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국정원 ‘굴욕의 역사’ 살펴보니…

드라마보다 못한 ‘국정원’“움직이면 들킨다”


지난달 16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침입한 괴한이 국정원 직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정원의 미숙한 정보 수집 활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국정원이 ‘흥신소’ 보다 못한 첩보 활동으로 국제적 망신은 물론 국민들의 놀림감이 되고 있는 것. 그러나 국정원의 이 같은 미숙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리비아에서 스파이로 붙잡혀 추방된 것을 비롯, 과거 러시아와 스위스에서도 활동이 발각돼 추방된 적 있고, 국내에서는 유엔 특별 보고관 일행을 미행하거나 방송사 직원을 사칭하다 발각되는 등 숱한 탈법 행위와 정체 노출로 대한민국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움직였다 하면 발각되는 사고뭉치 국정원의 ‘굴욕의 역사’를 살펴봤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노트북 ‘슬쩍’ 후 ‘반납’
과거 리비아·러시아·스위스 활동 중 들켜 줄줄이 ‘추방’

이번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자가 국정원 직원으로 밝혀진다면 국정원은 ‘어설픈 정보 수집 활동의 종결자’로 등극할 공산이 크다. 이미 대부분의 언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국정원’이라고 단언하는 분위기지만 국정원은 자신들의 작전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시트콤 보는 듯 ‘코믹’

지난달 16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묵는 숙소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침입한 시각은 오전 9시 27분. 이들은 비상계단을 통해 특사단원의 방으로 침입했고, 방 안의 노트북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이때 특사단원 중 한 명이 숙소로 돌아오면서 이들과 맞닥뜨렸고, 당황한 침입자들은 방에 있던 노트북 2대 중 1대만 가지고 복도로 나갔다. 때마침 복도에 있던 호텔 종업원이 특사단원의 항의를 받고 19층 비상 통로에 숨어있던 그들을 찾아냈다. 2~3분 뒤 이들 중 남자 2명이 나와 가져갔던 노트북을 돌려주고 종적을 감췄다. 6분 만에 벌어진 상황이다.

너무 어설픈 정보 수집 활동에 차라리 국정원이 아니길 바라는 네티즌도 여럿 존재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입을 빌린 여러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특사단 숙소 침입자는 국정원 직원인 것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도 들썩였다. “불과 6분 만에 첩보 수집 현장을 들켰다니 좀도둑도 이보다 나을 것” “누가 들어오면 창문으로 뛰어 내리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언제부터 국정원이 흥신소가 됐나” 등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
네티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네티즌은 “국정원이 한 짓 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면서 “나라 욕 먹이려고 일부러 걸려 준 건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애들 장난 같은 놀이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의 숙소 침입자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과거 국정원의 어설펐던 정보 수집 활동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이 물의를 일으킨 정보 수집 활동은 과거에도 이미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리비아 주재 외교관으로 활동해 온 국정원 직원은 방위 산업체의 수출을 위해 리비아 무기 목록 등 군사 정보와 현지 북한 근로자 1000여 명의 정보를 수집하다가 적발돼 ‘내정 간섭’을 이유로 강제 추방됐다.

당시 사건은 ‘수교 30년 최대 외교 위기’로까지 비화되는 등 리비아와의 갈등을 불러 일으켰고, 당황한 정부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급파해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에 앞서 2008년에는 외교관 신분을 가진 국정원 직원이 러시아에서 추방됐다. 당시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러시아가 불법 정보수집을 이유로 외교관 신분을 가진 국가정보원 직원 3명을 잇따라 추방했다”고 밝혔고, 유명환 당시 외교장관은 “공개적으로 답하기 곤란하다”면서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이듬해인 2009년에도 간첩 혐의를 받은 러시아 주재 한국 외교관이 추가로 추방되기도 했다.

한참 앞선 1994년에는 김정일 가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외교관이 스위스에서 추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스위스 한국 대사관에 파견된 정보 담당 외교관은 당시 김정일 부인인 고영희씨가 김정철, 김정은을 만나는 장면을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다가 스위스 보안 당국에 발각됐다는 것.
국내에서도 국정원 직원들의 활약(?)은 이어졌다. 지난해 5월 프랭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 자유 특별 보고관은 서울 명동의 한 호텔 정문 앞에 세워진 은색 승용차 안에서 자신과 일행을 캠코더로 찍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이를 휴대폰으로 찍었다.

이틀 후 천영우 외교부 2차관을 만난 라뤼 보고관은 “누군가 나를 미행하는 것 같다”고 항의했고, 국정원과 경찰 등은 자신들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공식 부인했지만 해당 차량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국정원 부지에 차적을 두고 있었다.

국정원이 저지른 사고 일지

한편 지난해 6월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한국진보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연대 측 변호사가 국정원 직원들에게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때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시선이 쏠렸고, 그는 MBC 로고가 찍힌 목걸이를 하고 있었지만 목걸이와 연결된 신분증에 사진만 있을 뿐 아무런 문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진보연대 측은 “기자가 맞느냐?”면서 신분 확인을 요청했지만 당황한 남성은 황급히 달아났다. 이후 국정원 직원이 MBC 사원증으로 기자를 사칭했다는 의혹이 일자, 국정원 측은 해당 남성이 국정원 직원임을 인정했지만 “MBC 목걸이는 해당 직원이 개인적으로 좋아해 시중에서 구매한 것일 뿐, 신분증은 국정원 직원용으로 MBC 기자를 사칭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MBC 측에서 “MBC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원증 목걸이는 외부에서 판매되지 않는다”고 밝혀 국정원 측의 해명을 불식시켰다.
이번 특사단 숙소 침입과 관련해서도 국정원 측은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의 진상에 대해 면밀히 파헤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국정원 직원 개입 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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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