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이 있는 해변 풍경 ④충남 태안군

자그마한 해변에 재미 한가득!

어은돌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어촌이다. 자그마한 크기에 마음이 놓이고, 신나는 갯벌 놀이에 가슴이 뛴다. 바다는 아이들에게 후한 인심을 보여주고 소나무는 가족에게 편안함을 안겨준다. 마을 한쪽 끝에는 캠핑장이 있어 주말이면 가족 여행객이 모여든다.

맑은 공기 마시며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캠핑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어은돌 해변

어은돌은 ‘고기가 숨을 돌이 많은 마을’이라는 재미난 뜻이 있는 이름이다. 예전에는 ‘모항과 파도리를 이어주는 들’이라고 해서 ‘이은돌’ ‘여운돌’로도 불렸다. 마을 이름처럼 해변에 크고 작은 갯바위가 많다. 어은돌에는 자그마한 항구와 해변이 있다. 길이 1km 정도인 해변은 긴 활처럼 휘었다. 어은돌을 찾은 날, 해변은 한적했다. 아이들이 조용한 해변을 가로지르며 조개껍데기를 주우러 다녔다. 

한쪽에서는 직접 캔 전복과 조개, 소라를 씻는다. 가득 찬 그릇을 보고 놀라니, 처음 잡아본 것이라며 수줍어했다. 찰랑찰랑 해변에 들어온 물은 밤이면 저 멀리 빠져나간다. 물때가 매일 다르기 때문에 갯벌을 즐기려면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갯벌이 드러나면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한다. 진한 회색 개흙에서 조개를 찾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청량감이 넘친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명의 땅을 누리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지 싶다.

전복, 조개, 소라
잡는 즐거움

가족 여행객이 많은 캠핑장 옆에 소나무로 둘러싸인 어은돌쉼터가 있다. 이곳에 서면 어은돌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벤치에 앉아 해변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 어은돌쉼터에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파도리가 나온다. 해변에서 놀다 지치면 소나무 숲을 걸어도 좋다. 캠핑장 반대편에는 어촌이 형성돼 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아낙들과 소박한 민박, 산처럼 쌓인 어망이 여행자를 반긴다. 


어은돌에서 유유자적 즐긴 뒤에는 안면암으로 향한다. 안면암은 금산사의 말사로 천수만을 바라보는 멋진 풍경이 유명하다. 밀물 때가 되면 두둥실 뜨는 부교와 부상탑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썰물 때가 되면 길이 열려 부상탑까지 걸어갈 수 있다. 부상탑에서 안면암을 바라보는 정취도 남다르다. 화려한 암자가 무협지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하다. 물이 찼을 때 부교를 걷는 재미가 있다면, 물이 빠졌을 때는 갯벌에 사는 게와 망둑어의 움직임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다음 목적지는 안면도자연휴양림이다. 안면도는 ‘소나무 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나무가 많다. 섬 전체 면적의 20% 이상이 소나무로 덮여 있다. 안면송은 고려 때부터 특별 관리 대상이었으며, 궁재와 배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됐다. 안면도에 가면 소나무를 흔히 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 안면도자연휴양림이 으뜸이다. 

방파제를 따라 들어가면 우뚝 선 등대가 보인다. 등대 주변에서 낚시하는 이들이 많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바다를 본다. 아빠 손잡고 따라온 꼬마 강태공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어은돌은 자연의 품에 안겨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정을 쌓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다.

휴양림에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가 반갑게 맞는다. 가만히 숨 쉬고 있으면 건강해지는 것 같다. 소나무를 비롯해 주요 식물과 나무, 곤충 표본을 모아놓은 산림전시관이 있고 작은 고개를 넘으면 산자락에 폭 파묻힌 숲속의집이 나타난다. 숲속의집은 휴양림에 마련된 숙소로, 인기가 많아 예약이 쉽지 않다. 

조용한 분위기
휴양지로 제격

숲속의집에 묵지 못한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안면도수목원이 조성되어 소나무, 서어나무, 먹넌출, 층층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목원은 한국 전통 정원의 멋이 그대로 드러난 아산정원을 비롯해 여러 테마 정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망대에 오르면 꽃지 해변과 안면도의 산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수목원에서 주목할 곳은 양치식물 전문 온실이다. 전국에서 유일한 양치류 전문 온실로 고사리와 석송 등 다양한 양치식물을 살펴볼 수 있다.

안면도자연휴양림에서 차로 5분 거리에 꽃지해수욕장이 있다. 해안선 길이가 5km에 달하는 꽃지 해변은 날마다 해가 질 때 자연의 공연을 시작한다.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는 일몰은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이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의 슬픈 전설이 붉게 물든 하늘을 더 애절하게 만든다.


자연뿐만 아니라 문학의 향기를 느끼는 곳도 있다. ‘귀천’으로 잘 알려진 천상병 시인의 옛집이다. 대야도 입구에 자리한 천상병 시인 옛집은 원래 의정부 수락산 자락에 있었다. 개발 때문에 시인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시인과 가깝게 지내던 안면도 출신 모종인 씨가 이곳으로 이전·복원했다. 천상병 시인과 그의 문학 세계를 돌아보는 공간이다.

올해 초 문을 연 안면도미로공원도 들러볼 만하다. 30개국 500여 개 미로를 디자인한 아드리안 피셔가 제주도 김녕미로공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디자인한 곳이다. 서양측백나무 일종으로 잎이 조밀하고 아름다운 에메랄드그린과 에메랄드골드를 심어놓아 길을 헤매는 재미와 나무의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 

입을 행복하게 해주는 태안의 맛을 빠뜨리면 서운하다. 알이 꽉 찬 꽃게로 담근 간장게장과 김치를 넣고 끓이는 게국지는 태안의 대표 메뉴다. 게국지는 과거 집에서 먹던 음식을 메뉴로 만들어 묵은 김치의 얼큰한 맛과 게에서 우러나는 바다의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게국지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면, 어은돌에서 시작해 아름다운 곳을 구석구석 돌아본 태안 여행이 비로소 완성된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 어은돌→안면암→안면도자연휴양림→꽃지 해변
· 어은돌→천리포수목원→신두리해안사구→두웅습지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어은돌→천리포수목원→신두리해안사구→두웅습지
· 둘째 날: 안면암→안면도자연휴양림→꽃지 해변→안면도미로공원→천상병 시인 옛집

관련 웹사이트
· 태안군 문화관광 http://travel.taean.go.kr
· 안면암 http://www.anmyeonam.org
· 안면암 물때 http://www.badatime.com/357-1.html
· 안면도자연휴양림 http://www.anmyonhuyang.go.kr
· 안면도미로공원(바람아래관광농원) http://www.underwind.co.kr

문의 전화
· 태안군청 관광진흥과 041-670-2772
· 안면도미로공원(바람아래관광농원) 041-673-4101
· 안면암 041-673-2333
· 안면도자연휴양림 041-674-5019

대중교통(버스)
· 서울-태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10~ 20:10) 운행, 약 2시간 10분 소요. 태안공용버스터미널에서 소원행 버스 이용, 모항4리 정류장에서 하차. 약 1시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태안공용버스터미널 1688-2110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서산·태안 방면→32번 지방도→운산교차로에서 서산 방면 좌회전→평천교차로에서 원북·태안 방면→어은돌

숙박
· 송도오션리조트해양펜션: 소원면 모항항길, 041-672-7000
·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982
· 어은돌오토캠핑장: 소원면 파도리, 041-675-9340
· 바람아래펜션: 고남면 대야로, 041-673-4101

식당
·일송꽃게장: 게국지·간장게장, 안면읍 안면대로, 041-674-0777
·안흥식당: 우럭젓국, 태안읍 시장3길, 041-673-8584
·토담집: 간장게장, 안면읍 동백로, 041-674-4561

주변 볼거리
신두리해안사구, 두웅습지, 천리포수목원, 모항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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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