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나가는 ‘디지털 장의사’를 아십니까

당신의 과거를 깨끗하게 지워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묻혀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로 온라인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행위가 보편화되면서 흔적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흔적은 때론 족쇄가 돼 삶을 파괴하는 흉기로 변한다. 이런 이들을 위한 새로운 직업군이 나타났다. ‘디지털 장의사’가 바로 그들이다.
 

사례1. A(30대)씨는 최근 집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해외 음란물 사이트에 자신의 사진이 버젓이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이트에 게재된 사진에는 A씨의 얼굴까지 뚜렷하게 나와 있었다. 얼마 전 결혼해 아이까지 둔 A씨는 아연실색해 사진을 삭제하려 했지만 방법을 알 수 없어 애를 태웠다.

인터넷 발달
신직업 각광

사례2. 고등학생 B양은 어느 날 친구에게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인터넷 서핑 중 음란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영상 속 여자가 B양과 닮았다는 내용이었다. B양은 친구가 보내준 영상을 보고 몇 년 전 자신이 동급생 친구와 찍은 것임을 알아챘다. B양은 당시 함께 동영상을 촬영한 반 친구를 추궁했지만 모른다는 말만 돌아왔다.

사례3. 고등학생 C군은 온라인 학급 카페에 자신을 비난하고 욕하는 글이 수십 개 게시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반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패거리들이 한 일이었다. C군은 카페에 올라와 있는 글을 지워달라고 그들에게 부탁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C군은 카페에 매일 늘어나는 자신에 대한 악성글을 보면서 자살 충동을 느꼈다.

최근 SNS의 발달, 스마트폰 보급·사용률 증가로 다양한 내용의 온라인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게 매우 쉬워진 것과 비례해 게시물 유포 속도나 범위 역시 빠르고 넓어졌기 때문이다.


게시물을 실수로 올렸다 급히 삭제했다 해도 그 잠깐 사이에 퍼져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몇몇 유명 연예인은 자신의 SNS에 실수로 올린 글을 네티즌들이 캡처하고 유포해 곤욕을 치른 경우도 있다.

인터넷상에 남은 자신의 흔적을 전부 깨끗하게 지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다. 게시글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추적이 어려울 뿐더러 발견했다 해도 삭제 과정이 복잡해 일반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장의사라는 신 직업군이 등장하면서 그 과정이 크게 간소화되고 있다.

본래 디지털 장의사는 미국서 시작된 개념이다. 이들은 회원들이 사망한 이후 생전에 남긴 인터넷 흔적을 청소해주는 온라인 상조회사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상조회사인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30여만원을 내면 고인이 인터넷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적은 유언을 확인한 후 SNS에 올린 사진은 물론 다른 사람 페이지에 남긴 댓글까지 지워준다.

사후관리보다
현재에 중점

우리나라는 미국과 방향이 조금 다르다. 미국은 회원이 사망한 이후 디지털 유산을 삭제해 주는 사후 관리에 가깝다면 우리나라는 생전에 자신의 평판에 문제가 생길 법한 정보 등을 삭제 요청하는 게 더 보편화돼있다.

업계 관계자 K씨는 “2013년부터 이 일을 해왔지만 사후 관리를 요청 받은 적은 딱 한 번뿐이었다”며 “그것도 본인이 아니라 아들이 죽은 아버지의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장의사가 생겨나게 된 배경을 따져보면 ‘잊혀질 권리’라는 개념을 봐야한다. 잊혀질 권리는 인터넷서 생성·저장·유통되는 개인 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이를 삭제·수정·영구적인 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 개념을 말한다.
 


여전히 몇몇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인 이 권리는 2010년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자 곤잘라스가 구글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서 촉발했다. 곤잘라스 변호사는 자신의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했을 때 나온 과거 기사가 삭제되길 바랐다.

1998년 연금을 제때 내지 않아 집이 경매에 처해졌던 사실이 빚도 다 갚은 현재에 비춰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본 것이다. 곤잘라스 변호사는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에 기사와 검색 결과 노출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은 기사 삭제는 하지 않되 구글 검색 결과 화면에서 관련 링크를 없애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구글이 이의를 제기해 제소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2013년 등장해 최근 ‘블루오션’으로
‘사후관리’ 미국과 달리 현재 평판 중심

지난 2014년 5월 유럽사법재판소는 “구글 검색 결과에 링크된 해당 웹페이지의 정보가 합법적인 경우에도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판결이다. 인터넷 역사에 이정표가 될 판결이 나온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29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논의에 발을 담갔다. 방통위는 “사각지대에 있는 자기 게시물에 대한 관리권을 상실한 이용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하면서도 표현의 자유 침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범위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삭제가 어려운 경우 ▲회원 탈퇴 또는 1년간 계정 미사용 등으로 회원 정보가 파기됨에 따라 이용자 본인이 직접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회원 계정 정보를 분실해 이용자 본인이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게시판 관리자가 사업의 폐지 등으로 사이트 관리를 중단한 경우 ▲죽은 사람이 생전에 접근 배제 요청권의 행사를 위임한 지정인 또는 유족이 죽은 사람의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접근 배제를 요청하는 경우 ▲게시판 관리자가 게시물 삭제 권한을 제공하지 않아 이용자가 스스로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는 경우 등에는 게시판 관리자, 검색서비스 사업자 등에게 게시물 접근 배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방통위는 지난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이드라인 시행에 돌입했다. 하지만 접근 배제 요청 방식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자료를 준비해 신청해도 요청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어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틈새를 파고든 게 디지털 장의사 업체들이다. 업체들은 방통위의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2항 ‘정보의 삭제요청’ 등을 이용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게시물 삭제를 진행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유명무실 지적

업체들은 이용자에게 신분증 사본과 위임장을 받아 포털사이트에 직접 삭제를 요청하는 일을 한다. K씨는 “각 사이트마다 삭제 요청 양식이 있다”면서 “양식대로 서류를 제출해 게시물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일괄적으로 삭제하는 방식은 법에 저촉될 위험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고.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는 15∼20개 남짓이다. 보통 게시물 한 건당 삭제 비용이 3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 기준이라는 게 없어 매우 유동적이다. K씨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의뢰해 오거나 삭제해야 할 정보가 많은 경우에는 이용자와 의논해 가격을 조절한다”고 밝혔다.

음란 동영상이 유출됐을 경우에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음란 동영상은 한번 온라인에 게재되면 거미줄처럼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영상을 본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1회성 조치로 뿌리 뽑기 어렵다. 그래서 한 업체는 1년 단위로 관리 계약을 맺는다. 1년 동안 삭제를 의뢰한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오는 족족 추적해 차단하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P씨는 “한 고등학생이 중학생 때 찍은 음란 영상이 퍼졌다며 삭제 요청을 해온 적이 있다”면서 “영상을 삭제해도 다음 날이면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석구석 찾아내 깔끔히 ‘청소’
잊혀질 권리 vs 알 권리 ‘충돌’

타인이 올린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 글은 삭제하기가 더 수월하다. 앞서 언급한 사례2의 상황처럼 타인에게 욕설을 하거나 근거 없는 글을 쓸 경우에는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P씨는 “디지털 장의사가 하는 일은 개인도 모두 할 수 있다. 다만 우리 같은 경우에는 오랫동안 이 일을 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여 있다”면서 “(사이트에) 한 번 요청해서 안 되면 두 번, 세 번 요청해 꼭 지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하지만 디지털 장의사에게 의뢰한다고 해서 온라인 상 모든 정보를 지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트에서 회원탈퇴를 했는데 게시글이 남아있을 경우 개인정보 보관 기간이 지나면 삭제가 불가능하다. 사이트에서 탈퇴 회원에 대한 개인 정보를 파기했을 시에는 게시글을 본인이 썼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 내에 돌아다니는 자료도 삭제가 불가능하다.

P씨는 “최근 카카오톡에 자신의 음란 영상이 퍼졌다면서 삭제가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문의가 심심치 않게 온다”면서 “온라인에 게재되지 않은 자료는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P씨는 “디지털 장의사가 만능은 아니다”라면서 “온라인상에 글을 쓸 때는 꼭 여러 번 생각하고 쓰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디지털 장의사의 등장은 잊혀질 권리와 알 권리의 충돌을 불러 일으켰다. P씨는 “기업에서 의외로 연락이 많이 오는데, 사이트에 게재된 악평을 지워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 정치인 등이 개인사이트에 게재된 자신의 범죄 관련 게시글을 삭제해 달라는 의뢰도 자주 들어오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인식이 확대될수록 국민의 알 권리와 사회적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게시물이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엔 관리자나 사업자가 접근 배제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면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애초에 사이트에서 삭제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장의사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민간자격증 등
규제 나올 듯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디지털 장의사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나 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디지털 장의 업계 관계자는 “자격시험, 일정 정도의 교육시간 이수 등 디지털 장의사 양성 체계가 필요하다”며 “민간자격증 발급 등 방법으로 최소한의 허들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역시 “최근 민간자격증 검토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민간자격증이 곧 생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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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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