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가족과 함께 하는 체험 여행 ③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풍요로운 바다의 매력에 빠져들다

금강이 서해를 만나 어우러지고, 매서운 바닷바람이 솔숲에서 한결 순해지는 서천 장항은 바다를 만나고, 누리고, 배우는 여행지다. 장항 앞 바다가 기벌포해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항스카이워크와 장항송림산림욕장 곁에 둥지를 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덕분이다.

여기에 서천 명품 한산모시를 감상하고, 전 세계 5대 기후대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국립생태원, 동백꽃 위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까지 더하면 여행길이 한층 풍성해진다.

바다+질문+공간

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해양 생물자원에 대한 수집, 보존·관리, 연구, 전시,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그 가운데 일반 관람객을 위한 전시 공간이 ‘씨큐리움’이다. 바다(Sea), 질문(Question), 공간(Rium)의 합성어로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가는 전시·교육 공간’이라는 의미다. 씨큐리움에는 7000점이 넘는 해양 생물 표본이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유리로 만든 타워형 씨드 뱅크(Seed Bank)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 표본 5000여 점을 쌓아 올린 것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상징물이다. 시드 뱅크 앞 안내 데스크에서 30분마다 전시 해설이 출발한다.

전문 해설사와 동행하면 씨큐리움의 전시물을 좀 더 깊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주요 전시물에는 자세한 설명이 있어 개별 관람하기에도 어려움은 없다. 시드 뱅크 앞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둘러보도록 구성됐다.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다양한 해양 생물 표본으로 가득한 ‘해양 생물의 다양성’ 전시다. 해조류와 플랑크톤부터 바다의 포유류까지 골고루 보여준다. 무척추동물이 전시된 공간 맞은편 벽에 ‘지구 생물의 80%는 바다에 산다. 우리는 오직 1%만 알고 있다’고 적힌 글귀가 인상적이다.

다양한 해양생물

포유류 코너에는 상어, 가오리 등과 함께 까치상어의 출산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표본도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은 다중 동작 인식 기술을 활용한 체험 전시다. 바닷속을 표현한 영상 앞에 서면 관람객의 팔이 게의 집게발이 되고, 머리가 상어가 되는 등 재미있게 반응한다.


3층에는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인 고래의 뼈가 전시됐다. 앞 지느러미뼈를 자세히 보면 손가락과 닮았다.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고래 조상의 흔적이다. 2층에서 보는 ‘해양 주제 영상’은 범고래 공격으로 어미와 헤어진 새끼 혹등고래의 모험을 다뤘다.

바다에 대한 호기심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공간
해양생물 5000여점 표본 쌓은 타워형 씨드 뱅크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는 1층의 ‘4D 영상실’,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헤엄치는 ‘로봇 물고기 전시실’도 챙겨볼 것.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17년 9월 말까지 ‘레고 구조대’전이 열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레고 블록으로 바다를 표현하고, 위험에 처한 보호 대상 해양 생물을 구출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블록으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보는 공간도 있고, 직접 조립한 해양 생물로 벽에 장식하기도 즐겁다. 아이들은 전시물 위주의 자원관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레고 기획전 덕분에 바다와 해양 생물을 친근하게 느낀다.


장항송림산림욕장에 있는 장항스카이워크의 정식 명칭은 ‘기벌포해전 전망대’다. 기벌포해전은 문무왕 때(676년) 신라 해군이 기벌포에서 당나라 해군을 크게 이긴 전투다. 스카이워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장항 앞바다가 기벌포해전이 벌어진 곳이다.

키 큰 해송 사이에 자리한 높이 15m, 길이 250m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가슴이 탁 트인다. 높이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카이워크 아래로 이어진 솔숲도 인상적이다. 빽빽한 솔숲 사이에 분위기 있는 산책로가 여러 갈래다. 스카이워크와 해변, 솔숲 산책로까지 두루 즐길 수 있어 사계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도보 5분 거리로 가깝다.

국립생태원은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 방문하기 좋다.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5대 기후대와 그 안의 생태계를 재현해 보여준다. 실내가 따뜻해서 외투를 로커에 보관하고 관람하는 게 좋다. 오는 1월 말까지 전세계에서 온 300종이 넘는 난을 전시한다.

난초과는 전 세계 식물 40만종 가운데 2만2000여종을 차지해 종 다양성이 두 번째로 풍부한 식물이다. 에코리움 로비와 열대관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세계의 난을 감상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에코리움에 입장하기 전에 하다람놀이터에 들러보자. 흥미로운 놀이 시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서천의 특산물 한산모시는 올이 가늘어 한산세모시라고 한다. 올이 촘촘하고 까끌까끌한 질감이 있어 여름철에 입으면 시원하고 가볍다. 한산모시는 옷감 자체도 우수하지만, 옷감을 생산하는 과정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을 만큼 가치 있다.

한산모시 특산물

모시를 재배해서 수확하기, 태모시 만들기, 모시를 째고 삼고 날고 매고 짜기까지 오랜 시간과 정성, 숙련된 솜씨가 필요하다. 한산모시관은 모시에 관한 모든 것을 알기 쉽게 전시한 곳이다. 한산모시짜기 기능 보유자와 마을 부녀자들이 시연해 관람객이 모시 만들기의 주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서천 마량리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동백나무 80여그루가 군락을 이룬 동백나무 숲이 있다. 바다를 마주한 서쪽은 바위 절벽이고, 언덕 위에는 동백정이 있다. 동백나무 숲은 바람이 덜한 동쪽 경사면을 따라 형성됐다.

동백정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이 장쾌하고,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섬 오력도 위로 지는 저녁놀이 근사하다. 동백꽃은 12월부터 피기 시작하고, 가장 추운 1~2월에도 활짝 핀 꽃이 흔하다. 꽃이 피고 지고 또 봉우리를 맺어 피고 지기 때문에 겨울부터 봄까지 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해양 문화 탐방 코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항스카이워크→국립생태원→마량리 동백나무 숲
- 명소 탐방 코스: 마량리 동백나무 숲→한산모시관→문헌서원→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항스카이워크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항스카이워크→문헌서원→한산모시관→신성리 갈대밭
- 둘째 날: 국립생태원→월하성 어촌체험마을→마량리 동백나무 숲→홍원항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서천군 문화관광 tour.seocheon.go.kr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www.mabik.re.kr
- 국립생태원 www.nie.re.kr
- 한산모시관 mosi.seocheon.go.kr

문의 전화
-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041-950-4470
- 서천종합관광안내소 041-952-9525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041-950-0600
- 국립생태원 041-950-5300
- 한산모시관 041-951-4100
- 장항스카이워크 041-956-5505
- 마량리 동백나무 숲(동백나무숲관광안내소) 041-952-7999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장항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5회(05:35~20:39) 운행, 3시간10분~3시간3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장항: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7회(07:40~17:1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공주와 부여 거치는 완행은 4시간30분~5시간 소요)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자가운전 정보
- 서해안고속도로 서천 IC→서천IC삼거리 좌회전→대백제로→장항역사거리 우회전→장항산단로→댕뫼사거리 좌회전→장항산단로34번길→신화송로130번길→화송길→국립해양생물자원관
- 서천공주고속도로 동서천 IC→장산로→하구둑사거리 우회전→금강로→송내교차로 우측→대백제로→장항역사거리 좌회전→장항산단로→댕뫼사거리 좌회전→장항산단로34번길→신화송로130번길→화송길→국립해양생물자원관


숙박 정보
- 서천비치텔: 서면 서인로, 041-952-9566~7, www.seocheonbeachtel.co.kr (굿스테이)
- 문헌전통호텔: 기산면 서원로172번길, 041-953-5895, www.munheon.org (한옥스테이)
-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 종천면 희리산길, 041-953-2230, www.huyang.go.kr

식당 정보
- 고수록: 고수록정식, 비인면 서인로1117번길, 041-952-1928, gosurok.modoo.at
- 바닷가횟집: 생선회, 서면 춘장대로151번길, 041-953-7000
- 할매온정집: 아귀찜·아귀탕, 장항읍 장서로47번길, 041-956-4860, www.onjungjib.com

주변 볼거리
신성리 갈대밭, 금강하굿둑, 문헌서원, 춘장대해수욕장, 장항송림산림욕장, 마량포구, 홍원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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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