감옥에 가둬둘 수는 없는 만큼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통일은 다가올 것이며 점진적 통일을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 일환으로 2년여 전부터 정부 예산의 1%를 적립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지난해 ‘남북협력 및 통일 기금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남북협력기금법은 우리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남북경색을 푸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더불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와 정상국가로 일정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북한과 동포는 별개로 생각하며 인도적 지원을 하고, 이렇게 이뤄진 만남이 점에서 선 그리고 면이 되어 접촉면이 확대된다면 동포로서 남북이 서로 돕는 과정에서 그동안 무너진 신뢰를 충분히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던데….
▲ 남북대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이 만나 담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대통령도 그동안 발언의 행간을 살펴보면 ‘언제든지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을 봤을 때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 지난 6일 여야중진의원들과 남북 국회회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런 형태의 모임은 전례 없는 일 아닌가.
▲ 이번 간담회는 정치적 경륜이 풍부한 여야 중진의원들이 형식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주 모여 국가적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고자 하는 제 개인적 바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원내대표, 여야의 3선급 이상 의원 27명이 모였다. 여야 중진들이 이렇게 모이긴 처음이었다. 
 
-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이날 논의주제는 ‘남북국회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으며, 이에 대해 앞으로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가 남북국회회담 진전을 위해 생산적 논의를 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열되는 복지논쟁
차기 대선판도 뒤흔들라

- 이 외에 대선에서 화두가 될 수 있는 것을 꼽는다면.
▲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국민들의 복지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했듯이 내년 대선에서도 복지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 복지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복지가 ‘진정한 복지’라고 보는가.
▲ 복지에 대한 이러저러한 주장이 있지만 제가 주장하는 복지는 ‘적재적소의 복지’, 이른바 ‘칵테일 복지’다. 필요한 곳에 복지지원이 우선 이뤄지고, 재정에 맞게 단계적으로 복지의 덩치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퍼주기식 복지’보다는 자립심을 돕는 복지로 가야한다. 이를 위해선 튼튼한 중소기업 육성,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복지누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 지난 5일 ‘참다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참다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란?
▲ 진정한 복지는 정책과 재정 이전에 가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실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이며 나만이 아닌 우리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가짐, 인간을 사랑하는 진실 된 가슴이 있을 때 복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복지와 보건, 복지와 고용이 어우러지는 선진복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고통 받는 이웃들과 어려움을 나누려 하는 민간부문의 능동적인 노력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려는 민간부문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선진국 수준의 복지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영국 등 공공복지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사회복지의 절반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가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이 남아 있다. 공동체를 중시했던 선조들의 삶에서 나눔과 봉사는 자연스러운 생활, 그 자체였다. 지금도 태풍과 폭설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전국 곳곳에서 사랑의 불길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지 않나.

우리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이러한 따뜻한 마음을 일상의 자원 봉사와 기부 활동으로 전환해 나갈 때, 우리 대한민국은 선진복지국가의 반열에 올라 설 것이다.

호남 한나라당 의원
신공항 백지화를 논하다

- ‘호남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고 불리던데, 호남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 호남과의 개인적 인연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입문 전에 의사였는데 전주 예수병원에서 수련의로 일하게 되면서 호남과 인연을 맺었다.

영호남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을 보고 ‘조그만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린데 이어 동서마저 간격이 있다면 국가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정치입문 전인 1991년부터 부산과 광주에서 뜻을 함께 하는 분들과 ‘영호남민간인협의회’를 결성해 영호남 화합과 소통에 앞장서오기도 했다.

호남에서는 별로 인기 없는 한나라당 의원이고 제 지역구도 아니지만, 한나라당 지역화합발전특별위원장 등을 맡아 현안과제를 해결하고, 호남 발전을 위한 예산을 꾸준히 챙기면서 그런 별명을 얻게 된 것 같다.

- 정치를 하는 이유 중에는 ‘호남’에 대한 부분도 있나.
▲ 영호남 화합이 이뤄질 때 지역 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이 가능하고, 통일 대한민국도 앞당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통일을 바라봐야 하는데, 그 통일의 전제조건이 바로 동서화합과 전국 균형발전이고, 이를 달성하는 게 제가 정치를 하는 목적의 하나다.

- 국회의원이 되기 전 유명한 신경외과 전문의였는데, 정계 입문 과정이 궁금하다.
▲ 15대 총선을 앞둔 지난 1996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주도한 공천혁명에 발탁되면서 운명처럼 정치에 뛰어들게 됐다. 의사를 관두고 정치를 시작한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권력을 즐기고 편하게 살자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정치를 통해 병들어 가는 우리 사회를 조금 이나마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더 큰 의사가 돼야겠다는 일념이었다.


차기 대선 3대 화두 ‘국민대통합·북한 변수·복지논쟁’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방침 철회, 조속 추진 강력 주장

- 지역구가 부산이다. 지역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것 같은데….
▲ 신공항은 미래를 대비해서 꼭 필요하다. 그 필요성은 이미 정부가 과거부터 인정해 온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대선 공약이자 국민들과의 약속인데, 정부가 장기적 추진과제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지 못한 채 백지화로만 결론을 내서 아쉬움이 크다.

또한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 후 경제성이나 정책성, 가중치 등 (평가 과정에) 뭔가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 억지로 짜 맞추려는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어떻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 저는 오래전부터 ‘남해안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의 정체 국면을 타파하고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해안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제2의 경제축’으로 개발해야만 한다고 주장해왔다. 동남권 신공항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추진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과 남해안시대를 위해서라도 백지화 방침은 분명히 철회하고, 시급한 국가과제로 조속히 추진해나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국회부의장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말해 달라.
▲ 다양한 사회에서 갈등은 당연히 존재한다. 당연히 존재하는 갈등을 의장단이 헌정 60년이 넘었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게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당 부의장으로서 축구의 미드필더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더불어 민주적인 의회상을 정립해야하는데, 18대 국회후반기 부의장으로서 최소한 우리 국회가 여야간의 상호 호혜의 원칙을 지키고, 국회의원 간에는 상호존중의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불문율을 세워 국회 폭력을 추방하고, 국민으로부터 좀 더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공헌한 부의장으로 남고 싶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다가가겠으니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정리=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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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