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집권 위해서라면 ‘수위’라도 하겠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⑥>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 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 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여섯 번째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봤다.

형님 정계은퇴 촉구, 국정원 인사 비밀회동설 휘말려 화제
4·27 재보선 필승 전략은 야권 연대 “과감한 양보 필요하다”

최근 정가 안팎의 시선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하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개헌 논의를 일축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정계 은퇴를 촉구한 이유에서다. 여기에 박 원내대표가 국정원 고위 인사를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지면서 박 원내대표에 대한 관심의 수위는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러한 정치 이슈를 비롯해 성큼 다가온 4·27 재보선에 대한 이야기와 얼마 남지 않은 원내대표 임기, 연말에 있을 조기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도전 여부까지…. 수많은 궁금증을 안고 꽃샘추위로 옷깃을 여며야 했던 지난 2일 박 원내대표를 찾았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의를 끝까지 챙기고서야 돌아온 그를 원내대표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당장 오늘 아침 전해진 소식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지난달 28일 서울 한 호텔에서 국정원 고위 인사와 비밀 회동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 전혀 (사실이) 아니다.

- 당시 상황은 어떻게 된 것인가.
▲ 에리카 김 때문에 기자들이 잠복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 사람은 문 앞에 서 있었다. 대화 내용 중 일부는 사실이다. 내가 평소에 하던 말들로 간헐적으로 듣고 짜 맞추기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분위기를 바꿔 목전으로 다가온 4·27 재보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민주당은 어떤 전략으로 재보선을 준비하고 있나.
▲ 민주당뿐만 아니라 모든 야권이 하나의 전략을 갖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물론 총선과 대선을 위해서도 반드시 승리하는 야권 연합연대가 필수적이다. 야권은 지금까지 연합연대를 지켜왔고 특히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번에도 모두 함께 논의해서 승리의 길로 가도록 노력할 것이며, 산술적인 연합연대로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주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할 것이다.
 
강원도로 당력 집중
“제 3후보 나설 수 있다”

- 민주당이 ‘순천 무공천’을 거론해 화제다.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순천 무공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연합연대 논의 과정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한 양보가 필요하다는 열린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순천과 김해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야권 연대를 해야 승리할 수 있고,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결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단의 방법을 토론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손학규 대표가 전남 의원들과 7시부터 조찬을 함께 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이 중 화력을 집중하기로 ‘선택’된 곳이 강원도지사 선거로 보이는데, 강원도 수성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민주당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모든 선거구에서 총력을 다할 것이다.
특히 강원도는 3년간 성실한 의정활동과 MBC 사장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언노련위원장으로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일했던 최문순 의원과 백전노장 조일현 전 의원이 후보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후보를 선출하고 당력을 집중해 지원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20대부터 40대, 50대 초반의 강원도민들이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반드시 강원도를 지키고 이광재 전 지사를 찾아오겠다.
 
- 오늘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강원도지사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엄 전 사장은 만만치 않은 후보인데….
▲ 엄 전 사장은 100m 미인이다. 멀리서 보면 ‘엄기영’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리더십이 없다. 최문순 의원과 조일현 전 의원, 그리고 또 한 명의 후보가 나타날 수 있다. 강한 경선을 해서 흥행을 이끌어 낼 것이다. 

형님 정계 은퇴 촉구
“기립박수 터져 나오더라

- 4·27 재보선도 결국 정권 교체를 위한 한걸음이다. 앞으로 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이명박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야권 연합연대를 통해서 후보를 단일화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연합연대는 승리가 목표이기 때문에 여러 정당의 후보들이 공정한 방법을 통해 가장 확실한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살리고 견제와 감시라는 야당의 본분을 다하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의 실패로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은 ‘그래서 민주당이 필요하구나’라고 느끼고 지지할 것이다.
또한 민주당의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민주당 지도부는 때로는 충돌하고 부딪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지도부에 항상 ‘개인이 아닌 당원을 보고, 계파가 아닌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훌륭한 인물들이 민주당원의 존경과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간다면 반드시 정권 교체를 달성할 수 있다.

-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현 정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근 취임 3주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3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 대통령 따로, 국민 따로의 실패한 3년이었다. 대통령은 ‘할 만하다’고 했지만 국민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고물가, 구제역, 전월세 대란, 실업난으로 국민들은 먹고 입고 잠자는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그런 국민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BBK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았지만 국민들이 ‘경제는 잘하겠지’ 하는 기대로 당선시켰는데 지금 국가 채무는 제2의 IMF 사태를 우려할 정도로 엉망이다. 교류 협력으로 발전하던 남북 관계도 ‘불바다’ ‘몇 배의 응징’ 등 전쟁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와 야당의 충고를 새겨듣고 남은 임기를 성공하는 2년으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 다양한 정치 현안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이중에서도 개헌 논의와 관련,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18대 국회에서 개헌이 논의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앞으로 개헌에 대해서는 일체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건가.
▲ 개헌은 이미 실기했고 명분도 없다. 물리적으로 총선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개헌을 추진하면 민생 문제 등 모든 국정 현안이 개헌의 블랙홀에 빠져버린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에서 친이와 친박으로 나뉘어 혈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통일된 안이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개헌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일부 개헌 추진론자들도 하루빨리 개헌의 미몽에서 깨어나 민생 대란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을 보살피는 국정을 펼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촉구한다.


-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정계 은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왜 ‘지금’ 정계 은퇴를 촉구하게 된 것인지 듣고 싶다.
▲ 그 내용은 이미 대표연설에서 모두 밝혔기 때문에 또다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는 언론 보도나 트위터,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의 충분한 반응이 나왔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길인지 잘 알 것으로 믿는다.

- 이 의원의 정계 은퇴를 촉구하자 본회의장에 소란이 일었었는데….
▲ (실제로는) 별 소란이 없었다. 장제원·이병석·강석호·이은재 의원 등 다섯 명 정도만 항의했지 나머지 분들은 가만히 있었다. 소리는 오히려 민주당에서 ‘앉으라고’ 지른 것이었으니, 정리해 보면 ‘한나라당이 손가락질하고 효과음은 민주당이 낸 격’이다. 발언이 끝나니, 국가원수 앞 외에는 기립박수를 치지 않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기립박수가 터져나오더라. 
 
파란만장 원내대표 1년, 정권의 저격수 역할 ‘톡톡’
당권 도전? “지금은 원내대표 직분에 충실할 때”

- 남북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고 갈 수 없다.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빠른 시일 내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길 희망했는데, 성사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
▲ 어떤 경우에도 남북 간 대화의 끈을 놔서는 안 되고, 특히 남북정상회담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TV 대화와 3·1절 기념식에서도 ‘북한과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씀했기 때문에 이제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통령의 말씀에 진정성이 있다면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본다.
또한 대화를 위해서는 남북이 모두 상대방을 대화의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북한은 ‘불바다’ ‘조준 격파 사격하겠다’고 과민 반응을 하고 우리는 대북 삐라를 살포하면서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북한도 민감할 필요가 없고 우리도 자제해서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하루속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 핵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5월이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 4·27 재보선 일정 등으로 봤을 때 이제 ‘곧’인데, 그 때까지 꼭 이뤘으면 하는 것이 있나.
▲ 민주당은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3년 연속 예산안과 법안 날치기에 항의해 국민과 함께 투쟁하다가 4대 민생 대란에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외면할 수 없어 2월 국회를 민생 국회로 만들기 위해 등원했다. 따라서 2월, 3월 국회가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한상률 게이트, 대포폰과 민간인 불법 사찰 등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비리와 부조리에 대해서도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4월 재보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 어떤 원내대표였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가.
▲ 원내대표 취임 일성으로 ‘싸우지 않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켰고 집시법 개정 저지로 1500여 명의 촛불 민주 시민도 지켜냈다. 철저한 인사 청문회로 총리와 감사원장, 검찰총장, 장관 2명 등 5명을 낙마시켰고 민간인 불법 사찰, 영포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와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 정권의 부도덕성을 파헤치면서 민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또한 비대위 대표로 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탄생한 전당대회를 순조롭게 치러냈다. 이 모든 것을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서 벽돌 하나라도 놓겠다는 심정으로 모든 열정을 바쳐 해 왔다.
원내대표로 지난 1년간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고 민주당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정권 교체라는 희망의 싹을 틔운 기간이었기를 기대한다.

차기 당권 도전?
“지금은 직분에 충실할 때”

- ‘대화 정치’를 강조했던 여당 파트너 김무성 원내대표와의 1년을 평가한다면.
▲ 김무성 대표와는 여야 원내대표로서 각자의 입장이 있고 김 대표는 정치가 무엇인지 아는 분이다. 그래서 여야 간에 많은 쟁점이 있었지만 김 대표와 협상을 통해 비교적 대화로 잘 해결해 왔다.
그런데 지난 연말 이명박 대통령의 3년 연속 예산안 날치기와 날치기 법안으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특히 민주당은 성공한 집권 경험을 가진 성숙한 야당이고 저 스스로 청와대와 정부에서 국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와 타협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국회를 무시한 처사는 큰 오점이었다고 생각한다.

- 여야의 파트너십은 어떠했다고 보나.
▲ 한나라당이 자주적 입장에 있는 권력 구조가 아니다. 청와대의 지배가 강하다. 그런데 청와대와 대통령은 국회를 경시, 무시하고 귀찮은 존재로 치부한다. 대화를 해 봐야 결국 청와대의 생각이 중요하게 행동으로 나타나니 딱히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

- 민주당은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연말 즈음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기 당권에 대한 의중을 듣고 싶다.
▲ 원내대표 임기가 5월 둘째 주까지다.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오로지 원내대표 직분에 충실할 때다.
평의원 때나 정책위의장, 원내대표일 때도 한결같이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수위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일해 왔다. 제 마음속에는 오직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지금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정리=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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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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