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기획특집>③신(新)고부갈등, 뒤바뀐 설 풍속도

명절이 괴로운 시어머니들“며느리만 힘들단 편견은 버려”

명절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설렌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가는 것이 두려운 사람도 있다. 전자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일 것이고, 후자는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있는 며느리들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명절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시어머니 눈치를 보는 며느리가 아니라 며느리 눈치를 보는 시어머니들이 늘고 있는 것.

명절증후군 앓는 며느리 옛말, 요즘엔 시어머니가 더 ‘눈치’
맞벌이 하는 며느리 위해 혼자 장보고 음식 장만까지 마무리


맞벌이를 하면서 손자·손녀까지 키우는 며느리들 눈치를 보느라 미리 장을 봐 음식을 해놓기도 하지만 이조차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말이 화살로 돌아온다. 며느리 눈치 보며 명절을 보낸다는 시어머니들의 말 못할 사연을 취재했다.

만나는 가족 친지들로 인해 시끌벅적 즐거워야 할 명절이지만 반대로 오랜만에 만나다보니 그 동안 참아왔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서 간 혹은 형제간의 다툼은 다반사고 시댁과 며느리, 장인·장모와 사위간의 갈등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최근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입장이 뒤바뀐 신(新)고부갈등이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신(新)고부갈등 시대
며느리 눈치 보는 시어머니

 
지난해 장남을 장가보낸 젊은 시어머니 이모(58·여)씨에게 이번 설은 시집온 며느리와 처음 맞는 설이다. 젊은 시어머니이긴 하지만 최근 오히려 며느리들의 눈치를 보는 시어머니가 많다는 소문에 명절이 돌아오면 며느리 단속을 철저히 해야겠다 다짐했지만 이 생각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식을 올린 지 두 달 만에 며느리가 임신을 한 것. 이씨는 반갑고 축하해야 할 일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임신 6주차라 조심해야 한다”고 아들 녀석까지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설음식까지 혼자서 다 마련해야 할 판이다.

또 다른 시어머니 박모(62)씨는 맞벌이하는 며느리를 위해 명절이 되면 으레 혼자서 장을 보고 음식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 며느리가 맞벌이를 하는 것이 자신의 아들이 벌어오는 돈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일 년에 몇 번 시댁에 올 때마다 피곤해하는 며느리에게 일을 맡기자니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며느리에게 설거지 정도만 시키는 편”이라면서“사위가 백년손님이라더니 요즘엔 며느리가 백년손님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김모(64·여)씨는 지난 추석에 며느리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서울깍쟁이 며느리가 시골에서 명절을 보내는 동안 혹시 불편하지는 않을까 싶어 하루 전날부터 쓸고 닦고 집 청소를 하느라 분주했지만 “그러시는 게 오히려 더 불편하다”는 말을 듣게 된 것.

가족 구조 변화하면서 시어머니 스트레스 늘어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가운 며느리는 백년손님


김씨는 며느리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한 일이었지만 저런 말을 듣고 나니 여간 섭섭한 것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사실 지금까지 명절이 되면 ‘며느리들의 명절증후군’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명절이 괴로운 것은 시어머니들도 마찬가지다. 시어머니들도 과거 어느 순간에는 며느리였고, 시어머니가 된 이후부터는 ‘집안 안살림의 리더’로서 명절 음식과 행사를 총 지휘해야 하는 책임까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시어머니’라는 이름 때문에 여러 가지 노력과 고생은 수포로 돌아가고 악역으로만 비치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최근 시어머니들 사이에서는 “명절에 자식 가족이 찾아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이다. 시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맏며느리로 집안을 이끌고 있는 김모(49·여)씨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김씨는 “시어머니는 첫 아이가 2살 되던 해 돌아가셨고, 이후 집안 살림은 내가 도맡아 했다. 시동생들을 시집장가 보내고, 명절이면 큰집인 우리집을 찾아오지만 평소 남편과 둘이 지내던 공간에 시동생 부부들이 잔뜩 찾아오면 오히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여든을 코앞에 둔 또 다른 김모(77·여)씨는 명절이 되면 다른 시어머니들과는 다른 고민에 빠진다.

언제부턴가 자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이 사라진 것. 셋이나 되는 며느리 중 한 명도 시댁에 오지 않는 일이 몇 해 전부터 발생하고 있다고. 문제는 몇 해 전 명절 기간 동안 막내며느리의 해외여행을 허락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에는 큰 며느리와 둘째까지 가세해 대놓고 여행을 가버리는 바람에 말릴 겨를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남편도 없는 마당에 자식들까지 명절 발걸음을 안 하니 명절이 되면 여간 외로운 게 아니다”면서 “명절이면 앞집 뒷집 친척들이 모여 깔깔대며 재미난 이야기 소리가 대문 밖으로 넘쳐 나는데 우리집만 고요하다. 홀로 집에 남아 벽만 바라보는 명절이 정말 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어머니들의 이 같은 명절 스트레스를 두고 “한국 사회의 급격한 가족 구조 변화가 가져온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가족의 범위가 점차 축소되다 보니 서로의 공간에 배우자와 자식이 아닌 사람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족 구조 변화에 따른
시어머니 스트레스


여성가족부가 2005년에 이어 지난해 조사를 실시해 최근 발표한 ‘제2차 가족실태’ 결과에서 가족의 의미변화는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조사 결과 가족의 범위는 대체적으로 축소됐다. 배우자의 부모도 내 가족이라고 답한 사람은 50.5%에 그쳤고, 자신의 부모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77.6%로 나타났다. 5년 전 92.8%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어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여기는 응답자 역시 63.4%로 5년 전의 81.2%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친조부모와 외조부모를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그야말로 급감했다. 5년 전 각각 63.8%, 47.6%로 집계됐던 수치가 이번 조사에서는 각각 23.4%, 20.6%로 나타난 것. 심지어 자녀와 배우자를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각각 84.5%, 81.1%로 나타나 1차 조사와 비교했을 때 각각 14.2%p, 17.3%p 감소했다.

사회적으로 1인 가구와 아이가 없는 부부가 늘었고, 혈연보다는 동거 개념의 협소한 가족관이 확산되면서 시어머니는 물론 며느리들이 느끼는 유대감이 과거보다 끈끈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핵가족을 이뤄 살면서 협소한 가족관에 익숙한 사람들이 명절을 비롯해 일 년에 몇 번 정도만 일시적으로 ‘대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면 서로 어색해진다는 것.

바로 이때 이 어색한 상황을 타파하고 가족 간의 동질성을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위치가 ‘집안의 안주인’인 시어머니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상시 아들 가족들의 생활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고 쿨하게 생각했던 시어머니지만 명절 ‘대가족’의 틀 안으로 자식들이 들어오면 ‘우리 가족의 동질감과 유대감을 확인해야 한다’는 핏줄 의식이 팽배해져 강박관념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며느리의 이질적인 행동이 눈엣가시처럼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 뿐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들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동질감을 회복하기 위한 제스처는 취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가족의 개념과 범위가 대폭 축소되는 바람에 과도기적인 가족 변화를 가장 절감하게 되는 위치가 ‘시어머니’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시어머니에게 바짝 붙어 음식과 살림살이를 배우던 과거자신들의 모습과는 달리 세대가 바뀌어 현대 며느리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당혹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어머니 스스로
강박 떨쳐야 스트레스 탈피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시어머니 스스로 자신이 ‘전통의 수호자’라는 강박을 벗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만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변화하는 사회현실에 발맞춰 ‘차례 상에 올라갈 음식은 반드시 집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 보거나 ‘아들에게 설거지 등 자잘한 일을 배분’하는 등 며느리와의 세대 차이를 줄이도록 노력해 보라는 것. 또 며느리들은 명절 내내 가족이 집안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시어머니에게 ‘쉬는 시간’을 주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시어머니들이 느끼는 명절 스트레스는 며느리들이 느끼는 것보다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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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