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여! 진정성 있는 합당 논의하라”

<대한민국을 이끌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⑨>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원내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 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아홉 번째로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원내대표를 만나봤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미래희망연대가 지난 21일 창당 3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친박연대’라는 이름으로 정치권에 신생정당의 탄생을 알린지 꼭 3년이 지난 것. 그동안 희망연대는 18대 총선에서 14명의 당선자를 내는 좋은 날도, ‘공천헌금’ 문제로 서청원 전 대표가 구속되는 궂은 날도 보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과의 합당 논의가 재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희망연대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노철래 원내대표를 만나 당을 둘러싼 수많은 궁금증을 풀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당 기념식 찾은 서청원
“‘창당의 주역’ 참석은 당연”
 
- 지난 21일 창당 3주년을 맞았다. 오랜만에 서청원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 서청원 전 대표는 창당의 주역이다. 정치적 예의상 당연히 모셔야 되고 당직자 당원들도 원하는 일이었다. 미래희망연대 구성원들은 정치이념이나 정치철학 등 서 대표가 지향하는 정치노선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당 행사에는 모셔서 같이 하는 게 정치 후배들로서의 도리이자 예의가 아니겠나.

- 서 전 대표의 이번 행사 참석을 정계 복귀의 신호탄으로 보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정치 복귀의 계기라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복권이 돼야 정치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행사에 창당 주역, 당의 최대 주주로 모신 것 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면 복권이 됐다면 본인이 향후 비전이나 계획을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나 여러 언론에 보도됐듯 서 전 대표는 의미를 부여한 바 없다. 
 
- 8·15일쯤 사면, 복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 8·15가 아니라 석가탄신일이라도 좋다. 하루라도 빨랐으면 좋겠다. 그러나 최종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다.

- 한나라당과의 합당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 합당 얘기가 나온 게 1년 쯤 됐다. 6·2지방선거 전 보수대연합의 일환으로 얘기가 나와서 4월2일 전당대회에서 합당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안됐다. 그때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합당을 하자고 해서 나섰는데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니 지지부진해졌고, 4·27 재보선을 앞두다 보니 합당 얘기가 또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 직전 창당한 미래희망연대, 창당 3주년 맞아
한나라당과 합당 논의, 1년 전 시작해 아직도 지지부진

- 합당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 진정성의 문제다. 진실성이 있었으면 이미 끝났을 문제다. 진보적 색체가 있는 야권 정당들이 단일화 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합당에 대한 말이 나오고는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우리가 후보를 못 내게 하기 위해, 공천 타임을 뺏기 위해 합당 얘기를 꺼내고 선거가 끝나면 합당은 지지부진해진다. 합당 문제 때문에 6·2 지방선거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이번에도 후보를 못 낼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선거철 되면 합당 운운
4·27 재보선 물밑 준비 중

- 그렇다면 4·27 재보선에서 희망연대 후보를 낼 생각인가.
▲ 재보선에 출마할 후보는 아직 어느 당도 확정된 바 없다. 우리도 물밑에서 내밀하게 접촉하고 대화를 꾸준히 하고 있다. 가상되는 정치일정에 대비해서 합당이 안 될 경우 6월 지방선거처럼 타임을 놓쳐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실수는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 한나라당과의 합당에서 걸림돌,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일각에서는 증여세 13억 미납을 지적하고 있다. 
▲ 한나라당은 조그마한 군소정당이 아니라 거대 집권여당이다. 또한 증여세라는 것이 불법인 것을 한나라당이 내줘야 하는 것이라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 있으나 납세의 의무이기 때문에 내주는데 있어서 법적 문제가 없다. 증여세 문제는 하나의 핑계지 굳이 부담이 돼서 미적대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안상수 대표도 공개적으로 증여세를 끌어안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한 이가 아무도 없다. 당대당 합당, 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지이고 정치적인 관념이나 이념, 결단의 문제이지 그런 지엽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거나 거기에 발목이 잡힌다고 하는 것은 국가대사를 논하는 주체인 정당에서 소의적 사고를 하는 것이고, 진짜 그렇겠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 합당 문제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은 무엇인가.
▲ 박근혜 대표가 견지하는 입장은 이렇다. 어차피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이나 정당법 등 법적인 요건을 갖춰 구성된 정치 결사체다. 정당은 박 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합당해라 마라하는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희망연대 구성원들이 한나라당과 협의해서 독자적으로 진행할 일이지 자신의 정치 노선에 유불리를 계산해서 하라고 할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어줬다. 박 대표가 시시비비를 말한다거나 해서 합당이 늦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 그런 오해를 할 수 있는 게 희망연대를 박 전 대표의 외곽 친위조직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박 전 대표로서도 자신을 따르던 이들이 외곽에 남아있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지 않겠나.
▲ 희망연대가 박 대표의 정치이념과 철학,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친박’이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할 때부터 공개된 사실이다. 지난일이야 접어둔다고 해도 박 대표의 앞으로의 정치행보에 걸림돌이 된다거나 방해요인이 된다거나, 불편을 주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박 대표가 정치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점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역량을 다 발휘해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게 공통목표다.

- 희망연대가 합당을 하지 않고 있을 때의 ‘독자 역할론’이 있다고 보는가.
▲ 우리국민들은 한나라당이 ‘보수’를 대표적 성격으로 가지고 있지만 모든 보수를 끌어안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같은 보수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나라당에 거리를 두고 있는 층들을 끌어안은 것이 희망연대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희망연대는 13.2%의 득표를 했다. 한나라당에서 끌어안지 못하는 세력을 우리가 안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의 경우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각각 끌어안고 있는 진보가 있고 선거 때가 되면 이들 진보를 합치기 위해 통합후보를 내고 있다.

보수도 한나라당을 선호하고 지향하는 보수, 희망연대를 선호하는 보수가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끌어안지 못하는 보수를 우리가 끌어안고 총선이나 대선에 임한다고 하면 박 대표에게 불리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총선이나 대선 정국에서 지난 총선처럼 희망연대가 제 몫 해주면 대권행보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희망연대는 그 역할, 몫을 해 낼 수 있고 역량을 가지고 있다. 


- 합당이 안되면 희망연대도 재보선, 총선을 앞두고 세 확산을 해야 한다. 세 확장을 위한 지도부 복안은 무엇인가.
▲ 꾸준히 각 시·도지구당을 통해 정치적 프로그램을 지시하고 있다. 어제도 일부 핵심당직자들이 중앙당에 와서 우리의 정치적 역할을 고민하고 총선에서 얻은 13.2% 지지도 배가 운동을 하기 위한 전략적 지침을 내리는 등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 합당과 관련, 한나라당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진정성을 가지고 솔직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은 보수가 흐트러지는 것을 원하고 있지 않다. 보수가 대통합을 해서 국민이 원하는 사안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 합당의 시너지 상승효과를 내야 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역할이고 취해야할 자세다. 희망연대는 합당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쪽이 미온적이면 ‘보수통합’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된다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선거철마다 “합당하자”…두 번 안속아 물밑 재보선 준비 중
합당해도 안 해도 박근혜 지원 “역대 이만한 대통령감 있었나”


뜨는 ‘박근혜 대세론’ 
대선까지 변함없을 것

- 대선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박근혜 대세론’이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보나.
▲ 과거에도 집권당의 후보군으로 거명되면 여타 후보들보다는 선두에 섰던 게 사실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박 대표에 대한 지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우리는 거기에 플러스알파 요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국가관, 안보관, 경제·사회 복지관을 박 대표에게 함축적으로 끌어 담아 놓고 있다. 과거에 저만한 대통령감이 있었는가? 국민들 마음속에 믿음과 신뢰, 정직,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치적 미래지향점 등을 종합해볼 때 박 대표가 충분한 대권후보로서의 자질과 역량, 정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게 플러스 요인이 돼 선두적 대권후보의 자리를 굳히지 않았나 생각한다. 

- 내년 대선까지 그런 인식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들 사이에 과거 정당사를 돌아봐도 박 대표만큼 대통령의 자질이나 정치적 역량이 함축적으로 모아진 이가 없다는, ‘저 정도면 됐다’는 인식이 충분히 내재돼 있다. 변함은 없을 것으로 본다.


- 합당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을 치르게 되고, 만약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야당인 희망연대가 여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되는데.
▲ 박 대표를 지원하는 것에는 이론, 재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희망연대의 전신, 친박연대가 탄생할 때 박 대표의 정치이념과 국정비전을 바탕에 깔고 출발했다. 지금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념은 창당될 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 박 전 대표가 극복해야할 아킬레스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박 대표의 장점과 좋은 점만 가지고 앞으로의 선거구도를 짜고, 박 대표의 당선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때문에 불리한 점,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해봤다.

-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 박 전 대표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겠나.
▲ 헌정이후 역대 대통령 중 퇴임 후 국민 7~80%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물론 인간이기에 누구나 장단점은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7~80%로 나온다는 것은 결국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말 아니겠나. 박 전 대통령의 이념이나 철학이 박 대표에게 전수되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은 해도 마이너스로 작용할리는 없다고 본다.   
 
해프닝으로 끝난 개헌
정치적 계산 “딱 걸렸네”

- 현 정권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 남북문제만을 놓고 본다면 남북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북정책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누구든 대북특사를 보내서 진솔하게 대화하고 돌파구를 찾는 것이 남북이 같이 사는 방법이다.  
   
- 박 전 대표의 ‘대북특사’를 거론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
▲ 유효하다. 남북 경색은 정치권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공신력있는 지도자나 정치인이 문제를 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꼭 누구여야 한다는 것은 없다. 그러나 국내 현 정치상황에서는 박 대표가 가장 적임자라는 게 개인적인 정치소신이다.

- 개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시기가 늦었다. 개헌을 하려면 임기 초에 대통령이 기득권을 다소 내놓더라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기여하겠다고 추진했어야 한다. 막강한 대통령 중심제에서 권한상의 불이익이 있다고 해도 개헌을 추진한다고 하면 얼마나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졌겠나. 이재오 특임장관도 개헌 전도사로 나서려고 했으면 국회의원, 특임장관이 아닌 야인이었을 때 나섰어야 했다. 개헌을 위한 세 축 중 야당도 국민도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 아닌가. 
 
- 그럼에도 지금 개헌 논의를 꺼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 친이계가 현재 정권의 최대주주인데 다음 대선에서 다른 계파나 야권으로 대권이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분권형으로 가면 주주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계산된 정치 목적이 깔려 있으니 국민이 동의해주지 않은 것이다.

- 군소정당의 원내대표로서 애로사항이 많으실 텐데.
▲ 우리나라 국회 구조에서는 군소정당이 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군소정당에 속해 있다고 해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헌법기관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국회법에 융통성이 있어서 교섭, 비교섭단체라는 한계를 두지 말고 헌법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희망연대 원내대표로서나 국회의원 노철래라는 이름을 걸고 꼭 이루고픈 일이 있다면.
▲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깊이 인식하고 있다. 미력이나마 국가·민족·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현상을 꼭 치유하고 싶다.

또한 희망연대는 정치의 한축으로 여기에 상응하는 역할을 언제든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정권 창출을 통해 복된, 행복한 나라를 제시하는 것이 희망연대의 목표다. 
정리=장미란 기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