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도전은 무슨? 지금은 도정에 전념할 때”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⑦> 김두관 경남도지사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일곱 번째로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만나봤다.

경남도지사 칠전팔기…당선 비결은 ‘변치 않는 경남 사랑’
사상 최대 국고 예산 26% 보편적 복지, 생활 복지에 편성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는 ‘지방 권력의 세대교체’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지방 권력의 세대교체를 이뤄낸 이들 중에서도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승리를 일궈내며 여권의 경계를 받는 유력 차기 주자로 발돋움했다.

3번 도전 끝에 당선
“실패해도 떠나지 않았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에 “영광스러우면서도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노 전 대통령께서 하신 일들에 대한 정치적 가치가 매우 큰데 제가 따라갈 수 있는 영역이 얼마 없어 부담스럽다”고 손을 내젓는 사람. 그러면서도 노무현 정치의 많은 가치 중 지역주의 극복과 국가 균형 발전 정책, 지방분권 정책 등에 대해서는 ‘승계자’를 자처하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고, 노 전 대통령과 ‘우직하게 한 길을 간다’는 점이 닮았지만, 현실에서 성공적으로 실현할 방안을 모색하는 스타일이라 ‘보다 현장형’이라고 말하는 김 지사를 서면으로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3번의 도전 끝에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당선을 가능케 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 수차례 선거에 실패해도 고향 남해와 경남을 떠나지 않은 것이 도민들의 지지를 얻은 것 같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경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도민들께서 언젠가는 믿음을 주실 것으로 생각했다.

- 오랜 기간 경남도지사에 도전하며 경상남도의 청사진을 그려왔을 것으로 안다. 경상남도를 ‘어떤’ 도로 만들고 싶은가.
▲ 임기 4년 동안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경제성장을 포함해서 소외됐던 복지·문화·환경·교육 등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만들어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여나갈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 자라나는 어린 세대를 위한 친환경 무상급식, 어르신 틀니 보급 사업, 보호자 없는 병원 등을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도민에 대한 최대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 육성, 일자리 종합센터 기능 강화,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 걱정 없는 경남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경남의 전통 제조업인 기계·자동차·조선·항공 분야는 고도화시켜 나가고, 태양력·풍력 클러스터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전략적인 육성을 통해 경남형 신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의 지역간 소모적 갈등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을 통한 공동 번영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

- 이러한 청사진을 실현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 국비다. 경상남도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국고 예산 3조808억원을 확보했는데, 이를 토대로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도정은 무엇인가.
▲ 도민들이 고루 잘살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 생활 복지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금년도 우리 도 전체 예산의 약 26%에 해당하는 예산을 복지 부문에 편성했다. 어르신 건강권 확보를 위해 금년부터 어르신 틀니 보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서, 도비와 시·군비를 합쳐 40억원의 예산으로 65세 이상 어르신 2000여 명에게 틀니를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보호자의 간병 부담도 덜어주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마산의료원과 진주의료원에서 30병상 정도 시범 운영 중인데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경남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을 위해 친환경 무상급식도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해 학생, 학부모, 농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 개혁적인 업무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지방권력의 ‘개혁’ ‘혁신’을 위한 복안이 있나.
▲ 도민들이 도정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정이 열린 행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지방의회가 힘을 합쳐 다양한 주민 참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변화와 혁신의 파트너인 도청 직원들과도 더욱 친숙해져서 격의 없는 소통은 물론 철학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
또한 행정 내부적으로는 행정 다이어트 시책을 통해 기존 업무 중에서 행정 여건 변화에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통·폐합하여 새로운 도정 수요나 도민들에게 더 필요한 업무에 대비하고 있다.


- 국비 확보나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경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치인들과의 소통도 원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주 만나 의견을 주고받나.
▲ 민선5기 출범 이후 야권 성향의 무소속 도지사가 당선돼 지역 현안 해결이나 국비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 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금년 국고 예산은 지난해보다 5.8% 늘어난 3조808억원을 확보해 주요 현안 사업의 추진에 탄력을 붙이고 있으며, 신공항 유치나 LH본사 일괄 이전 등 현안에 대해서도 도와 지역 정치권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은 경남도정의 발전과 도민을 위한 일에는 여야나 정파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말 많은 동남권 신공항
밀양이 탁월한 비교 우위

-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신공항이 밀양에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동남권 신공항은 영남권 전 지역민에게 가깝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밀양은 가덕 후보지에 비해 탁월한 비교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밀양은 수요권역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도시와 주요 공단이 모두 공항 반경 100k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미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어 영남권 어디서나 1시간 이내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어서 충분한 수요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 신공항을 밀양에 유치할 경우 지역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 현재 영남권에는 14개의 국가 산업 단지와 83개의 일반 산업 단지, 4개의 외국인 투자 전용 산업 단지가 있지만, 해외로 직접 연결되는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없어 새로운 산업 유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던 지역민과 기업의 공항접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공항으로 인한 첨단산업과 물류 산업의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정부 미적대는 동안 지역갈등 불거져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 “모든 역량 보여주겠다”


- 신공항을 둔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영남권의 동반 발전을 위해 5개 시·도가 동남권 신공항이 반드시 건설되도록 하는 문제에 힘을 모아야 하는데, 입지 문제만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 정부 스스로가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신속하고 투명한 정책 결정을 하지 못해 입지 발표를 3차례나 연기시킨 동안, 지역 간 유치경쟁이 더욱 과열되지 않았나 본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최근 상반기 안에 결정을 한다고 해서 섭섭했지만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한나라당 일부 국회의원들이 소신 발언으로 신공항 무용론을 주장해서 도민들이 아주 혼란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서 어느 곳이 타당한지 깊이 판단하여 약속한 기한 내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반드시 입지를 결정하고, 이로 인해 불거진 지역 간 갈등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았다. 도에서 보고 겪은 것을 토대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점수를 준다면.
▲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은 50점 이하를 주는 것 같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결여돼 있다든지 공권력을 남용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4대강 문제만 해도 많은 국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고, 우리 도를 비롯한 지방정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에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소통의 부재로 볼 수 있다. 특히 현 정권 들어 경제적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정치적 민주주의도 후퇴했다는 지적이 있다. 
 
4·27 재보선 열기 후끈
“야권 단일화 큰 변수 될 것”

- 정치권에서는 4·27 재보선의 열기가 뜨겁다. 김해을도 재보선 지역에 포함됐는데, 김 지사의 당선 이후 차기 총선·대선과 관련, 전략적 요충지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 4월 재보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치러지는 만큼 부산과 경남의 민심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 본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도 그러했지만 경남 전체는 여전히 한나라당이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지역이고, 김해을 역시 최철국 의원이 당선되기는 했지만 만만치 않은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얼마나 좋은 후보를 내고 얼마나 좋은 비전과 정책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검증되고 훈련된 후보, 그야말로 좋은 후보를 내야 할 것이다.
여·야의 팽팽한 선거전이 예상되고, 야권 단일화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야권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 그동안 몇 차례 선거를 통해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돌입하면 야권 연대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논의될 것으로 본다. 야권의 지도자들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책임있게 그것을 받아 안을 때 국민들이 지지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들께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 김 지사도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단일 후보로 나섰었다. 당시 후보 단일화의 영향력을 체감했나.
▲ 야 3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하나로 뭉쳐 저를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들어 주신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야권 단일후보가 됨으로써 여당 후보와 1:1 구도가 형성돼 선거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범도민후보가 된 것이 도지사 당선을 뒷받침했다고 본다.


- 지방선거 이후 여권 인사들로부터 ‘김두관’을 경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 아무래도 어려운 지역에서 여러 번 도전해 당선됐기 때문에 남들보다 잘 봐주시는 것 같다. 중앙정치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저에 대해 잘 몰라서 과대평가해 주시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과분한 평가고 감사한 일이다.

- 차기 대권과는 거리를 뒀음에도 야권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주자군에 포함되고 있다. 
▲ 이제 도지사 맡은 지 9개월째이다. 우선 당면한 도정 현안들을 처리하기에도 고민이 많고 바쁜 것 같다. 대선에 대해서는 차기든 차차기든 아직 생각해 본 바가 없다. 대선 후보의 반열에 올려주시는 것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남 도지사로서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도정에 전념할 때다.

- 가능성은 열어둬도 되지 않겠나.
▲ 단체장에 당선된 지 얼마 안 돼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다. 지역주민이 선출해 준 광역자치단체장은 도정이나 시정에 전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도지사하고 국회의원은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자리이지만, 국가를 총괄하는 것은 사람의 노력을 뛰어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아직 더 큰 꿈은 준비도 돼 있지 않고, 우선 도정에만 전념하고 열심히 할 계획이다.

정치하는 이유?
희망을 꿈꿀 수 있게

-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어떤 ‘김두관’의 모습을 보여주실 생각인가.
▲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 돈, 학력이 있는 사람은 굳이 보살펴 주지 않더라도 자기 몫을 찾을 수 있다. 땀 흘리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즉, 보통 생활인의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는 나라,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제가 정치하는 이유이다.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지 않으면서, 도민 모두가 다함께 꿈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복지 경남을 실현하고 나아가 대한민국도 보편적 복지가 실현됐으면 한다.
임기 동안 민선 5기 경남도정을 맡아 경남을 대한민국 번영 1번지, 으뜸 도정을 만들어 야권 출신 도지사에게 도정을 맡겨도 “경남이 이렇게 변하는구나”하는 평가를 꼭 받고 싶다.

정리=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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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