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한국대표팀 컨디션 중간점검

잘 쏘고 잘 찌르고…5부 능선 넘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금메달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초반에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10-10’ 계획에 비상등이 걸린 것. 하지만 펜싱에서 깜짝 금메달이 나오며 다시 한 번 메달을 향한 선수들의 마음에 불이 붙었다. 선수단이 분투해주길 바라며 현재까지의 상황과 앞으로의 메달 행보를 전망해 본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하 리우올림픽)서 ‘10-10’(금메달 10개 이상으로 10위 내 순위 기록)을 목표로 내세운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 기대주들의 연이은 탈락으로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대했던 유도 남자 73㎏급 안창림(수원시청), 여자 57㎏급 김잔디(양주시청),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김지연(익산시청) 등이 모두 초반 탈락해 충격을 안겼다.

‘10-10’ 목표
또 가능할까

안창림은 유도 남자 73㎏급 16강에서 디르크 판 티첼트(벨기에)에게 절반패를 당했다. 세계랭킹 1위인 안창림은 1회전 부전승, 2회전에서 모하마드 카셈(시리아)을 업어치기 한판으로 꺾으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3회전에서 만난 판 티첼트에게 뜻밖에 일격을 당했다.

판 티첼트는 세계랭킹 18위로 역대 전적에서도 안창림이 2전 전승을 거둔 상대였다. 두 선수 모두 소극적인 경기로 지도를 받고 본 게임에 들어갔다.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지던 중 안창림은 경기 종료 2분14초 남은 상황에서 기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눈치를 챈 상대 선수가 되려 되치기로 받아치며 절반패를 당하고 말았다. 결승까지 무난하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던 그였기에 더욱 충격적인 패배였다.

여자 57㎏급의 김잔디도 1회전 부전승 통과 후 2회전서 하파엘라 실바(브라질)에게 절반패를 당해 초반 탈락했다. 32강 경기에서 부전승으로 출전한 김잔디는 체력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브라질 국민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등에 진 세계랭킹 11위 실바는 강했다.

경기 초반 각각 지도 한 장씩 받으며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했지만, 김잔디가 두 번째 지도를 추가할 동안 실바가 과감한 발뒤축걸기로 유효를 먼저 따내며 8강 진출의 주인공이 됐다.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지연은 32강전에서 은구엔티레중(베트남, 30위)을 15-3으로 가볍게 꺾으며 선전을 예상했으나 16강전에서 한수 아래인 로레타 굴로타(이탈리아, 26위)를 만나 접전 끝에 13-15로 무릎을 꿇었다.

서지연과 황선아도 각각 32강전에서 디아첸코 이카테리나(러시아), 브루네 마농(프랑스)과의 대결에서 패배, 여자 사브르 대표팀 역시 개인전 ‘노메달’에 머물렀다.

삼보드로무 경기장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는 2관왕에 도전한 김우진(청주시청)이 32강에서 리아우 에가 에거사(인도네시아)에게 2-6(29-27, 27-28, 24-27, 27-28)으로 패배, 탈락했다. 단체전에 이어 유력한 2관왕 후보로 꼽힌 세계 랭킹 1위 김우진의 탈락은 한국 대표팀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김우진의 개인전 금메달 도전은 여기서 멈추게 됐다.

양궁·사격·펜싱 순항 중
유도·탁구 침울한 분위기

랭킹라운드(예선)에서 700점으로 세계신기록을 기록할 정도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던 김우진은 64강에서 짐바브웨의 벤 서덜랜드를 6-0(27-22, 28-26, 28-25)으로 가볍게 누르고 32강에 진출했으나 1세트를 가볍게 승리한 이후 2세트, 3세트에서 급격히 흔들리며 상대에게 세트 점수를 내줬다.

4세트에서는 모두 9점을 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7-10-10을 쐈다고 생각했던 상대의 첫 번째 화살이 심판의 판정결과 8점으로 기록되면서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이로써 금·은·동 모두를 석권하려고 했던 남자 양궁대표팀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구본찬과 이승윤이 형의 아쉬운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기에 아직 좌절하기는 이르다.
 

구기 종목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여자 핸드볼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웨덴에 28-31로 패해 2패를 기록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힘으로 무장한 스웨덴에 스피드로 맞서려고 했으나 여러 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고 에이스 김온아마저 부상을 당하며 아쉬움을 더했다.

전반전 전체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에이스 김온아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앞서가기 시작했다. 힘으로 무장한 스웨덴의 피봇 플레이에 흐름을 내주긴 했으나 힘든 상황 속에서 김온아가 체격조건이 앞서는 스웨덴의 수비를 굳이 뚫으려 하지 않고 중거리 슛을 계속 시도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수비 진영에서도 스웨덴 선수들이 완벽하게 스텝을 밟지 못하게 잘 견제해 줬고 그 결과 스웨덴의 오펜스파울과 턴오버를 계속 유도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여기에 우선희와 심해인의 공격이 더해지며 스웨덴을 압박했다. 하지만 스웨덴도 밀리지 않고 피봇 블레이를 중심으로 골을 만들어 내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그 결과 15-16. 한국이 한 점 뒤진 상태로 전반전을 마감했다.

세계랭킹 1위
줄줄이 수모

후반전도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갔으나 김온아가 후반 첫 골을 성공시킨 이후 어깨부상으로 코트에서 물러나며 공격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전반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스웨덴의 피봇플레이를 계속 막지 못했고 거기에 속공플레이까지 더해지며 후반 12분 만에 20-23으로 3점 차까지 벌어졌다.

이후 한국은 사이드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보려 했으나 조급한 슈팅과 스웨덴 골키퍼의 선방에 번번이 득점에 실패하며 흐름을 뒤집지 못했다. 힘을 앞세운 스웨덴은 쉽게 공격을 성공시키며 우리의 골문을 위협했고 결국 후반 중반 20-26으로 6점차까지 벌어졌다. 남은 15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한국은 후반전에 들어온 정유라의 추격으로 27-29로 2점차까지 추격했지만 그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최종 스코어 28-31(한국 패배)로 경기를 마감했다.
 

여자 하키도 네덜란드에 0-4로 완패를 당해 뉴질랜드와 1차전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네덜란드는 역시 강했다. 한국 선수들은 네덜란드의 파상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분전했으나 존커 켈리에게 해트트릭까지 허용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네덜란드는 1피리어드부터 강력한 기본기와 힘을 바탕으로 한국을 전방위로 압박해왔다. 초반부터 잡지 못했던 기세는 결국 1피리어드 전체에 영향을 끼치며 힘겹게 경기를 이어나갔다. 결국 1피리어드 9분경 존커 켈리에게 실점을 하며 0-1로 마무리했다.

2피리어드에서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네덜란드는 강했고 한국은 큰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다. 종료 직전 존커 켈리에게 다시 실점하며 0-2까지 벌어졌다. 골키퍼 장수지가 아니었다면 더 크게 벌어질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3피리어드와 4피리어드에서도 한국은 네덜란드에게 넘어간 흐름을 바꾸기 위해 애썼지만 득점에는 역부족이었고 3피리어드 막판과 4피리어드 초반에 각각 존커 켈리, 반덴 휴벨에게 실점하며 0-4로 경기를 마감했다.

이로써 한국은 뉴질랜드와 네덜란드에게 2연패 하여 8강 행보에 먹구름이 꼈다. 하지만 남은 독일, 중국, 스페인은 앞서 치렀던 두 나라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여자하키 대표팀이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탁구에서는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가 여자단식 16강에서 유맹유(싱가포르)에게 1-4로 져 탈락했다. 전지희는 실수를 연발하며 첫 세트를 내줬다. 이후 2세트를 잡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지만 내리 3세트를 내주며 1-4로 패했다. 전지희가 8강 진출에 실패하며 김송이(북한)와 맞붙는 남북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깜짝 금메달
가뭄에 단비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은 탁구 남자 단식 16강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 마룽에 2-4로 역전패해 눈물을 삼켰다. 정영식은 1세트 초반 5점을 내리 따내며 쉽게 1세트를 잡아냈다. 2세트는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내며 세트 스코어 2-0으로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3세트 들어 정영식은 힘겹게 점수를 따내는 반면 자신의 실수로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내리 3세트를 내주며 세트 스코어 2-3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마지막 세트가 될 수 있는 6세트. 선제점을 따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이내 마롱에게 페이스를 내주며 밀렸다. 막판 매치 포인트까지 갔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듀스 끝에 패하며 2-4로 경기가 종료됐다. 잘 싸웠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한편 개인전 32강에 출전한 이상수(세계랭킹 16위)는 아드리안 크리산(90위)에게 첫 세트를 따냈음에도 3-4로 역전패하며 충격적인 16강 탈락을 맛봤다.

금메달 기대주들의 잇따른 탈락으로 경고등이 들어온 ‘10-10’ 목표가 예상치 못한 깜짝 금메달로 다시 탄력이 붙고 있다.

침울해진 선수단에 박하사탕 같은 소식이 들려온 것은 지난 10일.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 출전한 ‘대학생 검객’ 박상영(한국체대)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결승전까지 올라 기어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의 금메달은 선수단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선물’이었다. 그의 깜짝 활약으로 한국 선수단은 이틀째 이어질 뻔한 금메달 수확 제로의 위기에서 탈출했다.

‘박상영 효과’ 때문일까. 한국 선수단은 지난 11일 이틀 연속 금메달 낭보를 들었다. ‘사격 황제’ 진종오(37·KT)가 역전극을 펼치며 50m 권총 결선에서 대회신기록인 193.7점을 쏴 1위를 차지하고 한국 선수단에 네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지만 남자 유도 90㎏급 곽동한(하이원)과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이 동메달을 보태고, 남자 축구가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를 꺾고 8강에 진출하는 등 좋은 결과를 내면서 메달 레이스에 탄력을 줬다.

또 지난 12일 장혜진이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에 올랐다. 장혜진은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독일의 리자 운루에 세트 점수 6대 2로 이겨 금메달을 따냈다.

‘금밭’ 태권도·깜짝 소식 기대
구기종목 부진 속 축구가 희망

이로써 장혜진은 국내 선수 가운데 7번째로 양궁 단체전과 개인전 2관왕에 오른 선수가 됐다. 2회 연속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했던 기보배는 멕시코의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를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그동안 올림픽 무대에서 ‘깜짝 금메달’로 좋은 결말을 지은 적이 종종 있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2012년 런던올림픽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예상치 못한 남자 유도 90㎏급 송대남이 금빛 메치기에 성공했었다. 당시 송대남은 33살의 노장이어서 메달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그의 금메달 덕분에 한국은 남자73㎏급에서 우승을 놓친 왕기춘(양주시청)의 ‘금빛 공백’을 채우며 결과적으로 10-10 목표를 채울 수 있었다.
 

여기에 비록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놓쳤지만 김지연의 여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도 런던올림픽에서 나온 깜짝 선물이었고 사격 25m 권총에서 따낸 김장미의 금메달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한국 올림픽 선수단은 당초 목표로 했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목표 10개 중 절반인 5개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지난 12일 기준). 올림픽 6일만에 달성한 것이다. 한국은 아직 메달밭이 널려있다.

곧 한국팀의 금밭이라 할 수 있는 레슬링과 태권도 경기가 열린다. 이 중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의 김현우와 태권도 남자 68kg급 이대훈, 태권도 여자 49kg급 김소희 등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체조·배드민턴
골프·배구 기대

이밖에도 체조 도마의 강자 김한솔과, 배드민턴 남자 복식의 이용대-유연성, 그리고 드림팀을 구축한 여자 골프 등도 기대해볼 만하다. 실력을 충분히 갖춘 ‘준비된’ 태극전사들인 만큼 한국 선수단은 언제든 깜짝 스타들의 탄생으로 애초 목표한 10-10 목표 달성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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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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