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 2017 대선 천기누설> ‘용호상박’ 문재인 vs 반기문 백운비 원장이 본 사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10:01:20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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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한 명은 확실하다”

[일요시사 편집국] 취재1팀 = 설이다. 탄핵정국에 따른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집집마다 ‘차기 대통령’이 화두일 터. 이번 정유년이 의미하는 ‘붉은 닭’은 행운을 부르고 액운을 쫓는 동물로 알려져 있는 특별한 의미만큼 한껏 들뜬 분위기다.

대한민국 경제는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다.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실물경제가 꽁꽁 얼어붙어 과거 IMF 시절보다 더 춥다는 게 서민들의 이구동성. 온 나라가 ‘곡소리’로 가득하다.

2012년 말만 해도 국민들의 기대감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만큼은 확실히 책임질 줄 알았다. 그런데 경제는커녕 정치, 사회, 외교, 대북관계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간 구석이 없다. 4년 내내 그랬다. 급기야 최순실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최악의 정권’이란 손가락질까지 받고 있다. 거의 막장 수준이다.

지지율 1·2위

이렇다 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국민들의 관심은 올해 ‘누가 될 것인가’ 대선에 쏠려 있다. ‘나라를 되살려야 할 텐데’란 우려 섞인 기대도 크다. 현재까지 유력 대선주자는 2명으로 압축된다. 지지율 1·2위인 문재인과 반기문이다. 이들 중 한 명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게 확실하다.

문제는 누구냐다. 2룡은 각종 설문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앞서고 있지만, 이 같은 판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의 예측도 제각각이다. 선거판이란 게 항상 돌발변수가 등장해왔던 탓에 언제 뒤집히고, 누가 뒤집을지 모를 일이다.


전문가 예측은?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민족 대명절 설을 맞아 <일요시사>는 2룡 가운데 19대 대통령 감을 점쳐봤다. 이들의 ‘대권운’을 알아보기 위해 총 8페이지에 걸쳐 사주, 집터, 관상, 선영을 차례로 풀었다. 장안에서 용하기로 소문난 역술인과 풍수지리가, 그리고 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본지가 의도한 ‘천기누설’을 도왔다. <편집자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대한민국서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는 해다.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중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둘 중 운이 제일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요시사>는 백운비 원장에게 이들 두 대선주자의 신년 운세를 물었다.
 

대선 정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가속도가 붙으면서, 대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들은 대권주자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가 31.4%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20%로 2위에 올랐다.

문재인 31%
반기문 20%

이재명 성남시장은 9.5%의 지지율로 3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4.8%), 안희정 충남지사(3.9%), 박원순 서울시장(2.3%),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1.3%),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1.2%) 순이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의 양자대결 구도다. 지금 추세라면 둘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은 둘 중에 누가 대통령이 될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백 원장은 “둘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되겠지만,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외교와 안보가 모두 무너졌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격도 떨어졌다”며 “새로운 대통령은 외교, 안보를 바로 잡고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유년(丁酉年)이 악재가 많을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붉다를 의미하는 정(丁)은 불을 의미한다. 활활 타오르는 화고의 이미지다. 이는 화기(무기)를 뜻한다”며 “우리 역사 속에서 정유년에 환란이 일어났다. 외교와 안보가 이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597년 8월 조선시대 일본과 임진왜란 정전 회담이 결렬되고 일본이 조선을 다시 침략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문, 목마른 용이 생명수 얻어 활기
친문 강경파 측근들 조심해야

백 원장은 문 전 대표(1953년 1월24일)에 대해 “갈룡득수(渴龍得水)하나 자아수신(自我修身)형”이라고 표현했다. 목마른 용이 물을 얻어 모처럼 생명수를 얻은 듯 활기를 띠지만 스스로 본인을 닦고 다듬어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전 대표는 법조계 출신 정치인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19대 대선후보로 나섰다.

1953년 1월24일 경상남도 거제군 거제면 명진리에서 태어났으며 부산 영도서 자랐다. 경희대학교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투옥됐으며 출소 뒤 군입대해 특전사에서 복무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다. 부산서 노무현 변호사와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참여정부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대통령비서실장을 맡았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의 상임이사와 이사장을 역임했다.

백 원장은 “현재 문 전 대표 운의 기운은 대단하다 괜찮은 기회가 왔다”며 “하지만 소신을 지키는 게 필요한데, 지키지 못하고 유행 변하듯이 변하면 안된다. 책임지지 못할 실언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항상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 안보…
올해도 악재?

실제로 최근 문 전 대표는 말바꾸기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사드 배치 결정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사드 배치 ‘신중론’에서 사드 배치 쪽으로 입장이 바뀐 게 아니냐는 ‘입장 번복’ 논란이 불거졌던 것.

문 전 대표는 군 복무기간 단축 관련 발언도 현실성 논란이 제기됐다.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 때 국방계획은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것이었다”며 “18개월까진 물론이고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서 “병력 감축문제는 안보상황과 현역자원 부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며 '단축론'에 대해 일축했다. 여권에서도 “대선 때마다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은 빠짐없이 나오는데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선 정책의 이행 가능성까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원장은 문 전 대표가 주변 사람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도 충고했다. 백 원장은 “사람이 많이 모이지만 덕망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며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사람의 말만 듣고 일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더민주 내에서 친문(친 문재인)·비문(비 문재인)으로 계파갈등이 심화돼왔다. 최근 당내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연구원)이 작성한 ‘개헌 저지 문건 파동’이 친문 진영에 유리한 편향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연일 “친문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백 원장은 친문 강경파 측근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현재 문 전 대표는 중심운(사람이 모이는 운)이 있는 만큼 수용 관리를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친문 강경파가 득세하도록 놔두면 표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강운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 없다’고 진단했다.

백 원장은 반 전 총장(1944년 6월 13일)에 대해 “평지풍파(平地風波)에 화춘풍곡(花春豊穀)형”이라고 표현했다. 평온한 자리서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나지만 봄에 꽃이 만발하고 곡식이 풍년을 이루어주는 형상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현재 나라가 어렵지만, 이를 극복하면 또 다시 박차고 일어날 기회가 올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은 일종의 구원투수다. 반 전 총장은 온(溫)이다. 자기 주변 사람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합리적이고 통합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1970년 2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1990년 외무부 미주국장, 1995년 외무부 외교정책실장과 1차관보 등을 거쳐 1996년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외교통상부 차관을,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냈다.

사람 관리에 주의
좌우 확실히 해야

2006년 10월14일 제8대 국제연합(UN)사무총장에 당선돼 2007년 1월1일부터 5년 동안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임했으며, 2011년 유엔 안보리 만장일치와 지역그룹 전원(192개국) 서명으로 2016년까지 5년 연임에 성공했다.

백 원장은 “반 전 총장은 따뜻한 사람이다. 유한 관상이며, 목소리도 맑다. 하지만 강한 게 없다.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기름장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동안 모호한 입장 표명과 함께 수많은 이슈들에 대해 이리저리 빠져나가려는 행보 때문이었다. 기름장어라는 별명은 그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던 시절 붙여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한 언론사는 청와대 수석과 보좌관들의 별명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는데, 거기서 반 전 총장을 ‘기름장어’라 칭했다.

당시 기사는 그 배경에 대해 “반 전 총장이 기자들의 유도 질문에 쉽게 넘어가지 않고 뛰어난 언변으로 각종 질문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간다”라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반 전 총장을 두고 미꾸라지보다 더 뛰어난 ‘기름장어’라는 별명이 공식적으로 붙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 봄꽃 만발하고 곡식이 풍년
강한 게 없다…확실한 입장 정리해야

이렇듯 반 전 총장에 대한 기름장어라는 별명은 과거 외교안보수석이던 그의 언변과 처세술을 극명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로 유엔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기 직전, 반 전 총장을 두고 또 다시 이 기름장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대권 의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기름장어는 그의 교묘한 술책, 회피술, 잔꾀 등의 뉘앙스, 즉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백 원장은 또 “사람이 타고난 게 있는데, 이 사람은 보수주의자”라며 “최근 반 전 총장이 자신이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했지만 이는 본인의 본성에 반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반 전 총장은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이념과 진영을 넘나드는 반반(反潘) 행보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경륜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보위기를 강조하는 등 보수 정체성을 노출하는 행보를 보인다.
 

반 전 총장은 경기 평택 제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기념관 등을 둘러본 후 유엔사무총장 경험을 바탕으로 작금의 외교·안보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두고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상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발을 두고는 “공격용 무기가 아니고 순수한 방어용 무기”라며 “외교를 통해서 잘 설득하고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드 부지를 둘러싼 국내 갈등에 대해선 “좁은 국토인데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되고, 너무 이렇게 지역 이기주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북핵 문제를 두고도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외교부장관으로 근무했고 (유엔) 사무총장으로도 근무해 잘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신 지켜야
실언도 조심

반 전 총장은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 앞에서 묵념한 후 “사고로 충돌해서 그렇게 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인가. 보면 (피격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반 전 총장의 건강운에 대해 “건강운이 좋다. 나이는 70대지만 50대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할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기사 속 기사> ‘1일 1논란’ 꼬이는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계속된 실수로 지지율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귀국하던 날 지하철 자동 발권기 앞에서 만원권 두 장을 지폐투입구에 욱여넣은 모습부터 팽목한 연출까지. 상식과 맞지 않는 어설픈 실수를 반복하며 오히려 국민들이 반 전 총장을 걱정할 정도다.

사실 귀국 직후부터 반 전 총장이 보여준 이른바 ‘민생행보’가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한국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첫날인 지난 12일부터 민생 행보에 열을 올렸지만 ‘1일 1사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비판은 ‘서민 코스프레’라고 불리는 수박 겉핥기식 소통 행보에 집중돼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시민들과 소통을 위해 공항철도를 타면서 승차권을 뽑기 위해 2만원권 두 장을 한꺼번에 무인발매기에 넣는 모습은 매일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민들에게 웃음거리가 됐다.

다음날인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과정에선 미리 써온 쪽지를 참고해 방명록을 쓰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을 빚었다. 일각에선 ‘방명록 마저 미리 적힌 쪽지를 커닝하듯 보면서 써야 하느냐’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반 전 총장이 충북 음성의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를 방문해 거동이 힘든 노인에게 죽을 떠먹여주는 봉사활동을 한 과정도 논란이 됐다.

고령의 노인이 누워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자칫 기도가 막히거나 흡인성 폐렴을 초래할 수도 있는데 죽 먹이기를 강행한 것은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노인의 생명을 중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대부분의 실수가 현장을 방문에 사진 찍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예전에나 통했던 과시 목적의 사진찍기식 홍보 자체에 대한 거부감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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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