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망신시킨 ‘구씨 미꾸라지’

LG가 3세 구본현씨 주가 조작 전모

‘구본무 사촌’ 구본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허위사실 유포해 100억 시세 차익…500억 횡령도

로열 패밀리의 주가 조작 사건이 또 터졌다. 망신을 당한 주인공은 LG가 3세다. 수법은 용의주도했다. 빼돌린 돈은 어마어마하다. 어렵게 자수성가한 선대와 달리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 하고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다.

LG가 3세 구본현씨가 쇠고랑을 찼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15일 주가를 조작해 시세 차익을 챙기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구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구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씨의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씨가 주가 조작과 횡령으로 빼돌린 돈은 총 600여억원에 달한다. 구씨는 회사 대표로 있던 2007년 신소재 전문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해 10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또 직원 명의로 대출금을 끌어다 쓰는 것처럼 속여 500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채업자 동원

검찰은 “구씨는 주가 조작과 횡령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압수 수색과 주변인 소환 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구씨는 중학교 시절 도미 후 귀국, 군 제대 후인 1998년 사무용 가구 업체인 예림인터내셔널에 입사했다. 그러나 예림인터내셔널은 이듬해 부도가 났고, 구씨는 이 회사를 인수했다. 2001년 법정관리를 졸업한 예림인터내셔널은 2004년 전기부품 업체인 이림테크와 합병한 뒤 사명을 엑사이엔씨로 변경했다.

엑사이엔씨는 클린룸 사업에 뛰어드는 등 외산이 독점하고 있는 핵심 전자 부품·소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구씨가 LG가인 탓에 LG그룹 계열사들의 지원도 적지 않았다. 엑사이엔씨는 2009년 매출 710억원, 영업이익 51억원, 순이익 18억원을 올렸다.

구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 일어서야 했고 ‘가문을 위해서도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많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엑사이엔씨가 본격적으로 기업 사냥에 나서면서 구씨의 ‘장난질’이 시작됐다. 구씨는 2007년 엠소닉, 이노자인테크놀로지, 나노텍 등을 잇달아 인수해 우회상장으로 엑사이엔씨를 코스닥시장에 입성시켰다.

구씨는 이 과정에서 허위 사실 유포와 시세 조종을 통해 10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구씨는 주가 조작에 사채업자를 동원했다. 구씨에게 주가 조작용 자금을 건네받은 사채업자가 저축은행에서 구씨가 맡긴 자금의 4∼5배에 해당하는 돈을 빌린 뒤 이 돈을 다시 주가 조작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구씨는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자동적으로 되팔아 원금을 보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주가 조작에 종종 악용되는 이른바 ‘스탁론’이란 기법이다. 저축은행은 주식을 담보 삼아 원금 손실에 대한 걱정 없이 이자 비용을 챙길 수 있었다. 사채업자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중간에서 마진을 챙길 수 있었다. 구씨는 2004년∼2009년 사채업자들과 공모해 직원 명의로 자금을 대여 받는 것처럼 꾸미고 엑사이엔씨 자금도 가로챘다. 이 돈이 무려 500억여원에 이른다.

구씨는 주식 시장에 자신의 횡령·배임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일신상의 이유로 엑사이엔씨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3개월 뒤 검찰이 서울 구로구 엑사이엔씨 본사와 강남 사채업자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보유 중이던 회사 지분(18.25%)도 전량 처분했다.


그렇다고 검찰은 봐주지 않았다. 검찰은 구씨를 4차례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고, 결국 구씨는 구속됐다.

LG그룹 ‘대략난감’

구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해 “주가가 크게 움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바는 없다”고 반박했다. 횡령 혐의도 “투자를 위해 사용한 돈으로 대부분 변제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LG그룹은 난감한 표정이다. 3년 전 ‘구본호 사건’에 이어 이번에 ‘구본현 사건’까지 LG가 3세들의 주가 조작이 잇달아 터졌기 때문이다. LG그룹 측은 “두 사건 모두 개개인의 문제”라며 “LG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구씨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 구자극씨의 장남이다. 구씨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사촌지간인 셈이다. 구자극씨는 아들을 대신해 현재 엑사이엔씨 대표이사로 있다.

주가 조작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구본호씨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동생 고 구정회씨의 3남 고 구자헌씨(전 범한물류 회장)의 아들이다. 구 회장과는 6촌지간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