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점집 굿판 느는 이유 살펴보니

성수기 맞은 굿판 “판돈을 키워라”

2011년 신묘년을 맞아 일년의 운세를 보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철학원, 역술원, 사주카페,타로카페 등등, 사주를 풀어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연초 사람들의 발길을 가장 많이 끌어당기는 것은 신 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운영하는 점집이다. ‘신점’으로 본 사주가 가장 믿을 수 있고, 신 내림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무속인이 신통하더라는 소문의 영향인 듯하다. 이 같은 이유로 연초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무속인들은 성수기를 맞아 무조건 부적이나 굿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속인의 말을 100%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소리와 함께 굿을 하라는 말을 들은 손님들은 대부분 무리를 해서라도 굿판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일요시사>는 연초 점집에 굿판이 느는 이유를 취재했다.

문지방 닳도록 오가는 손님들, 일단 “부적 써!”
걸핏하면 “굿해야 한다” …찜찜해서 굿판 벌여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남녀노소,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비슷하다. 때문에 매년 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일 년 간 자신의 운세를 알아보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발품을 판다.

철학원, 역술원, 사주카페, 타로카페, 점집 등을 비롯한 운세풀이가 가능한 여러 곳 가운데 점집은 사주와 운세를 보는 사람들의 절대 지지를 받고 있다. 소위 말하는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기본적인 역리학과 신점을 이용해 운세풀이를 해줌으로써 비교적 정확도가 높고, 만족할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1년 운세가 궁금해

이와 관련 한국의 공식적인 점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에서 활동하는 역술인, 무속인의 수는 30만 명 이상이라는 게 관련단체의 설명이다. 이 밖에 연초에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점을 보는 사람은 300만 명을 넘고 1년 동안 점을 보는 연인원은 1억2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사주나 신년운세를 보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고, 연령대와 상담내용 또한 상당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고객은 40~50대 여성으로 변함없지만 30~40대 남성 직장인들의 상담비율이 거의 2배 이상 증가했고, 20대 여성과 20대 중반 남성들의 방문 상담도 30%가량 많아진 것.
신년운세 상담내용을 살펴보면 남성 직장인들은 자신의 사업운과 재물운에 대한 상담을 주로 받고 있으며 여성 주부들의 경우에는 가족의 안녕과 남편, 자식들의 운세에 집중하는 편이다.

때문에 일부 무속인들은 점집을 찾는 사람들의 이런 특색을 노려 ‘한탕주의’를 표방하기도 한다. 실제 일 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연초에 사람들이 점집으로 몰리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이때 말로 손님을 잘 구슬리기만 하면 최소 몇 십만 원의 부적을 쓰거나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굿판을 벌여 한 몫 단단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980년대 우리나라 최대의 점성촌으로 불렸던 미아리 ‘ㅁ’철학관 최모 역술인은 “과거 시각장애 역술인들의 영역이었던 ‘미아리 점성촌’에 역리학을 공부한 일반인과 신 내림을 받은 무속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미아리 점성촌’만의 특색을 잃었다”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역리학을 바탕으로 학문적 입장에서 손님들이 사주팔자를 풀이하는 것과 달리 무속인들 역시 역리학을 바탕으로 두고 자신이 모시는 신을 불러 ‘신점’과 함께 풀이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욱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무속인들에게는 부적과 굿이라는 무기가 있지 않나. 때문에 우리 같은 영세 철학관은 점점 문을 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연말과 올 초 세 차례 점집을 찾았다는 김모(49·여)씨는 일부 점집의 굿 권유 행태에 대해 말을 보탰다. 
김씨는 “용하다고 소문난 점집 세 곳을 찾았는데 올해 운세가 모두 다르게 나왔다. 첫 번째 집에서는 남편의 바람기가 의심된다며 부적을 권했고, 두 번째 점집은 올해 운세를 좋게 점쳤다”면서 “마지막 점집이 관건이었다. 전체적인 가족 운세가 좋지 않아 조상의 한을 풀어야 한다며 굿을 권유했는데 700만원부터 1000만원, 2000만원짜리 등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무속인의 말에 아무 의심 없이 굿판을 벌이고 부적을 쓰는 것일까. 김씨는 이 점에 대해 “찜찜해서”라고 답했다. 좋지 않은 소리를 듣고 가만히 무시하자니 자꾸만 마음에 걸려 뭔가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것.

손님들의 이 같은 생각을 간파한 듯 타깃을 정해놓고 상습적으로 굿판을 벌인다며 돈을 뜯어냈다가 경찰에 적발되거나 실형을 선고받은 무속인도 상당수다.
지난 1월에도 “굿하면 효과”를 본다며 7차례 굿판을 벌여 4억여원을 뜯어낸 무속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손병준 판사는 집문제와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아낼 수 있다고 속여 거액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이모(36·여)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서울 논현동의 모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다가 2008년 3월 집주인이 전세로 바꾸자고 하자 친구에게 빌려준 4억 원을 급하게 돌려받으려는 계획을 세우던 중 청담동에서 영업 중이던 이씨를 찾아갔다.

이때 이씨는 “굿을 하면 떼인 돈을 받을 수 있고, 집도 문제없이 계약할 수 있다”고 말했고, A씨는 그를 믿고 굿판을 벌였다. 하지만 여전히 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A씨는 그때마다 이씨를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결국 A씨는 “삼세 번 굿을 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씨의 말에 총 7차례나 굿을 했고, 4억36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4억원을 돌려받을 방법에 대해 상담하러 갔다가 그 보다 많은 돈을 갈취당한 A씨는 뒤늦게나마 이씨를 고소했고, 이씨는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같은 달 또 다른 무속인 김모(51·여)씨는 한 사람에게 총 177억원을 가로채 초호화생활을 하다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12월 종합병원 경리과장으로 재직 중인 최모(53·여)씨는 남편이 다치고 부모의 건강이 악화되는 등 집안에 우환이 계속되자 무가지에서 ‘용한 점쟁이 선녀만신’이라는 광고를 보고 김모(51·여)씨를 찾아갔다.

이에 김씨는 천도제 기도비 등의 명복으로 돈을 요구했고, 최씨는 가족을 위해 전 재산 5억원을 바쳤다. 이후에도 김씨는 계속해서 천도제와 가족의 건강 등을 빌미로 돈을 요구했고, 최씨는 자신이 일하는 종합병원의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해 3년간 172억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무속인 사기사건 ‘펑펑’

이와 관련 윤모 역학사는 “일부 무속인들의 행태를 일반화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집 같은 경우 대부분의 장사를 연초에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월 손님을 잡지 못 하면 한 해 동안 파리를 날리는 셈”이라면서 “때문에 연초를 성수기로 바짝 손님몰이를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겠지만 무조건 굿을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실제 굿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굿을 통해 더 큰 화를 막을 수도 있으니 굿을 나쁘게만은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방에서 점집을 운영하고 있는 모 무속인은 “내 주변에는 아무런 악재도 없는 사람에게 굿을 하라고 강요하는 무속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굿의 필요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판돈을 부풀려 부르기는 한다”고 말했다.

점집이 워낙 한 철 장사이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을 때 미리미리 벌어두지 않으면 한해살이가 힘든 무속인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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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