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과감하게 바뀌어야 산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⑩>정의화 국회부의장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 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열 번째로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만나봤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판 커진 4월 재보선 “여당은 민생법안부터 챙겨야”
재보선 결과 상관없이 당 변화·발전 위한 노력 당부 

지난달 말 오는 5월에 있을 G20국회의장단 회의를 위해 의장특사로 유럽출장을 다녀온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4월 임시국회 일정이 이어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지난 11일 국회부의장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4월 국회 열렸지만
정치권은 재보선 붙박이

- 4월 국회가 열렸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4·27 재보선에 향해 있는 것 같다.
▲ 내년에 총선·대선이 있어 거물을 내보내는 등 ‘필승전략’을 쓰다 보니 판이 커졌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 당의 어른으로서 여당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야당이 선거에 올인한다고 책임 있는 여당마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민생은 뒷전이고 선거에만 급급해 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당면한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 논의와 통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4·27 재보선 결과로 향후 정치권이 요동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 예단키는 어렵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기든 지든 변화와 발전을 위한 당 자체의 노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서는 재보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나라당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총선, 대선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부터 과감한 자기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변화에 인색했다. 폐쇄성을 과감히 깨뜨리고, 집권여당의 오만함을 겸허한 자세로 낮추고,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총선·대선을 맞이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차기 대권 제1화두
‘국민대통합’의 리더십

- 총선 조기 가열에 이어 차기 대권 레이스도 일찌감치 시작됐다는 평이 많다. 차기 대선에서의 시대적 화두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나.
▲ 차기 대선주자의 제1화두는 국민대통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지역적·계층간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 간 조화와 화합을 이끌어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예상되는 북한 변수를 어떻게 큰 무리 없이 처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 ‘북한 변수’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 최근 북한은 3대 세습을 통해 상당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사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이 그 대표적 사례다. 올해 3차 북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특히 대선이 있는 내년은 북한이 공언해온 강성대국의 원년이다. 때문에 누가 북한변수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는 물론 이를 적극 활용해 한반도평화구도 정착을 위한 주도권을 쥘 것인가에 시선이 모아질 것이다. 단순한 연착륙이 아니라 갑작스런 통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보다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구사할 것인지 여부가 대선 이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 (사)남북의료협력재단 이사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를 맡는 등 평소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남북관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평소 ‘통일은 대결이 아니라 신뢰하고 화합할 때 가능하다’는 소신을 갖고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은 일시적으로 억압할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감옥에 가둬둘 수는 없는 만큼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통일은 다가올 것이며 점진적 통일을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 일환으로 2년여 전부터 정부 예산의 1%를 적립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지난해 ‘남북협력 및 통일 기금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남북협력기금법은 우리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남북경색을 푸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더불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와 정상국가로 일정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북한과 동포는 별개로 생각하며 인도적 지원을 하고, 이렇게 이뤄진 만남이 점에서 선 그리고 면이 되어 접촉면이 확대된다면 동포로서 남북이 서로 돕는 과정에서 그동안 무너진 신뢰를 충분히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던데….
▲ 남북대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이 만나 담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대통령도 그동안 발언의 행간을 살펴보면 ‘언제든지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을 봤을 때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 지난 6일 여야중진의원들과 남북 국회회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런 형태의 모임은 전례 없는 일 아닌가.
▲ 이번 간담회는 정치적 경륜이 풍부한 여야 중진의원들이 형식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주 모여 국가적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고자 하는 제 개인적 바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원내대표, 여야의 3선급 이상 의원 27명이 모였다. 여야 중진들이 이렇게 모이긴 처음이었다. 
 
-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이날 논의주제는 ‘남북국회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으며, 이에 대해 앞으로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가 남북국회회담 진전을 위해 생산적 논의를 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열되는 복지논쟁
차기 대선판도 뒤흔들라

- 이 외에 대선에서 화두가 될 수 있는 것을 꼽는다면.
▲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국민들의 복지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했듯이 내년 대선에서도 복지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 복지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복지가 ‘진정한 복지’라고 보는가.
▲ 복지에 대한 이러저러한 주장이 있지만 제가 주장하는 복지는 ‘적재적소의 복지’, 이른바 ‘칵테일 복지’다. 필요한 곳에 복지지원이 우선 이뤄지고, 재정에 맞게 단계적으로 복지의 덩치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퍼주기식 복지’보다는 자립심을 돕는 복지로 가야한다. 이를 위해선 튼튼한 중소기업 육성,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복지누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 지난 5일 ‘참다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참다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란?
▲ 진정한 복지는 정책과 재정 이전에 가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실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이며 나만이 아닌 우리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가짐, 인간을 사랑하는 진실 된 가슴이 있을 때 복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복지와 보건, 복지와 고용이 어우러지는 선진복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고통 받는 이웃들과 어려움을 나누려 하는 민간부문의 능동적인 노력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려는 민간부문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선진국 수준의 복지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영국 등 공공복지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사회복지의 절반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가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이 남아 있다. 공동체를 중시했던 선조들의 삶에서 나눔과 봉사는 자연스러운 생활, 그 자체였다. 지금도 태풍과 폭설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전국 곳곳에서 사랑의 불길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지 않나.

우리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이러한 따뜻한 마음을 일상의 자원 봉사와 기부 활동으로 전환해 나갈 때, 우리 대한민국은 선진복지국가의 반열에 올라 설 것이다.

호남 한나라당 의원
신공항 백지화를 논하다

- ‘호남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고 불리던데, 호남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 호남과의 개인적 인연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입문 전에 의사였는데 전주 예수병원에서 수련의로 일하게 되면서 호남과 인연을 맺었다.

영호남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을 보고 ‘조그만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린데 이어 동서마저 간격이 있다면 국가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정치입문 전인 1991년부터 부산과 광주에서 뜻을 함께 하는 분들과 ‘영호남민간인협의회’를 결성해 영호남 화합과 소통에 앞장서오기도 했다.

호남에서는 별로 인기 없는 한나라당 의원이고 제 지역구도 아니지만, 한나라당 지역화합발전특별위원장 등을 맡아 현안과제를 해결하고, 호남 발전을 위한 예산을 꾸준히 챙기면서 그런 별명을 얻게 된 것 같다.

- 정치를 하는 이유 중에는 ‘호남’에 대한 부분도 있나.
▲ 영호남 화합이 이뤄질 때 지역 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이 가능하고, 통일 대한민국도 앞당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통일을 바라봐야 하는데, 그 통일의 전제조건이 바로 동서화합과 전국 균형발전이고, 이를 달성하는 게 제가 정치를 하는 목적의 하나다.

- 국회의원이 되기 전 유명한 신경외과 전문의였는데, 정계 입문 과정이 궁금하다.
▲ 15대 총선을 앞둔 지난 1996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주도한 공천혁명에 발탁되면서 운명처럼 정치에 뛰어들게 됐다. 의사를 관두고 정치를 시작한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권력을 즐기고 편하게 살자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정치를 통해 병들어 가는 우리 사회를 조금 이나마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더 큰 의사가 돼야겠다는 일념이었다.


차기 대선 3대 화두 ‘국민대통합·북한 변수·복지논쟁’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방침 철회, 조속 추진 강력 주장

- 지역구가 부산이다. 지역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것 같은데….
▲ 신공항은 미래를 대비해서 꼭 필요하다. 그 필요성은 이미 정부가 과거부터 인정해 온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대선 공약이자 국민들과의 약속인데, 정부가 장기적 추진과제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지 못한 채 백지화로만 결론을 내서 아쉬움이 크다.

또한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 후 경제성이나 정책성, 가중치 등 (평가 과정에) 뭔가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 억지로 짜 맞추려는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어떻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 저는 오래전부터 ‘남해안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의 정체 국면을 타파하고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해안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제2의 경제축’으로 개발해야만 한다고 주장해왔다. 동남권 신공항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추진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과 남해안시대를 위해서라도 백지화 방침은 분명히 철회하고, 시급한 국가과제로 조속히 추진해나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국회부의장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말해 달라.
▲ 다양한 사회에서 갈등은 당연히 존재한다. 당연히 존재하는 갈등을 의장단이 헌정 60년이 넘었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게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당 부의장으로서 축구의 미드필더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더불어 민주적인 의회상을 정립해야하는데, 18대 국회후반기 부의장으로서 최소한 우리 국회가 여야간의 상호 호혜의 원칙을 지키고, 국회의원 간에는 상호존중의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불문율을 세워 국회 폭력을 추방하고, 국민으로부터 좀 더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공헌한 부의장으로 남고 싶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다가가겠으니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정리=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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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