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7) 매복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09:59:17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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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색에 푹 빠진 대장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경주에 있을 때도 여자 문제로 여러 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었다. 여자가 반반하다 싶으면 임자가 있건 없건 가리지 않고 집적대고 들이대다 종국엔 반 강제적으로 취하고는 했었다. 그러한 일을 쉬쉬하고 넘어간 데에는 차마 부끄러워 감추고자 했던 장인인 김춘추의 역할이 지대했었다. 

“여하튼 명심하세요.”

“무엇을 말이오?”“이곳은 경주가 아니고, 당신은 성주라는 점 말입니다.”

“그를 모를 리 있겠소.”“그리고 하나 더요.”

“뭐요?”

“이곳이 백제군과의 최전방이니 만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철저하게 준비하세요. 계집에 눈독 들이지 말고.”

고타소의 서슬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하는 품석의 표정이 영 떨떠름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백제군의 침입에 대비해서 군사 훈련을 강화하는 중이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훈련하던 중 한날 저녁 품석이 전과는 다른 훈련을 지시했다.

성을 방어하는 훈련 중 하나로 성 밖에서 적의 침입에 대비한 매복 훈련이었다.

그를 위해 모척, 용석, 검일, 죽죽 등 네 명의 사지들에게 병력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가 여러 지점에 분산해서 매복하라 지시했다.

아울러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자신의 순찰에 대비해 경계를 엄히 하라 덧붙였다.

군사들이 사지들의 인솔 하에 성 밖으로 나가자 성루에서 그를 바라보던 품석이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는 급히 성 안의 모처로 움직였다.

마치 제집 찾아가듯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가기를 오래지 않아 얼기설기 짜 놓은 대문이 있는 한 허름한 집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하다 당당하게 대문을 밀치고 들어가 방을 향해 기침을 해댔다.

잠시 후 불이 꺼지면서 한 여인, 애랑이 나와 품석을 맞이했다.

“제 서방은!”

“걱정하지 말게. 내일 아침까지 성 안에는 얼씬도 하지 못할 터이니.”

애랑이 품석의 팔짱을 끼고 급히 방으로 안내했다.

“불은 켜는 게 좋지 않겠는가?”

“혹시 그림자라도 비칠까봐 그러하옵니다.”

“이 야심한 시간에 누가 찾아오겠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그러면 어서 켜게. 그래야 자네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애랑이 어둠 속에서 꼼지락거리기를 잠시 호롱불이 켜졌다.

순간 품석이 애랑에게 달려들어 품에 안았다.

급작스런 품석의 행동에 잠시 머뭇거리던 애랑이 이내 그의 목을 휘감았다.

“성주님, 보고 싶었어요.”

“성주님이 뭐냐, 이것아.”

“그러면요.”

“단 둘이 있을 때는 서방님이라 부르라 하지 않았느냐.”

“그래도.”

“뭐가 어떻다는 말이냐?”

“아직은 서방님의 아낙이 아니잖아요.”

품석이 대답 대신 양팔을 애랑의 허리로 가져가서는 으스러져라 힘을 주었다. 애랑의 입에서 단내가 흘러나왔다.

“술 한잔하시지 않고요?”

애랑과 사랑 나누는 품석
군기문란 병사 군율로 처리?

“술보다 너를 먼저 먹어야겠다. 너를 먹고 술 마시고. 긴긴밤 다하도록 먹고 또 먹자꾸나.”

“저를 어찌 먹는데요?”

“몰라서 묻느냐. 오늘은 앞으로, 뒤로, 옆으로, 또 앉아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너를 먹을 것이니 각오해라.”

“서방님이 드시면 저야 좋지요.”

애랑이 콧소리를 내고는 품석의 옷을 벗기자 품석 역시 서둘러 애랑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애랑의 겉옷을 벗기고 나니 곧바로 알몸이 드러났다.

애랑의 나신을 바라보며 품석이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방님 드시기 편하도록 속곳은 입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애랑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곧바로 하나로 엉키어 뒹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자 두 사람이 동시에 길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어 애랑이 일어나 방구석에 준비해두었던 상을 중앙으로 가져왔다.

“서방님, 혹여 사지가 눈치 채면 어떡해요.”

애랑이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술을 따랐다.

“눈치라, 하면 그 전에 자네를 먼저 내 색시로 만들어야겠지. 그리고 그동안 자네를 먹는데 정신 팔려서 미처 물어보지 못했는데 그런 놈을 어떻게 서방으로 들이게 되었는가?”

애랑이 답에 앞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리 늦게 서방님을 만난 죄지요.”

“그 이야기는?”

말을 함과 동시에 품석이 애랑을 끌어당겨 자신의 다리위에 올려놓고 양팔로 가녀린 허리를 감쌌다.

“워낙에 가진 것 없는 집에서 태어났지요.”

“그러면 팔려왔다는 말인가?”

“부끄럽게도.”

채 말을 맺지 못한 애랑이 품석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백제의 침공에 대비한 훈련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훈련은 주로 밤에 그것도 야외에서 매복과 정찰을 반복하는 일 외에 다른 것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검일이 이끄는 부대는 항상 성에서 가장 먼 지역을 담당하곤 했다.

품석이 그날 밤도 애랑과 함께 뒹굴다 새벽녘이 되어 망루로 돌아왔다.

“성주님, 가시지요.”

품석의 최측근 막료인 서천이 마치 품석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가왔다.

“어떤가?”

“방금 전 모두 곯아떨어져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내처 달려오는 길입니다.”

“지금 가도 아무 이상 없겠지?”

“제가 누굽니까.”

서천이 히죽거리자 품석 역시 미소를 보이고는 앞장섰다.

품석이 성을 나와 순찰을 빌미로 가까운 곳부터 들러 각 부대의 지휘자인 사지들을 대동하고는 검일이 지휘하는 부대로 이동했다.

검일이 매복하고 있는 지역에 도착하자 경계 근무자의 흔적은 아예 없고 여기저기 코 고는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가르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노여움에 가득 찬 품석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소장이 알아보겠습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강직한 성품을 지닌 죽죽이 앞으로 나서자 곁에 있던 서천이 뒤를 따랐다.

그들이 앞장서기를 잠시 서천의 고함과 함께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품석 일행이 서둘러 현장에 도착하자 죽죽이 아직도 꿈속을 헤매는 검일을 깨우는 중이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품석의 외마디 소리가 새벽하늘에 울려 퍼졌다.

마치 그 소리가 신호라도 된 듯 여기저기서 희뿌연 물체들이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이 사람아, 근무 중에 이게 무슨 일인가?”

곁으로 다가선 용석이 혀를 차며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검일을 추슬렀다.

“내 이놈을 당장!”

품석이 말을 함과 동시에 칼을 뽑아들었다.

“성주님!”

모척이 급히 앞으로 나서며 막아섰다.

“왜 그러느냐?”

“정신이라도 차린 연후에 군율에 따라 처리하심이 가당한 줄로 아룁니다.”

“군율에 따르면 어찌 되느냐?”

“물론 현장에서 참형에 처할 수도 있으나….”

“그러면 되었지, 무슨 말이 필요한가.”

“뭔가 석연치 않아 그럽니다.”

“석연치 않다니.”

“한두 사람도 아니고 부대 전체가 이 지경에 처하게 된 데에는 사정이 있을 듯합니다.”

“뭐라!”

“그렇습니다, 성주.”

찬찬히 상황을 살피던 용석이 다가섰다.

“그러시지요. 일단 성으로 돌아가서 이 사태에 대한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시고 처벌은 그 후에 내려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죽죽 역시 품석 곁으로 다가서며 거들었다.

품석이 주위에 모여든 사지들의 표정을 살피고는 검일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정신이 들지 않았는지 자세를 바로잡지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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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