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여! 진정성 있는 합당 논의하라”

<대한민국을 이끌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⑨>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원내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 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아홉 번째로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원내대표를 만나봤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미래희망연대가 지난 21일 창당 3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친박연대’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에 신생정당의 탄생을 알린지 꼭 3년이 지난 것. 그동안 희망연대는 18대 총선에서 14명의 당선자를 내는 좋은 날도, ‘공천헌금’ 문제로 서청원 전 대표가 구속되는 궂은 날도 보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과의 합당 논의가 재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희망연대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노철래 원내대표를 만나 당을 둘러싼 수많은 궁금증을 풀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당 기념식 찾은 서청원
“‘창당의 주역’ 참석은 당연”
 
- 지난 21일 창당 3주년을 맞았다. 오랜만에 서청원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 서청원 전 대표는 창당의 주역이다. 정치적 예의상 당연히 모셔야 되고 당직자 당원들도 원하는 일이었다. 미래희망연대 구성원들은 정치이념이나 정치철학 등 서 대표가 지향하는 정치노선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당 행사에는 모셔서 같이 하는 게 정치 후배들로서의 도리이자 예의가 아니겠나.

- 서 전 대표의 이번 행사 참석을 정계 복귀의 신호탄으로 보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정치 복귀의 계기라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복권이 돼야 정치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행사에 창당 주역, 당의 최대 주주로 모신 것 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면 복권이 됐다면 본인이 향후 비전이나 계획을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나 여러 언론에 보도됐듯 서 전 대표는 의미를 부여한 바 없다. 
 
- 8·15일쯤 사면, 복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 8·15가 아니라 석가탄신일이라도 좋다. 하루라도 빨랐으면 좋겠다. 그러나 최종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 한나라당과의 합당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 합당 얘기가 나온 게 1년 쯤 됐다. 6·2지방선거 전 보수대연합의 일환으로 얘기가 나와서 4월2일 전당대회에서 합당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안됐다. 그때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합당을 하자고 해서 나섰는데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니 지지부진해졌고, 4·27 재보선을 앞두다 보니 합당 얘기가 또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 직전 창당한 미래희망연대, 창당 3주년 맞아
한나라당과 합당 논의, 1년 전 시작해 아직도 지지부진

- 합당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 진정성의 문제다. 진실성이 있었으면 이미 끝났을 문제다. 진보적 색체가 있는 야권 정당들이 단일화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합당에 대한 말이 나오고는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우리가 후보를 못 내게 하기 위해, 공천 타임을 뺏기 위해 합당 얘기를 꺼내고 선거가 끝나면 합당은 지지부진해진다. 합당 문제 때문에 6·2 지방선거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이번에도 후보를 못 낼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선거철 되면 합당 운운
4·27 재보선 물밑 준비 중

- 그렇다면 4·27 재보선에서 희망연대 후보를 낼 생각인가.
▲ 재보선에 출마할 후보는 아직 어느 당도 확정된 바 없다. 우리도 물밑에서 내밀하게 접촉하고 대화를 꾸준히 하고 있다. 가상되는 정치일정에 대비해서 합당이 안 될 경우 6월 지방선거처럼 타임을 놓쳐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실수는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 한나라당과의 합당에서 걸림돌,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일각에서는 증여세 13억 미납을 지적하고 있다. 
▲ 한나라당은 조그마한 군소정당이 아니라 거대 집권여당이다. 또한 증여세라는 것이 불법인 것을 한나라당이 내줘야 하는 것이라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 있으나 납세의 의무이기 때문에 내주는데 있어서 법적 문제가 없다. 증여세 문제는 하나의 핑계지 굳이 부담이 돼서 미적대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안상수 대표도 공개적으로 증여세를 끌어안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한 이가 아무도 없다. 당대당 합당, 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이고 정치적인 관념이나 이념, 결단의 문제이지 그런 지엽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거나 거기에 발목이 잡힌다고 하는 것은 국가대사를 논하는 주체인 정당에서 소의적 사고를 하는 것이고, 진짜 그렇겠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 합당 문제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은 무엇인가.
▲ 박근혜 대표가 견지하는 입장은 이렇다. 어차피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이나 정당법 등 법적인 요건을 갖춰 구성된 정치 결사체다. 정당은 박 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합당해라 마라하는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희망연대 구성원들이 한나라당과 협의해서 독자적으로 진행할 일이지 자신의 정치 노선에 유불리를 계산해서 하라고 할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어줬다. 박 대표가 시시비비를 말한다거나 해서 합당이 늦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 그런 오해를 할 수 있는 게 희망연대를 박 전 대표의 외곽 친위조직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박 전 대표로서도 자신을 따르던 이들이 외곽에 남아있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지 않겠나.
▲ 희망연대가 박 대표의 정치이념과 철학,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친박’이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할 때부터 공개된 사실이다. 지난일이야 접어둔다고 해도 박 대표의 앞으로의 정치행보에 걸림돌이 된다거나 방해요인이 된다거나, 불편을 주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박 대표가 정치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점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역량을 다 발휘해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게 공통목표다.

- 희망연대가 합당을 하지 않고 있을 때의 ‘독자 역할론’이 있다고 보는가.
▲ 우리국민들은 한나라당이 ‘보수’를 대표적 성격으로 가지고 있지만 모든 보수를 끌어안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같은 보수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나라당에 거리를 두고 있는 층들을 끌어안은 것이 희망연대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희망연대는 13.2%의 득표를 했다. 한나라당에서 끌어안지 못하는 세력을 우리가 안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의 경우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각각 끌어안고 있는 진보가 있고 선거 때가 되면 이들 진보를 합치기 위해 통합후보를 내고 있다.

보수도 한나라당을 선호하고 지향하는 보수, 희망연대를 선호하는 보수가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끌어안지 못하는 보수를 우리가 끌어안고 총선이나 대선에 임한다고 하면 박 대표에게 불리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총선이나 대선 정국에서 지난 총선처럼 희망연대가 제 몫 해주면 대권행보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희망연대는 그 역할, 몫을 해 낼 수 있고 역량을 가지고 있다. 


- 합당이 안되면 희망연대도 재보선, 총선을 앞두고 세 확산을 해야 한다. 세 확장을 위한 지도부 복안은 무엇인가.
▲ 꾸준히 각 시·도지구당을 통해 정치적 프로그램을 지시하고 있다. 어제도 일부 핵심당직자들이 중앙당에 와서 우리의 정치적 역할을 고민하고 총선에서 얻은 13.2% 지지도 배가 운동을 하기 위한 전략적 지침을 내리는 등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 합당과 관련, 한나라당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진정성을 가지고 솔직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보수가 흐트러지는 것을 원하고 있지 않다. 보수가 대통합을 해서 국민이 원하는 사안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 합당의 시너지 상승효과를 내야 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역할이고 취해야할 자세다. 희망연대는 합당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쪽이 미온적이면 ‘보수통합’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된다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선거철마다 “합당하자”…두 번 안속아 물밑 재보선 준비 중
합당해도 안 해도 박근혜 지원 “역대 이만한 대통령감 있었나”


뜨는 ‘박근혜 대세론’ 
대선까지 변함없을 것

- 대선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박근혜 대세론’이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보나.
▲ 과거에도 집권당의 후보군으로 거명되면 여타 후보들보다는 선두에 섰던 게 사실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박 대표에 대한 지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우리는 거기에 플러스알파 요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국가관, 안보관, 경제·사회 복지관을 박 대표에게 함축적으로 끌어 담아 놓고 있다. 과거에 저만한 대통령감이 있었는가? 국민들 마음속에 믿음과 신뢰, 정직,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치적 미래지향점 등을 종합해볼 때 박 대표가 충분한 대권후보로서의 자질과 역량, 정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게 플러스 요인이 돼 선두적 대권후보의 자리를 굳히지 않았나 생각한다. 

- 내년 대선까지 그런 인식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들 사이에 과거 정당사를 돌아봐도 박 대표만큼 대통령의 자질이나 정치적 역량이 함축적으로 모아진 이가 없다는, ‘저 정도면 됐다’는 인식이 충분히 내재돼 있다. 변함은 없을 것으로 본다.


- 합당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을 치르게 되고, 만약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야당인 희망연대가 여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되는데.
▲ 박 대표를 지원하는 것에는 이론, 재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희망연대의 전신, 친박연대가 탄생할 때 박 대표의 정치이념과 국정비전을 바탕에 깔고 출발했다. 지금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념은 창당될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 박 전 대표가 극복해야할 아킬레스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박 대표의 장점과 좋은 점만 가지고 앞으로의 선거구도를 짜고, 박 대표의 당선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때문에 불리한 점,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해봤다.

-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 박 전 대표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겠나.
▲ 헌정이후 역대 대통령 중 퇴임 후 국민 7~80%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물론 인간이기에 누구나 장단점은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7~80%로 나온다는 것은 결국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말 아니겠나. 박 전 대통령의 이념이나 철학이 박 대표에게 전수되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은 해도 마이너스로 작용할리는 없다고 본다.   
 
해프닝으로 끝난 개헌
정치적 계산 “딱 걸렸네”

- 현 정권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 남북문제만을 놓고 본다면 남북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북정책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누구든 대북특사를 보내서 진솔하게 대화하고 돌파구를 찾는 것이 남북이 같이 사는 방법이다.  
   
- 박 전 대표의 ‘대북특사’를 거론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
▲ 유효하다. 남북 경색은 정치권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공신력있는 지도자나 정치인이 문제를 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꼭 누구여야 한다는 것은 없다. 그러나 국내 현 정치상황에서는 박 대표가 가장 적임자라는 게 개인적인 정치소신이다.

- 개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시기가 늦었다. 개헌을 하려면 임기 초에 대통령이 기득권을 다소 내놓더라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기여하겠다고 추진했어야 한다. 막강한 대통령 중심제에서 권한상의 불이익이 있다고 해도 개헌을 추진한다고 하면 얼마나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졌겠나. 이재오 특임장관도 개헌 전도사로 나서려고 했으면 국회의원, 특임장관이 아닌 야인이었을 때 나섰어야 했다. 개헌을 위한 세 축 중 야당도 국민도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 아닌가. 
 
- 그럼에도 지금 개헌 논의를 꺼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 친이계가 현재 정권의 최대주주인데 다음 대선에서 다른 계파나 야권으로 대권이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분권형으로 가면 주주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계산된 정치 목적이 깔려 있으니 국민이 동의해주지 않은 것이다.

- 군소정당의 원내대표로서 애로사항이 많으실 텐데.
▲ 우리나라 국회 구조에서는 군소정당이 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군소정당에 속해 있다고 해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헌법기관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국회법에 융통성이 있어서 교섭, 비교섭단체라는 한계를 두지 말고 헌법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희망연대 원내대표로서나 국회의원 노철래라는 이름을 걸고 꼭 이루고픈 일이 있다면.
▲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깊이 인식하고 있다. 미력이나마 국가·민족·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현상을 꼭 치유하고 싶다.

또한 희망연대는 정치의 한축으로 여기에 상응하는 역할을 언제든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정권 창출을 통해 복된, 행복한 나라를 제시하는 것이 희망연대의 목표다. 
정리=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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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