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도전은 무슨? 지금은 도정에 전념할 때”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⑦> 김두관 경남도지사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일곱 번째로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만나봤다.

경남도지사 칠전팔기…당선 비결은 ‘변치 않는 경남 사랑’
사상 최대 국고 예산 26% 보편적 복지, 생활 복지에 편성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는 ‘지방 권력의 세대교체’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지방 권력의 세대교체를 이뤄낸 이들 중에서도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승리를 일궈내며 여권의 경계를 받는 유력 차기 주자로 발돋움했다.

3번 도전 끝에 당선
“실패해도 떠나지 않았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에 “영광스러우면서도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노 전 대통령께서 하신 일들에 대한 정치적 가치가 매우 큰데 제가 따라갈 수 있는 영역이 얼마 없어 부담스럽다”고 손을 내젓는 사람. 그러면서도 노무현 정치의 많은 가치 중 지역주의 극복과 국가 균형 발전 정책, 지방분권 정책 등에 대해서는 ‘승계자’를 자처하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고, 노 전 대통령과 ‘우직하게 한 길을 간다’는 점이 닮았지만, 현실에서 성공적으로 실현할 방안을 모색하는 스타일이라 ‘보다 현장형’이라고 말하는 김 지사를 서면으로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3번의 도전 끝에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당선을 가능케 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 수차례 선거에 실패해도 고향 남해와 경남을 떠나지 않은 것이 도민들의 지지를 얻은 것 같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경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도민들께서 언젠가는 믿음을 주실 것으로 생각했다.

- 오랜 기간 경남도지사에 도전하며 경상남도의 청사진을 그려왔을 것으로 안다. 경상남도를 ‘어떤’ 도로 만들고 싶은가.
▲ 임기 4년 동안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경제성장을 포함해서 소외됐던 복지·문화·환경·교육 등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만들어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여나갈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 자라나는 어린 세대를 위한 친환경 무상급식, 어르신 틀니 보급 사업, 보호자 없는 병원 등을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도민에 대한 최대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 육성, 일자리 종합센터 기능 강화,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 걱정 없는 경남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경남의 전통 제조업인 기계·자동차·조선·항공 분야는 고도화시켜 나가고, 태양력·풍력 클러스터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전략적인 육성을 통해 경남형 신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의 지역간 소모적 갈등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을 통한 공동 번영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

- 이러한 청사진을 실현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 국비다. 경상남도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국고 예산 3조808억원을 확보했는데, 이를 토대로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도정은 무엇인가.
▲ 도민들이 고루 잘살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 생활 복지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금년도 우리 도 전체 예산의 약 26%에 해당하는 예산을 복지 부문에 편성했다. 어르신 건강권 확보를 위해 금년부터 어르신 틀니 보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서, 도비와 시·군비를 합쳐 40억원의 예산으로 65세 이상 어르신 2000여 명에게 틀니를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보호자의 간병 부담도 덜어주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마산의료원과 진주의료원에서 30병상 정도 시범 운영 중인데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경남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을 위해 친환경 무상급식도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해 학생, 학부모, 농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 개혁적인 업무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지방권력의 ‘개혁’ ‘혁신’을 위한 복안이 있나.
▲ 도민들이 도정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정이 열린 행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지방의회가 힘을 합쳐 다양한 주민 참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변화와 혁신의 파트너인 도청 직원들과도 더욱 친숙해져서 격의 없는 소통은 물론 철학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
또한 행정 내부적으로는 행정 다이어트 시책을 통해 기존 업무 중에서 행정 여건 변화에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통·폐합하여 새로운 도정 수요나 도민들에게 더 필요한 업무에 대비하고 있다.


- 국비 확보나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경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치인들과의 소통도 원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주 만나 의견을 주고받나.
▲ 민선5기 출범 이후 야권 성향의 무소속 도지사가 당선돼 지역 현안 해결이나 국비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 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금년 국고 예산은 지난해보다 5.8% 늘어난 3조808억원을 확보해 주요 현안 사업의 추진에 탄력을 붙이고 있으며, 신공항 유치나 LH본사 일괄 이전 등 현안에 대해서도 도와 지역 정치권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은 경남도정의 발전과 도민을 위한 일에는 여야나 정파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말 많은 동남권 신공항
밀양이 탁월한 비교 우위

-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신공항이 밀양에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동남권 신공항은 영남권 전 지역민에게 가깝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밀양은 가덕 후보지에 비해 탁월한 비교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밀양은 수요권역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도시와 주요 공단이 모두 공항 반경 100k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미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어 영남권 어디서나 1시간 이내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어서 충분한 수요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 신공항을 밀양에 유치할 경우 지역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 현재 영남권에는 14개의 국가 산업 단지와 83개의 일반 산업 단지, 4개의 외국인 투자 전용 산업 단지가 있지만, 해외로 직접 연결되는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없어 새로운 산업 유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던 지역민과 기업의 공항접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공항으로 인한 첨단산업과 물류 산업의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정부 미적대는 동안 지역갈등 불거져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 “모든 역량 보여주겠다”


- 신공항을 둔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영남권의 동반 발전을 위해 5개 시·도가 동남권 신공항이 반드시 건설되도록 하는 문제에 힘을 모아야 하는데, 입지 문제만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 정부 스스로가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신속하고 투명한 정책 결정을 하지 못해 입지 발표를 3차례나 연기시킨 동안, 지역 간 유치경쟁이 더욱 과열되지 않았나 본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최근 상반기 안에 결정을 한다고 해서 섭섭했지만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한나라당 일부 국회의원들이 소신 발언으로 신공항 무용론을 주장해서 도민들이 아주 혼란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서 어느 곳이 타당한지 깊이 판단하여 약속한 기한 내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반드시 입지를 결정하고, 이로 인해 불거진 지역 간 갈등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았다. 도에서 보고 겪은 것을 토대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점수를 준다면.
▲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은 50점 이하를 주는 것 같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결여돼 있다든지 공권력을 남용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4대강 문제만 해도 많은 국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고, 우리 도를 비롯한 지방정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에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소통의 부재로 볼 수 있다. 특히 현 정권 들어 경제적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정치적 민주주의도 후퇴했다는 지적이 있다. 
 
4·27 재보선 열기 후끈
“야권 단일화 큰 변수 될 것”

- 정치권에서는 4·27 재보선의 열기가 뜨겁다. 김해을도 재보선 지역에 포함됐는데, 김 지사의 당선 이후 차기 총선·대선과 관련, 전략적 요충지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 4월 재보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치러지는 만큼 부산과 경남의 민심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 본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도 그러했지만 경남 전체는 여전히 한나라당이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지역이고, 김해을 역시 최철국 의원이 당선되기는 했지만 만만치 않은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얼마나 좋은 후보를 내고 얼마나 좋은 비전과 정책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검증되고 훈련된 후보, 그야말로 좋은 후보를 내야 할 것이다.
여·야의 팽팽한 선거전이 예상되고, 야권 단일화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야권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 그동안 몇 차례 선거를 통해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돌입하면 야권 연대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논의될 것으로 본다. 야권의 지도자들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책임있게 그것을 받아 안을 때 국민들이 지지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들께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 김 지사도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단일 후보로 나섰었다. 당시 후보 단일화의 영향력을 체감했나.
▲ 야 3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하나로 뭉쳐 저를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들어 주신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야권 단일후보가 됨으로써 여당 후보와 1:1 구도가 형성돼 선거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범도민후보가 된 것이 도지사 당선을 뒷받침했다고 본다.


- 지방선거 이후 여권 인사들로부터 ‘김두관’을 경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 아무래도 어려운 지역에서 여러 번 도전해 당선됐기 때문에 남들보다 잘 봐주시는 것 같다. 중앙정치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저에 대해 잘 몰라서 과대평가해 주시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과분한 평가고 감사한 일이다.

- 차기 대권과는 거리를 뒀음에도 야권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주자군에 포함되고 있다. 
▲ 이제 도지사 맡은 지 9개월째이다. 우선 당면한 도정 현안들을 처리하기에도 고민이 많고 바쁜 것 같다. 대선에 대해서는 차기든 차차기든 아직 생각해 본 바가 없다. 대선 후보의 반열에 올려주시는 것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남 도지사로서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도정에 전념할 때다.

- 가능성은 열어둬도 되지 않겠나.
▲ 단체장에 당선된 지 얼마 안 돼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다. 지역주민이 선출해 준 광역자치단체장은 도정이나 시정에 전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도지사하고 국회의원은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자리이지만, 국가를 총괄하는 것은 사람의 노력을 뛰어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아직 더 큰 꿈은 준비도 돼 있지 않고, 우선 도정에만 전념하고 열심히 할 계획이다.

정치하는 이유?
희망을 꿈꿀 수 있게

-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어떤 ‘김두관’의 모습을 보여주실 생각인가.
▲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 돈, 학력이 있는 사람은 굳이 보살펴 주지 않더라도 자기 몫을 찾을 수 있다. 땀 흘리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즉, 보통 생활인의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는 나라,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제가 정치하는 이유이다.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지 않으면서, 도민 모두가 다함께 꿈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복지 경남을 실현하고 나아가 대한민국도 보편적 복지가 실현됐으면 한다.
임기 동안 민선 5기 경남도정을 맡아 경남을 대한민국 번영 1번지, 으뜸 도정을 만들어 야권 출신 도지사에게 도정을 맡겨도 “경남이 이렇게 변하는구나”하는 평가를 꼭 받고 싶다.

정리=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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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