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만 고객정보 유출' 인터파크 단체소송 주의보

무턱대고 소송비 보냈다간 낭패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지난달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질타를 받았다. 유출 피해자들은 단체소송 카페에 가입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그들의 소송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체소송 카페에서 소송 진행에 대한 정확한 상황과 계획은 공지하지 않은 채 묻는 회원에겐 묻지마 탈퇴를 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단체소송 카페에 대한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사건 이후 피해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피해자들은 스팸문자부터 시작해 다른 피해가 생길까봐 전전긍긍한다. 이에 단체소송 카페가 생겨나 사람들을 모집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회원수가 1만명을 넘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는 추세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은 내부에서 문제가 일어나면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뭉쳐도 모자란데…

일부 피해자들은 소송에 앞서 자신들이 사분오열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하나로 뭉쳐 준비해도 모자란데 각 카페들이 생겨나며 서로 흩어질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최대 단체소송 카페로 불리는 ‘소비자 연합회’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피해에 비해 소송 인원이 적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각자 따로 소송준비를 하다 보니 일부 카페에서는 가입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소송준비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와 어떤 변호사가 선임되었는지가 주된 질문이었다. 여기서 한 카페가 문제를 일으켰다. 이 카페는 불통 운영으로 인해 가입자들의 불만을 샀다. 심지어 운영과 진행에 대한 의문을 올리면 카페운영자가 가입자를 스팸 처리해 강제탈퇴를 시키기도 했다.

한 카페서 활동정지를 당했다는 한 피해자는 “공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카페라 믿었는데 왜 공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며 “사람들을 모으려고 그런 이름을 사용한 게 아니냐. (카페를) 믿을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변호사 선임 이후다. 당시 카페 운영자는 변호사 선임에 있어 중진 변호사로 뽑을 것이라 1∼2년차 변호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선임된 변호사는 카페서 제시한 기준에 미달한 변호사였다. 가입자들은 운영자가 제시한 말과 다른 변호사를 선임한 것에 이의제기를 했다. 그러자 돌아온 것은 활동정지라는 메시지였다. 활동정지 처리가 된 것은 한 두 명이 아닌 이의를 제기한 모든 사용자였다.

여기에 1만2000원이라는 타 카페 변호사 선임비용보다 높은 금액이 문제로 제기됐다. 해당 카페 선임 변호사는 비용이 높은 이유에 대해 “청구금액이 많아지면 그에 따라 인지대 또한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해당 답변은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 2조에 근거해 소송목적 금액에 따라 인지대가 올라간다는 법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타 카페보다 높은 금액으로 소송했기에 비용이 비싸졌다는 얘기다.

이에 가입자들 사이에선 왜 자신들과 소송비용을 의논하지 않고 운영진과 변호사 임의로 정했냐는 말이 나왔다. 비용과 소송에 관련된 만큼 의논이 필요하지 않았냐는 주장이다.

운영자와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변호사 측에 연락해 봤다. 관계자는 “현재 변호사님이 추진하시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변호사가 자리에 없어 답변하기가 곤란하다”고 전했다. 이후 변호사와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개인정보 수집에 관한 의혹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입자들은 카페 가입 시 입력해야 하는 정보란에 전화번호 입력이 있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현재 해당 카페는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항목을 삭제한 상태다. 이에 관련해 질문을 한 이용자들은 아직까지 활동정지가 풀려있지 않다고 한다.

피해자들 사분오열 소송 준비
변호사들 보상액 부풀려 호객

카페 운영진들에 대한 의문도 있다. 어떻게 카페 운영진들 대부분이 활동이 없을 수 있냐는 주장이다. 그들의 활동 내역을 보니 방문횟수만 있고 활동이 없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여기에 운영자 선정기준이 어떻게 되냐는 비판도 나왔다. 더욱이 스텝 구분에 집단소송이라는 목적과 관계없는 분류가 있어 의혹은 커지기만 했다. 카페연혁을 살펴보면 공동구매와 이벤트라는 카페 목적과 전혀 다른 스텝 분류가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카페 운영자가 계속해서 피해자 가입유도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아무런 과정도 보여주지 않고 카페 가입자만 늘리고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소송비 입금을 유도하기 위해 급조한 아이디로 여론몰이를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그러다보니 카페 가입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우려하는 가입자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과거 소송카페서 일어난 유출사건을 떠올렸다. 지난 2012년 KT 해킹사건 단체소송 카페서 운영자는 피해자들을 모은 뒤 “카페를 넘길 테니 사라”며 변호사와 흥정을 벌이기도 했다. 이어 2014년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단체소송 카페서는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포착됐다. 소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애꿎은 돈만 날리는 피해자들도 있었다.

한 단체소송 카페는 카페 사기설이 돌자 “더 큰 카페가 존재하고 있다. 1등 카페서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폐쇄하기도 했다. 해당 카페운영자는 일부 피해자에게 브로커로 의심받았다.

못 믿을 카페들

의혹은 계속 무성해져 가고 있다. 카페운영자들은 아무런 해명 없이 소송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운영자들이 브로커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피해자들은 소송이 진행되지 않거나 앞서 제기된 의혹들처럼 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터파크 해킹 범인은?

지난달 28일,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인터파크 해킹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북한의 해킹 소행으로 판단한 근거로 사용된 IP주소, 악성코드의 유사성, 협박 메일에 쓰인 문체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IP의 경우 북한 정찰총국이 대남 사이버공격을 위해 구축, 사용해온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부터 북한 체신성 관련 사건을 추적하던 중 발견한 IP주소가 이번 사건에서 경유지로 사용된 주소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악성코드를 분석한 결과 설치 경로, 삭제명령어 작성 방식 등이 과거 북한이 사이버테러에 사용했던 방식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파크 임원급 등을 상대로 발송된 총 34건의 협박메일 중 1건에 ‘총적으로 쥐어짜면 난 움직일 마음이 없는 거에요’ 등 북한식 표현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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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