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이바그룹 ‘맏며느리의 반란’ 내막

‘막장의 종결자’ 드라마야? 현실이야?

파이프와 탄소섬유 등 산업용품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화이바그룹이 때 아닌 ‘맏며느리의 반란’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화이바그룹 조용준 회장의 아들 한국카본 조문수 대표의 아내 이명화 부사장이 남편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동서와 시매부 등의 뒷조사를 하다가 조 회장에게 발각, 검찰에 기소된 것. 그렇지 않아도 경영권 분쟁 등을 이유로 집안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맏며느리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막장 드라마의 재현에 네티즌들은 현실판 ‘욕망의 불꽃’ 이라며 냉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 남편 도우려 동서와 시매부 뒷조사
현실판 ‘욕망의 불꽃?’ 막장드라마 재현 네티즌 시끌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기석 부장검사)는 동서와 시매부의 인터넷 개인정보를 빼내 사생활을 캐려 한 혐의(정보통신망침해 및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과련 법률위반) 등으로 한국화이바 조용준(87) 회장의 맏며느리 한국카본 이명화(48) 부사장을 지난 7일 불구속 기소했다.

맏며느리의 반란

이 부사장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은 남편인 한국카본 조문수(53) 대표를 돕기 위해서였다. 조 대표가 회장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그룹 승계에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한 나머지 남편의 경쟁자인 시동생 한국화이바 조계찬 사장 등을 견제하기 위해 범죄까지 저지른 것.

이 부사장은 조 회장의 둘째 사위인 이모씨와 조계찬 사장의 아내인 박모씨의 뒷조사를 해 조 회장에게 알려 신임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이 부사장이 선택한 방법은 이씨와 박씨의 뒷조사였다.

2009년 10월 지인인 모 세무회계법인 사무장 백모씨에게 부탁, 심부름센터를 통해 이씨와 박씨가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이씨가 가입한 사이트 21개와 박씨가 가입한 사이트 4개에 무단 접속을 시도하도록 했다.

또 서울 연희동 모 은행 지점의 직원 원모씨로부터 시댁 식구들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해 제공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사장의 계획은 엉뚱한 곳에서 불발됐다. 일 처리가 미흡하다며 질책과 함께 환불을 요구받은 심부름센터가 시매부 측에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외부로 알려진 것. 이 같은 사실은 조 회장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조 회장은 맏며느리인 이씨는 물론 조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 6명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됐다.

수사 과정에서 조 대표는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무혐의 처분됐으나, 이 부사장과 심부름센터 대표 김모씨와 백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명의자의 동의 없이 금융거래 정보를 넘긴 은행 직원 원씨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관련 한국화이바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국화이바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답변해 드릴 내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따로 답변 지침이 내려온 것도 없고, 이번 일은 한국카본 쪽 일이라서 이쪽에서 대답할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화이바와 한국카본의 대표번호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카본 측 입장은 대표번호로 전화해 한국카본으로 돌려 통화하라는 한국화이바 홍보팀의 설명이었다.

어렵게 연결된 한국카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사건과 관련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이명화 부사장은 현재 출근하고 있으며 부사장직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된 한국화이바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수년 전 시작됐으며, 조 회장과 조 대표의 경영 이념의 차이가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글로벌 경영과 사업 다각화’ 의지가 강한 반면, 조 회장은 ‘한눈 팔아선 안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고, 이런 갈등이 발단이 돼 조 대표가 조 회장의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는 것.

결국 조 대표가 그룹 경영권에서 차츰 멀어지게 됐고, 차남인 조계찬 사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조 대표는 지난해 조 회장의 승인 없이 자신의 아들에게 한국화이바의 지분을 줬고, 사실을 알게 된 조 회장은 무효 소송을, 조 대표는 맞소송을 내며 부자 관계가 악화됐다. 이후 조 회장은 조 대표에게 줬던 한국화이바와 한국신소재 경영권을 거둬들이고 차남인 조계찬 사장에게 한국화이바의 지분율을 늘려주는 등 다른 계열사의 지분까지 조금씩 늘려주자 그룹 경영권이 차남인 조계찬 사장에게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분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한국화이바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말 11.18%에 불과했던 조계찬 사장의 지분이 2005년 말에는 23.1%까지 늘어났고, 2009년 말부터 현재 조 대표의 지분율은 24.88%, 조계찬 사장은 23.85%로 조 사장이 조 대표를 바짝 따라붙었다.

한편, 한국화이바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맏며느리의 반란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막장 드라마의 재현’이라며 “현실판 <욕망의 불꽃>이 따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많은 네티즌들이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을 연상한 것.

경영권 분쟁 왜?

특히 극 중에서 둘째 며느리 남애리(성현아 분)와 셋째 며느리 윤나영(신은경 분)의 관계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방송 내용 중 윤나영은 남애리와의 경영권 분쟁 끝에 남애리의 불륜을 이용해 시아버지 눈 밖에 나도록 계획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첫사랑인 박덕성(이세창 분)에게 카메라와 녹음기 등을 건네주며 불륜관계를 담아오도록 한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 같은 설정의 현실 재현에 한 네티즌은 “드라마 속 신은경이 현실에 강림했다”고 비꼬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욕망의 불꽃>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면서 “돈 앞에선 가족이고 우애고 없는 것이냐”는 비판과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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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