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대한항공… 정신없는 회장님

사상 초유 대통령 전용기 회항 사태 집중조명


대한항공이 바짝 얼어 있다. 대통령 전용기가 기체 이상으로 회항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건국 이래 처음 벌어진 일이다.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전용기 운항 정비를 맡고 있는 대한항공은 패닉 상태다. 당장 나사가 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정신이 딴 데 팔린 오너의 리더십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MB 탄 전용기 이륙 100분 만에 ‘비상 착륙’
에어커버 장치 이상… 청와대 경호처 ‘발칵’


지난 12일 오전 8시10분 성남 서울공항. 이명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하기 위해 전용기(공군 1호기)에 탑승했다. 전용기로 쓰이는 대한항공 보잉747-400은 공항 활주로를 힘차게 날아올랐다. 기체 이상이 감지된 것은 이륙 30분 뒤다. 전용기 앞쪽 아랫부분에서 ‘쿵’하는 소리가 났고, ‘드르륵’하는 진동과 소음이 계속 났다.

기체 밑부분서 ‘쿵’
이어 ‘드르륵’ 소음

조종사는 “비행엔 이상이 없다. 괜찮을 것 같으니 그냥 가자”고 했지만, 경호처 등 참모진은 만일의 사태를 감안해 회항을 결정했다. 전용기는 9시께 인천국제공항으로 방향을 틀었다. 활주로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소방차와 구급차들이 비상대기했다. 사고 시 화재나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선회비행을 하며 연료탱크에 가득 차 있던 항공유를 공중에서 버린 전용기는 9시50분께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점검 결과 앞쪽 출입구 아래쪽의 외부 공기 흡입구 안 에어커버 장치에 작동 이상이 생겨 소음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도에 따라 에어커버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역할을 하는 장치가 문제였다. 나사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소리가 났다고 한다. 전용기는 정비와 재급유를 마친 뒤 11시15분께 아랍에미리트를 향해 다시 이륙했다. 이 대통령은 우여곡절 끝에 예정보다 2시간30분 지연된 이날 밤 9시10분 아부다비 왕실공항에 착륙할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이 무사히 도착했지만, 청와대 경호처는 발칵 뒤집혔다. 그도 그럴 게 국가원수를 태운 우리나라의 특별기 혹은 전용기가 정비 문제로 회항한 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특히 전용기의 정비 불량은 곧 대통령의 안위, 나아가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사소한 문제로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만에 하나의 실수도 용납돼선 안 된다는 얘기다. 전용기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 장관 등 국가 행사를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정부 고위 관료들이 사용한다.

청와대 측은 전용기 회항 사태와 관련해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고장 원인과 책임 소재를 정확히 가리기 위해 전용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에 조사를 맡기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비 불량으로 인한 회항이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최대한 객관적인 방법으로 고장 원인을 입증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전용기 안전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철저하게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좌불안석이다. 전용기는 경호처와 공군 감독 하에 대한항공이 정비를 맡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정비 불량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대한항공은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대한항공은 아랍에미리트 출발 전날 점검을 마쳤다. 그러나 에어커버 에러를 발견하지 못했다. 정비 과정에서 살짝 풀려 있는 나사를 그냥 지나친 것이다. 향후 정부 조사에서 대한항공의 ‘나사 풀린 정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도 높은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대한항공과 체결한 전용기 임차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한항공으로선 ‘대굴욕’이 아닐 수 없다.

건국 이래 처음
“책임 추궁할 것

경호처는 “경영진을 호출하는 등 정비 실무를 담당한 대한항공을 상대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해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잘못이 명확히 드러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를 가리기 위해 임차계약서상 관련 조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측은 조심스런 분위기다. 자칫 정부의 심기를 건드릴까 노심초사다. 회항 사태에 대한 거론 자체가 부담스런 눈치다. 회사 관계자는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다”며 “다만 청와대 경호처의 원인 규명에 적극 협조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와대 안팎에선 전용기 안전성을 강화하는 특단의 조치로 항공기 임차 계약 내용을 보완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중 ‘항공사 CEO 탑승’관행을 부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월 정부와 보잉747-400 기종을 전용기로 5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전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번갈아 대통령 특별기를 운항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때부터다. 당시만 해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찬법 당시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특별기에 탑승해 직접 운항을 관리했었다. 회장이 일정상 어려울 경우 사장이 대신 탑승했다. 그러나 전용기 체제로 전환되면서 항공사 CEO 탑승 관행은 사실상 폐지됐다.

항공계 관계자는 “항공사 오너나 CEO가 탑승하는 것이 운항 안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객관적·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지만 좀 더 꼼꼼히 살펴보는 계기는 될 것”이라며 “전용기 체제로 바뀐 지 1년도 안 돼 정비 사고가 발생해 이 관행을 다시 부활시키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의 기강 해이를 지적한다.

공교롭게도 전용기 회항 사태 전 대한항공의 만성적인 운항 정비 안전성 문제가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최근 들어 민간 여객기의 정비 불량으로 아찔한 순간이 빈번했던 것. 지난해 11월15일 320명의 승객을 태우고 미국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대한항공 B747기는 연료탱크에서 기름이 새는 것이 발견돼 이륙하지 못했다.

같은달 18일엔 스페인 마드리드를 출발해 한국으로 들어 올 예정이던 B777기가 갑자기 엔진에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승객 140여 명의 발이 묶였다. 이어 ▲지난해 12월4일 일본 니가타발 항공기 부품 이상 ▲지난해 12월5일 미국 뉴욕발 비행기 연료계기판 이상 ▲지난 1월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발 비행기 연료 누수 결함 발견 등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정비 결함 등으로 운항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사례가 10여 건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각각 국토해양부의 특별점검과 안전관리시스템(SMS) 이행실태 등을 점검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의 ‘위험한 비행’은 끊이지 않았다. 조 회장은 전용기 회항과 관련해 임원들을 크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직접 청와대를 찾아 사과의 뜻을 전할 태세다.

오너가 자리 비우니
회사 전체가 어수선

일부에선 조 회장이 밖으로만 나돌아 사내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지적도 있다. 조 회장은 요즘 정신이 없다. ‘3수’에 나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일로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와 공동으로 맡았던 유치위원장직을 2010년 6월부터 단독으로 맡게 된 이후 더 바빠졌다. 조 회장은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 총회가 불과 넉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치 활동에 ‘올인’중이다.

개최가 결정되는 2011년 7월6일까지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밖에 벌여놓은 일도 많다. 조 회장은 유치위원장 외에도 무려 수십 개에 달하는 굵직한 대외 직함을 갖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대한항공 경영에 공백이 생긴 게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고 있지만 그만큼 회사 경영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조 회장의 외부 활동이 부쩍 많아지면서 회사가 어수선해졌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의 대외 활동과 이번 사태를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 회장이 회사를 비우는 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오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오너가 없더라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고히 자리를 잡아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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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