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가족과 함께 하는 체험 여행 ③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풍요로운 바다의 매력에 빠져들다

금강이 서해를 만나 어우러지고, 매서운 바닷바람이 솔숲에서 한결 순해지는 서천 장항은 바다를 만나고, 누리고, 배우는 여행지다. 장항 앞 바다가 기벌포해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항스카이워크와 장항송림산림욕장 곁에 둥지를 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덕분이다.

여기에 서천 명품 한산모시를 감상하고, 전 세계 5대 기후대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국립생태원, 동백꽃 위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까지 더하면 여행길이 한층 풍성해진다.

바다+질문+공간

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해양 생물자원에 대한 수집, 보존·관리, 연구, 전시, 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그 가운데 일반 관람객을 위한 전시 공간이 ‘씨큐리움’이다. 바다(Sea), 질문(Question), 공간(Rium)의 합성어로 ‘바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아가는 전시·교육 공간’이라는 의미다. 씨큐리움에는 7000점이 넘는 해양 생물 표본이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유리로 만든 타워형 씨드 뱅크(Seed Bank)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 표본 5000여 점을 쌓아 올린 것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상징물이다. 시드 뱅크 앞 안내 데스크에서 30분마다 전시 해설이 출발한다.

전문 해설사와 동행하면 씨큐리움의 전시물을 좀 더 깊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주요 전시물에는 자세한 설명이 있어 개별 관람하기에도 어려움은 없다. 시드 뱅크 앞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둘러보도록 구성됐다.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다양한 해양 생물 표본으로 가득한 ‘해양 생물의 다양성’ 전시다. 해조류와 플랑크톤부터 바다의 포유류까지 골고루 보여준다. 무척추동물이 전시된 공간 맞은편 벽에 ‘지구 생물의 80%는 바다에 산다. 우리는 오직 1%만 알고 있다’고 적힌 글귀가 인상적이다.

다양한 해양생물

포유류 코너에는 상어, 가오리 등과 함께 까치상어의 출산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표본도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은 다중 동작 인식 기술을 활용한 체험 전시다. 바닷속을 표현한 영상 앞에 서면 관람객의 팔이 게의 집게발이 되고, 머리가 상어가 되는 등 재미있게 반응한다.


3층에는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인 고래의 뼈가 전시됐다. 앞 지느러미뼈를 자세히 보면 손가락과 닮았다.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고래 조상의 흔적이다. 2층에서 보는 ‘해양 주제 영상’은 범고래 공격으로 어미와 헤어진 새끼 혹등고래의 모험을 다뤘다.

바다에 대한 호기심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공간
해양생물 5000여점 표본 쌓은 타워형 씨드 뱅크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는 1층의 ‘4D 영상실’,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헤엄치는 ‘로봇 물고기 전시실’도 챙겨볼 것.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17년 9월 말까지 ‘레고 구조대’전이 열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레고 블록으로 바다를 표현하고, 위험에 처한 보호 대상 해양 생물을 구출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블록으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보는 공간도 있고, 직접 조립한 해양 생물로 벽에 장식하기도 즐겁다. 아이들은 전시물 위주의 자원관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레고 기획전 덕분에 바다와 해양 생물을 친근하게 느낀다.


장항송림산림욕장에 있는 장항스카이워크의 정식 명칭은 ‘기벌포해전 전망대’다. 기벌포해전은 문무왕 때(676년) 신라 해군이 기벌포에서 당나라 해군을 크게 이긴 전투다. 스카이워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장항 앞바다가 기벌포해전이 벌어진 곳이다.

키 큰 해송 사이에 자리한 높이 15m, 길이 250m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가슴이 탁 트인다. 높이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카이워크 아래로 이어진 솔숲도 인상적이다. 빽빽한 솔숲 사이에 분위기 있는 산책로가 여러 갈래다. 스카이워크와 해변, 솔숲 산책로까지 두루 즐길 수 있어 사계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도보 5분 거리로 가깝다.

국립생태원은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 방문하기 좋다.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5대 기후대와 그 안의 생태계를 재현해 보여준다. 실내가 따뜻해서 외투를 로커에 보관하고 관람하는 게 좋다. 오는 1월 말까지 전세계에서 온 300종이 넘는 난을 전시한다.

난초과는 전 세계 식물 40만종 가운데 2만2000여종을 차지해 종 다양성이 두 번째로 풍부한 식물이다. 에코리움 로비와 열대관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세계의 난을 감상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에코리움에 입장하기 전에 하다람놀이터에 들러보자. 흥미로운 놀이 시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서천의 특산물 한산모시는 올이 가늘어 한산세모시라고 한다. 올이 촘촘하고 까끌까끌한 질감이 있어 여름철에 입으면 시원하고 가볍다. 한산모시는 옷감 자체도 우수하지만, 옷감을 생산하는 과정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을 만큼 가치 있다.

한산모시 특산물

모시를 재배해서 수확하기, 태모시 만들기, 모시를 째고 삼고 날고 매고 짜기까지 오랜 시간과 정성, 숙련된 솜씨가 필요하다. 한산모시관은 모시에 관한 모든 것을 알기 쉽게 전시한 곳이다. 한산모시짜기 기능 보유자와 마을 부녀자들이 시연해 관람객이 모시 만들기의 주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서천 마량리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동백나무 80여그루가 군락을 이룬 동백나무 숲이 있다. 바다를 마주한 서쪽은 바위 절벽이고, 언덕 위에는 동백정이 있다. 동백나무 숲은 바람이 덜한 동쪽 경사면을 따라 형성됐다.

동백정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이 장쾌하고,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섬 오력도 위로 지는 저녁놀이 근사하다. 동백꽃은 12월부터 피기 시작하고, 가장 추운 1~2월에도 활짝 핀 꽃이 흔하다. 꽃이 피고 지고 또 봉우리를 맺어 피고 지기 때문에 겨울부터 봄까지 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해양 문화 탐방 코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항스카이워크→국립생태원→마량리 동백나무 숲
- 명소 탐방 코스: 마량리 동백나무 숲→한산모시관→문헌서원→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항스카이워크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항스카이워크→문헌서원→한산모시관→신성리 갈대밭
- 둘째 날: 국립생태원→월하성 어촌체험마을→마량리 동백나무 숲→홍원항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서천군 문화관광 tour.seocheon.go.kr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www.mabik.re.kr
- 국립생태원 www.nie.re.kr
- 한산모시관 mosi.seocheon.go.kr

문의 전화
-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041-950-4470
- 서천종합관광안내소 041-952-9525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041-950-0600
- 국립생태원 041-950-5300
- 한산모시관 041-951-4100
- 장항스카이워크 041-956-5505
- 마량리 동백나무 숲(동백나무숲관광안내소) 041-952-7999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장항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5회(05:35~20:39) 운행, 3시간10분~3시간3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장항: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7회(07:40~17:1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공주와 부여 거치는 완행은 4시간30분~5시간 소요)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자가운전 정보
- 서해안고속도로 서천 IC→서천IC삼거리 좌회전→대백제로→장항역사거리 우회전→장항산단로→댕뫼사거리 좌회전→장항산단로34번길→신화송로130번길→화송길→국립해양생물자원관
- 서천공주고속도로 동서천 IC→장산로→하구둑사거리 우회전→금강로→송내교차로 우측→대백제로→장항역사거리 좌회전→장항산단로→댕뫼사거리 좌회전→장항산단로34번길→신화송로130번길→화송길→국립해양생물자원관


숙박 정보
- 서천비치텔: 서면 서인로, 041-952-9566~7, www.seocheonbeachtel.co.kr (굿스테이)
- 문헌전통호텔: 기산면 서원로172번길, 041-953-5895, www.munheon.org (한옥스테이)
-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 종천면 희리산길, 041-953-2230, www.huyang.go.kr

식당 정보
- 고수록: 고수록정식, 비인면 서인로1117번길, 041-952-1928, gosurok.modoo.at
- 바닷가횟집: 생선회, 서면 춘장대로151번길, 041-953-7000
- 할매온정집: 아귀찜·아귀탕, 장항읍 장서로47번길, 041-956-4860, www.onjungjib.com

주변 볼거리
신성리 갈대밭, 금강하굿둑, 문헌서원, 춘장대해수욕장, 장항송림산림욕장, 마량포구, 홍원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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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