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야동왕’ 본좌들의 세계

“100억 금방 벌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제2의 소라넷’이라 불리는 ‘꿀밤’의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의 검거 소식에 뭇 남성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한 남자를 추억했다. 범죄자였지만 남성들로부터 추앙받았던 남자. 인터넷에 수만건의 음란물을 유포해 야동신화를 작성했던 ‘김본좌’다.

그는 이미 법의 철퇴를 맞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후예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진화를 거듭하며. 아무리 법적인 제재를 가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그들의 활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006년 10월, 혜성처럼 등장한 한 남자가 있었다. 이 남성의 검거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네티즌들로부터 ‘김본좌’로 불린 이 남성은 음란물을 웹하드와 P2P 사이트에 업로드해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네티즌들은 김본좌의 검거를 알리는 언론보도에 신약성서를 인용해 ‘김본좌께서 연행되시매 경찰차에 오르시며 너희들 중에 하드에 야동 한 편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 하시니 경찰도 형사도 구경하던 동네 주민들도 고개만 숙일 뿐 말이 없더라 (본좌복음 연행편 32절 9장)’는 댓글을 달았다.

“화려한 삶을
살고 싶었다”

이 외에도 “조사실에 계시던 김본좌께 담당 형사가 물을 건네매 ‘목이 탈 것이니 드시오’ 하니 본좌께서는 ‘아니오. 빨리 수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업로드를 마쳐야 하오. 나를 기다리는 수십만명의 사람이 있소’ 하시니 담당 형사와 조사관들이 이내 숙연해지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더라 (본좌복음 수사편 25절 3장)” 등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해냈다.


뭇 네티즌들이 ‘음지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 남성이 업로드한 음란물은 1만4000건으로 단일 사건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후로도 몇몇 음란물 업로더들이 김본좌의 아성에 도전하다 경찰에 붙잡혔지만 그 파급력은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 5월 전북 경찰이 구속한 ‘박본좌’는 김본좌의 그것을 충분히 뛰어넘고도 남았다. 박본좌가 제작해 유포한 음란물은 무려 23만건. 김본좌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박모(35)씨는 2011년 10월부터 부산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인터넷에 ‘촬영모델을 모집한다’는 광고글을 올렸다. 한 시간에 3만원에서 5만원까지 지급하겠다는 광고를 보고 용돈이 필요했던 가출 청소년들은 스튜디오를 찾아 모델을 자처했다.

처음에는 평상복을 입은 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이 이뤄졌지만 ‘다른 옷을 입고 찍어보자’는 박씨의 요구에 모델들은 수영복과 속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이 중에는 나체로 사진을 찍거나 성행위 동영상을 촬영한 여성들도 있었다.
 

박씨는 모델들이 노출을 꺼리자 “얼굴은 찍지 않겠다”며 가면을 착용하도록 한 뒤 촬영을 계속했다. 또 탈의실에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여성들의 동의 없이 탈의장면까지 촬영했다.

최대 음란사이트 운영자 적발
잡고보니 평범한 30대 법무사

박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사진 23만장과 동영상 819편, 몰카 250편 등 음란물을 제작해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뒤 가입한 회원들에게 월 15만원을 받고 음란물을 제공했다. 처음 촬영이 시작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박씨가 회원들에게 음란물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금액은 2700만원에 달했다.


3년 가까이 지속된 박씨의 범행은 음란물 모니터링을 하던 경찰에게 사이트가 발각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음란물을 게재한 스튜디오 사이트를 확인하고 사이트 이용대금 결제 계좌와 이메일 등을 추적한 끝에 박씨를 붙잡았다. 박씨는 “스튜디오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기 위해 모델들을 모집해 사진을 찍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박본좌 이후에도 ‘김본좌의 후예들’은 계속해서 활동했다. 지난해 8월에는 웹하드에 대량의 음란물을 유포해 수천만원을 챙긴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새롭게 등장한 본좌 김모(40)씨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웹하드 사이트 3곳에 130GB에 해당하는 음란물 150여편을 올렸다.

김씨는 자신이 올린 자료를 다른 사람이 내려받을 때마다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포인트가 생긴다는 사실을 이용, 약 200회에 걸쳐 포인트 현금 전환을 요청해 본인 명의 계좌로 2000여만원을 입금받았다.

“AV 저리가라”
직접 찍어 올려

같은 범죄로 69번이나 경찰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는 김씨는 2015년 2월 법원서 음란물 유포 및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에도 범행을 이어갔고 심지어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출석한 당일에도 웹하드에 음란물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처벌되지 않는 수위의 성인물 수천편을 올리면서 음란물을 끼워 넣는 방법으로 교묘히 단속을 피했다.

얼마 전에는 음란 사이트 ‘소라넷’ 폐쇄 이후 국내 최대 규모 음란사이트 ‘꿀밤’ 운영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17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법무사 정모(33)씨와 IT회사 프로그래머 강모(22)씨를 구속하고 김모(32)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 등은 2013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꿀밤’이라는 음란 사이트를 운영하며 4만여건의 음란물을 게시하고 성매매 업소 등의 광고 수수료를 챙겼다.

이들은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촬영한 성관계 사진이나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사이트에 게시했다. 또한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내부 이벤트도 벌여 회원들이 올린 성관계 사진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회원에게 200∼500만원의 시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서버를 미국에 두고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어 대포폰을 쓰는가 하면 성매매 업소 업주들과 텔레그램이나 사이트 내부 쪽지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정씨 일당이 2016년 한 해에 비트코인을 현금화한 규모만 15억원에 달했다. 현직 법무사인 정씨는 음란 사이트 외에 불법 대마 재배에도 손을 댄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100억원 정도의 많은 돈을 벌어 화려한 삶을 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본좌들이 활동하는 웹하드는 일정 공간을 이용자에게 제공해 자유롭게 파일 업로드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서비스다. 다른 이용자들이 올린 파일 역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데 이때는 다운로드 용량에 따라서 유료 포인트로 결제해야 한다.


소라넷 폐쇄 후
대세였던 꿀밤

지급된 포인트는 웹하드 업체와 파일 업로더가 나눠 가지는 시스템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된 웹하드 사이트는 총 107개. 거의 모든 웹하드는 성인 카테고리를 따로 분류하고 있다.

한 업체의 경우 시간당 70∼80개 이상의 게시글이 낯뜨거운 제목을 달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로 간단히 성인인증만 하면 많은 양의 ‘야동’을 접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로 인증한다고 하지만 미성년자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몰래 사용할 경우에는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성인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콘텐츠들은 90% 이상은 일본 AV다. 상당수가 근친상간이나 강간 등 비윤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국내선 유통이 금지된 불법 영상물임에도 이미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한 편에 200∼300원 정도로 결제할 수 있다.
 

국내에 저작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음란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렴하게 다운로드 할 수 있어 아이러니하다. 실제 우리나라는 일본산 AV의 가장 큰 수요층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어디서도 정식으로 수급할 수 없음에도 AV는 웹하드를 중심으로 대규모의 음성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 유명 AV배우인 아오이 소라가 방한했을 당시의 뜨거운 관심, 미국과 일본의 포르노 제작사들이 국내 소송을 준비했던 사건 등은 국내의 포르노 유통 규모에 대한 방증이다.


이들은 공통으로 ‘성적 욕구를 제한하는 나라’에 분노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관계 영상이 유출되어 고통을 겪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한 여성들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심지어는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법 음란물 규제를 계급 문제로 치환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자유롭게 유통돼 범람하는 음란물이 왜곡된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법도박·성매매 광고로 수익
방문자 늘리기 위해 이벤트도

수원 20대여성 살인 사건이나 경남 통영 살인 사건의 피의자들 경우 음란물에 탐닉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전문가들은 이들의 음란물 탐닉이 그들이 저지른 범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웹하드 업체 관계자는 “성인물은 회사의 가장 큰 수익이다. 또한 경쟁이 심한 웹하드 시장서 회원들을 유인하는 미끼이므로 규제에 있어서 아무래도 눈감아주는 부분이 많다”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불법 성인물에 대해 방조한다. 일부는 ‘헤비 업로더’들과 일종의 공생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업로더들은 다운로드 수익의 20∼30%를 가져가며 때에 따라서는 월 수익이 200만∼300만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 소라넷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소라넷 접속이 불가능해지자 유사 사이트들이 생겨났다. 이번에 붙잡힌 법무사 정씨의 사이트도 기존 소라넷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몸집을 키웠다. 이들의 검거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의 남초 사이트에서는 과거 ‘김본좌’나 ‘소라넷 폐쇄’ 등을 언급하며 슬퍼하는 댓글과 반응을 보였다.

김본좌는 야동의 유통과 생산이 불법인 한국에서 마치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한 몸을 희생한 선구자 같은 사람으로 추앙받았고 소라넷은 김본좌 이후 남성들의 성적 욕구를 책임져 온 이들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통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성적 욕구를 제한하는 나라’에 분노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관계 영상이 유출돼 고통을 겪고 심지어는 자살에 이르기까지 한 여성들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심지어는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법 음란물 규제를 계급 문제로 치환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들 대부분이 ‘가난한’ 내가 모니터를 보고 성적 욕구를 푸는 것을 왜 나라가 제한하느냐는 댓글이었다. 있는 놈들은 안 잡고 ‘건전하게’ 모니터를 보며 욕구를 해소하는 자신이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는 반응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국내서 유통되는 야동은 디지털 성범죄의 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꿀밤’에 업로드된 성관계 동영상 속 여성들이 가난한 남성들의 성욕 배출을 위해 이용되는 것을 바랐을까? 동영상 삭제 전문 업체 산타크루즈는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을 매달 평균 50건, 1년에 600건 이상씩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피해 여성들은 매달 200만원씩 최소 3개월에서 1년까지 부담한다. 업체 관계자는 가끔 중간에 의뢰인에게 연락하면 가족이 전화를 대신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피해자가 사라졌거나 숨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김본좌의 후예들’은 반성은커녕 죄책감조차 크게 느끼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용돈벌이로 한 일이다. 어차피 내가 안 올려도 인터넷에 넘쳐난다.” 동영상 유포범이 경찰에게 한 말이다.

김본좌의 등장
그리고 후예들

조사를 담당한 수사관은 “피의자들이 인터넷에 음란물을 퍼뜨리는 것을 ‘백사장에 모래 한 삽 더 퍼 넣는 일’ 정도로 생각한다”며 반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이 넘는 수사관들이 “용의자들은 죄의식이 없었다”고 답했다.

수년간 음란물 수사를 해온 한 경찰은 “인터넷서 음란물 유포자를 장난처럼 띄워 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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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