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7) 매복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09:59:17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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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색에 푹 빠진 대장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경주에 있을 때도 여자 문제로 여러 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었다. 여자가 반반하다 싶으면 임자가 있건 없건 가리지 않고 집적대고 들이대다 종국엔 반 강제적으로 취하고는 했었다. 그러한 일을 쉬쉬하고 넘어간 데에는 차마 부끄러워 감추고자 했던 장인인 김춘추의 역할이 지대했었다. 

“여하튼 명심하세요.”

“무엇을 말이오?”“이곳은 경주가 아니고, 당신은 성주라는 점 말입니다.”

“그를 모를 리 있겠소.”“그리고 하나 더요.”

“뭐요?”


“이곳이 백제군과의 최전방이니 만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철저하게 준비하세요. 계집에 눈독 들이지 말고.”

고타소의 서슬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하는 품석의 표정이 영 떨떠름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백제군의 침입에 대비해서 군사 훈련을 강화하는 중이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훈련하던 중 한날 저녁 품석이 전과는 다른 훈련을 지시했다.

성을 방어하는 훈련 중 하나로 성 밖에서 적의 침입에 대비한 매복 훈련이었다.

그를 위해 모척, 용석, 검일, 죽죽 등 네 명의 사지들에게 병력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가 여러 지점에 분산해서 매복하라 지시했다.

아울러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자신의 순찰에 대비해 경계를 엄히 하라 덧붙였다.


군사들이 사지들의 인솔 하에 성 밖으로 나가자 성루에서 그를 바라보던 품석이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는 급히 성 안의 모처로 움직였다.

마치 제집 찾아가듯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가기를 오래지 않아 얼기설기 짜 놓은 대문이 있는 한 허름한 집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하다 당당하게 대문을 밀치고 들어가 방을 향해 기침을 해댔다.

잠시 후 불이 꺼지면서 한 여인, 애랑이 나와 품석을 맞이했다.

“제 서방은!”

“걱정하지 말게. 내일 아침까지 성 안에는 얼씬도 하지 못할 터이니.”

애랑이 품석의 팔짱을 끼고 급히 방으로 안내했다.

“불은 켜는 게 좋지 않겠는가?”

“혹시 그림자라도 비칠까봐 그러하옵니다.”

“이 야심한 시간에 누가 찾아오겠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그러면 어서 켜게. 그래야 자네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애랑이 어둠 속에서 꼼지락거리기를 잠시 호롱불이 켜졌다.

순간 품석이 애랑에게 달려들어 품에 안았다.

급작스런 품석의 행동에 잠시 머뭇거리던 애랑이 이내 그의 목을 휘감았다.

“성주님, 보고 싶었어요.”

“성주님이 뭐냐, 이것아.”

“그러면요.”


“단 둘이 있을 때는 서방님이라 부르라 하지 않았느냐.”

“그래도.”

“뭐가 어떻다는 말이냐?”

“아직은 서방님의 아낙이 아니잖아요.”

품석이 대답 대신 양팔을 애랑의 허리로 가져가서는 으스러져라 힘을 주었다. 애랑의 입에서 단내가 흘러나왔다.

“술 한잔하시지 않고요?”

애랑과 사랑 나누는 품석
군기문란 병사 군율로 처리?

“술보다 너를 먼저 먹어야겠다. 너를 먹고 술 마시고. 긴긴밤 다하도록 먹고 또 먹자꾸나.”

“저를 어찌 먹는데요?”

“몰라서 묻느냐. 오늘은 앞으로, 뒤로, 옆으로, 또 앉아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너를 먹을 것이니 각오해라.”

“서방님이 드시면 저야 좋지요.”

애랑이 콧소리를 내고는 품석의 옷을 벗기자 품석 역시 서둘러 애랑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애랑의 겉옷을 벗기고 나니 곧바로 알몸이 드러났다.

애랑의 나신을 바라보며 품석이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방님 드시기 편하도록 속곳은 입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애랑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곧바로 하나로 엉키어 뒹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자 두 사람이 동시에 길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어 애랑이 일어나 방구석에 준비해두었던 상을 중앙으로 가져왔다.

“서방님, 혹여 사지가 눈치 채면 어떡해요.”

애랑이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술을 따랐다.

“눈치라, 하면 그 전에 자네를 먼저 내 색시로 만들어야겠지. 그리고 그동안 자네를 먹는데 정신 팔려서 미처 물어보지 못했는데 그런 놈을 어떻게 서방으로 들이게 되었는가?”

애랑이 답에 앞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리 늦게 서방님을 만난 죄지요.”

“그 이야기는?”

말을 함과 동시에 품석이 애랑을 끌어당겨 자신의 다리위에 올려놓고 양팔로 가녀린 허리를 감쌌다.

“워낙에 가진 것 없는 집에서 태어났지요.”

“그러면 팔려왔다는 말인가?”

“부끄럽게도.”

채 말을 맺지 못한 애랑이 품석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백제의 침공에 대비한 훈련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훈련은 주로 밤에 그것도 야외에서 매복과 정찰을 반복하는 일 외에 다른 것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검일이 이끄는 부대는 항상 성에서 가장 먼 지역을 담당하곤 했다.

품석이 그날 밤도 애랑과 함께 뒹굴다 새벽녘이 되어 망루로 돌아왔다.

“성주님, 가시지요.”

품석의 최측근 막료인 서천이 마치 품석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가왔다.

“어떤가?”

“방금 전 모두 곯아떨어져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내처 달려오는 길입니다.”

“지금 가도 아무 이상 없겠지?”

“제가 누굽니까.”

서천이 히죽거리자 품석 역시 미소를 보이고는 앞장섰다.

품석이 성을 나와 순찰을 빌미로 가까운 곳부터 들러 각 부대의 지휘자인 사지들을 대동하고는 검일이 지휘하는 부대로 이동했다.

검일이 매복하고 있는 지역에 도착하자 경계 근무자의 흔적은 아예 없고 여기저기 코 고는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가르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노여움에 가득 찬 품석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소장이 알아보겠습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강직한 성품을 지닌 죽죽이 앞으로 나서자 곁에 있던 서천이 뒤를 따랐다.

그들이 앞장서기를 잠시 서천의 고함과 함께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품석 일행이 서둘러 현장에 도착하자 죽죽이 아직도 꿈속을 헤매는 검일을 깨우는 중이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품석의 외마디 소리가 새벽하늘에 울려 퍼졌다.

마치 그 소리가 신호라도 된 듯 여기저기서 희뿌연 물체들이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이 사람아, 근무 중에 이게 무슨 일인가?”

곁으로 다가선 용석이 혀를 차며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검일을 추슬렀다.

“내 이놈을 당장!”

품석이 말을 함과 동시에 칼을 뽑아들었다.

“성주님!”

모척이 급히 앞으로 나서며 막아섰다.

“왜 그러느냐?”

“정신이라도 차린 연후에 군율에 따라 처리하심이 가당한 줄로 아룁니다.”

“군율에 따르면 어찌 되느냐?”

“물론 현장에서 참형에 처할 수도 있으나….”

“그러면 되었지, 무슨 말이 필요한가.”

“뭔가 석연치 않아 그럽니다.”

“석연치 않다니.”

“한두 사람도 아니고 부대 전체가 이 지경에 처하게 된 데에는 사정이 있을 듯합니다.”

“뭐라!”

“그렇습니다, 성주.”

찬찬히 상황을 살피던 용석이 다가섰다.

“그러시지요. 일단 성으로 돌아가서 이 사태에 대한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시고 처벌은 그 후에 내려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죽죽 역시 품석 곁으로 다가서며 거들었다.

품석이 주위에 모여든 사지들의 표정을 살피고는 검일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정신이 들지 않았는지 자세를 바로잡지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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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