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이 있는 해변 풍경 ①강원 강릉시

기암·항구·해변이 멋진 여름 바다로 떠나요~

여름 여행은 바다가 제격이다. 햇볕이 뜨거워도 바닷바람은 시원하다. 푸른 바다는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린다. 파도가 철썩철썩, 모래는 간질간질… 도시에서 지친 이들을 달래준다.

가슴이 뻥 뚫리게 하는 여름의 주문진 해변
기이한 생김새의 바위 감상하며 소원 빌어

동해를 대표하는 강릉은 크고 작은 항구와 해변이 즐비해, 발길 닿는 곳 어디든 경치가 그림 같다. 주문진항 조금 위에 있는 소돌항과 아들바위공원은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기이한 바위가 해안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다. 아들바위공원은 주문진해변 남쪽에서 소돌항까지 연결되는 해안을 아우른다. 아들바위와 해변의 기암괴석을 감상하기 쉽게 목재 산책로를 놓았다. 아들바위는 1억5000만년 전 쥐라기에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랐다고 한다. 이후 파도와 바람에 파이고 깎여 지금같은 신비로운 모습이 되었다. 기이한 생김새 때문에 신성시한 사람들이 바위로 찾아와 소원을 빌었다.

파도가 만든
바위 모양

아이가 없어 상심한 노부부가 백일기도를 올린 뒤 아들을 얻었다고 아들바위라 부른다. 코끼리처럼 생겨서 코끼리바위, 소원을 비는 바위라고 소원바위, 소를 닮아 소돌이라는 별칭도 있다. 아들바위 입구에 가수 배호의 노래 ‘파도’ 가사를 새긴 노래비가 있고, 기도상과 동자상 같은 조형물도 보인다. 등대와 전망 데크까지 일대에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주문진해변 쪽으로 이어진 산책로는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라 운치 있다. 가장 높은 지점에 놓인 바다 전망대는 남쪽으로 아들바위, 북쪽으로 주문진해변을 굽어보는 곳이라 전망이 기막히다. 주문진해변은 모래밭 길이가 700여 m로,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발 아래 조개까지 선명히 보인다. 해안 도로를 따라 식당과 펜션, 리조트, 카페 등이 이어지고 해변 북쪽 끝에 있는 솔숲은 텐트 치기 좋다. 주문진해변은 호젓한 게 매력이다.


강릉에는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경포해변, 커피 향 가득한 안목해변, 드라마 〈모래시계〉로 이름난 정동진해변, 등명낙가사가 있는 등명해변 등 크고 작은 해변이 20개에 달한다. 대부분 수심이 얕고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가족 단위로 물놀이 즐기기에 그만이다. 아담하고 평화로운 소돌항은 문어가 유명하다. 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문어라면,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활어회, 푸짐한 양에 놀라는 매운탕, 신선한 조개구이 등 먹거리가 풍성하다. 동해안 특산물 오징어로 만든 오징어빵과 먹물아이스크림도 별미다. 7월부터는 아들바위 앞 파도가 잔잔한 곳에서 투명 카누 타기,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갯바위 게잡이 등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오죽헌은 신사임당의 친정으로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이다. 사임당의 어머니 용인 이씨는 슬하에 딸 다섯을 두었는데, 외손자 이이에게 서울의 기와집과 전답을 물려주고, 또 다른 외손 권처균에게 오죽헌과 전답을 주었다. 권처균은 집 주위에 검은 대나무가 많은 것을 보고 자신의 호를 오죽헌이라 했으며, 이후 집의 이름이 되었다. 율곡 선생이 태어난 몽룡실이 있는 건물과 사랑채는 원형 그대로 보존되었고 나머지는 복원했다. 몽룡실 옆 키 큰 매화나무는 율곡매라 하며, 수령이 600년인데도 해마다 풍성한 홍매를 피운다. 사임당이 이 나무를 보고 그린 ‘매화도’가 전해진다. 맞은편 배롱나무도 600년이 넘은 고목이다. 율곡기념관, 향토민속관, 솔향명품숍, 강릉시립박물관, 선비문화체험관이 모두 오죽헌과 한자리에 있다. 주차장 건너편에는 강릉예술창작인촌이 있다.

다양한 매력의
강릉 해변

경포호 남쪽 솔숲에 들어앉은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은 생가, 기념관, 초희전통차체험관, 솔숲, 공원이 어우러진다. 생가는 허난설헌의 아버지 초당 허엽의 집으로, 이 일대 지명인 초당은 허엽의 호를 딴 것으로 보인다. 생가 사랑채에는 허균의 영정이, 안채에 허난설헌의 영정이 있다. 생가를 둘러싼 울창한 고송이 멋스럽다. 주요 작품을 새긴 문장비를 감상하다 보면 허균·허난설헌기념관에 이른다.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쓴 허균과 천재적인 글솜씨로 중국, 일본까지 알려진 허난설헌의 생애 관련 자료와 작품이 전시되었다. 27세에 요절한 허난설헌의 시는 감성적이고 여성미가 물씬 풍긴다.

커피가 유명한 강릉에는 모든 승무원이 바리스타 출신인 바리스타크루즈가 있다. 주문진항에서 출발해 해안선을 따라 경포해변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를 운항한다. 낮에는 해안 풍광과 푸른 바다를 즐기는 해상관광크루즈, 저녁에는 식사가 포함된 해피아워디너크루즈(오후 7시~9시30분) 상품이 있다. 디너크루즈는 신선하고 깔끔한 뷔페와 크림맥주를 무한 제공한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필리핀 밴드가 들려주는 추억의 팝송, 우크라이나 댄스 팀이 선보이는 흥겨운 춤, 순식간에 가면이 바뀌는 경극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이 끝나고 3층으로 올라가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를 마시며 밤바다의 낭만에 젖는다. 선상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가 크루즈의 하이라이트다. 저녁 식사는 다른 곳에서 하고 공연과 불꽃놀이만 즐기는 하트음악불꽃크루즈를 이용할 수도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명소 탐방: 아들바위공원→소돌항→오죽헌→허균·허난설헌생가→바리스타크루즈
문화유산 답사: 오죽헌→경포대→바리스타크루즈→주문진항→아들바위공원

1박 2일 코스
첫째 날: 아들바위공원→소돌항→주문진해수욕장→주문진수산시장→바리스타크루즈
둘째 날: 오죽헌→허균·허난설헌생가→아쿠아리움경포→경포해수욕장


관련 웹사이트
· 강릉시 문화관광 http://www.gntour.go.kr
· 소돌어촌체험마을 http://sodol.seantour.com
· 오죽헌 http://ojukheon.gangneung.go.kr
· 바리스타크루즈 http://www.baristacruise.com

문의 전화
· 강릉시청 문화관광과 033-640-5131 ·바리스타크루즈 1899-3393
· 소돌어촌체험마을 033-662-6492 ·오죽헌 033-660-3301~8
· 허균·허난설헌기념관 033-640-4798

대중교통(버스)
·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2회(06:22~ 23:05) 운행, 2시간30분~2시간50분 소요.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5회(06:00~23:3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 서울-주문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3회 운행(06:31~20:50),약 2시간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강릉 JCT에서 속초·주문진 방면→현남 IC→동해대로→주문삼거리에서 좌회전→주문진해변→아들바위공원 입구

숙박
· 산과바다 주문진리조트: 주문진읍 해안로, 033-661-7400, www.jumunjinresort.com
· MGM호텔: 강릉시 해안로535번길, 033-644-2559, www.mgmhotel.co.kr
· 호텔 헤렌하우스: 강릉시 창해로14번길, 033-651-4000, http://herren-haus.com
· 강릉선교장: 강릉시 운정길, 033-646-3270, http://www.knsgj.net
· 휴심펜션: 강릉시 저동골길, 033-642-5075, http://hyusim.com

식당
· 경민네: 문어라면·조개구이, 주문진읍 해안로, 010-8363-2884
· 카페폴앤메리: 수제 버거, 강릉시 창해로350번길, 033-653-2354
· 서지초가뜰: 못밥·질상, 강릉시 난곡길76번길, 033-646-4430
· 교동반점: 짬뽕, 강릉시 강릉대로, 033-646-3833

축제와 행사
여름바다예술제: 2016년 7월 말~8월 초, 경포해변과 강릉

주변 볼거리
경포해수욕장, 경포대, 선교장, 강릉솔향수목원, 오대산소금강계곡, 정동진, 커피커퍼 커피박물관, 하슬라아트월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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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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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