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거론은 시기상조…정계개편 후 고민할 것”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⑧> 이인제 의원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와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여덟 번째로 5선의 무소속 이인제 의원을 만나봤다.

"정치자금법 개정안 시기와 방법에 문제 있어 난관"
"과학벨트 문제는 대통령이 정도로 풀어 나가야"

무소속 이인제 의원(충남 논산 금산 계룡)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2~3차례 정도 지역 민심을 살피러 ‘지역구 탐방’에 나선다. 이 의원은 그동안 중앙 정치에 몰두해 지역 일에 약간 소홀히 했던 게 사실이라며 “지역민들께 송구스럽고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3번의 대권 도전에 실패하고 무소속으로 남아 고뇌에 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이 의원. “무소속이 오히려 의정 활동이나 지역구 활동에 편하다”는 그는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정계 개편에 참여한 뒤…”라는 답변으로 슬쩍 비켜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치자금법 개정을 둘러싼 최근의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
▲ 내용의 정당성은 미뤄놓고 국회가 갑자기 개정안을 들고 나오니 기소돼 있는 동료 의원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얘기가 나와도 별로 할 말이 없다. 국민이 의심하는 상황이고 그런 민감한 이야기일수록 공청회 등을 통해 내용의 정당성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 무리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는데, 무모했다. 절차를 밟아 신중하게 추진하는 게 옳다고 본다.

- 개헌 얘기가 많은데 추진 가능하다고 보는가.
▲ 개헌을 하기는 꼭 해야 한다. 현행 헌법은 87년 6월 항쟁으로 권위주의 세력으로부터 항복을 받은 직선제 개헌 헌법이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 최근의 대통령들은 전부 임기 1~2년 앞두고 식물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의 실패는 개인의 실패가 아닌 국가의 실패로 직결된다. 경제 헌법도 손질하고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도 보충할 필요가 있고 남북 관계도 질적인 변화가 있으니 통일을 대비해 일부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 초기 국민을 상대로 개헌의 정당성을 호소하고 정파 간 이해를 구하며 추진했으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대통령도 앞장서지 않고 여당도 단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도 정략적이라고 의심하니 개헌 동력이 떨어져 힘들다.

-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으로서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는 게 맞다고 보는지.
▲ 세종시법 수정안이 처리가 됐으면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됐을 텐데 그게 안 되다 보니 다른 지역이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통령도 이상한 이야기를 해 충청권이 분노하고 상황이 점차 악화돼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정도(正道)로 풀면 된다. 대통령이 표만 얻으려 공약을 한 게 아니라 전문가의 견해를 얻어 충청권이 적지(適地)라 공약을 한 거다. 더욱이 세종시는 24조원을 들여 건설하고 있다. 과학벨트는 첨단 과학 도시가 필요한데 충청권이 아닌 곳에 벨트를 유치한다면 또 다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과학 도시를 건설해야 되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 현재 세종시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데 정부 부처 일부만 이전하면 희망이 없다. 그러나 세종시가 과학벨트의 거점 도시가 되면 성공할 수 있고 이것이 곧 국익에 부합되는 일이라고 본다.


- 북핵으로 국민이 불안해 한다.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하나.
▲ 북은 지금 핵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북이) 완성된 핵무기가 있느냐, 또는 핵무기를 운반할 수단을 갖고 있느냐는 문제에 내 개인적 판단은 ‘완성은 안 됐다’이다. 지금이라도 북한 핵 포기를 위해 우리가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된다. 북이 저러고 있으니 우리도 보유해야 된다는 얘기는 말은 쉽지만 좋은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시켜 줄 위험이 있다. 한반도는 비핵화로 가는 게 옳다. 남과 북이 핵 무장을 하면 통일은 요원해진다. 북핵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만 우리가 핵을 갖는다 해도 북은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와 협력해 최후 순간까지 북핵 저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핵 보유는 하책이다.

-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 얼마 전 재벌 총수가 ‘낙제점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던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실업난과 빈부 격차다. 중산층 붕괴로 인한 빈부 격차는 이 정권 들어 완화됐다고 볼 수 없다. 사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너무 나쁘게만 이명박 정부를 평가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도 눈에 보이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게 없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긍정적 평가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세론이 돌고 있는데.
▲ 현재 국민의 마음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민들은 지금 선택의 시간(대선)이 가깝지 않기에 편한 마음으로 이미지에 의존해 과거 지식을 기반으로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단지 반응에 불과하다. 선거가 가까워오면 후보가 결정되고 이슈도 폭발하고 밀도가 높아지면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해 이미지를 떠나 내용을 보며 (결정)할 것이다. 그에 따라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 무소속으로 정치하기 힘들지 않나.
▲ 무소속이 너무 편하다. 소속된 정당이 없다보니 편하게 공부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과거에는 대통령을 목표로 중앙 정치에 몰두해 지역 주민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는데 지역 정치도 열심히 했다. 무소속은 예산안 등에서도 정파적 오해를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오로지 주민 입장만 반영되면 그만이기 때문에 정당에 있을 때보다 편했고 더 유리했다.

- 그럼 다음 선거도 무소속으로 나갈 건가. 자유선진당 입당 얘기도 돌던데.
▲ 다음 선거는 무소속으로 할 수 없고 올해 말에 상당한 정계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때는 중앙 정치 무대로 복귀할 것이다. 어떤 내용으로 정계 개편이 일어날지 아직 모르니 마음을 비워놓고 있다. 마음은 88년 초선 당시 그대로지만 정치의 마무리를 해야 되는 시점이라 신중하게 판단하려고 한다. 선진당 입당 얘기는 전혀 들은 바 없다. 의원들 개인 차원에서는 있을지 모르지만 선진당 차원에서는 단 한 마디도 없었다.
 
- 세 차례의 대권 도전 실패로 고충과 아쉬움이 적잖았을 텐데.
▲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럽고 외롭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너무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좌절·실패를 겪으며 좀 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 정치권 내부도 비교적 균형있는 시각을 견지하고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빈부 격차나 실업난 등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을 돌파해야 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치 리더십이 부족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을 높이는 부분에서 내 역할이 있기를 소망한다.



- 정치권에서 보수다 진보다 말들이 많은데 이 의원께선 보수인가 진보인가.

▲ 나는 중도 우파에 속하는 사람이다. 시대 변화에 뒤지지 않는 개혁, 자유에 대한 믿음, 통일 지향 등의 나의 정체성이다. 현재 진보를 내세우는 야권의 중심은 너무 좌편향이고 통일에 대한 비전도 비현실적이다. 반면 보수를 내세우는 우파의 중심은 과거 냉전 의식이나 권위주의로부터 실용주의, 개혁주의로 많이 이동한 상태다. 차기 대선의 아젠다는 통일이다. 다음 정권 기간 동안 결정적인 통일의 기회가 올 것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좌편향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면 그 기회를 그냥 흘러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다음 정권만은 건강한 우파세력이 결집돼 정권을 잡고 통일을 성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과거 ‘3김 시대’에서 정·관계를 두루 섭렵하셨는데 회고 부탁드린다.
▲ 3김 시대에는 경제적으로 산업화가 시작·성숙됐으며 정치적으로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넘어감을 의미한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 시대로 이끌었고 김종필 전 총재는 산업화의 주역이면서 평화적인 민주화 이양에 상당한 협력과 기여를 한 지도자다. 나무가 크면 그림자가 큰 것처럼 양면성이 있지만 그 분들이 우리 역사에 기여한 공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세 분 지도자를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세 분 모두의 인간적 면모를 볼 기회가 있었기에 행복하게 생각한다. 세 분의 장점을 배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충청권 유력주자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이제껏 지역 맹주를 꿈꿔 본 일이 없다. 87년에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지역 맹주를 꿈꿨으면 오히려 김종필 총재가 이끄는 신민주공화당에 갔을 것이다. 대학 때부터 민주화 운동을 했기 때문에 그 당시 양김 분열 전 민주당에 발을 들여놨다. 출마도 경기도 안양에서 했고 도지사도 경기도에서 했다. 지역 맹주나 파벌 정치와는 거리를 두면서 정치를 해왔다. 지역 맹주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계신데 체질에 안 맞는 이야기다.
정치를 직업으로 지분을 가지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체질에 안 맞는다. 파벌이나 지역이 맹렬하게 힘을 쓰다보니 내가 좌절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도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중앙 정치를 시작하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 어느덧 5선 국회의원이신데 다음 총선과 대선에 출마할 의향은 있는지.
▲ 정치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됐다. 좀 더 크고 많은 일을 했어야 하는데 지역민들께 송구스럽고 부끄럽다. 6선 의원으로 만들어 주신다면 나라를 통일시키고 실업자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헌신할 생각이다. 다선이 없어지는 이유는 공천제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국회는 다양한 선수가 섞여 있어야 좋다. 아울러 차기 대권 도전 여부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고민할 부분이다. 정계개편 이후에나 어떤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까 아직은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

- 지역구(논산·계룡·금산) 사랑이 대단하다는 평이 있던데.
▲ 다른 지역들도 그렇겠지만 우리 지역은 정말 자랑스러운 지역이다. 논산은 농업이 강하고 유교 문화 유산이 풍부하다. 딸기 등 첨단 과학적 농업이 발달했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조선 500년은 유교가 국교였다. 논산시 연산면에는 기호학파(畿湖學派)의 본산인 돈암서원(遯巖書院)이 위치해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유교 문화가 산재해 있다. 또 육군훈련소가 위치하는 등 군사 도시이기도 하다. 계룡시는 원래 논산시 부마면에서 3군 본부가 들어오면서 시로 승격됐다. 3군 본부가 있는 군사특별시로서 첨단국방과학교육도시의 비전을 키워나가는 신생 도시다. 세계 군 문화 축제 등의 행사도 잘 추진되고 있다. 중앙에서 예산도 지원됐으며 최우수 문화 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금산은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인삼 약초의 메카로 건강·바이오·환경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향하고 있다. 세계 인삼 엑스포도 많이 열리고 있다. 생약을 이용한 바이오를 선보였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 2011년 국회의원 이인제의 개인적 목표는.
▲ 우선 올해 안에 정계 개편이 이뤄지면 좋은 정치세력과 손을 잡고 중앙 정치 무대에 복귀하는 게 소망이다. 내년에는 일단 총선에서 당선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내가 속한 정파 세력이 승리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차기 대선에서는 다음 정권의 가장 큰 아젠다가 통일이기 때문에 통일을 멋지게 이뤄내고 통일 이후 국민적 통합을 슬기롭게 추진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강력한 에너지로 경제성장을 이끌고 고용도 창출하고 실업자 없는, 그래서 무너져가는 중산층을 보강해낼 수 있는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끝으로 지금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이 대지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 위로의 메시지를 남긴다면.
▲ 가까운 이웃인 일본에게 보편적 인류애를 바탕으로 아픔을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고 본다. 평소 일본에 대한 애증의 감정은 모두 잊어야 된다. 우리도 언제 그러한 자연 재앙이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나는 일본이 결국 다시 일어선다고 확신한다. 일본 국민들은 시련을 잘 견디며 세계 일류 국가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 극복할거라 본다. 또한 일본이 빨리 일어서는 게 우리에게도 유리하다. 우리는 일본과 가장 밀접한 국가다. 경제 교역량으로도 두 번째다. 또한 상호의존적이다. 일본이 빨리 재건돼야 우리 국익에 유리하다. 앞으로 동북아는 급속하게 협력 관계로 바뀌어 갈 것으로 본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한·중·일보다 자기들끼리 전쟁도 많이 하고 적대적 관계였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살기 위해 통합을 했다. 통합된 화폐, 의회와 대통령을 만들었다. 동북아시아도 살기 위해 어쩔 도리가 없다. 통일된 대한민국과 일본과 중국은 그 주역이 될 수밖에 없다. 뜨거운 인류에로 함께 하면 더 가까운 이웃이 되고 신뢰도 커지게 된다. 아마도 미래의 초석을 놓는 다리가 될 것이다.


<정리 = 백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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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