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거론은 시기상조…정계개편 후 고민할 것”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⑧> 이인제 의원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와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여덟 번째로 5선의 무소속 이인제 의원을 만나봤다.

"정치자금법 개정안 시기와 방법에 문제 있어 난관"
"과학벨트 문제는 대통령이 정도로 풀어 나가야"

무소속 이인제 의원(충남 논산 금산 계룡)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2~3차례 정도 지역 민심을 살피러 ‘지역구 탐방’에 나선다. 이 의원은 그동안 중앙 정치에 몰두해 지역 일에 약간 소홀히 했던 게 사실이라며 “지역민들께 송구스럽고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3번의 대권 도전에 실패하고 무소속으로 남아 고뇌에 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이 의원. “무소속이 오히려 의정 활동이나 지역구 활동에 편하다”는 그는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정계 개편에 참여한 뒤…”라는 답변으로 슬쩍 비켜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치자금법 개정을 둘러싼 최근의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
▲ 내용의 정당성은 미뤄놓고 국회가 갑자기 개정안을 들고 나오니 기소돼 있는 동료 의원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얘기가 나와도 별로 할 말이 없다. 국민이 의심하는 상황이고 그런 민감한 이야기일수록 공청회 등을 통해 내용의 정당성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 무리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는데, 무모했다. 절차를 밟아 신중하게 추진하는 게 옳다고 본다.

- 개헌 얘기가 많은데 추진 가능하다고 보는가.
▲ 개헌을 하기는 꼭 해야 한다. 현행 헌법은 87년 6월 항쟁으로 권위주의 세력으로부터 항복을 받은 직선제 개헌 헌법이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 최근의 대통령들은 전부 임기 1~2년 앞두고 식물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의 실패는 개인의 실패가 아닌 국가의 실패로 직결된다. 경제 헌법도 손질하고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도 보충할 필요가 있고 남북 관계도 질적인 변화가 있으니 통일을 대비해 일부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 초기 국민을 상대로 개헌의 정당성을 호소하고 정파 간 이해를 구하며 추진했으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대통령도 앞장서지 않고 여당도 단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도 정략적이라고 의심하니 개헌 동력이 떨어져 힘들다.

-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으로서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는 게 맞다고 보는지.
▲ 세종시법 수정안이 처리가 됐으면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됐을 텐데 그게 안 되다 보니 다른 지역이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통령도 이상한 이야기를 해 충청권이 분노하고 상황이 점차 악화돼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정도(正道)로 풀면 된다. 대통령이 표만 얻으려 공약을 한 게 아니라 전문가의 견해를 얻어 충청권이 적지(適地)라 공약을 한 거다. 더욱이 세종시는 24조원을 들여 건설하고 있다. 과학벨트는 첨단 과학 도시가 필요한데 충청권이 아닌 곳에 벨트를 유치한다면 또 다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과학 도시를 건설해야 되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 현재 세종시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데 정부 부처 일부만 이전하면 희망이 없다. 그러나 세종시가 과학벨트의 거점 도시가 되면 성공할 수 있고 이것이 곧 국익에 부합되는 일이라고 본다.

- 북핵으로 국민이 불안해 한다.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하나.
▲ 북은 지금 핵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북이) 완성된 핵무기가 있느냐, 또는 핵무기를 운반할 수단을 갖고 있느냐는 문제에 내 개인적 판단은 ‘완성은 안 됐다’이다. 지금이라도 북한 핵 포기를 위해 우리가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된다. 북이 저러고 있으니 우리도 보유해야 된다는 얘기는 말은 쉽지만 좋은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시켜 줄 위험이 있다. 한반도는 비핵화로 가는 게 옳다. 남과 북이 핵 무장을 하면 통일은 요원해진다. 북핵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만 우리가 핵을 갖는다 해도 북은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와 협력해 최후 순간까지 북핵 저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핵 보유는 하책이다.

-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 얼마 전 재벌 총수가 ‘낙제점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던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실업난과 빈부 격차다. 중산층 붕괴로 인한 빈부 격차는 이 정권 들어 완화됐다고 볼 수 없다. 사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너무 나쁘게만 이명박 정부를 평가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도 눈에 보이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게 없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긍정적 평가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세론이 돌고 있는데.
▲ 현재 국민의 마음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민들은 지금 선택의 시간(대선)이 가깝지 않기에 편한 마음으로 이미지에 의존해 과거 지식을 기반으로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단지 반응에 불과하다. 선거가 가까워오면 후보가 결정되고 이슈도 폭발하고 밀도가 높아지면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해 이미지를 떠나 내용을 보며 (결정)할 것이다. 그에 따라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 무소속으로 정치하기 힘들지 않나.
▲ 무소속이 너무 편하다. 소속된 정당이 없다보니 편하게 공부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과거에는 대통령을 목표로 중앙 정치에 몰두해 지역 주민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는데 지역 정치도 열심히 했다. 무소속은 예산안 등에서도 정파적 오해를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오로지 주민 입장만 반영되면 그만이기 때문에 정당에 있을 때보다 편했고 더 유리했다.

- 그럼 다음 선거도 무소속으로 나갈 건가. 자유선진당 입당 얘기도 돌던데.
▲ 다음 선거는 무소속으로 할 수 없고 올해 말에 상당한 정계 개편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때는 중앙 정치 무대로 복귀할 것이다. 어떤 내용으로 정계 개편이 일어날지 아직 모르니 마음을 비워놓고 있다. 마음은 88년 초선 당시 그대로지만 정치의 마무리를 해야 되는 시점이라 신중하게 판단하려고 한다. 선진당 입당 얘기는 전혀 들은 바 없다. 의원들 개인 차원에서는 있을지 모르지만 선진당 차원에서는 단 한 마디도 없었다.
 
- 세 차례의 대권 도전 실패로 고충과 아쉬움이 적잖았을 텐데.
▲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럽고 외롭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너무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좌절·실패를 겪으며 좀 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 정치권 내부도 비교적 균형있는 시각을 견지하고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빈부 격차나 실업난 등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을 돌파해야 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치 리더십이 부족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을 높이는 부분에서 내 역할이 있기를 소망한다.



- 정치권에서 보수다 진보다 말들이 많은데 이 의원께선 보수인가 진보인가.

▲ 나는 중도 우파에 속하는 사람이다. 시대 변화에 뒤지지 않는 개혁, 자유에 대한 믿음, 통일 지향 등의 나의 정체성이다. 현재 진보를 내세우는 야권의 중심은 너무 좌편향이고 통일에 대한 비전도 비현실적이다. 반면 보수를 내세우는 우파의 중심은 과거 냉전 의식이나 권위주의로부터 실용주의, 개혁주의로 많이 이동한 상태다. 차기 대선의 아젠다는 통일이다. 다음 정권 기간 동안 결정적인 통일의 기회가 올 것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좌편향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면 그 기회를 그냥 흘러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다음 정권만은 건강한 우파세력이 결집돼 정권을 잡고 통일을 성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과거 ‘3김 시대’에서 정·관계를 두루 섭렵하셨는데 회고 부탁드린다.
▲ 3김 시대에는 경제적으로 산업화가 시작·성숙됐으며 정치적으로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넘어감을 의미한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 시대로 이끌었고 김종필 전 총재는 산업화의 주역이면서 평화적인 민주화 이양에 상당한 협력과 기여를 한 지도자다. 나무가 크면 그림자가 큰 것처럼 양면성이 있지만 그 분들이 우리 역사에 기여한 공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세 분 지도자를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세 분 모두의 인간적 면모를 볼 기회가 있었기에 행복하게 생각한다. 세 분의 장점을 배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충청권 유력주자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이제껏 지역 맹주를 꿈꿔 본 일이 없다. 87년에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지역 맹주를 꿈꿨으면 오히려 김종필 총재가 이끄는 신민주공화당에 갔을 것이다. 대학 때부터 민주화 운동을 했기 때문에 그 당시 양김 분열 전 민주당에 발을 들여놨다. 출마도 경기도 안양에서 했고 도지사도 경기도에서 했다. 지역 맹주나 파벌 정치와는 거리를 두면서 정치를 해왔다. 지역 맹주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계신데 체질에 안 맞는 이야기다.
정치를 직업으로 지분을 가지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체질에 안 맞는다. 파벌이나 지역이 맹렬하게 힘을 쓰다보니 내가 좌절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도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중앙 정치를 시작하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 어느덧 5선 국회의원이신데 다음 총선과 대선에 출마할 의향은 있는지.
▲ 정치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됐다. 좀 더 크고 많은 일을 했어야 하는데 지역민들께 송구스럽고 부끄럽다. 6선 의원으로 만들어 주신다면 나라를 통일시키고 실업자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헌신할 생각이다. 다선이 없어지는 이유는 공천제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국회는 다양한 선수가 섞여 있어야 좋다. 아울러 차기 대권 도전 여부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고민할 부분이다. 정계개편 이후에나 어떤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까 아직은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

- 지역구(논산·계룡·금산) 사랑이 대단하다는 평이 있던데.
▲ 다른 지역들도 그렇겠지만 우리 지역은 정말 자랑스러운 지역이다. 논산은 농업이 강하고 유교 문화 유산이 풍부하다. 딸기 등 첨단 과학적 농업이 발달했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조선 500년은 유교가 국교였다. 논산시 연산면에는 기호학파(畿湖學派)의 본산인 돈암서원(遯巖書院)이 위치해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유교 문화가 산재해 있다. 또 육군훈련소가 위치하는 등 군사 도시이기도 하다. 계룡시는 원래 논산시 부마면에서 3군 본부가 들어오면서 시로 승격됐다. 3군 본부가 있는 군사특별시로서 첨단국방과학교육도시의 비전을 키워나가는 신생 도시다. 세계 군 문화 축제 등의 행사도 잘 추진되고 있다. 중앙에서 예산도 지원됐으며 최우수 문화 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금산은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인삼 약초의 메카로 건강·바이오·환경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향하고 있다. 세계 인삼 엑스포도 많이 열리고 있다. 생약을 이용한 바이오를 선보였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 2011년 국회의원 이인제의 개인적 목표는.
▲ 우선 올해 안에 정계 개편이 이뤄지면 좋은 정치세력과 손을 잡고 중앙 정치 무대에 복귀하는 게 소망이다. 내년에는 일단 총선에서 당선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내가 속한 정파 세력이 승리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차기 대선에서는 다음 정권의 가장 큰 아젠다가 통일이기 때문에 통일을 멋지게 이뤄내고 통일 이후 국민적 통합을 슬기롭게 추진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강력한 에너지로 경제성장을 이끌고 고용도 창출하고 실업자 없는, 그래서 무너져가는 중산층을 보강해낼 수 있는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끝으로 지금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이 대지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 위로의 메시지를 남긴다면.
▲ 가까운 이웃인 일본에게 보편적 인류애를 바탕으로 아픔을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고 본다. 평소 일본에 대한 애증의 감정은 모두 잊어야 된다. 우리도 언제 그러한 자연 재앙이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나는 일본이 결국 다시 일어선다고 확신한다. 일본 국민들은 시련을 잘 견디며 세계 일류 국가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 극복할거라 본다. 또한 일본이 빨리 일어서는 게 우리에게도 유리하다. 우리는 일본과 가장 밀접한 국가다. 경제 교역량으로도 두 번째다. 또한 상호의존적이다. 일본이 빨리 재건돼야 우리 국익에 유리하다. 앞으로 동북아는 급속하게 협력 관계로 바뀌어 갈 것으로 본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한·중·일보다 자기들끼리 전쟁도 많이 하고 적대적 관계였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살기 위해 통합을 했다. 통합된 화폐, 의회와 대통령을 만들었다. 동북아시아도 살기 위해 어쩔 도리가 없다. 통일된 대한민국과 일본과 중국은 그 주역이 될 수밖에 없다. 뜨거운 인류에로 함께 하면 더 가까운 이웃이 되고 신뢰도 커지게 된다. 아마도 미래의 초석을 놓는 다리가 될 것이다.


<정리 = 백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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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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