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새, 갈대 명승지와 함께하는 ‘맛기행’ ④ 경남 창원

'억새와 철새의 천국' 주남저수지의 가을을 만나다

주남저수지는 동판저수지와 산남저수지, 주남저수지를 통칭하는 보통명사로 쓴다. 주남저수지가 403ha, 동판저수지가 399ha, 산남저수지가 96ha로 총면적 898ha에 이르며, 세 저수지는 수문으로 연결된다.

주남저수지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사람들에게 자연이 주는 재앙이 되기도 했고, 선물이 되기도 했다. 주남저수지 일대는 낙동강의 배후습지다. 배후습지는 홍수에 따른 범람원으로 자연제방 너머 생성된 습지를 말한다. 배후습지의 퇴적물은 실트, 점토 등으로 입자가 고와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낙동강이 홍수로 범람하면 마을과 농경지가 침수되어 큰 피해를 봤다.

자연과 공존

일본인이 설립한 촌정농장은 1920년대 들어 주남저수지 일대를 농경지로 개간하면서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조절을 목적으로 9km가 넘는 제방을 쌓았는데, 이것이 지금의 주남저수지다. 당시는 인근 마을 이름을 따 용산 늪(주남저수지), 산남 늪(산남저수지), 가월 늪(동판저수지)이라 했고, 주남저수지라 부른 것은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다.

주남저수지는 1980년대 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가창오리 10만여마리가 군무를 펼치는 철새 도래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철새 탐조와 낚시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자연보호 구역 지정을 두고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금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 공간으로 거듭났다.

람사르문화관과 생태학습관은 주남저수지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람사르문화관은 람사르협약과 습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전시 공간이다. 2층 에코전망대는 들판에 내려앉은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을 가장 가깝게 탐조할 수 있어 인기다. 생태학습관은 주남저수지의 사계와 생태계를 디오라마로 연출했다.


람사르문화관 앞 제방을 따라 주남저수지 탐방로가 이어진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탐방로 주변에 억새가 지천이고, 10월 말쯤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수천km를 날아온 철새가 장관이다. 큰기러기, 쇠기러기,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랑부리저어새와 재두루미, 큰고니 등도 이곳을 찾는다.

1980년대 자연보호 구역 지정 대립
식사와 가벼운 술을 곁들인 골목 여행

억새 군락은 인간과 자연을 나누는 경계처럼 저수지와 제방 사이를 따라 이어진다. 탐방로 중간쯤에 2층 탐조대가 있다. 2층에 오르면 주남저수지와 백월산의 자태가 어우러진다. 주남저수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탐조 공간이다. 주남저수지 한가운데 버드나무 한 그루가 그림 같다. 이곳에 철새가 가장 많이 모여든다. 탐방로는 동판저수지와 경계가 되는 주남저수지 입구부터 수문까지 약 1.6km, 주남저수지 수문에서 산남저수지 경계에 위치한 용산마을까지 약 2.4km다.

수문을 지나면 산남저수지 방면으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탐방로와 나란한 길에는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 군락이 탐방객의 눈길을 끈다. 하얀색, 분홍색, 붉은색 코스모스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탐방로는 용산마을까지 연결되며, 용산마을에서 합산마을로 이어지는 제방을 따라 산남저수지의 풍경이 차분하게 펼쳐진다.

코스모스 군락

동판저수지를 끼고 있는 무점마을에도 코스모스와 들녘이 어우러진다. 무점마을 주민이 2010년부터 가꿔온 코스모스 길로, 무점마을에서 판신마을로 이어지는 1.5km 제방 양쪽에 코스모스 군락이 펼쳐진다. 왼쪽은 동판저수지, 오른쪽은 김해시의 진영들이다. 람사르문화관에서 판신마을, 동월마을, 무점마을을 거쳐 동읍 소재지로 한바퀴 도는 동판저수지 둘레길(9.6km)이 조성되었다. 창원시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타고 코스모스 길을 돌아봐도 좋다. 동읍사무소나 창원동중학교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단감 수확 체험


창원시는 단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나는 고장이다. 주로 동읍과 북면 일대에서 단감을 재배한다. 단감을 주제로 조성한 창원단감테마공원, 단감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빗돌배기마을도 있다. 창원단감테마공원은 홍보관, 초가동, 감나무 밭 등으로 구성된다. 창원 단감의 역사, 감식초와 감잎차, 단감빵, 단감즙, 단감칩 등 단감으로 만드는 다양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잔디광장과 초가동은 무료로 개방되어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즐기기 좋다. 빗돌배기마을에서는 단감파이와 단감쿠키 만들기, 단감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맛있는 단감을 수확하려면 10월 말 이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주남저수지 주변에는 오리 요리를 하는 집이 많다. ‘오리궁’은 오리로스, 오리훈제, 오리탕 등을 낸다. 오리훈제는 참나무를 이용해 120∼130℃로 25분 정도 구워 기름기가 없고, 참나무 향이 그대로 배었다. 얼큰한 오리탕도 별미다. 주남저수지 입구에 위치한 ‘커피&파스타여행’은 식사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파스타여행에서는 신선한 제철 재료로 파스타와 피자, 샐러드 등을 낸다. 커피여행에서는 직접 로스팅 한 커피는 물론, 각종 유화제를 넣지 않은 아이스크림, 유기농 밀로 만드는 와플,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 발효 종으로 구운 빵을 선보인다. 커피&파스타여행은 좋은 재료를 이용, 커피 한잔을 마셔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창동예술촌과 인접한 부림시장 C동 지하에 특별한 공간이 생겼다. 젊은이 12명이 모여 만든 ‘청춘바보몰’이다. ‘바라볼수록 보고 싶은 새로운 문화 공간’이라는 뜻으로, 빈 공간이 개성 있는 음식과 음료를 내는 먹거리 공간으로 탄생했다.

넘치는 열정과 맛 좋은 먹거리에 비해 값이 저렴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입맛에 맞는 메뉴 구성도 인상적이다. 한끼 식사나 가벼운 술 한잔 즐길 수 있어 창동예술촌 골목 여행과 곁들이기 좋다.

창동예술촌은 요즘 한복을 입고 골목 벽화나 소품 앞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골목 여행자들이 늘었다. 도시재생센터가 운영하는 대여소에 생활한복 70여벌이 비치되었다. 신분증을 맡기면 한복과 노리개 등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생활한복은 화려하지 않지만 볼수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청춘 남녀가 창동예술촌 곳곳을 원색으로 물들인다. 전 세계의 예술영화와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경남 최초의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아트 리좀’, 근현대 미술 작품 1000여점을 상설 전시하는 ‘금강미술관’은 창동예술촌에 새롭게 등장한 명소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창원단감테마공원→주남저수지(람사르문화관, 생태학습관)→주남저수지 산책(주남저수지 입구~주남저수지 수문~용산마을)→빗돌배기마을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창동예술촌(한복 입고 골목 여행하기)→청춘바보몰→문신미술관→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오동동통술거리→마금산온천
둘째 날: 창원단감테마공원→주남저수지(람사르문화관, 생태학습관)→주남저수지 산책(주남저수지 입구~주남저수지 수문~용산마을)→빗돌배기마을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창원관광 http://culture.changwon.go.kr
- 주남저수지 http://junam.changwon.go.kr
- 빗돌배기마을 www.sweetvillage.co.kr
- 창동예술촌 www.changdongart.com

문의 전화
- 창원시청 관광과 055)225-3707
- 주남저수지 055)225-3491(생태학습관) / 055)225-2798(람사르문화관)
- 창원단감테마공원 055)225-5416
- 빗돌배기마을 055)291-4829
- 창동예술촌 055)222-2155
- 씨네아트 리좀 070-8802-6438
- 금강미술관 055)243-2277

대중교통 정보
- 버스: 서울-창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0여 회(06:10~다음 날 00:40) 운행, 약 4시간 소요. 창원공고 건너편 창원공고 정류장에서 30번 버스 승차, 창원역 정류장에서 1·2번 마을버스(20~25분 간격 운행) 환승, 주남저수지 정류장 하차, 람사르문화관까지 도보 약 25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창원종합버스터미널 1688-0882)
- 기차: 서울역-창원역, KTX 하루 6~7회(05:15~22:1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1·2번 마을버스(20~25분 간격 운행) 승차, 주남저수지 정류장 하차, 람사르문화관까지 도보 약 25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창원역 055)292-7788 창원중앙역 055)250-4426)

자가운전 정보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 IC→영산IC사거리에서 직진→온정교차로에서 우회전→본포교 방면 우회전, 본포삼거리에서 주남저수지 방면 좌회전, 약 10km 진행→주남저수지 입구 삼거리 좌회전, 주남로 진행→주남저수지(람사르문화관)


숙박 정보
- CNN호텔: 성산구 상남로, 055)284-9100, www.cnnhotel.co.kr (굿스테이)
- 헤리티지디자인호텔: 성산구 마디미로73번길, 055)267-0052 (굿스테이)
- V1모텔: 마산합포구 남성로, 055)224-0180
- 게스트하우스 리좀: 마산합포구 동서북14길, 070-8822-2081, http://cafe.naver.com/guesthouserhizome
- 풀만앰배서더 창원: 의창구 원이대로, 055)600-0700, https://pullman.ambatel.com/changwon/main.amb

식당 정보
- 밀밭: 해물수제비, 의창구 동읍 주남로, 055)256-7595
- 해훈식당: 붕어찜, 의창구 동읍 주남로, 055)253-7835
- 빌라드131: 목살덮밥, 마산합포구 산호북20길, 010-8536-5367
- 산미: 땅콩콩국수, 의창구 북면 천주로, 055)298-0089

축제와 행사 정보
- 창원단감축제: 2016년 10월29일~30일, 동읍 주민운동장, 055)255-3995, http://festival.changwon.go.kr
- 창원조각비엔날레: 2016년 9월22일~10월23일, 용지호수공원·성산아트홀·문신미술관, 055)714-1971~6, http://changwonbiennale.or.kr
- 마산가고파국화축제: 2016년 10월29일~11월7일, 마산항 제1부두, 055)225-2341, http://festival.changwon.go.kr

주변 볼거리
문신미술관, 마산어시장, 굿데이뮤지엄, 마금산온천, 저도 비치로드, 오동동통술거리,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 상상길, 이원수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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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홀로 다 먹으려다 계획 변경 사전작업 끝나자 숟가락 얹기 ‘알박기’ 핑계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뒤편에서 아른거리는 거물급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SM그룹과 윤석열 조력자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가 진행한 수상한 동업이 뒤늦게 드러났다. 단독으로 처리해도 될 법한 프로젝트를 손보면서까지 제3자를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알박기’ 때문이라는 해명보다 유력 인사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광주 광산구 도산동 989-21번지 일원(대지면적 3만5114.6㎡)’에 591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SM그룹 산하 건설 계열사인 ‘우방건설(현 동아건설산업)’은 2016년 10월7일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시행·시공 전 과정을 도맡는 방식으로 진행을 예고했다. 재주 부리니 이득은 따로 삽을 뜨는 일만 남았던 프로젝트는 사업계획이 통과된 지 48일 만인 당해 11월24일에 생각지 못한 변곡점을 맞았다. 이 무렵 광주 광산구청은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를 통해 사업주체에 ‘도림티앤씨’가 추가됐음을 알렸다. 우방건설이 단독 진행 계획을 접고, 뒤늦게 제3자를 끌어들인 모양새였다. 사실 SM그룹 입장에서는 공동 시행을 반길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도림티앤씨를 사업주체에 추가시키면 개발에 따른 차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작아진다는 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민간개발이라는 특성상 지주작업부터 인·허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사업자가 책임지는 구조였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대신 사업 종료 시 차익 극대화를 기대해 봄 직했다. 도림티앤씨가 신뢰할 만한 업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우방건설의 결정을 쉽사리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다. 김동호씨가 1999년 설립한 도림티앤씨는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될 당시만 해도 관련 분야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곳이다. 이전까지는 정보통신공사업에 주력했고, 2016년 초 부동산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우방건설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 관련 지분을 70% 대 30%로 분할하는 데 동의했다. 100%를 얻고자 했던 밑그림을 접고, 30%를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방건설은 엄청난 번거로움을 무릅썼다. 도산동 989-21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폐쇄 부동산 등기를 확인한 결과, 우방건설은 사업계획 승인(2016년 10월7일) 이전까지 필지 30곳 이상을 단독으로 확보한 상태였다.그러나 우방건설이 선점한 필지들은 변경승인 고시(2016년 11월24일)를 목전에 둔 시점에 우방건설 ‘7’, 도림티앤씨 ‘3’으로 소유권 비율이 일제히 분할 조정됐다. 한번에 끝날 일을 두 번에 걸쳐 급하게 처리한 양상이었다. 여기저기 이상한 흔적 SM그룹은 지주작업에 써야 할 비용을 대여하는 불필요함마저 감내했다. 도림티앤씨가 개발 사업에 필요한 필지를 사들이는 데 투입했던 금액은 1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방건설의 2016년 감사보고서 기재된 건설용지 241억원을 지분율 70%로 반영해 도출한 값이다. 정작 도림티앤씨는 무자본에 가까운 상태에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볼 법한 상황이었다. 도림티앤씨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는 제1금융에서 차입한 77억3900만원과 우방건설에서 빌린 56억원이 ‘토지분양대금’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M그룹 측은 사업 지연을 우려해 자금을 대여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SM그룹 관계자는 “공동 사업자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매입이 지연돼 일부 자금을 단기 대여한 것”이라며 “분양 후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았다”고 밝혔다. 의문점을 남긴 것과 별개로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별 탈 없이 끝맺음했다. 우방건설이 2017년 6월 동아건설산업과 합병하면서 사업주체가 기존 ‘우방건설·도림티앤씨’에서 ‘동아건설산업·도림티앤씨’로 변경됐지만,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했던 2019년 2월에 맞춰 완료됐다. 물론 동아건설산업 역시 SM그룹의 건설 계열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발 사업으로 양측이 거둔 분양매출은 총 1674억원으로 추산된다. 도림티앤씨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의한 누적분양매출을 502억원으로 기재했다. 해당 사업에서 도림티앤씨의 지분율이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건설산업이 거둔 분양매출이 1171억원임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도림티앤씨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분양매출에 힘입어 매출 규모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 140억원이었던 도림티앤씨 매출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듬해 257억원으로 껑충 뛴 데 이어, 2018년에는 433억원으로 치솟았다. 실질적으로 남긴 금액을 의미하는 분양수익 역시 꽤나 쏠쏠했다. 동아건설산업의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분양매출에서 분양원가(859억원)를 제외한 총 분양이익은 312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해당 금액은 동아건설산업의 지분율 70%가 적용된 값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동아건설산업과 도림티앤씨의 합산 분양수익은 446억원, 도림티앤씨 몫으로 남겨진 분양수익은 134억원으로 추산된다. 결국 SM그룹은 단독으로 진행했다면 450억원 가까이 남길 수 있었던 사업에 도림티앤씨를 참여시킴으로써 130억원가량을 날린 모습이다. 달리 말하면 도림티앤씨는 돈을 빌려주고, 지주작업을 주도적으로 처리해 준 SM그룹 덕분에 2년여 만에 130억원대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어렴풋하게 드러난 배경 공교롭게도 SM그룹이 도림티앤씨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속내는 최근에서야 어렴풋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도림티앤씨 설립자와 핏줄로 이어진 유력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림티앤씨는 김동호씨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형상을 띠고 있다. 주주 구성을 보면 배찬호 도림티앤씨 대표가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 배영이씨는 지분 20%로 2대 주주다. 배찬호 대표와 배영이씨는 각각 도림티앤씨 설립자인 김동호씨의 처남, 부인이다. 김동호씨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과거 SM그룹에 몸담았다는 점이다. 법인 등기 확인 결과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인 한통엔지니어링 이사진 명단에 등재됐던 기록이 존재한다. 1969년 설립된 한통엔지니어링은 전기통신공사업을 영위해 온 법인으로, 2007년 6월 SM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김동호씨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100% 개인회사였던 한통엔지니어링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때나마 SM그룹 오너의 측근이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또 다른 SM그룹 계열사인 우방산업에서도 비슷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우방산업은 ㈜삼라에서 지분 99.4%를 보유했던 건설 계열사로, 김동호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SM그룹 측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도림티앤씨가 참여하기에 앞서 김동호씨와 도림티앤씨의 연관성을 파악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도림티앤씨의 ‘알박기’를 사업에 참여시킨 이유라고 해명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사업부지 내 도림티앤씨 소유의 필지가 섞여 있었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지 매입을 시도했지만 도림티앤씨가 끝내 거절했다”며 “부득이하게 사업 진행을 위해 공동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동호씨가 단순히 SM그룹과의 접점만 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취재 결과 김동호씨는 한국전력 역대 수장 중 최초의 정치인 출신인 김동철 현 한국전력 사장의 친동생으로 확인됐다. 김동철 사장은 2023년 9월 한국전력 부임 전까지만 해도 거물급 정치인으로 호명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20대까지 내리 4선에 성공했으며, 20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22년 3월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가 자리 잡은 광주 도산동은 김동철 사장이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지역구였던 ‘광주 광산구 갑’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김동철 사장은 개발 사업에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구청 및 지방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상을 지녔던 셈이다. 게다가 김동철 사장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2016년 국토교통부가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일대를 ‘지역경제 거점형 투자선도 지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는 받는 등 지역 사회에서 개발 정책 및 투자 유치 활동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만약 SM그룹이 김동철 사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한다는 취지로 도림티앤씨를 끌어들였다면 심각성은 배가 될 수 있다. 해당 행위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될 여지를 따져 볼 필요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김동철 사장과 김동호씨의 관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M그룹 관계자는 “김동호씨와 김동철 사장이 형제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 대표를 퇴사한 이후 개인 사업을 운영했고, 그의 개인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가려진 딴 생각 SM그룹이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에서 700m 남짓 떨어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소재 ‘도산우방아이유쉘아파트’와 관련해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의 표적이 된 전례도 찜찜한 구석이다. SM우방이 시공한 해당 아파트는 2016년 12월 준공해 2022년 말 분양 전환했는데, 검찰은 분양 전환 과정에서 돈의 흐름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지난해 10월 SM그룹 본사, SM우방 대구 본사, 광주 광산구청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진행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