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7) 매복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09:59:17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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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색에 푹 빠진 대장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경주에 있을 때도 여자 문제로 여러 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었다. 여자가 반반하다 싶으면 임자가 있건 없건 가리지 않고 집적대고 들이대다 종국엔 반 강제적으로 취하고는 했었다. 그러한 일을 쉬쉬하고 넘어간 데에는 차마 부끄러워 감추고자 했던 장인인 김춘추의 역할이 지대했었다. 

“여하튼 명심하세요.”

“무엇을 말이오?”“이곳은 경주가 아니고, 당신은 성주라는 점 말입니다.”

“그를 모를 리 있겠소.”“그리고 하나 더요.”

“뭐요?”


“이곳이 백제군과의 최전방이니 만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철저하게 준비하세요. 계집에 눈독 들이지 말고.”

고타소의 서슬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하는 품석의 표정이 영 떨떠름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백제군의 침입에 대비해서 군사 훈련을 강화하는 중이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훈련하던 중 한날 저녁 품석이 전과는 다른 훈련을 지시했다.

성을 방어하는 훈련 중 하나로 성 밖에서 적의 침입에 대비한 매복 훈련이었다.

그를 위해 모척, 용석, 검일, 죽죽 등 네 명의 사지들에게 병력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가 여러 지점에 분산해서 매복하라 지시했다.

아울러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자신의 순찰에 대비해 경계를 엄히 하라 덧붙였다.


군사들이 사지들의 인솔 하에 성 밖으로 나가자 성루에서 그를 바라보던 품석이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는 급히 성 안의 모처로 움직였다.

마치 제집 찾아가듯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가기를 오래지 않아 얼기설기 짜 놓은 대문이 있는 한 허름한 집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하다 당당하게 대문을 밀치고 들어가 방을 향해 기침을 해댔다.

잠시 후 불이 꺼지면서 한 여인, 애랑이 나와 품석을 맞이했다.

“제 서방은!”

“걱정하지 말게. 내일 아침까지 성 안에는 얼씬도 하지 못할 터이니.”

애랑이 품석의 팔짱을 끼고 급히 방으로 안내했다.

“불은 켜는 게 좋지 않겠는가?”

“혹시 그림자라도 비칠까봐 그러하옵니다.”

“이 야심한 시간에 누가 찾아오겠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그러면 어서 켜게. 그래야 자네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애랑이 어둠 속에서 꼼지락거리기를 잠시 호롱불이 켜졌다.

순간 품석이 애랑에게 달려들어 품에 안았다.

급작스런 품석의 행동에 잠시 머뭇거리던 애랑이 이내 그의 목을 휘감았다.

“성주님, 보고 싶었어요.”

“성주님이 뭐냐, 이것아.”

“그러면요.”


“단 둘이 있을 때는 서방님이라 부르라 하지 않았느냐.”

“그래도.”

“뭐가 어떻다는 말이냐?”

“아직은 서방님의 아낙이 아니잖아요.”

품석이 대답 대신 양팔을 애랑의 허리로 가져가서는 으스러져라 힘을 주었다. 애랑의 입에서 단내가 흘러나왔다.

“술 한잔하시지 않고요?”

애랑과 사랑 나누는 품석
군기문란 병사 군율로 처리?

“술보다 너를 먼저 먹어야겠다. 너를 먹고 술 마시고. 긴긴밤 다하도록 먹고 또 먹자꾸나.”

“저를 어찌 먹는데요?”

“몰라서 묻느냐. 오늘은 앞으로, 뒤로, 옆으로, 또 앉아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너를 먹을 것이니 각오해라.”

“서방님이 드시면 저야 좋지요.”

애랑이 콧소리를 내고는 품석의 옷을 벗기자 품석 역시 서둘러 애랑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애랑의 겉옷을 벗기고 나니 곧바로 알몸이 드러났다.

애랑의 나신을 바라보며 품석이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방님 드시기 편하도록 속곳은 입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애랑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곧바로 하나로 엉키어 뒹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자 두 사람이 동시에 길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어 애랑이 일어나 방구석에 준비해두었던 상을 중앙으로 가져왔다.

“서방님, 혹여 사지가 눈치 채면 어떡해요.”

애랑이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술을 따랐다.

“눈치라, 하면 그 전에 자네를 먼저 내 색시로 만들어야겠지. 그리고 그동안 자네를 먹는데 정신 팔려서 미처 물어보지 못했는데 그런 놈을 어떻게 서방으로 들이게 되었는가?”

애랑이 답에 앞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리 늦게 서방님을 만난 죄지요.”

“그 이야기는?”

말을 함과 동시에 품석이 애랑을 끌어당겨 자신의 다리위에 올려놓고 양팔로 가녀린 허리를 감쌌다.

“워낙에 가진 것 없는 집에서 태어났지요.”

“그러면 팔려왔다는 말인가?”

“부끄럽게도.”

채 말을 맺지 못한 애랑이 품석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백제의 침공에 대비한 훈련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훈련은 주로 밤에 그것도 야외에서 매복과 정찰을 반복하는 일 외에 다른 것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검일이 이끄는 부대는 항상 성에서 가장 먼 지역을 담당하곤 했다.

품석이 그날 밤도 애랑과 함께 뒹굴다 새벽녘이 되어 망루로 돌아왔다.

“성주님, 가시지요.”

품석의 최측근 막료인 서천이 마치 품석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가왔다.

“어떤가?”

“방금 전 모두 곯아떨어져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내처 달려오는 길입니다.”

“지금 가도 아무 이상 없겠지?”

“제가 누굽니까.”

서천이 히죽거리자 품석 역시 미소를 보이고는 앞장섰다.

품석이 성을 나와 순찰을 빌미로 가까운 곳부터 들러 각 부대의 지휘자인 사지들을 대동하고는 검일이 지휘하는 부대로 이동했다.

검일이 매복하고 있는 지역에 도착하자 경계 근무자의 흔적은 아예 없고 여기저기 코 고는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가르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노여움에 가득 찬 품석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소장이 알아보겠습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강직한 성품을 지닌 죽죽이 앞으로 나서자 곁에 있던 서천이 뒤를 따랐다.

그들이 앞장서기를 잠시 서천의 고함과 함께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품석 일행이 서둘러 현장에 도착하자 죽죽이 아직도 꿈속을 헤매는 검일을 깨우는 중이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품석의 외마디 소리가 새벽하늘에 울려 퍼졌다.

마치 그 소리가 신호라도 된 듯 여기저기서 희뿌연 물체들이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이 사람아, 근무 중에 이게 무슨 일인가?”

곁으로 다가선 용석이 혀를 차며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검일을 추슬렀다.

“내 이놈을 당장!”

품석이 말을 함과 동시에 칼을 뽑아들었다.

“성주님!”

모척이 급히 앞으로 나서며 막아섰다.

“왜 그러느냐?”

“정신이라도 차린 연후에 군율에 따라 처리하심이 가당한 줄로 아룁니다.”

“군율에 따르면 어찌 되느냐?”

“물론 현장에서 참형에 처할 수도 있으나….”

“그러면 되었지, 무슨 말이 필요한가.”

“뭔가 석연치 않아 그럽니다.”

“석연치 않다니.”

“한두 사람도 아니고 부대 전체가 이 지경에 처하게 된 데에는 사정이 있을 듯합니다.”

“뭐라!”

“그렇습니다, 성주.”

찬찬히 상황을 살피던 용석이 다가섰다.

“그러시지요. 일단 성으로 돌아가서 이 사태에 대한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시고 처벌은 그 후에 내려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죽죽 역시 품석 곁으로 다가서며 거들었다.

품석이 주위에 모여든 사지들의 표정을 살피고는 검일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정신이 들지 않았는지 자세를 바로잡지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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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