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특A급 전관 변호사 리스트

검복 벗고도 무소불위 무한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정운호 게이트’ 관련 홍만표 변호사의 전관예우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역대 검찰총장 출신들의 퇴임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의 대통령, 검사의 꽃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검찰총장. 그들은 ‘옷’을 벗은 뒤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역대 검찰총장 출신 40명 중 변호사 미등록자는 단 한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가 1대 검찰총장부터 40대 김진태 검찰총장까지 변호사 개업 여부를 파악한 결과 제10대 총장을 지낸 정창윤 검찰총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변호사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은 반대
회의적 반응

특히 사망·휴업자를 제외하고 현재 개업 중인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도 1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무법인에 들어가는 경우보다 단독 사무소를 개설하는 경우가 2배가량 많았다. 일부는 현역 총장 시절의 지명도를 발판으로 정치권이나 기업에 진출하거나, 변호사 업무 외에도 저서 집필에 몰두하는 이들도 있다.

제39대 검찰총장을 지낸 채동욱 전 총장은 아직까지 칩거 상태다. 채 전 총장은 갑작스러운 혼회자 논란으로 사퇴했다. 채 전 총장은 절친한 지인들과는 연락하지만 사회와는 사실상 격리된 상태다. 전 국가정보원 직원이 국정원 관련 ‘댓글 부대’ 의혹을 제기해온 현직 기자를 고소했다. 이 직원은 또 과거 ‘종북 세력 척결’을 내세웠던 제38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이명박 정부 말인 2011년 8월 취임하면서 ‘종북 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2012년 뇌물수수와 성 추문 등 잇따른 검찰 내부 비리와 항명이 불거진 상황에서, 대검 중수부장과 대립하다가 결국 2012년 12월 초 “검찰총장으로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불명예 퇴진했다.


검찰총장 재직시절부터 국제통으로 평판이 자자했던 제37대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퇴임 후 미국 일리노이대 법과대학원(UIUC 로스쿨) 연수 중 강연 활동 등을 하다 귀국해 개인 사무소를 운영했지만, 현재 법무법인 화우로 옮겨 일하고 있다.

김 전 총장은 변호사 업무 외에 연수 중 수집한 자료와 강의를 바탕으로 ‘형사사법 분야 국제협력에 관한 새로운 방향 모색(New Initiative on International Cooperation in Criminal Justice)’이라는 전문서적을 발간하기도 했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검찰총장을 역임한 제36대 임채진 전 검찰총장도 퇴임 후 개인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화우의 고문변호사 인 제34대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변호사 활동뿐만 아니라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김 전 총장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초빙교수로 후배들에게 법학 지식을 전파하고 있으며, 지방 로스쿨에서도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정수학원의 제12대 이사·CJ오쇼핑의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역대 검찰총장 퇴임 이후 행보 보니…
40명 중 39명 개업…미등록자는 1명

대형 로펌에 소속돼 자신의 현직 경험과 법률적 지식을 활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제33대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퇴임 후 개인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로 활동하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현재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송 전 총장은 퇴임 후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주수도 제이유 그룹 회장의 법률적 대리인으로 선임계를 냈다가 여론에 반발에 수임료를 반납하고 변호사를 사임하기도 했다. 퇴임 후 법조계가 아닌 기업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총장도 있다.


국민의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제32대 김각영 전 총장은 퇴임 후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대투자증권 사외이사를 맡아 활발히 활동하다 2010년에는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의장으로 활동하던 김 전 총장은 법조계로 다시 돌아와 현재 개인법률사무소를 열어 활동하고 있다.

법조인에서 정치인, 공기업 이사장으로 팔색조의 변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제22대 김기춘 전 검찰총장은 퇴임 후 정치인으로 변신 15∼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제3대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했고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도 근무했다.

로펌행보다
단독 사무소

기업가로서의 제2의 인생을 사는 총장들도 있다. ‘비즈니스’에 관한 한 제30대 신승남 전 검찰총장을 빼놓을 수 없다. 신 전 총장은 현재 신원CC의 회장으로,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이름은 명예회장이지만 경영기획 재무 인사 등 골프장의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 결정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총수 역할을 맡고 있다.

신 전 총장은 재임 시절 ‘싱글’ 골퍼로 유명했으며, 현재도 80대 초·중반의 스코어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전 총장은 지인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면서 “검찰서 승진하는 것보다 골프장 오너가 되고 싶었다. 골프장을 지어 소원을 이뤘다”고 종종 말했다고 한다.

문민정부의 마지막이자 국민의 정부 초대 검찰총장을 역임한 제28대 김태정 전 총장은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민간법률구조재단인 ‘로시콤’을 설립해 공익 활동에 남은 인생을 쏟고 있다. 20대 이하 총장들은 평균 나이가 80이 넘은 경우가 많아 병환으로 별세하거나 사실상 현역에서 은퇴했다.

제18대 정치근 전 검찰총장은 공증사무실을 운영하며 공증업무 자문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자문 업무를 접고 퇴직할 계획이다. 65세가 넘으면 변호사로서의 활동을 사실상 할 수 없고, 공증업무의 정년도 만 75세이기 때문이다.

정 전 총장은 “퇴임 후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운영하다가 얼마 전 공증사무실로 바꿨다”며 “올해 안으로 공증사무실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31대 이명재 전 총장과 제23대 정구영 전 총장은 각각 녹십자 두산중공업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도언 전 총장은 금호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검찰동우회장을 맡고있는 정 전 총장은 “총장 출신 변호사 중 일부는 오랜 식견과 경험, 수사 노하우, 다양한 정보 등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활용하길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대다수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사회원로’로서 조용한 기여에 보다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출신 법조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전관예우’다. 퇴직 공직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전관예우라고 부른다. 공직자의 퇴직 후 벌어지는 이해 충돌의 문제는 퇴직공직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현직의 공직자와 연결고리를 통해 이해 충돌의 가능성은 부패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부패 또는 부패의 가능성은 공직자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변호사 선임계조차 내지 않고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전화 변론’은 전관예우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직 검찰총장은 존재감만으로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이다.

기업의 형사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사무 처리에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외에 대형 사건의 피의자들도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호한다.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불린 제이유 사건에서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피의자인 주수도 회장의 변호를 맡았다.


퇴직 후 1∼2년
바짝 버는 시기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의 비난이 빗발쳤다.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어떻게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기 사건의 변호를 맡을 수 있냐는 것. 제이유 피해자들은 송 전 총장을 향해 “수임료를 공개하라.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기에 희대의 사기꾼 주수도를 변호하나”고 항의하기도 했다.

검찰총장 퇴임 1년이 안 돼 사건을 맡은 점도 ‘전형적인 전관예우’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에서는 이들의 법조계 지위 자체가 기업의 방패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관예우의 또 다른 활용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2011년 변호사법이 개정됐다. 공직에서 퇴임한 변호사는 국가기관 사건을 일정 기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단적인 예가 최근 물의를 빚은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들의 대기업 사외이사 겸직이다. 많은 고위공직을 거친 퇴직 공직자들이 재취업을 하고 상당한 대우를 받는다. 취업하는 곳의 상당수는 공직에서 하던 일과 관련이 있는 기업이다. 변호사단체들은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려면 법조계 고위직 출신들이 사건을 수임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변호사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발 중이다.

검찰과 법원 내부에서도 수십년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끝낸 제40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을 변호사로 만나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호사협회는 지난해 12월4일 퇴임한 김 전 총장에게 전관예우 악습 근절을 위해 변호사 개업 자제를 권고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변호사협회는 김 전 총장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민주국가이자 경제선진국인 대한민국 법조계가 국민으로부터 큰 불신을 당하는 것은 뿌리 깊은 병폐인 전관예우 때문”이라며 “검찰과 법원에서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은 변호사로 개업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재직 당시 직위·친분을 이용해 후배 검사·판사에게 전화 변론을 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변호사 활동
정치권·기업 진출도

변호사협회는 이어 “개업을 하지 않아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익법인대표 등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길은 많이 있다”며 “대법관을 퇴임한 후에도 많은 이들이 공익 활동에 전념하고 있고, 새로 취임한 몇몇 대법관들 역시 퇴임 후 사익을 취하는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국회에서 선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사협회는 또 “검찰 최고위직에 있었던 김 전 총장이 변호사 개업을 한다면 검찰의 일인자였던 사람이 사익을 취하려 한다는 자체로 국민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전직 검찰총장이 형사사건을 수임해 후배들 앞에 나타난다면 후배 검사들은 사건 처리에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고 공정하게 사건 처리를 못하면 자괴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법원 일부에서도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 개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대선배였던 사람들이 변호사의 신분으로 후배들에게 청탁 전화를 하거나 답변서를 내는 것 자체가 후배들에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검사를 지휘했던 검찰총장이 사건을 맡아 도움을 요청하면 기분이 묘하지 않겠냐”며 “전관예우 관행을 줄이려면 고위직 간부들의 변호사 개업부터 막아야 한다”고 털어놨다.

수원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도 “실제로 내 직속 선배가 변호사 개업을 하고 내게 소소한 부탁을 했을 때도 부담이 컸다”며 “하물며 검찰의 총수 출신이 내게 부탁을 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부담이 더 큰 게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법원 내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의 큰 어른 격인 대법관이 변호사로 신분을 바꾸고 내게 답변서를 제출하거나 법정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전관예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신경 쓰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변호사단체들이 김 전 총장의 변호사 개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밥그릇 지키기로 꼽고 있다. 변호사 수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로 인해 늘어난 상황에서 전관 출신들까지 변호사 개업을 하면 기존 변호사들이 수임하는 데 있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전관 출신인 한 중견 변호사는 “나도 법원에서 나와 개업하려고 할 때 일부 변호사들이 개업을 반대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견제였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변호사단체들이 이번에도 김 전 총장의 변호사 개업을 반대하는 건 월권행위”라며 “본인들은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고, 법조계 간부 출신들은 개업할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항상 따라붙는
전관예우 꼬리

로스쿨 출신인 한 변호사는 “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가 항상 편파적으로 변호사 출신을 나누는 성향이 있다”며 “로스쿨 출신들을 배척하고 사법연수원 출신들을 옹호하는 변호사협회가 전관예우 관행을 염려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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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