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겨우살이’ 교도소 가는 사람들

“적어도 끼니 걱정은 없잖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날씨가 쌀쌀해지자 최근 노숙인들 사이에선 교도소가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고 있다. 집 없는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계절인 겨울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교도소를 주거지로 선택하는 이유는 먹여주고 재워주는 데다 입혀주고 치료해주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까지 제공해주는 데 있다. 사회서 적응 못한 사람들은 차라리 제한된 영역에서 국가가 돌보는 삶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경제불황 속에 수은주마저 떨어지면서 마땅한 거처를 구하기 힘들어 제발로 구치소 등을 가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현행법(형법 제69조)은 벌금 등 미납자에게 구치소·교도소서 노역하는 만큼 해당 금액을 탕감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환형유치제’를 운영하고 있다.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일당은 5만∼10만원으로 환산되고 있다. 노역을 하면서 구치소에 머무는 동안 숙식까지 제공된다. 때문에 구치소·교도소와 같은 교정시설은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철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노역장은 초만원

지난 7월31일 부산 북부경찰서는 여관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A(48)씨를 붙잡았다. A씨는 북구 구포의 한 여관서 침대 시트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절도 등으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질러 교도소를 자주 드나들었다.

범행은 지난해 5월 출소 후 보호관찰을 받으며 생활 중 생활고를 비관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마음을 잡고 돈을 벌어보려고 했는데 직업도 구해지지 않고 돈벌이도 없어 교도소에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5월에는 “다시 교도소에 가고 싶다”며 상습적으로 돈을 안 내고 음식을 먹은 오모(50)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오씨는 2015년 10월부터 8개월간 서울 성북·강북구 일대 음식점에서 6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무전취식을 하다 풀려나기도 했으나 “교도소에 가고 싶으니 구속이 안 되면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겠다”며 계속 무전취식을 일삼았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상해·무전취식 등의 혐의로 수감됐다가 2014년 12월 출소했다. 이후 아파트 분양대행업체에 취직하는 등 재기를 꾀했으나 여의치 않자 생활고에 시달렸다. 경찰 조사에서 오씨는 “계속 자살 충동이 들어 차라리 교도소에 가면 억지로라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할 범행동기나 이유도 찾아보기 힘든 두 사람의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일부러’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판 과정서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어 범행에 나섰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점이다.

일부러 죄를 저지른 데에는 경제적 빈곤이 큰 영향을 끼쳤다. 범행 전까지 별다른 직업 없이 무직자로 생활해오던 이들은 일정한 소득 없이 배고픔에 시달리는 것보다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 감시와 통제 속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겨울철 앞두고 일부러 죄짓고 감옥행
“삼시세끼 주는 교도소가 낫다” 고백

하지만 교도소에 들어가고자 일부러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막상 징역형이 선고되자 항소하는 경우도 있다. 징역 3년이 나오자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가 기각된 사례가 있었다. 한 노숙인 역시 일부러 교도소에 들어가려고 본드를 흡입해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지만 형을 낮춰달라며 항소했다.


2013년 대검찰청이 발간한 <묻지마 범죄 분석>에 따르면, 2012년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87%가 무직 또는 일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3%가 30∼40대 중년들이었다. 이처럼 사회에서 생활고로 좌절감을 느낀 중·장년층이 ‘마지막 출구’로 교도소를 택하면서 관련 범죄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신규 재소자 중 60대 이상 비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60대 이상 신규 재소자 비율이 2011년만 해도 5.8%에 불과했으나 올해(지난달 말 기준)는 10.6%까지 상승했다. 전체 재소자 가운데 60대 이상 비중도 9.8%에 달한다. 노인 재소자의 증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현상이다.

지난해 말 60대 이상 인구가 전체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다. 2010년(16.6%)보다 3.2%포인트 늘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령 인구의 증가 속도에 비해 노인 재소자가 좀 더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절도 범죄 중 60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과 2012년 각각 5% 수준이었으나 2014년엔 8.6%로 급증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노인들의 절도 범죄 재범률(61.9%)은 다른 범죄보다 눈에 띄게 높다. 법무부 관계자는 “고령의 전과자들은 출소 후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며 “차라리 교도소가 낫다며 경범죄를 저지르고 재입소하는 일이 잦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2014년부터 지방교정청별로 ‘노인 수형자 전담시설’을 정해 노인 전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교정청별로 각 1개 기관(서울남부교도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 광주교도소)을 지정해 노인 수형자 맞춤형 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징역형을 받더라도 노인 재소자들은 건강 상태에 따라 종이가방 접기 등 가벼운 작업을 맡긴다. 건강검진도 연 2회(일반 재소자는 연 1회)로 늘렸다.

가을부터 골머리

법무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노인 전용 교도소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조2000억원 수준(작년 말 기준)인 전국 교도소 운영비용은 매년 3∼4%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재소자가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재취업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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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