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강진군민장학재단’ 비리수사에 쏟아지는 의혹들

"감사원·경찰 움직인 ‘보이지 않는 손’ 있다?"

전라남도 강진군민들이 바쁜 농사철에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운집한 인파만도 무려 1000여명. 대형버스를 17대나 대절해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개인차량을 이용해 광주지방경찰청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한데 모인 이들은 "일 잘하는 우리 군수 가만두라"고 목 놓아 부르짖었다. 대체 한적한 시골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들썩이는 강진군을 직접 찾아 울분에 찬 이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봤다.

인구 4만의 시골마을 강진군이 요즘 떠들썩하다. 강진군민장학재단에 대한 수사를 놓고서다. 장학재단에 대한 이번 수사가 주목받는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무려 5차례나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황주홍 현 강진군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장학재단은 194억원의 기금을 모아 한 해 중고생 140여명에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다.

감사원이 처음 강진군민장학재단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것은 2009년 9월이다. 이틀간 진행된 이 감사에서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자 감사원은 그해 10월 2차 감사를 실시했다. 여기서도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이듬해 3월, 감사원은 한 차례의 감사를 추가로 실시했다. 3차 감사는 특히 강도가 높았다. 감사원은 군수실 바로 옆에 감사실을 마련하고 감사에 돌입했다. 감사는 10일에 걸쳐 진행됐다. 여타 시군 감사에 통상 2~3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194억원 기금 모아
중고생 140명 후원

이뿐만이 아니다. 강진군에 대한 감사를 마친 뒤에도 타지역으로 강진군 공무원들을 불러내 추가조사를 했다. 장장 4개월에 걸쳐 진행된 조사에 군정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는 전언이다. 조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사직서를 낸 공무원이 있을 정도였다. 이로 인해 감사원은 감사권을 남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한 달 뒤인 그해 4월, 이번엔 전남지방경찰청이 강진군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감사원이 장학기금조성 과정에서의 강제모금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요청을 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혐의는 나오지 않았고 전남경찰청은 내사를 종결했다.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지난 2월 24일엔 광주지방경찰청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3월 4일 “장학기금 조성을 놓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진정과 투서가 있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별다른 혐의점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이후 무려 5차례에 걸쳐 감사·수사 받아
공교육 살린 현 군수 업적 “박수 쳐주진 못할망정”

군 단위 기초자치단체의 장학기금에 관한 문제로 이처럼 전방위적인 압박 감사와 수사가 이뤄진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때문에 이번 수사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엔 물음표가 가득하다. 특히나 장학재단은 공교육을 살린 강진군의 기적으로 찬사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칭찬 받을 일을 했는데 박수는커녕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학기금 조성 전인 2004년, 강진군의 교육은 붕괴 직전이었다. 관내 5개 고등학교가 모두 정원미달 상태로, 매달 약 50명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육을 위해 강진군을 떠나고 있었다. 그러나 기금 조성에 나선 지 3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군내의 고등학교 5곳이 모두 정원을 채우며 정상화 됐다. 강진고교는 2006년 개교 25년 만에 처음 서울대 합격자를 낸 데 이어 6년 연속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성요셉여고 역시 개교 48년 만인 지난 2008년 처음 서울대 합격생을 냈으며, 전남생명과학고(옛 강진농고)는 농업계로서는 전국 최초로 마이스터고 지정이 유력시되고 있다. 성전면에 있는 성전고는 한개 학급이 증설되는 믿기 어려운 변화를 보여줬다. 이같은 교육성공은 국정감사 모범사례로 보고되면서, 전국 언론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들은 강진군처럼 장학금을 조성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감사·수사 결과 강진장학재단은 단 한 건의 불투명성과 비리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왜 유독 강진군만 표적이 돼 겹겹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걸까.

지역 내에선 이번 수사의 배경에 황 군수를 ‘찍어내기’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청부감사나 청부수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수사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발은 불만을 넘어 분노에 달했다. ‘강진군 관계 공무원 일동’은 지난 3월4일 신문광고를 통해 "수사 최종 목표가 강진군수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이번 표적이 황 군수임을 시사했다. 또 3월7일 내놓은 감사원 발표에 대한 강진군의 입장이란 보도자료에서도 "1차 감사와 2차 감사가 이 지역 정치세력의 청탁성 압력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강진군민들이 뿔났다
경찰에 분노 폭발

지역주민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강진군 번영회는 지난 3월8일 강진군 입구에 걸어둔 현수막에서 지역 정치인 자숙하라며 감사의 배후가 정치권 인사라고 지적했다. 현재 군민들 사이에선 "이 지역 유력 정치세력이 감사원과 경찰에 압력을 넣어 표적감사와 표적수사가 이뤄졌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정치적 음모론이 나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강진 태생인 황 군수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뒤 건국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낸 이른바 엘리트 군수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민주당적을 스스로 버리면서까지 ‘자치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한 인물로, "특유의 열정과 투명성으로 강진군 발전을 주도해 왔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탄탄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으면서도 민주당적을 거부한 그가 민주당 입장에서 볼 땐 일종의 ‘눈엣가시’인 셈이다.

특히 황 군수는 2012년 총선 또는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리란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강력한 정적(政敵)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누군가가 이번 사태를 치밀하게 기획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5번의 감사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의혹들은 ‘음모론’에 무게를 더한다.

“정적(政敵) 제거하기 위해 누군가(?) 기획했다?”
45개 시·군 장학재단 조사한다더니 “강진군만!?”

2차 감사 당시 황 군수는 감사원의 한 지인으로부터 믿기 어려운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지역 정치세력의 청탁성 압력으로 감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무혐의 종결하면 (유력정치인이) 화를 낼지 모르니 유야무야 시간을 끌고 가는 식으로 마무리 짓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배려로 감사원의 결과 통보도 없이 사태는 매듭지어졌다.

이어 전수조사라는 명분을 앞세워 전국 145개 시군 장학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3차 감사는 시늉에 그치고 말았다. 감사서를 통해 감사원은 “시간과 인력의 한계로 다른 곳은 확인이 어려웠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강진군에 대한 감사만 강도 높게 진행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적극 진화 나서
해명에도 여전히 의혹 증폭

뿐만 아니라 3차 감사 결과 감사원은 황 군수 한 명에 대해서만 수사요청을 했다. 30여명에 이르는 강진교육 관련자들을 철저히 감사했으나 시정 요구를 하는데 그치는 등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한 것과 대조적이다. 결정적 표적감사, 표적수사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2차 수사를 진행한 곳이 광주경찰청이라는 점도 미심쩍다. 강진군 관할청은 전남경찰청이다. 이에 대해 광주경찰청은 강진에 장학금을 낸 회사 소재지가 광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광주경찰청에서 압수수색을 들어온 타이밍도 절묘했다. 황 군수는 지난 2월24일 오후 2시 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의 긍정적 판결을 받았다. 그로부터 불과 한 시간 뒤인 이날 오후 3시, 3개월 내내 내사를 해오던 경찰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황 군수의 판결에 대한 기사는 압수수색에 대한 기사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 모든 일들이 ‘컨트롤타워’의 압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황 군수 측의 주장이다.

이처럼 의혹이 끊이지 않자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누구도 감사나 수사 청탁을 집행한 적이 없다”고 해명을 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의혹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오히려 살을 더해가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에 군심(郡心)은 물론 도심(道心)까지 사납게 소용돌이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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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