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특A급 전관 변호사 리스트

검복 벗고도 무소불위 무한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정운호 게이트’ 관련 홍만표 변호사의 전관예우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역대 검찰총장 출신들의 퇴임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의 대통령, 검사의 꽃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검찰총장. 그들은 ‘옷’을 벗은 뒤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역대 검찰총장 출신 40명 중 변호사 미등록자는 단 한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가 1대 검찰총장부터 40대 김진태 검찰총장까지 변호사 개업 여부를 파악한 결과 제10대 총장을 지낸 정창윤 검찰총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변호사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은 반대
회의적 반응

특히 사망·휴업자를 제외하고 현재 개업 중인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도 1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무법인에 들어가는 경우보다 단독 사무소를 개설하는 경우가 2배가량 많았다. 일부는 현역 총장 시절의 지명도를 발판으로 정치권이나 기업에 진출하거나, 변호사 업무 외에도 저서 집필에 몰두하는 이들도 있다.

제39대 검찰총장을 지낸 채동욱 전 총장은 아직까지 칩거 상태다. 채 전 총장은 갑작스러운 혼회자 논란으로 사퇴했다. 채 전 총장은 절친한 지인들과는 연락하지만 사회와는 사실상 격리된 상태다. 전 국가정보원 직원이 국정원 관련 ‘댓글 부대’ 의혹을 제기해온 현직 기자를 고소했다. 이 직원은 또 과거 ‘종북 세력 척결’을 내세웠던 제38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이명박 정부 말인 2011년 8월 취임하면서 ‘종북 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2012년 뇌물수수와 성 추문 등 잇따른 검찰 내부 비리와 항명이 불거진 상황에서, 대검 중수부장과 대립하다가 결국 2012년 12월 초 “검찰총장으로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불명예 퇴진했다.


검찰총장 재직시절부터 국제통으로 평판이 자자했던 제37대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퇴임 후 미국 일리노이대 법과대학원(UIUC 로스쿨) 연수 중 강연 활동 등을 하다 귀국해 개인 사무소를 운영했지만, 현재 법무법인 화우로 옮겨 일하고 있다.

김 전 총장은 변호사 업무 외에 연수 중 수집한 자료와 강의를 바탕으로 ‘형사사법 분야 국제협력에 관한 새로운 방향 모색(New Initiative on International Cooperation in Criminal Justice)’이라는 전문서적을 발간하기도 했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검찰총장을 역임한 제36대 임채진 전 검찰총장도 퇴임 후 개인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화우의 고문변호사 인 제34대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변호사 활동뿐만 아니라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김 전 총장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초빙교수로 후배들에게 법학 지식을 전파하고 있으며, 지방 로스쿨에서도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정수학원의 제12대 이사·CJ오쇼핑의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역대 검찰총장 퇴임 이후 행보 보니…
40명 중 39명 개업…미등록자는 1명

대형 로펌에 소속돼 자신의 현직 경험과 법률적 지식을 활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제33대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퇴임 후 개인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로 활동하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현재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송 전 총장은 퇴임 후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주수도 제이유 그룹 회장의 법률적 대리인으로 선임계를 냈다가 여론에 반발에 수임료를 반납하고 변호사를 사임하기도 했다. 퇴임 후 법조계가 아닌 기업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총장도 있다.


국민의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제32대 김각영 전 총장은 퇴임 후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대투자증권 사외이사를 맡아 활발히 활동하다 2010년에는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의장으로 활동하던 김 전 총장은 법조계로 다시 돌아와 현재 개인법률사무소를 열어 활동하고 있다.

법조인에서 정치인, 공기업 이사장으로 팔색조의 변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제22대 김기춘 전 검찰총장은 퇴임 후 정치인으로 변신 15∼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제3대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했고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도 근무했다.

로펌행보다
단독 사무소

기업가로서의 제2의 인생을 사는 총장들도 있다. ‘비즈니스’에 관한 한 제30대 신승남 전 검찰총장을 빼놓을 수 없다. 신 전 총장은 현재 신원CC의 회장으로,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이름은 명예회장이지만 경영기획 재무 인사 등 골프장의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 결정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총수 역할을 맡고 있다.

신 전 총장은 재임 시절 ‘싱글’ 골퍼로 유명했으며, 현재도 80대 초·중반의 스코어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전 총장은 지인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면서 “검찰서 승진하는 것보다 골프장 오너가 되고 싶었다. 골프장을 지어 소원을 이뤘다”고 종종 말했다고 한다.

문민정부의 마지막이자 국민의 정부 초대 검찰총장을 역임한 제28대 김태정 전 총장은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민간법률구조재단인 ‘로시콤’을 설립해 공익 활동에 남은 인생을 쏟고 있다. 20대 이하 총장들은 평균 나이가 80이 넘은 경우가 많아 병환으로 별세하거나 사실상 현역에서 은퇴했다.

제18대 정치근 전 검찰총장은 공증사무실을 운영하며 공증업무 자문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자문 업무를 접고 퇴직할 계획이다. 65세가 넘으면 변호사로서의 활동을 사실상 할 수 없고, 공증업무의 정년도 만 75세이기 때문이다.

정 전 총장은 “퇴임 후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운영하다가 얼마 전 공증사무실로 바꿨다”며 “올해 안으로 공증사무실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31대 이명재 전 총장과 제23대 정구영 전 총장은 각각 녹십자 두산중공업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도언 전 총장은 금호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검찰동우회장을 맡고있는 정 전 총장은 “총장 출신 변호사 중 일부는 오랜 식견과 경험, 수사 노하우, 다양한 정보 등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활용하길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대다수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사회원로’로서 조용한 기여에 보다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출신 법조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전관예우’다. 퇴직 공직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전관예우라고 부른다. 공직자의 퇴직 후 벌어지는 이해 충돌의 문제는 퇴직공직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현직의 공직자와 연결고리를 통해 이해 충돌의 가능성은 부패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부패 또는 부패의 가능성은 공직자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변호사 선임계조차 내지 않고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전화 변론’은 전관예우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직 검찰총장은 존재감만으로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이다.

기업의 형사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사무 처리에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외에 대형 사건의 피의자들도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호한다.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불린 제이유 사건에서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피의자인 주수도 회장의 변호를 맡았다.


퇴직 후 1∼2년
바짝 버는 시기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의 비난이 빗발쳤다.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어떻게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기 사건의 변호를 맡을 수 있냐는 것. 제이유 피해자들은 송 전 총장을 향해 “수임료를 공개하라.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기에 희대의 사기꾼 주수도를 변호하나”고 항의하기도 했다.

검찰총장 퇴임 1년이 안 돼 사건을 맡은 점도 ‘전형적인 전관예우’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에서는 이들의 법조계 지위 자체가 기업의 방패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관예우의 또 다른 활용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2011년 변호사법이 개정됐다. 공직에서 퇴임한 변호사는 국가기관 사건을 일정 기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단적인 예가 최근 물의를 빚은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들의 대기업 사외이사 겸직이다. 많은 고위공직을 거친 퇴직 공직자들이 재취업을 하고 상당한 대우를 받는다. 취업하는 곳의 상당수는 공직에서 하던 일과 관련이 있는 기업이다. 변호사단체들은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려면 법조계 고위직 출신들이 사건을 수임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변호사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발 중이다.

검찰과 법원 내부에서도 수십년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끝낸 제40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을 변호사로 만나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호사협회는 지난해 12월4일 퇴임한 김 전 총장에게 전관예우 악습 근절을 위해 변호사 개업 자제를 권고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변호사협회는 김 전 총장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민주국가이자 경제선진국인 대한민국 법조계가 국민으로부터 큰 불신을 당하는 것은 뿌리 깊은 병폐인 전관예우 때문”이라며 “검찰과 법원에서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은 변호사로 개업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재직 당시 직위·친분을 이용해 후배 검사·판사에게 전화 변론을 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변호사 활동
정치권·기업 진출도

변호사협회는 이어 “개업을 하지 않아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익법인대표 등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길은 많이 있다”며 “대법관을 퇴임한 후에도 많은 이들이 공익 활동에 전념하고 있고, 새로 취임한 몇몇 대법관들 역시 퇴임 후 사익을 취하는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국회에서 선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사협회는 또 “검찰 최고위직에 있었던 김 전 총장이 변호사 개업을 한다면 검찰의 일인자였던 사람이 사익을 취하려 한다는 자체로 국민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전직 검찰총장이 형사사건을 수임해 후배들 앞에 나타난다면 후배 검사들은 사건 처리에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고 공정하게 사건 처리를 못하면 자괴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법원 일부에서도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 개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대선배였던 사람들이 변호사의 신분으로 후배들에게 청탁 전화를 하거나 답변서를 내는 것 자체가 후배들에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검사를 지휘했던 검찰총장이 사건을 맡아 도움을 요청하면 기분이 묘하지 않겠냐”며 “전관예우 관행을 줄이려면 고위직 간부들의 변호사 개업부터 막아야 한다”고 털어놨다.

수원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도 “실제로 내 직속 선배가 변호사 개업을 하고 내게 소소한 부탁을 했을 때도 부담이 컸다”며 “하물며 검찰의 총수 출신이 내게 부탁을 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부담이 더 큰 게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법원 내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의 큰 어른 격인 대법관이 변호사로 신분을 바꾸고 내게 답변서를 제출하거나 법정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전관예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신경 쓰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변호사단체들이 김 전 총장의 변호사 개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밥그릇 지키기로 꼽고 있다. 변호사 수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로 인해 늘어난 상황에서 전관 출신들까지 변호사 개업을 하면 기존 변호사들이 수임하는 데 있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전관 출신인 한 중견 변호사는 “나도 법원에서 나와 개업하려고 할 때 일부 변호사들이 개업을 반대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견제였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변호사단체들이 이번에도 김 전 총장의 변호사 개업을 반대하는 건 월권행위”라며 “본인들은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고, 법조계 간부 출신들은 개업할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항상 따라붙는
전관예우 꼬리

로스쿨 출신인 한 변호사는 “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가 항상 편파적으로 변호사 출신을 나누는 성향이 있다”며 “로스쿨 출신들을 배척하고 사법연수원 출신들을 옹호하는 변호사협회가 전관예우 관행을 염려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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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