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리더십 집중점검

백전노장의 마지막 도전 “박수 칠 때 떠날 걸” 후회할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다시 ‘왕좌’를 차지했다. 연임만 3번, 햇수로는 무려 14년째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금융권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는 아직 이르다.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노조와 갈등… 조직 통합에 난항 예상
김 회장 뒤 이을 후계자 양성도 시급한 과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삶은 하나금융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1965년 한일은행에 입행하며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딛은 김 회장은 3년 후인 1968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1971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이후 증권부장, 영업부장 등을 거쳐 1980년 37세에 부사장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했다. 1997년에는 불과 54세의 나이에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다. 이후 김 회장은 3번을 내리 연임하며 14년째 수장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지금의 하나금융을 일궈낸 인물로 평가받는 김 회장이지만 연임과 관련해서는 뒷말이 많다. 연임을 둘러싸고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지주사 전환 등 굵직한 일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은행장 연임을 앞둔 1998년 10월에 충청은행을 인수했고, 이듬해 1월 보람은행을 거머쥐었다. 결국 2000년 초 하나은행은 은행 2곳을 잇따라 인수한 뒤라 안정적인 합병 후 통합(PMI) 작업이 필요했고, 행장이던 김 회장의 연임은 물 흐르듯 진행됐다. 이어 2002년 5월, 하나은행은 김 회장의 주도 아래 서울은행을 추가로 인수했다.

김 회장은 같은 해 12월 행장 연임에 성공했다. 2005년 3월에 행장에서 물러난 김 회장은 하나은행 이사회 의장과 하나금융 상근이사를 거쳐 9개월 만에 하나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에 선임됐다. 이때도 김 회장이 행장 시절 추진했던 대한투자증권 인수가 당시 5월 마무리 된 데다 지주사 출범 직후라 변화보다는 경영의 연속성이 긴요하다는 이사회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회장은 지난해 말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면서 회장 연임에 안착했다. 김 회장의 연임 스토리는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절묘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작업 마무리와 조직 안정화를 위해 김승유 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추대했다”고 밝혔지만 뭔가 석연찮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암묵적으로 시사해왔던 우리금융 인수를 포기하고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돌린 것에 대해 현실 가능한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이 아니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을 뒤로하고 결국 김 회장은 금융권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축배를 올리기는 아직 이르다.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과제 #1 외한은행 인수 돌발 악재

김 회장은 그간 무려 3개의 은행 M&A를 성공시켰다. 그런 김 회장이 금융 인생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외환은행 인수 작업에 착수한 것. 작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고 외환은행은 김 회장의 품에 안기는 듯 했다. 하지만 인수 승인이 임박한 시점에 돌발 악재가 터졌다. 대법원이 최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했다고 사실상 판결한 것.

대법원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합병할 때 ‘허위 감자설’을 유포해 외환카드를 싸게 인수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등으로 기소된 외환은행과 이 은행 대주주인 LSF-KEB홀딩스SCA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LSF-KEB홀딩스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다. 서울고법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김 회장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생각지 못한 데서 터져 나온 악재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다. 지분 처분 명령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론스타가 이미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로 계약한 상태인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정서와 여론이다. 중범죄를 저지른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팔고 차익을 챙겨가도록 지원·방조한다는 비판 여론에 금융당국이 승인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 당국은 지난 16일 계획된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보류했다. 금융권에선 계약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경우 최대 피해자는 론스타가 아닌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1조3400억원을 유상 증자했다. 증자의 목적이 외환은행 인수였기 때문에 만일 인수가 불발되면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입은 주주들이 하나금융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또 3월 말까지 인수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매월 330억원(1주당 100원)의 지연보상금을 내야 한다. 때문에 김 회장은 결국 외환 인수를 강행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김 회장은 “대주주 적격성과 자회사 편입은 별개”라며 “인수가 무산되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인수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승인이 빠를수록 좋다”며 3월 중 인수 승인을 희망하기도 했다.


과제 #2 인수 후 조직 통합

인수에 성공해도 문제다. 인수 발표 직후부터 외환은행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에서 조직 통합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분란은 지난해 11월19일부터 고개를 들었다. 외환은행 노조가 일부 일간지에 ‘국익을 위해서도 금융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라는 광고를 통해 인수를 반대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당시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 먹튀의 하수인’ ‘권력의 특혜’ 등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외환은행 노조는 또 여론을 증폭시키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인수 반대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려댔다. 장외투쟁도 불사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 본사는 물론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인수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월10일 금융위와 금감원을 상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어 18일에는 국세청에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에 지급하는 주식매매대금 5조원 중 세금 부문에 대해 법적 보전조치(가압류)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 측 고위 관계자가 외환은행 관련자에게 “외환은행 노동조합 집행부는 물론 임원부터 지점장까지 투쟁에 적극 가담한 세력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환은행 노조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블랙리스트 즉각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성명을 통해 노조는 “하나금융은 제 입으로 밝힌 블랙리스트 실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총파업을 결의하기까지 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5일 부재자를 제외한 총조합원 4700명 중 4697명(99.9%)이 참여한 가운데, 4516명(96.2%)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17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의 시기와 방법을 집행부에 위임한 바 있다. 아울러 무기계약직 1200명도 최근 노조 가입과 투쟁기금 추가 모금을 완료한 상태다.  이를 지켜보는 하나금융의 표정에는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인수 실패의 대부분이 조직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김 회장은 일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하지 않고 ‘투뱅크 체제’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영원히 따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회장 역시 연임 기간 동안 통합의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할 계획을 밝혔다. 그간 여러 차례 인수와 통합 작업을 이끌어온 만큼 이번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와의 골이 깊어 통합과정이 순탄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과제 #3 후계자 양성

김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 양성도 시급한 과제다. 김 회장은 연임을 앞두고 “적임자가 나타난다면 언제든 물러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김 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적임자가 없단 얘기다. 하나금융 안팎에선 김 회장을 대신할 인물이 없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의 가장 큰 리스크는 차기 주자가 마땅치 않은 것’이라는 말도 내부적으로 회자돼 왔다.

이에 하나금융은 최근 ‘제너럴일렉트릭(GE)식 후계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국내 금융회사가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CEO 후보군을 육성ㆍ관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측 가능한 권력 승계 구도를 만들어 신한금융 사태와 같은 ‘CEO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 지배구조 규준’을 제정했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산하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에서 CEO 인재풀을 구성, 미래 후계자들을 양성해나갈 방침이다. 경발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이 차기 CEO 후보군을 정해 매년 검증 작업을 벌인다.

후보군에 포함됐더라도 실적이 나쁘거나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 탈락하며, 유능한 후보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게 된다. 올해 만 67세의 김 회장은 나이 제한(만 70세)으로 2~3년 안에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시간이 그리 충분치 않다. 그 안에 김 회장이 잡음 없이 후계자를 키워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