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다시 즐기기 ③제주도 제주시

화산이 빚은 겹겹이 쌓인 시간 속을 걷다

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을 3개나 품은 곳이다.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Jeju Volcanic Island and Lava Tubes)’로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으며, 2010년에는 산방산, 용머리해안, 수월봉, 우도 등 12개 명소가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선정 세계지질공원 타이틀을 달았다.

전 세계인이 인정한 경이롭고 매혹적인 대자연을 품은 아름다운 섬. 화산이 빚은 자연의 걸작 속으로 특별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은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성산일출봉과 그 아래 형성된 성산리·오조리의 역사, 문화, 생활 풍습 등을 엿보는 도보 여행 코스다. 성산갑문 입구에 있는 오조리 주차장에서 출발, 내수면을 따라 마을과 성산일출봉을 두루 거쳐 돌아오는 7㎞ 남짓한 원형 코스로 3시간 정도 걸리며(성산일출봉 등반 시 40~60분 추가), 길이 평탄해서 걷기 좋다.

걷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식산봉(食山峯)이 모습을 드러낸다. 왜적의 침입이 잦은 시절, 오름에 낟가리를 쌓아 군량미가 가득한 것처럼 속여서 식산봉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수풀이 무성한 오름 주변에는 희귀 염생식물 황근이 군락을 이룬다.

오조리에 들어서면 용천수인 족지물을 볼 수 있다. 용천수는 바닷가 인근에 솟아나는 맑은 지하수로 물이 귀한 시기에 식수와 빨래, 목욕까지 마을에 없어선 안 될 생명수 역할을 했다. 제주의 옛 생활상을 엿보는 중요한 장소지만, 상수도가 개발되면서 용천수의 역할이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꼬마들이 늦더위를 식히며 물놀이를 즐긴다.

독특한 지형


마을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나지막한 돌담 너머로 보이는 빨래나 예쁘게 가꾼 화단이 정겹고, 소박한 시골 마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마을 끝자락에 나타나는 투물러스(tumulus)는 내수면에 남은 화산활동의 흔적이다. 용암이 흘러가다 장애물을 만나 부풀어 오르면서 표면이 빵 껍질처럼 굳어 독특한 지형이 됐다.

이곳을 지나 도로를 건너면 광치기해변과 터진목이다. 터진목은 썰물 때 모래톱이 드러나 예전에 섬이던 성산리와 본섬을 잇던 곳이다. 지금은 모래톱을 메워 본섬과 이어지면서 옛 지형을 잃었지만, 4·3사건 때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서 집단 학살당한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성산일출봉에도 슬픈 역사의 흔적이 새겨졌다. 해변 절벽 여기저기에 일본군이 뚫어놓은 동굴이 있는데, 2차 세계대전 말기 연합군에 대항해서 자살 특공 작전을 펼치기 위한 비밀 기지로 만든 것이다.

성산일출봉은 해마다 300만명이 찾아드는 세계적인 명소다. 약 5000년 전 수심이 얕은 바닷속에서 화산이 폭발하며 형성됐는데, ‘수성 화산 연구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분화구 정상까지 계단이 이어진 길이라 오르기 다소 힘들지만, 주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수고를 보상한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와 성산갑문을 지나면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오조리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성산갑문을 지나기 전, 카페 코지에서 재미난 지오푸드를 즐기며 휴식을 취해도 좋다.

세계지질공원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외에도 세계지질공원을 걷기 여행으로 즐기는 트레일이 3개 더 있다. 김녕·월정, 산방산·용머리해안, 수월봉 지질트레일이 운영되며, 올레길처럼 안내 표식을 이용해 언제든 자유롭게 탐방 가능하다.

또 다른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해설사와 동행해야 입장할 수 있다. 거문오름은 만장굴을 비롯해 김녕굴, 벵뒤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을 만든 모체로 화산학적 가치가 높다. 분화구 안은 다양한 식생이 자라며, 역사·문화적 요소가 고루 섞인 학습의 장이다.

거문오름 탐방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출발한다. 삼나무 군락지와 정상 지점을 지나 전망대에 닿으면 사방이 탁 트인 전망과 올록볼록 솟은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래로는 동북쪽 화구벽이 허물어져 말발굽 형태로 굳은 분화구 모습이 한눈에 잡힌다.


세계적 규모의 용암동굴, 만장굴
7.6m 높이의 용암 석주가 고스란히

분화구 안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된다. 1시간30분 남짓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는 동안 원시 자연을 연상시키는 용암 협곡과 땅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 깊이 수십 미터의 수직 동굴 등 신비한 화산지형이 이어진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동굴 진지는 거문오름에 새겨진 전쟁의 흔적이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무기를 숨기기 위해 분화구 곳곳에 동굴을 파서 진지를 만들었다.

분화구 중심에는 제주의 독특한 생태인 곶자왈이 펼쳐진다. 흙 한 줌 없이 화산암뿐인 척박한 환경에도 나무들이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울창하게 숲을 이룬 풍경이 무척 신비롭다. 탐방 포인트마다 해설사가 자세히 설명해주어 생생하고 유익한 시간이다.

거문오름 탐방은 정상 코스(약 1.8㎞, 1시간 소요)와 분화구 코스(약 5.5㎞, 2시간30분 소요)로 나뉘며, 분화구 코스에 자율적으로 능선 코스(약 5㎞, 2시간 소요)를 추가 탐방할 수 있다. 입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허용되며, 화요일과 명절 당일은 쉰다. 물 이외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고, 샌들이나 구두를 신으면 탐방이 불가하니 운동화나 등산화를 반드시 챙긴다.

거문오름과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를 엮으면 여행이 훨씬 풍부해진다. 제주도의 탄생 과정과 지질구조, 한라산의 생태 등을 알기 쉽게 풀어놓아 아이들 현장 학습 코스로 활용하면 좋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등도 영상과 전시 모형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으며, 설화를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을 실감 나게 표현한 4D 영상도 볼 만하다.

여러 탐방 코스

만장굴은 거문오름이 만든 용암동굴 가운데 유일하게 일반에 개방된 곳으로, 내부가 잘 보존되었다.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동굴로 꼽힌다. 전체 길이 약 7.4㎞ 중 1㎞ 구간만 관람이 가능하다. 동굴에 들어서면 시간이 순식간에 수십만 년 전으로 돌아간다. 용암 유선, 용암 선반, 용암 표석 등 다양한 용암 생성물이 오래전 이곳에 용암이 가득 차 흘렀음을 보여준다. 옛 흔적을 따라 탐방로 끝에 다다르면 높이 약 7.6m에 이르는 용암 석주를 만난다. 용암이 빚은 걸작 앞에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여행정보 =========================================

당일 여행 코스
- 세계지질공원 코스: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성산일출봉 포함) 걷기→섭지코지
- 세계자연유산 코스: 거문오름 탐방→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만장굴

1박 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거문오름 탐방→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만장굴→월정리해변
- 둘째 날: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성산일출봉 포함) 걷기→섭지코지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제주관광공사 지질트레일 http://jejugeopark.com
-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http://wnhcenter.jeju.go.kr


○ 문의 전화
- 제주관광공사 064)740-6074
- 성산일출봉 064)783-0959
-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거문오름 탐방) 1800-2002
- 만장굴 064)710-7903

○ 대중교통 정보
제주국제공항 정류장에서 100번 좌석버스 승차,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6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710·720번 시외버스(오전 6시 10분~오후 9시 운행, 약 1시간 10분 소요) 환승, 거문오름 입구 하차,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까지 도보 약 1km.
*문의: 제주시외버스터미널 064)753-1153

○ 자가운전 정보
제주국제공항→월성사거리에서 시청 방향 우회전→오라오거리에서 시청 방향 좌회전→국립박물관사거리에서 우회전→번영로→거문오름 입구 사거리에서 좌회전→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내 거문오름탐방안내소

○ 숙박 정보
- 베니키아아이진호텔: 제주시 신대로22길, 064)745-0700, http://ijinhotel.com (베니키아)
- 비치스토리호텔: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064)784-7400 (굿스테이)
- 더클라우드호텔: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 064)783-8366~7, www.cloudhotel.co.kr
- 제주아리: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507-1452-6780, http://jejuari.modoo.at
- 초롱민박: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242번길, 064)782-4589

○ 식당 정보
- 카페 코지: 커피·베이커리·지오푸드,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 064)784-1005
- 거문오름꿈의숲: 흑돼지제육쌈밥·흑미궁중떡볶이,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2-9181, http://blog.naver.com/milim9181
- 하늘보리: 검정보리비빔밥·검정콩청국장,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4-6300
- 선흘방주할머니식당: 검정콩국수·고사리비빔밥,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3-1253
-그리운바다성산포: 고등어추어탕·갈치회,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등용로, 064)784-2128, http://sungsan.fordining.kr

 

○ 축제와 행사 정보
- 2016 제주목관아 작은음악회: 7월16일~9월10일(매주 토요일), 제주목관아 연희각 야외무대, 064)722-0203(제주문화원), http://jejucc.kr
- 2016 한여름밤의 새연교 콘서트: 9월9~10일, 새연교 특설 야외무대, 064)760-2653(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 서귀포칠십리축제: 9월30일~10월2일, 자구리공원·칠십리음식특화거리 일원, 064)760-3946(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http://70ni.seogwipo.go.kr


○ 주변 볼거리
섭지코지, 우도, 용눈이오름, 비자림, 다희연, 월정리해변, 함덕서우봉해변, 산굼부리, 성읍민속마을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