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실태 충격보고④전문가의 진단과 사회적 처방

자신을 고립시키고 사회와 동떨어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을 외톨이라고 한다. 최근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자신만의 공간에서 사회와 담을 쌓고 살아가는 ‘운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가 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역시 ‘은둔형 외톨이족’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들 가운데 사회를 이끌어나가야 할 20·30대가 많다는 사실이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대해 진단해보고 전문가들의 처방과 사회적 안전망에 대해 알아보았다.

“삶의 동기와 잠재력을 이끌어 내라”

최근 개봉한 영화 ‘외톨이’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를 소재로 한 국내 첫 공포스릴러 영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히키코모리란 ‘(어떤 장소에) 틀어박히다’는 뜻의 일본어로, 주로 어려워진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산이나 시골로 은둔하는 정치인들에게 자주 쓰이던 말이었다. 1990년대 초부터 일본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급증하기 시작한 히키코모리족은 현재 1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억2천만 일본 인구의 1%에 달하는 엄청난 수다. 히키코모리 가운데 30%가 30세 이상이며 10명 중 7명이 남성이라고 한다. 이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사회문제화 되고 있어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 퇴치’ 운동마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은둔형 외톨이’의 수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대략 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에 비해 이들의 수가 적기도 하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어 이들에 관한 연구나 대책이 초기 단계 수준이다.
지난 2002년 8월28일 국내 정신과 전문의들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12차 세계정신의학회에서 한국형 ‘은둔형 외톨이’의 출현을 공식 보고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소장 이시형)와 강북삼성병원, 서울 동남정신과의원(원장 여인중)이 2000년 1월부터 2002년 5월까지 동남클리닉을 방문한 외래환자 총 2천4백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31명이 친구가 한 명도 없고, 가족간의 대화가 없으며, 혼자 식사하는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은둔형 외톨이는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유형’이라며 ‘국내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조사는 처음이다’라고 설명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들 가운데 사회를 이끌어나가야 할 20~30대가 많다는 사실이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자신만의 작은 세계에 갇혀 살아가게 됐을까?

밤낮 바꾼 채 몇년 동안 TV-컴퓨터로만 생활 방에서 두문불출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시선…전문의와 상의· 대화 많이 나눠라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10대들은 집단 따돌림과 가정불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20~30대들은 사랑과 이별을 통해 겪은 아픔, 취업실패 등의 이유가 많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인터넷 중독자들도 쉽게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다.
국내 연구팀이 밝힌 은둔형 외톨이의 특징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씩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지만 5-10년 넘게 이 생활을 계속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대개 학교나 직장도 없다. 일체의 사회활동을 거부하기 때문에 친구가 없고 가족 사이의 대화가 단절돼 있다.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인터넷과 TV에 몰두해 보내고 낮,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으며, 대인공포증, 우울증, 성격장애, 강박증 등의 등 건강 문제를 수반하고 있어 해결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들의 정신적 질환이 점점 심화될수록 자살과 살인이라는 상황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크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연구팀에 참여한 정신과 전문의 여인중 박사는 “은둔형 외톨이를 병자로 보아야 하느냐 아니냐는 경계가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며 “방에 박혀 두문불출한다고 해서 이를 병자로 보기는 힘들다”고 신중론을 폈다. 여 박사는 “문제는 은둔형 외톨이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정신과를 찾지 않는 것”이라며 “풍부한 사례 분석이 이뤄져야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확한 병증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둔형 외톨이 치료 방안과 대응책
그렇다면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안과 은둔형 외톨이들을 다시 사회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떠한 대응책이 있는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대안1 에너지 발산할 통로와 따뜻한 관심 필요
은둔형 외톨이가 범죄성향 또는 공격성향이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만나보면 은둔형 외톨이들은 반사회적 성향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발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톨이가 된다는 지적이다.
미디어전문가 박준표씨(연세대 청년문화원)는 “자신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할 수 있는 통로나 채널, 한국적 안전망이 너무 없는 상태에서 이른바 ‘외톨이’를 문제로 보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며 “결국 ‘외톨이’를 잠재적 문제로 보는 사회적 시선, 누구도 그들의 에너지를 생산적 기획으로 연결시켜 보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역설했다.
또 이미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다. 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달리 내면에는 애정과 관심에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격이 그래서’ 혹은 ‘저러다가 말겠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방치해 두면 안된다. 정신과적 문제가 주된 원인이 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치료적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사회 환경적 부적응에 주된 원인이라면 부모, 선생님, 상담사 등이 함께 나서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진로 관련 상담 청소년종합상담센터에서도 심리검사나 적성검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검사 결과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도 있지만 청소년의 진로 분야에 특화된 상담기관을 찾는 것도 좋다.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운영해 직접 상담을 받으려면 일정한 비용을 내야 하지만 온라인 상담은 대개가 무료로 이뤄진다. 1990년 생긴 YMCA 청소년진로진학상담실에서는 다양한 진로탐색 프로그램과 함께 게시판과 전자우편, 채팅 등을 활용한 사이버 상담이 활성화 돼 있다. 안창규 한국진로교육학회 부회장이 소장을 맡고 있는 한국진로상담연구소도 면접 상담은 유료이지만 게시판을 통한 사이버 상담은 무료로 진행한다.

대안 2 가정방문 통해 ‘1대1’ 상담 치료
대부분의 심한 은둔형 외톨이들은 바깥출입을 전혀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가정 방문을 통한 1:1 상담이 우선된다. 병원에 의뢰를 하면 상담자가 가정집을 방문하는 것인데, 주로 사회복지나 청소년학을 전공한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외톨이’ 아이들과 결연을 맺고 대화와 활동을 함께 유도하는 멘토(Mentorㆍ조력자)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다.
멘토링을 이끌고 있는 신은정 사회복지 치료사는 “처음에는 꼼짝 않고 방안에만 있다가 서너 달 지나면 영화 구경을 가는 등의 외출도 한다”고 말한다. 신씨는 “이들은 자폐아처럼 정신지체 증세는 없으나 혼자 방안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라며 “부모에 의해 병원을 찾긴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아도 분명 프로그램 참여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각자 정신적인 충격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혼자 있으려고 하는 성향을 보이면 다그치거나 혹은 내버려두지 말고 빨리 신경정신과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만을 집중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별로 없는 듯하다. 게다가 1:1 프로그램을 신청할 경우 비용도 만만치 않아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동남병원의 여인중 박사는 “‘외톨이’는 질병이 아니나 그냥 놔두면 신경정신과적 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므로 신경정신과에 심리 치료를 의뢰하거나 각 공공기관의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를 통해 꾸준히 상담을 받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대안 3 한부모 ‘부자가족 지원’ 강화
한부모가족은 배우자 없이 가족생활을 책임져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자녀교육, 주택, 사회적 편견 및 차별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사례로 중학교 2학년인 김모군(15)은 은둔형 외톨이로 얼마 전 병원에 입원했다. 부자가정에서 자란 김군은 아버지와 함께 있을 시간이 적고 대인관계의 폭도 줄어들어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한국한부모가족연구소 황은숙 소장은 “남성 한부모의 경우 직장생활로 늦게 귀가하기 때문에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해 자녀가 혼자 집에 있는 동안 게임에 중독되거나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다”며 “한부모가정지도사와 같은 전문인력을 가정으로 파견하여 한부모가족의 자녀를 지도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모자가정에 비해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자가족의 비율은 한부모가구의 21%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매년 증가폭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 한부모에 대해 돌봄 능력을 강화시키는 부모역할교육 및 훈련기회를 제공하고,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남성한부모 멘토링 사업과 서로 유사한 한부모가정을 연계해 남성 한부모가족의 자조능력을 배양하는 프로그램 개발 중이다.

대안4 지역사회와 정부의 지원 필요
운둔형 외톨이 치료를 위해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청소년상담원 같은 정부와 기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으로 심리검사와 상담 전문가를 통한 운둔형 외톨이의 위험성 인식, 자기통제감과 사회적 문제해결 능력 향상, 진로탐색 등이 이루어지며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이 참여하는 낙관주의 교육과 분노조절 훈련프로그램, 레크레이션 전문가와 함께하는 대안활동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안활동에는 공동체놀이, 승마, 도예, 셀프 다큐멘터리, 야영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감정순화, 안정감, 긍정적 사고 기르기, 의욕과 활력 배양을 목표로 한 수련을 하게 된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차정섭 원장은 “이들은 흔히 왕따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외톨이로 남게 된다”며 “입시위주의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아예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최근 들어서 인터넷 가상공간에 몰입하면서 은둔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문제 예방과 올바른 인터넷 사용방법 정립을 위해 인터넷중독 치료학교와 같은 프로그램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적응을 위한 은둔형 외톨이의 직업교육을 사설기관의 교육에만 떠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정부와 시민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본의 카나가와현에서는 이를 실행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카나가와현의 NPO와 대학, 지역시민단체가 연계하여 사회 적응도를 높이는 직업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강원재 부센터장은 “공교육 안에서 그 동기를 못 찾았을 때 강요나 질책이 아니라 내재된 동기를 찾아주는 것, 삶의 멘토로서 동기와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직업교육을 벗어나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한 지역의 전통적인 문화에 대한 습득과 함께 유대관계를 형성해 나감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며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위기의 아이들 찾아가는 청소년 동반자
보건복지가족부 청소년동반자 사업 전국 확대
보건복지가족부는 가정해체, 학교부적응 등으로 인한 위기청소년에게 상담, 정서적지지, 기관연계, 사례관리 등을 제공하는 청소년동반자(Youth Companion)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소년동반자는 일정수준의 자격을 갖춘 전문상담인력이 위기청소년의 삶의 현장(가정, 학교 등)에 직접 찾아가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업으로써, 2007년 청소년동반자 사업 추진결과 청소년들의 만족도와 프로그램 권유도에서 98점을 기록해 높은 성과를 나타내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는 2007년 14개 시도(37개 시군구)에서 추진하던 본 사업을 올해는 16개시도(64개 시군구)로 확대하고 청소년동반자 수도 4백70명까지 확충할 예정이다.
또한, 그간의 운영성과와 지역사회의 높은 수요를 반영하여 서비스지역과 청소년동반자 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위기청소년 사회안전망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뿌리내릴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청소년동반자를 6백명 수준까지 확대하고 134개 시군구까지 서비스를 제공하여 위기청소년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부터 청소년 동반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화(40)씨는 “위기 청소년이 겪는 문제는 대단히 복잡한 경우가 있어서 상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이 많다”고 했다. 상담지원뿐만 아니라 숙식, 교육, 의료, 법률, 여가, 직업훈련 등 생활지원까지 이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씨는 “위기 청소년들을 만나 마음을 열고 고민을 해결한다고 해도 집에 돌아갔을 때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느끼면 같은 문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한다”며 “더구나 위기 청소년을 지켜보는 부모도 상당한 상처를 입었을 것이 분명하므로 부모도 상담을 통한 정서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위기 청소년 한 명을 구하는 데도 그가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복원이 전제돼야 하는 셈이다.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나 부모님은 전국 어디서나 국번없이 “헬프콜 1388”로 문의하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동반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문의 아동청소년상담자활과
02)2023-8805, 청소년전화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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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