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살인 잔혹·엽기 범죄 급증 내막 <긴급진단>

참을忍 사라진 대한민국…참을 수 없는 ‘살인의 추억’

최근 잔인하고 엽기적인 수법의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살해하는가 하면,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내다버리는 패륜범죄도 멈추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무너져 내린 흉악 범죄의 홍수 속에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툭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대한민국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지적이다. 참을忍이 사라진 대한민국.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그 해답을 찾아 나섰다.

최근 엽기적 살인사건 잇따라 터져 문제 심각 
존속살인은 물론, 홧김에 사람 죽이는 일 많아

살인사건에서 잔혹성이 가장 심하게 드러나는 범죄 유형은 패륜범죄라 할 수 있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거나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등 최소한의 도덕성을 포기한 이런 살인사건은 살인 그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고, 사체를 유기하거나 훼손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또 최근에는 아내와 남편, 동거녀와 동거남, 여자친구와 남자친구 등 사랑이라는 감정이나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 발생 빈도도 매우 높다.

최근에는 존속살인의 유형도 달라져 관심을 끈다. 예전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존속살해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진로·이성교제 등 통상적 수준의 갈등이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10대 중학생의 일가족 방화 살인사건도 이 같은 경우다. 자신이 원하는 예술고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진 아들이 이에 분노를 느끼고 집에 불을 질러 부모와 여동생, 할머니 등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것. 당시 범행을 저지른 중학생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큰 사건인지 몰라 국민들에게 더욱 충격을 줬다.

잔혹 살인의 최고봉
존속살인, 유형 바뀌어

그런가 하면 올해 들어 이 같은 패륜범죄가 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김모(38)씨가 자신의 아버지(78)를 13층 높이에서 내던져 숨지게 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아버지가 무슨 큰 잘못을 했기에 13층 높이에서 내던지는 극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았냐는 것.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전에도 강도강간, 특수절도 등 14차례의 전과가 있었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김씨는 평소 아버지와 자주 다퉜고, 이날도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아버지와 다툰 후 둔기로 아버지를 때린 뒤 아파트 복도로 피한 아버지를 뒤쫓아 가 밖으로 던져버린 것.

특히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죽여 달라고 해서 아파트 밖으로 던졌다"고 말해 충격을 줬고,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르고도 자신 명의의 통장 등을 가방에 챙겨 도망가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같은 달 13일 은평구에서는 머리를 염색했다고 꾸짖는 아버지를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양모(35)씨는 염색한 자신의 머리를 보고 꾸짖으며 뺨을 때린 아버지(67)의 머리를 목검으로 가격해 살해했다. 이후 사체 처리에 고심하던 양씨는 16일 경기도 화성시 공터에서 드럼통에 휘발유를 넣고 사체를 불태우는 잔인성을 보였다.

패륜범죄 스트레스 탓?
사회적 불안감 분노 불러

전문가들은 가족을 대상으로 한 패륜범죄가 급증한 것에 대해 가족 내부보다는 사회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확대 등 외부환경 변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가족생활 만족도 등 사회 지표를 보면 최근 들어 가족관계가 약화됐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고, 대신 사회·경제적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이런 스트레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부에서 스트레스가 주어질 때 인간은 주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불만을 표출하게 되고 가족 구성원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으로 이런 불만을 듣고도 완충시키지 못하면 느꼈던 분노가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로 유명한 표창원 교수 역시 "스트레스가 만연한 상태에서 가족 내에 중재자가 없거나 대화를 통한  해결 능력이 떨어지면 갈등이 증폭되고 감정이 폭발하면서 충동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동기에 학대를 당한 자녀가 성인이 돼서도 부정적 상황에 부닥치면 그 탓을 부모에게 돌리면서 앙갚음 심리가 작용해 존속 살해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지적이 있어 섬뜩하다.

문제가 이 같이 심각해지자 가족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족 내부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뜨겁다.
존속살인, 패륜범죄는 악순환으로 계속될 수 있으므로 이고리를 끊으려면 경찰과 이웃, 상담기관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잔혹살인 대상
가족만이 아니야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잔혹한 살인의 대상이 가족뿐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최근 범죄 동향을 살펴보면 홧김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살해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알고 지냈던 친구나 지인을 한 순간의 분노 때문에 살해하기도 한다.

존속살인, 패륜살인이 가정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정 내에서 풀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 발생했다면, 이 같은 홧김 살해나 잔혹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23일 "말투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신원을 알 수 없는 10대 여성을 폭행하고 살해한 뒤 사체를 내다버린 조모(17·여)양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양은 속칭 보도방을 운영하며 노래방 도우미 등을 하며 지냈고, 2살 아래의 남동생과 동생친구 등 5명과 합세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피해자를 자신들의 모임에 포섭하려다 실패한 뒤 "말투가 건방지다. 나이도 어린데 왜 반말 하느냐"며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어 같은 달 31일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는 주점에서 술을 마신 후 여종업원과 다투다 홧김에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46)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내렸다. 

우울증도 범죄에 한 몫, 스트레스 줄여야 해 
한국인 특유 심리구조 탓? 정신과적 접근 필요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9월3일 오전 4시께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서 주점 종업원 황모(62·여)씨가 자신을 무시하며 욕을 하자 홧김에 황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경남 함양군의 한 야산에 묻은 혐의로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별것 아닌 이유로 잔혹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도 항상 화를 내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를 제어할 시스템이 없어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이르렀고, 이 때문에 평범한 사람도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억누르기만 하면 한 번에 분노가 표출되면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

또 일각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질병인 화병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서양인들은 기분이 나쁠 때 울적해 하는데 비해 한국인들은 분노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신과 전문의들은 한국인들이 화를 내는 심리구조가 정신적 문제를 짜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이로 인해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 한 번에 화가 폭발하거나 분노가 치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

나아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화를 내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새롭게 편집하는 버릇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상사나 동료의 아무 의미 없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나를 업신여기는 무례한 말투라고 해석해 버리면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 나를 계속 무시한다면 나도 앙갚음을 하겠어라는 충동적 스토리를 완성하게 된다고.

마지막으로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신병적인 측면에서의 접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사회에 들어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신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이 늘고 있으며, 나아가 정신분열증이나 환청, 환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이들은 치료를 받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 순간 방심하게 되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 컨디션 조절을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방법이 있다면 타인과의 불화를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어느 한 순간의 실수로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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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