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화장하는 초딩들 천태만상

초등생 맞아? 앳된 얼굴에 덕지덕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여성의 화장은 사람을 변화시켜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꾸밈을 통해 전보다 더 아름다워지려는 노력은 나이를 떠나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화장에 대한 관심은 세대가 앞당겨져 초등학생들까지 확산됐다.

초등학교 하교시간에 길을 지나다 보면 간간히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살피는 여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다. 색이 들어간 립밤을 꺼내 바르는 학생들도 보인다.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초등학생들도 얼굴꾸밈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요즘 아이들은 발육이 빠르다”는 말처럼 화장에 대한 관심 역시 빠르게 시작되고 있다.

화장영상 인기
직접 찍기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10대 여학생들의 화장이야기는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고 기성세대들은 민낯이 가장 아름답다며 10대들의 꾸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유행과 개성이라는 코드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지금 아이들은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꾸밈에 여념이 없다. 유튜브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들어가 10대 화장이라고 검색을 하면 다양한 결과가 나온다.

화장법도 다양하다. 기초 화장법부터 시작해 투명메이크업, 청순메이크업 등 가지각색의 화장법이 준비되어 있다. 이 못지않게 초등학생 화장영상들도 많다. 인기 영상들은 조회수가 평균 4만∼5만 정도로 높다. 화장에 대한 초등학생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젠 초등학생도 화장을 하는 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처럼 티가 나게 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꾸밈을 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어디까지를 화장으로 말해야 하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폼 클렌징 및 BB크림을 바르는 것을 가지고 화장이라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들은 주 고객층이 20대가 아닌 10대를 위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업계가 따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제품에서 매출이 뒷받침을 해주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10대 화장품 시장은 5년 전부터 매년 20% 이상씩 성장해 연 20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커졌다고 한다.

이는 10대의 화장품 소비욕구가 사회적으로 표출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엔 김새론, 김소현과 같은 10대 배우들을 화장품 모델로 선정해 모방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아이들 필수 아이템 색조화장품 ‘틴트’
계속 성장…걸리버 된 10대 화장품 시장

지난 달 27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인솔하고 나오는 교사에게 통해 여학생들이 화장을 얼마나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교사는 A씨는 “학교 안에서는 티가 나게 하지는 않는다”며 “틴트나 립밤정도 바르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고 답했다.

주로 몇 학년부터 화장을 하냐는 질문에는 “빠르면 4학년부터 주로 고학년이 되면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틴트는 입술에 바르는 것으로, 일정 시간동안 해당 색이 나도록 해준다. 액체로 된 워터틴트와 젤 형식으로 만들어진 젤틴트가 있다.

28일에는 다른 지역 초등학교 관계자를 찾아가 학생들이 어느 정도 화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을 얻었다. 그는 “한 두 그룹 정도로 적다. 주말에 돌아다니면 그때 좀 눈에 보이게 화장을 할 정도지 우리 학교 아이들은 평소 화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 화장은 학부모들의 케어여부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에 관한 견해를 학부모들에게 물었다. 학부모들 마다 반응은 제 각각으로 달랐다. 특히 화장품 사용에 대한 견해가 갈렸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생이 화장을 하지는 않는다. 한다면 중·고등학생들이 할 것”이라며 “아이와 어울리는 친구들을 보면 화장하는 아이들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장품을 사준 적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곁에 있던 학부모는 이에 생각보다 많다. 눈에 띄게는 안하지만 학교에서 학부형 생활을 하다보면 보이기 시작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화장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이 잡으면 틴트가지는 80%정도가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립밤은 기본
아이라인까지

또 자녀에게 화장품을 사주기도 했다며 요즘은 입술에 바르는 틴트까지는 괜찮다고 했다. 다른 지역의 학부형은 가끔 학교를 지나가다 보면 아이라인을 한 아이도 보여 깜짝 놀라곤 한다며 아이들이 아이라인까지 하는 것은 심한 것 같다고도 했다.

158명의 여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5월 형지엘리트에서 SNS를 통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중 ‘언제부터 화장을 시작했는가’라는 항목을 보면 중학교 1학년이 34%로 제일 많았고 중학교 2학년이 24% 그 다음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21%로 파악됐다. 5명 중 1명꼴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화장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초등학생들은 어떤 화장품들을 선호할까. 서울 5개 지역의 화장품 매장(아리따움,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올리브영)에 물어 봤다. 매장에선 공통적으로 “학생들이 혼자 사가는 경우는 없고 부모님과 와서 사간다”며 학생들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구매하는 비율은 매장의 위치에 따라 달랐다. 초등학교에서 거리가 떨어져있는 매장은 10명 중 2명, 학교 근처에 있는 매장은 10명 중 7명이 사간다고 답했다. 주로 사가는 물건으로는 BB크림, 틴트, 부드러운 라인류, 핸드크림, 썬크림이 있으며 립밤, 틴트가 제일 많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파우더도 사가냐는 질문에 많으면 한달에 4명 정도가 사간다는 답변과 함께 기름종이 파우더를 많이 사간다고.

한 매장에서는 다이소도 화장품을 팔고 있으니 한번 알아보라는 말을 했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이용하려 한다는 것. 하지만 알아본 결과 다이소는 지난 2011년 이후로 초등학생들에게 화장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이 성인 피부를 대상으로 만들어져 피부가 약한 아이들이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까봐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 초등학생에게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적 조치가 없더라도 자체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한편 초등학생들에게 제일 위험하다고 지적되어 오던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은 발견할 수 없었다.

부모님과 매장서 구매…선물 받기도
좀 노는 불량아? “요즘은 다 그래”

학부모와 10대 여학생들의 화장에 대한 갈등은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학부모측의 입장이 많이 관대해진 편으로 파악된다.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아이들이 화장품을 학교에 가지고 올 경우 압수를 하기 도 한 적이 있지만 학부모의 요청으로 돌려준 적이 종종 있다고 했다.

학부모 측에서 자녀의 화장을 지도·관리하고 있다며 자녀에게 화장품을 돌려주라고 했다는 것. 초등학생 조카에게 화장품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는 주민도 있었다. 그는 요즘 여학생들에게 기본적인 화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치장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기 위해서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아이들이 화장을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예전엔 화장을 하는 학생들은 좀 노는 학생들 취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초등학생들이 계속해서 화장을 하는 것에 여전히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화장품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측면이 컸다. 기존의 제품들이 성인 피부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고 색조화장품 같은 경우에는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들이 들어있어 무분별한 사용은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화장품은 음식이나 약처럼 먹는 것이 아닌,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것이라 심각할 정도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매장에 아이들
파우더도 불티

하지만 화장품에 함유된 화학물질 등으로 인한 가려움, 피부염 등이 일어날 수 있다. 10대 화장이 여드름에 관여한다는 말도 있다. 대한여드름학회에 따르면 여드름은 피지의 과다 생성으로 발생된다. 이에 색조화장을 하거나 깨끗하게 화장을 지우지 않는다면 잔여물이 모공을 막아 여드름을 유발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초등학생들이 아닌 사춘기 시절의 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데 현대에 들어 사춘기가 앞당겨지며 12세 이하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서대헌 서울대학병원 교수는 “성인과 달리 청소년의 피부는 피지분비가 많아 화장을 하는 것이 좋지 않다”며 “어린 나이부터 화학물질로 이뤄진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를 자극해 피부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화장품 사용을 방지하고 연령대별로 화장품 사용에 관한 내용을 안내하기 위해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 책자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포했다. 굳이 사용한다면 발생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취지에서다. 책자에는 화장품 구입 요령,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 부작용 사례 등을 담았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자신만의 개성도 강하고 표현할 줄 아는 프리틴(preteen)이라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말. 프리틴은 정신적으로 청소년기와 다를 바 없이 조숙한 면모를 보이는 초등학교 4~6학년 사이(10~12세)의 학생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업계가 10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도 이 세대의 화장품에 대한 활발한 소비욕구 때문이다. 성동구의 초등학교 관계자는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화장은 자기 개성의 표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세대에 화장은 탈선을 하거나 학업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닌 친구들과 공유하고 즐기는 방법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초등학생의 화장이 일반화가 되고 있어 막기보다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올바른 화장 지도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외모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고, 외모와 상관없는 사항에서도 외모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관점을 말한다. 첫인상, 보기도 좋은 떡 등 외견의 미추를 따지는 것은 시기를 막론하고 있어 왔으나 현대에 들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취업과 같이 생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분에도 여성의 경우 성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연예인들의 활동 장면, 웹툰 등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매체에서도 잘 생기거나 못생긴 모습이 부각돼 대조된다. 일부 콘텐츠의 경우는 주인공일수록 예쁜 모습으로 나온다. 또 기본적으로 화장을 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난 2014년 숙명여대학원 석사 김미지의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 실태 및 구매행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화장을 하는 이유로 연예인 등 일정 대상의 모습을 보며 따라하려는 모방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여드름 주범
사용주의 필요

화장품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조사를 보면 ▲예뻐 보이기 위해서 ▲친구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나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호기심 때문에 ▲피부당김 등의 이유로(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중매체를 접하기 쉽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계의 마케팅의 영향도 크다는 점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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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