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살인 잔혹·엽기 범죄 급증 내막 <긴급진단>

참을忍 사라진 대한민국…참을 수 없는 ‘살인의 추억’

최근 잔인하고 엽기적인 수법의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살해하는가 하면,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내다버리는 패륜범죄도 멈추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무너져 내린 흉악 범죄의 홍수 속에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툭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대한민국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지적이다. 참을忍이 사라진 대한민국.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그 해답을 찾아 나섰다.

최근 엽기적 살인사건 잇따라 터져 문제 심각 
존속살인은 물론, 홧김에 사람 죽이는 일 많아

살인사건에서 잔혹성이 가장 심하게 드러나는 범죄 유형은 패륜범죄라 할 수 있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거나 부모가 자식을 살해한 등 최소한의 도덕성을 포기한 이런 살인사건은 살인 그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고, 사체를 유기하거나 훼손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또 최근에는 아내와 남편, 동거녀와 동거남, 여자친구와 남자친구 등 사랑이라는 감정이나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 발생 빈도도 매우 높다.

최근에는 존속살인의 유형도 달라져 관심을 끈다. 예전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존속살해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진로·이성교제 등 통상적 수준의 갈등이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10대 중학생의 일가족 방화 살인사건도 이 같은 경우다. 자신이 원하는 예술고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반감을 가진 아들이 이에 분노를 느끼고 집에 불을 질러 부모와 여동생, 할머니 등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것. 당시 범행을 저지른 중학생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큰 사건인지 몰라 국민들에게 더욱 충격을 줬다.

잔혹 살인의 최고봉
존속살인, 유형 바뀌어

그런가 하면 올해 들어 이 같은 패륜범죄가 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김모(38)씨가 자신의 아버지(78)를 13층 높이에서 내던져 숨지게 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아버지가 무슨 큰 잘못을 했기에 13층 높이에서 내던지는 극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았냐는 것.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전에도 강도강간, 특수절도 등 14차례의 전과가 있었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김씨는 평소 아버지와 자주 다퉜고, 이날도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아버지와 다툰 후 둔기로 아버지를 때린 뒤 아파트 복도로 피한 아버지를 뒤쫓아 가 밖으로 던져버린 것.

특히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죽여 달라고 해서 아파트 밖으로 던졌다"고 말해 충격을 줬고,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르고도 자신 명의의 통장 등을 가방에 챙겨 도망가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같은 달 13일 은평구에서는 머리를 염색했다고 꾸짖는 아버지를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양모(35)씨는 염색한 자신의 머리를 보고 꾸짖으며 뺨을 때린 아버지(67)의 머리를 목검으로 가격해 살해했다. 이후 사체 처리에 고심하던 양씨는 16일 경기도 화성시 공터에서 드럼통에 휘발유를 넣고 사체를 불태우는 잔인성을 보였다.

패륜범죄 스트레스 탓?
사회적 불안감 분노 불러

전문가들은 가족을 대상으로 한 패륜범죄가 급증한 것에 대해 가족 내부보다는 사회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확대 등 외부환경 변화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가족생활 만족도 등 사회 지표를 보면 최근 들어 가족관계가 약화됐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고, 대신 사회·경제적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이런 스트레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부에서 스트레스가 주어질 때 인간은 주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불만을 표출하게 되고 가족 구성원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으로 이런 불만을 듣고도 완충시키지 못하면 느꼈던 분노가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로 유명한 표창원 교수 역시 "스트레스가 만연한 상태에서 가족 내에 중재자가 없거나 대화를 통한  해결 능력이 떨어지면 갈등이 증폭되고 감정이 폭발하면서 충동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동기에 학대를 당한 자녀가 성인이 돼서도 부정적 상황에 부닥치면 그 탓을 부모에게 돌리면서 앙갚음 심리가 작용해 존속 살해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지적이 있어 섬뜩하다.

문제가 이 같이 심각해지자 가족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족 내부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뜨겁다.
존속살인, 패륜범죄는 악순환으로 계속될 수 있으므로 이고리를 끊으려면 경찰과 이웃, 상담기관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잔혹살인 대상
가족만이 아니야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잔혹한 살인의 대상이 가족뿐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최근 범죄 동향을 살펴보면 홧김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살해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알고 지냈던 친구나 지인을 한 순간의 분노 때문에 살해하기도 한다.

존속살인, 패륜살인이 가정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정 내에서 풀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 발생했다면, 이 같은 홧김 살해나 잔혹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23일 "말투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신원을 알 수 없는 10대 여성을 폭행하고 살해한 뒤 사체를 내다버린 조모(17·여)양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양은 속칭 보도방을 운영하며 노래방 도우미 등을 하며 지냈고, 2살 아래의 남동생과 동생친구 등 5명과 합세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피해자를 자신들의 모임에 포섭하려다 실패한 뒤 "말투가 건방지다. 나이도 어린데 왜 반말 하느냐"며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어 같은 달 31일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는 주점에서 술을 마신 후 여종업원과 다투다 홧김에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46)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내렸다. 

우울증도 범죄에 한 몫, 스트레스 줄여야 해 
한국인 특유 심리구조 탓? 정신과적 접근 필요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9월3일 오전 4시께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서 주점 종업원 황모(62·여)씨가 자신을 무시하며 욕을 하자 홧김에 황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경남 함양군의 한 야산에 묻은 혐의로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별것 아닌 이유로 잔혹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도 항상 화를 내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를 제어할 시스템이 없어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이르렀고, 이 때문에 평범한 사람도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억누르기만 하면 한 번에 분노가 표출되면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

또 일각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질병인 화병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서양인들은 기분이 나쁠 때 울적해 하는데 비해 한국인들은 분노하거나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신과 전문의들은 한국인들이 화를 내는 심리구조가 정신적 문제를 짜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이로 인해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 한 번에 화가 폭발하거나 분노가 치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

나아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화를 내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새롭게 편집하는 버릇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상사나 동료의 아무 의미 없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나를 업신여기는 무례한 말투라고 해석해 버리면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 나를 계속 무시한다면 나도 앙갚음을 하겠어라는 충동적 스토리를 완성하게 된다고.

마지막으로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신병적인 측면에서의 접근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사회에 들어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신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이 늘고 있으며, 나아가 정신분열증이나 환청, 환각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이들은 치료를 받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 순간 방심하게 되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 컨디션 조절을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방법이 있다면 타인과의 불화를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어느 한 순간의 실수로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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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