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 극치 LIG건설 부도사태 후폭풍

두 얼굴 구씨일가 잘나갈 땐 금둥이 어려울 땐 업둥이

LIG그룹 오너들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계열사인 LIG건설의 부도를 두고 ‘버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잘 나갈 땐 옆에 끼고 으스대다 좀 삐거덕거리자 망설이지 않고 등을 돌렸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란 지적이다. 그룹이란 든든한 ‘울타리’를 믿고 돈을 꿔준 금융권과 아파트 계약자만 바보가 됐다.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오너들은 말짱하기만 하다.

LIG건설 기업회생 신청…대주주 도덕성 논란
투자자 엄청난 손실 나 몰라라 ‘꼬리 자르기’


아파트 브랜드 ‘리가(LIGA)’로 잘 알려진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시공능력순위 47위(2010년 기준)인 LIG건설은 지난달 2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단돈 100억원 들여 
3200억 회사‘꿀꺽’

이를 두고 LIG 오너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투자자 등에게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고 LIG건설을 ‘꼬리 자르기’식으로 버렸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IG건설 최대주주는 지분 59.16%를 소유한 TAS(티에이에스)다. 나머지는 외국계 투자회사인 넥스젠 캐피탈(16.22%)과 한국증권금융(14.15%) 등이 보유하고 있다.

TAS는 LIG그룹 계열사의 손해사정 서비스와 콜센터 대행업체로 설립됐으나 LIG건설 인수 이후 건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 이 회사는 LIG일가 2세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그의 동생인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 구 부사장 아들인 창모·영모군 등이 대주주다. 각각 14.31%씩 보유한 이들 4명의 총 지분율은 57.24%다.

구본상 부회장은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터프츠대학을 나와 1996년 LG그룹에 입사해 현재 그룹 지주회사인 LIG홀딩스와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 대표이사, LIG손해보험 비상무이사 등을 겸직하고 있다.

구자원 회장과 그의 차남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은 LIG건설 경영에 참여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사촌인 구자원 회장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LIG손해보험, LIG홀딩스 회장직과 함께 LIG건설 비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구본엽 부사장은 LIG건설 상근 등기임원에 등재, 사실상 회사 업무를 총괄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3년 LIG엔설팅에 입사해 2007년부터 LIG건설 부사장을 맡고 있다. 창모·영모군은 올해 9세로 아직 미성년자다. 이들 형제는 2005년 3세 때 TAS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일가가 TAS를 통해 LIG건설을 설립한 것은 5년 전이다. TAS는 2006년 건영을 인수해 LIG건영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9년 한보건설을 인수해 LIG건영과 합병하면서 지금의 LIG건설이 됐다.

그러나 설립 과정부터 석연치 않다. 대규모 레버리지(차입)로 건영과 한보건설을 차례로 인수한 것. TAS의 자본금은 1억11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인수가격이 2870억원인 건영을 인수했다. 한보건설은 302억원에 인수했다. 구씨일가가 남의 돈으로 두 회사를 인수했다는 얘기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넥스젠캐피탈 등에서 4000여억원을 빌렸다. LIG손해보험 주식과 일부 부동산, LIG건설 주식 등이 담보로 제공됐다.

구씨일가가 동원한 돈은 100억원뿐이다. 결국 단돈 100억원을 들여 3200억원짜리 두 건설사를 ‘꿀꺽’한 셈이다. 인수 이후에도 본인들 자금은 별로 투입하지 않았다. 주로 금융권 돈을 빌려 사업을 꾸렸다.

당장은 문제가 없었다. 건영과 한보건설의 축적된 건설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범LG가의 지원도 등에 업었다.

2006년 418억원이었던 매출은 2009년 2793억원으로 6배 이상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248억원, -687억원으로 적자였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8억원, 3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 결과 시공능력순위가 100위권 밖에서 2009년 66위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47위로 점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IG가 건설업에 뛰어들은 2007∼2009년은 건설경기가 활황일 때라 재미가 좋았다”며 “2009년 후반부터 상황이 나빠져 주택경기 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LIG는 재빨리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실제 구씨일가는 건설시장에 암운이 드리운 지 2년도 채 안 돼 ‘만세’를 불렀다. 회생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투자도 더 이상 없었다. 그저 돈 꾸기에 급급했다.

LIG건설은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에서 총 1000억원가량의 신용대출을 받았고,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8766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켰다. 이렇게 쌓인 차입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미분양과 사업 지연이 누적되면서 경영난을 겪다 이번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

찬바람 불자 ‘가위질’
회생·투자 의지 ‘NO’

LIG건설 측은 “기존 사업장과 신규 사업장 모두 자금회수가 안 돼 유동성위기에 직면했다”며 “운영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해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아 그룹에서 기업회생절차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LIG건설 부도 사태는 LIG그룹으로 불똥이 튀었다. 우선 LIG그룹의 ‘꼬리 자르기’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LIG그룹은 LIG건설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그룹 전체에 타격을 우려해 ‘가위’를 들었다. LIG건설의 재무 지원을 거부한 것.

통상적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은 채권단과 협의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먼저 추진하고, 실패하면 법원으로 간다. 반면 LIG건설은 그룹이 외면하자 곧바로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더욱이 채권단과 협의도 없이 법정관리 신청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IG건설은 부도 직전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주주들이 법정관리를 알고도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LIG건설은 지난 1월부터 3월10일까지 600억∼7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지난달 2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인 10일엔 42억원의 CP를 발행했다.

올해 LIG건설이 발행한 CP잔액은 1800억원 상당이다. 우리투자증권은 1290억원 규모로 CP를 가장 많이 중계했다. 신한금융투자는 100억여원, 솔로몬투자증권은 30억여원, 하나대투증권은 10억여원 등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600여명, 그 금액이 580억원에 달한다. CP는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상품이다.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담보가 없는 CP 보유자는 순위에서 밀려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주주인 구씨일가는 LIG건설에 출자한 범위 내에서만 금전적 책임을 지면된다”며 “LIG그룹도 LIG건설과 지분 관계가 직간접적으로 없어 사실상 계열사가 아니어서 부담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LIG그룹과 ‘로열패밀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재나 보유한 계열사 지분 등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자동차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의 삼성생명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적이 있다. LIG그룹과 사촌기업인 LG그룹도 LG카드 사태 때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을 우리금융에 매각하기도 했다. 효성그룹의 경우 최근 부도 위기에 처한 진흥기업을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살린 바 있다.

남의 돈으로 인수해 사업
1조 빚 떠넘기고 ‘줄행랑’
‘알면서?’ 부도 10일전 어음 발행
‘책임져!’ 그룹 전체 전방위 압박

LIG건설에 돈을 꿔준 시중은행들은 LIG그룹의 무책임한 법정관리 신청에 당혹스런 표정이다. LIG건설에 일반대출을 해준 은행은 우리은행(370억원), 신한은행(208억원), 하나은행(152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은 일반대출 외에도 PF대출 지급보증이 2035억원에 달해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들은 “LIG건설이 아닌 LIG그룹을 보고 대출을 결정했는데 LIG그룹이 계열 건설사의 자금난을 외면하고 금융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LIG그룹에 제재를 가할 태세다.

CP 투자자들은 연일 서울 역삼동 LIG 사옥 앞에서 LIG그룹과 오너일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대주주가 워크아웃 10일 전에 그런 사실을 모른 채 CP를 팔았다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LIG그룹과 그 일가는 건설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CP 발행을 주관한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LIG건설 경영진과 책임 있는 대주주가 법적,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까지 가세해 잔뜩 벼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LIG건설 사태가 확산되자 LIG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키로 했다. LIG그룹은 LIG건설사 외에 LIG손해보험, LIG넥스원, LIG투자증권 등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LIG손해보험 등 LIG 계열사의 LIG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물론 계열사간 부당거래 여부 등 전방위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IG건설은 지난달 31일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대주주 책임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믿고 투자했는데…
이제와서 시치미”

회사 측은 “유동성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국민 여러분과 채권자, 협력업체, 분양고객께 심려를 끼쳐 사과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 여파로 금융권이 차입금과 CP에 대한 만기연장을 제한하고 조기회수 압박도 심해 운영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사업장 대부분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입된 자금이 적기에 회수되지 못했고, 시행사의 지급 보증과 공사대여금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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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