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 트랜스젠더 살인 사건 ‘무기징역’

애인이 남자로 밝혀져 살해했다더니…결국은 ‘돈이 문제’

사귀던 트랜스젠더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남성에게 항소심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는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보다 형량이 높아진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피의자는 사귀던 피해자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고 격분해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살인사건의 바탕에는 ‘돈 문제’와 ‘자존심’, 순간적인 ‘분노’가 깔려 있었다. 판결문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잘못된 만남을 되짚어봤다.

트랜스젠더인지 몰랐다더니 3차례 성관계 들통
폭행, 강도 사실 들킬까 인적 드문 곳에서 살해

부모의 이혼 등으로 보호시설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박모(24)씨는 성인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크고 작은 범죄로 법원을 드나들었다. 형의 집행을 종료하고 사회에 나온 박씨는 입에 풀칠이라도 할 생각으로 3~4년 전 포항의 한 PC방에 종업원으로 취직했다.

PC방에서 일할 당시 박씨는 우연히 손님으로 찾아온 트랜스젠더 김모(24)씨를 알게됐고, 두 사람은 이내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두 사람은 교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연락이 끊긴 뒤 한동안 연락없이 지낸 것.

잘못된 만남


그러던 지난해 5월, 김씨는 박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글을 남겼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다시 연락을 시작했다.

급기야 두 사람은 5월23일 김씨가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대구 모 유흥업소 근처에서 오랜만에 재회했다. 두 사람은 바로 김씨가 거주하는 대구 남구 모 여관으로 향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거사를 마친 두 사람은 대구 시가지로 나와 함께 식사를 마친 뒤 주유소로 향했다.

수중에 돈이 넉넉지 않았던 박씨는 김씨에게 기름값을 대신 내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씨는 거절한 뒤 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혼자 가 버렸다. 김씨의 이 같은 태도에 순간적으로 화가 난 박씨는 이날 오후 5시께 김씨가 거주하는 여관으로 그를 찾아갔다.

이미 흥분상태였던 박씨는 김씨의 여관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돈이 있나 없나 보자”고 소리를 지르며 김씨의 가방을 빼앗아 열어보려 했고, 이에 놀란 김씨가 저항하면서 거부하자 폭행을 시작했다.

생물적인 성별은 남성이었지만 여성으로 삶을 살아온 김씨는 일반 남성보다 저항 능력이 현저히 부족했고, 흥분상태인 박씨를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김씨는 박씨에게 얼굴 부위를 수차례 폭행당한 뒤 실신했다.

박씨는 실신한 김씨를 두고 돈이 될만한 것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디지털카메라 등이 들어있는 김씨의 가방을 챙긴 박씨는 여관방을 나서려다 순간 멈칫했다. 유흥업소로 출근하는 김씨의 동료가 출근시간 쯤 찾아오기로 한 사실이 떠오른 이유에서다.

박씨는 자신이 이대로 도주할 경우, 김씨의 동료에 의해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운 나머지 김씨를 여관 밖으로 데리고 나가 인적 드문 장소에서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그 길로 김씨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인적이 드문 곳을 찾다가 경산시 압량면 신촌리에 위치한 대산농장 뒤편 오목천 둑길에 이르렀다. 그때까지도 김씨는 실신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실신한 김씨를 차에서 끌어내려 바닥에 눕힌 다음, 김씨의 목을 왼손으로 강하게 누르면서 수십 회에 걸쳐 김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밟는 등 무자비하게 폭행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1시간 동안 김씨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박씨는 김씨의 사체를 강둑 아래에 던져버렸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동거녀와 함께 대구, 경주, 마산, 통영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김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박씨는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형사책임을 가볍게 할 목적으로 죽은 김씨에게 책임을 돌리는가 하면 오히려 김씨가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원심은 박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나름대로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박씨가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실신한 피해자를 업고 나와 차량에 싣고 인적 드문 곳에서 살해한 것은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또 재판부는 “피해자는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인 트랜스젠더인데, 피고인은 일반 남성보다 현저히 저항능력이 떨어지는 피해자를 상대로 단지 금품을 빼앗기 위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점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견디기 힘든 슬픔을 안겨줬음에도 아직까지 그들에게 어떠한 피해 회복도 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의 경제적 능력 등에 비추어 봐도 앞으로도 피해 회복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의자는 자신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등 이 사건 범행을 진정으로 반성하는 빛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인명경시 풍조에 대한 일반예방, 사회방위의 필요성까지 고려한다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5년형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참회와 교화의 기회를 가지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우발적 범행?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동거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씨와 성관계를 갖고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른 박씨는 결국 24세 젊은 나이에 차가운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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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