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목줄 쥔 ‘오리온 비자금’ 키맨들

가신들 입 ‘근질근질’ 회장님 귀 간질간질

오리온그룹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이 뒤지는 것은 비자금이다. 의심의 눈초리는 담철곤 회장에 쏠린다. 유력한 용의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했을 리 없다. 누가 도왔을 게 뻔하다. 제3자의 입에 따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열쇠를 쥔 키맨들은 누구일까.

오너 최측근 조씨…‘검은돈’ 조성 핵심역할 포착
그룹경영 막후실력자 “‘오리온 이학수’로 통해”

지난해 8월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기초적인 자료 검토 등 내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털기’에 나섰다.<본지 794호 참조> 검찰은 오리온그룹 오너일가가 청담동 마크힐스 부지 헐값 매매로 생긴 차액을 미술품 거래를 통해 돈세탁 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리온 비자금을 뒤지고 있는 검찰의 칼끝은 담철곤 회장을 겨누고 있다. 일단 각종 의혹으로 담 회장을 단단히 옭아맨 모양새다. 큰 줄기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줄줄이 딸린 가지들부터 하나하나 쳐낼 요량으로 보인다.

그 첫 가지가 담 회장의 최측근인 조모씨다. 검찰은 그룹 고위 임원 조씨가 비자금 조성에 핵심역할을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씨를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보고, 담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그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담 회장을 꽁꽁 묶기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검찰 안팎에선 조씨가 ‘검은 돈거래’를 사실상 진두지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청담동 마크힐스 부지를 헐값에 매매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외에 비자금 조성용으로 의심되는 의문의 토지거래를 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큰 줄기 잡아두고 
가지들부터 쳐낸다


실제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조씨는 비자금 조성에 깊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오리온그룹 세무조사 후 횡령과 탈세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을 당시 조씨를 피고발인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국세청에서 넘겨받은 조사자료를 통해 조씨의 역할을 일부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참고인 등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오리온그룹의 고위 임원 (조씨가) 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자금 조성 및 운용을 총괄지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자금 키맨’으로 의심받고 있는 조씨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씨는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온 막후 실력자다.

그룹 내부에선 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오리온 집사’로 통한다. 그를 ‘삼성 집사’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에 비교하기도 한다.


‘배달꾼’ 의심 시행사 사장 박씨
‘돈세탁’의혹 갤러리 대표 홍씨
‘미스터리 유령 갤러리’
열쇠 쥔 박·김씨 주목

1980년대부터 오리온에서 근무한 조씨는 그룹 몸집을 늘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오리온그룹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일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2000년대 들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구세력’이 대부분 숙청될 당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더 잘나갔다. 한때 10여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전직 계열사 한 임원은 “조씨는 그룹 전반의 자금줄을 훤히 알고 있다”며 “그를 털면 ‘검은돈’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리온 비자금’ 수사의 또 다른 키맨은 시행사 M사 대표 박모씨다. 검찰은 박씨가 오리온 비자금의 실체를 규명하고 오너일가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핵심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상황에 따라 추가소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내가 잘 아는 오리온 고위 임원이 청담동 마크힐스 시행사 대표에게 회사 소유의 창고 부지를 시세보다 싸게 팔 테니 비자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고, 나중에 갤러리 계좌로 입금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그룹 계열 건설사인 메가마크는 지난해 3월 청담동 마크힐스를 완공했다. 19가구 규모의 건물 2개동으로 이뤄진 마크힐스는 분양가만 40억∼70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빌라다. 이 빌라를 짓는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설이 제기됐다.

오리온그룹이 2006년 7월 물류창고 부지로 쓰던 청담동 땅(1755.7㎡·약 530평)을 시행사인 E사에 인근 부지의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하고 차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 돈을 S갤러리에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배달꾼’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3인방만 털면 
‘검은돈’ 드러난다”

박씨가 대표를 맡은 M사는 메가마크가 시공한 흑석동 마크힐스의 시행사로, 메가마크가 전체 지분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남편은 유명 중견가수 최모씨다. 최씨는 E사의 지분을 26%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박씨 부부는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박씨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국내 유명 화랑인 S갤러리 대표 홍모씨다. 돈세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검찰은 S갤러리와 홍씨 집을 압수수색해 미술품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

홍씨 역시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와 평소 친분이 두터운 관계다. 검찰은 양측 사이에 모종의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이 헐값에 땅을 판 것처럼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려 S갤러리를 통해 세탁하지 않았냐는 의혹이다.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청담동 부지로 마련한 돈이 S갤러리와 그림 거래를 하는 형태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파악해 경위를 확인 중이다. 이 경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S갤러리는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창구가 되는 것이다. 홍씨는 2006년 7월 서울 신사동 일대 토지를 최씨와 공동으로 사들인 뒤 2007년 5월 이 땅을 조씨에게 되팔은 이상한 매매와 관련해서도 의혹을 받고 있다.

홍씨는 재벌가 비자금과 악연이 깊다. 2004년 해외 미술품 유통 비리와 관련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데 이어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삼성을 대신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을 해외 경매를 통해 샀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근엔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부하를 시켜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구입한 곳으로 지목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오리온그룹 비자금에 연루된 핵심인사들을 잇따라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들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언제든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오리온 비자금’열쇠를 쥔 조씨와 박씨, 홍씨 ‘3인방’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명작가의 작품을 놓고 민사소송 중이다. 세 명 모두 비자금 조성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라 소송 향배가 주목된다. 자칫 비자금 사건으로 불똥이 튈 수 있어 더욱 시선이 쏠린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조씨와 홍씨를 상대로 “앤디 워홀의 1965년 작품 ‘플라워’를 반환하라”며 5억1480만원의 양수금 소송을 제기,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권리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박씨는 소장에서 “2009년 3월 조씨를 통해 홍씨에게 그림을 팔아달라고 위탁했는데 이후 계약을 해지하고도 그림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S갤러리가 ‘미술품 구매용’이란 이유로 반환하지 않았다며 4억9400만원도 요구했다.

“오너일가와 평소 
친분 두터운 관계”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인 워홀의 1965년 작 ‘플라워’는 가로·세로 20.3㎝의 크기로 거래가가 8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에 조씨와 홍씨는 “워홀의 그림은 박씨가 빌려간 돈에 대한 담보로 받은 것”이라며 박씨를 상대로 1억5000만원의 대여금 관련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홍씨는 “조씨로부터 위탁받은 미술품이니 조씨에게 반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그림 소유주가 오리온그룹 측이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메가마크-시행사-갤러리’ 3각 커넥션 의혹과 별개로 H갤러리 의혹도 수사 중이다. 오리온그룹이 H갤러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정황을 캐고 있다.
오리온에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I사는 2005년 3월 55억원에 H갤러리를 설립했다. H갤러리는 S갤러리에서 80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사들인 뒤 이중 20억원어치만 되팔았다. 60억원 상당의 미술품이 H갤러리에 남아 있어야 하지만, H갤러리는 2008년 폐업하면서 청산소득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60억원이 오리온그룹 비자금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사의 최대주주는 H갤러리가 폐업하기 전까지 오리온그룹 임원 출신인 박모씨였다. 2대주주도 오리온그룹 임원 출신인 김모씨다. 검찰 주변에선 둘 다 ‘판도라 상자’ 열쇠를 쥔 인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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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