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다시 즐기기 ②수원 화성

높고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산책하기 좋은 9월이다. 수원에서 요즘 가장 걷기 좋은 곳은 수원 화성이다.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길이 운치 있고, 옛 성벽과 도심의 빌딩이 어우러진 경치도 볼 만하다.

과학적이고 실용적으로 건축된 수원 화성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수원 화성은 우리나라 건축 역사에 독보적인 건축물로 꼽히며, ‘성곽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빼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계획도시

수원 화성은 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탄생시킨 계획도시다.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무덤은 처음엔 일반인과 같이 ‘묘’에 불과했다. 정조는 즉위한 뒤 아버지 사도세자의 복권을 위해 묘를 묘에서 ‘원’으로 원에서 ‘능’으로 마침내 승격시켰다. 조선 땅에서 가장 좋은 자리로 알려진 융릉(사도세자의 능) 자리에는 수원부가 있어 많은 백성들이 살았다. 정조는 수원부와 마을을 통째로 옮길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집을 짓고 이사할 비용까지 챙겨주었다고 한다. 이전한 곳에 성벽을 쌓은 것이 수원 화성이다.

수원 화성은 정조의 명을 받아 실학자 정약용이 설계하고, 채제공이 축성 책임을 맡았다. 1794년에 착공해 1796년에 완공했다. 둘레 약 5.7km, 성벽 높이 4~6m에 땅속 깊이 1m로 기초를 다졌다. 동서남북에 놓인 창룡문·화서문·팔달문·장안문과 군사를 지휘하는 서장대와 동장대, 5개 포루, 봉돈, 치(치성), 공심돈, 수문, 각루, 노대, 적대, 암문 등 성벽과 모든 건물을 불과 2년9개월(장마 등 공사를 못한 기간을 제하면 약 2년6개월)에 완공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수원 화성 여행의 첫걸음은 화성행궁에서 시작한다. 행궁을 둘러본 뒤 화성열차를 타고 동장대(연무대)로 이동한다. 행궁은 왕이 전란을 피해 잠시 머물거나 나들이할 때 묵는 임시 궁궐인데, 화성행궁은 화성을 정기적으로 방문한 정조를 위해 지은 궁궐이다.


한국전쟁으로 부서져… 완벽 복원
수원 화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수원 화성의 정문인 장안문은 4대문 중 북문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남문을 정문으로 삼는데, 정조가 한양에서 올 때 북문에 먼저 닿아 장안문이 정문이 되었다. 문 밖으로 항아리처럼 둥글게 옹성을 쌓아 견고함을 더했다. 장안문에서 서쪽으로 가면 화서문을 지나 팔달산 정상에 세운 서장대에 이르고, 동쪽으로 가면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지나 동문인 창룡문에 닿는다. 남문인 팔달문 밖에는 팔달문시장, 수원영동시장, 지동시장 등이 발달했다. 이 중 팔달문시장은 정조가 팔도의 장꾼을 불러들여 만든 시장이라 특별하다.

축성을 수월하게 도와주는 각종 기계를 발명한 점도 인상적이다. 정약용이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는 거중기, 녹로, 유형거 등을 발명해서 활용했다. 실학사상에 입각, 겉모양보다 실용적인 면에 치중한 부분도 눈에 띈다. 공격용 대포를 넣는 포루의 지붕이 말을 타거나 긴 창을 들고 갈 때 부딪힐 위험이 커, 성벽 안쪽의 지붕을 직선으로 마감한 것이 그 예다.

장안문은 크고 위엄이 있고, 화서문은 전쟁을 겪고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서 보물로 지정됐다. 방화수류정과 화홍문은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고 동장대 앞에서는 활쏘기 체험이 가능하다. 전쟁으로 부서지고 도시화로 훼손되기도 했지만, 수원 화성은 지금도 시민들이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곳이다. 여름에는 저녁 산책하기가 좋고, 봄가을로 화창한 날에는 멋진 피크닉 장소가 된다.

한국전쟁으로 부서진 화성을 완벽하게 복원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받은 데는 <화성성역의궤>의 힘이 크다. 조선 시대에는 나라에 큰 행사가 있을 때 그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자세히 기록해서 의궤를 만들었다. 화성 축성 전 과정과 공사 일정, 공사 책임자, 각 건물에 대한 설명 등을 그림과 글로 남긴 종합 보고서가 <화성성역의궤>다.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매일(월요일 제외) 오전 11시에 무예24기 시범 공연이 펼쳐진다. 정조 시대에 완간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24가지 무술을 무예24기라 한다. 공연 중에는 마상 무예를 제외한 도·검, 창·봉, 맨손 무술 등을 실감나게 선보인다.

4월~10월 일요일 오후 2시에는 장용영 수위 의식이 벌어진다. 정조가 창설한 장용영(국왕 호위 전담 부대) 군사들의 수위 의식과 훈련 모습을 되살렸다. 공연 중 정조와 혜경궁 홍씨로 분장한 배우가 객석을 돌며 일일이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함께 찍어 관람객의 반응이 좋다.


과거 모습 재현

화성행궁과 창룡문 중간쯤 자리한 수원화성박물관은 화성의 우수성을 알리고, 축성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상설 전시를 하는 화성축성실과 화성문화실에서는 축성 과정과 도시의 발전, 축성에 참여한 인물, 8일간 이어진 정조의 행차, 장용영의 모습 등을 이해하기 쉽게 전시한다.

화성행궁 앞 너른 광장은 평소에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연을 날리는 등 자유롭게 이용하고, 10월에 열리는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에는 화려한 행사의 장으로 거듭난다.

광장 한쪽에는 2015년 10월에 개관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있다. 외관이 깔끔하고 현대적이며 내부로 들어가면 독특한 구조가 눈에 띈다. 현대산업개발에서 건물을 지어 수원시에 기부했다. ‘시대의 선각자, 나혜석을 만나다’ ‘PLAYART_게임으로 읽는 미술’ 등 흥미로운 전시가 자주 기획된다. 오는 10월16일까지 가상현실을 테마로 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가상현실’ 전시가 열린다.

월화원은 효원공원 서편에 조성한 중국식 전통 정원이다. 경기도와 광둥(廣東) 성이 우호 교류 발전 협약을 체결하고 상대 도시에 전통 정원을 짓기로 한 약속에 따라 호수를 파고 흙을 쌓아 산을 만들고, 중국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물을 세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광둥성의 어느 정원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월화원을 짓기 전에 광저우(廣州)에 한국식 정원을 만들었는데, 담양 소쇄원을 모델로 했다.

월화원에서 나와 도로를 건너면 나혜석거리가 시작된다. 1896년 수원에서 태어난 나혜석은 일본 유학 시절 유화를 전공했다. 조선 여성으로 처음 유화 개인전을 열고, 시와 소설, 평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립운동과 여권 신장에 힘썼지만 본인은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 수원 중심가에 조성된 나혜석거리에는 그의 동상과 글, 조형물이 설치됐다. 낮보다 밤에 찾는 이가 많은 화려한 거리다.

 

=== 여행 정보 =======================================

당일 여행 코스
- 문화 유적 답사: 수원 화성→화성열차→화성행궁→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수원화성박물관→나혜석거리
- 명소 탐방 코스: 수원 화성→화성행궁→공방거리→수원영동시장→월화원→나혜석거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화성행궁→화성열차→수원 화성→수원화성박물관→행궁동 벽화골목→수원통닭골목→방화수류정 야경
둘째 날: 수원화성홍보관→공방거리→팔달문시장→월화원→나혜석거리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수원시청 www.suwon.go.kr
- 수원문화재단 www.swcf.or.kr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http://sima.suwon.go.kr
- 수원화성박물관 http://hsmuseum.suwon.go.kr

○ 문의 전화
- 수원시청 관광과 031)228-2409
- 수원문화재단 031)290-3600
- 장안문관광안내소 031)251-4514
- 팔달문관광안내소 031)228-2765
- 서장대관광안내소 031)228-2764
- 연무대관광안내소 031)228-2763
- 화성행궁관광안내소 031)228-4480
- 창룡문관광안내소 031)228-4678
- 수원화성박물관 031)228-4242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031)228-3800

○ 대중교통 정보
[기차] 부산역-수원역, KTX 하루 4회(10:15~20:20)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광주-수원,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5~34회(06:00~23:00) 운행, 약 3시간 소요.
         *문의: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코버스 www.kobus.co.kr


○ 자가운전 정보
영동고속도로 동수원 IC→창룡대로→정조로→화성행궁 광장→화성행궁 주차장

○ 숙박 정보
- 수원호텔꼬모: 팔달구 효원로219번길, 031)233-8966, http://hotelcomo.co.kr (굿스테이)
- M스토리호텔: 팔달구 효원로291번길, 031)225-2347 (굿스테이)
- 호텔 테이트: 팔달구 권광로180번길, 031)222-6100, www.hoteltate.com (굿스테이)
- 테마모텔: 장안구 파장천로, 031)271-6927 (굿스테이)

○ 식당 정보
- 화춘옥: 수원갈비, 팔달구 창룡대로41번길, 031)223-2425
- 가보정: 한우양념갈비, 팔달구 장다리로, 1600-3883, http://kabojung.co.kr
- 본수원갈비: 갈비, 팔달구 중부대로223번길, 031)211-8434
- 진미통닭: 프라이드·양념통닭, 팔달구 정조로800번길, 031)255-3401

○ 축제와 행사 정보
- 수원화성문화제: 2016년 10월7~9일, 화성행궁 광장·수원천·연무대 일원, 031)290-3596, www.swcf.or.kr/?goPage=104

○ 주변 볼거리
수원광교박물관, 지도박물관, 수원월드컵경기장 축구박물관, 수원박물관, 수원팔색길, 팔달문시장, 수원영동시장, 지동시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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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