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장난에 수억 날린 부모들 사연

자식 불장난…쫄딱 망하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10대 청소년의 불장난에 외제차 등 4대가 불탔다. 장난삼아 한 일이라고 하지만 그 후폭풍은 거셌다. 법적인 처벌은 둘째 치고서라도 차량 수리비용에 대한 책임은 부모가 그대로 떠안았다.

수천만원의 차값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된 것. 사실 이런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초등학생들이 고급외제차에 소화기를 뿌려 억대의 차 값을 물어줘야 했던 사건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이야기다. 자식의 장난으로 억대의 빚을 지게 된 부모들. 그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지난 20일 고등학생 김모(16)군이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김군은 지난 18일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길에 일회용 라이터를 발견했다. 호기심이 생긴 김군은 작동 여부를 확인해보기 위해 길 옆 쓰레기봉투에 담긴 종이에 라이터를 켜고 불을 붙였다. 하지만 김군은 불을 끄는 것을 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법정 의무자 책임

결국 김군이 붙인 불씨는 쓰레기봉투 주변 마른 덤불과 잡목으로 퍼졌고, 급기야 주변에 주차된 외제차와 승합차 등 4대에 옮겨붙었다. 불은 119 소방차량까지 출동하고서야 진화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피해 정도가 커 입건했다”며 “호기심에 의한 사소한 불장난이 이 같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렇게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수천만원의 차 값을 물어주게 된 김군 부모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생들이 시가 수억원에 달하는 외제 승용차량에 소화기를 뿌린 사건도 있었다.


한 중고차 사이트에는 초등학생들이 람보르기니 차량을 파손해 수리비만 1억6000만원이 나왔고, 차량이 폐차 직전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는 람보르기니 차량을 파손한 초등학교 4학년 A(10)군 등 4명을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했다.

외제차에 소화기 뿌려 차값 물어줘
장난삼아 불질렀다 전액 배상 판결

주차장 CCTV와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결과,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B(30)씨의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 연두색 차량에 초등학교 4학년 A군 등 4명이 소화기를 뿌리고 차 위에 올라가 발을 구르는 등 차량을 훼손하는 행위가 영상에 담겨있었다.

A군 등은 “차 모양이 장난감처럼 보여서 호기심이 생겨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수리 견적으로 6600만원이 나왔다”며 “가해자들이 초등학생인만큼 처벌을 원치 않고 있어 학생들의 부모와 합의를 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피해 차량은 광주 지역에서 한대밖에 없는 람보르기니로 신차의 경우 시가가 5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순식간에 온라인상에 핫이슈로 떠올랐다. 수리비에 대한 추측들도 난무했다. 네티즌들은 “아이들 장난에 부모만 죽어난다” “부모가 무슨 죄”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C군은 1학년 때부터 작은 체구 탓에 친구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한 학년씩 올라갈 때마다 체격이 커지며 괴롭힘은 다소 줄었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도 반에 친한 친구 하나 없는 처지는 바뀌지 않았다.

몇 년째 앓던 조울증은 점차 심해졌고, 자살 충동을 자주 느끼는 상황으로까지 몰렸다. 2013년 8월18일 오후. C군은 자신이 살던 빌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개학일인 다음날 학교에 가도 예전처럼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허리춤에는 집 주방에 있던 과도가 꽂혀 있었다. 마침 같은 빌라에 사는 아주머니 D(53)씨도 널어놓은 빨래를 걷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왔다. 빌라 4층에 살던 C군은 3층에 사는 D씨 가족과 10년 넘게 알고 지낸 이웃 사이였다. C군은 흉기를 옥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휘둘렀다. “혼자 죽으면 너무 무섭고 아는 누군가와 같이 죽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왼쪽 어깨를 한 차례 찔린 아주머니가 쓰러지자 C군은 “아줌마 죄송해요. (저 지금) 폭발할 것 같아요”라고 소리쳤다. C군은 피를 흘린 채 도망가던 아주머니를 뒤쫓아 여러 군데를 찔렀다. D씨는 목 부위 동맥이 절단되는 위급한 상황에서 비명을 듣고 나온 이웃 주민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다. 빠른 응급조치로 다행히 생명은 건졌다. 경찰에 붙잡힌 C군은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사건 당시 만 14세 미만인 점이 고려돼 형사 처분 대신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았다. D씨는 형사재판과 별도로 C군과 그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 민사10단독 정원석 판사는 C군이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대신 부모에게 4318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D씨의 흉터 성형 등 치료비 432만원 중 C군 측이 이미 D씨에게 준 114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치료비 318만원과 D씨가 청구한 위자료 4000만원을 모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판사는 “원고로서는 가장 안전하다고 여길 주거지에서 아무런 까닭이나 영문도 없이 이웃으로부터 무차별적인 칼부림을 당했다”며 “동맥 출혈 등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처했고 현재까지도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권자이면서 아들을 보호하고 교양할 법정 의무자인 부모가 그 의무를 충실히 다하지 못했다”며 “이것과 사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민국 민법은 성년의 기준은 만 19세로 두고 있다. 즉, 엄마의 모체에서 태어나서 성년자가 되는 만 19세 미만의 사람은 모두 대한민국 법제상 미성년자다. 책임 능력이라는 것은 법률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으로 풀이되는데, 미성년자라도 4살 어린이와 18살 고등학생의 책임 능력을 동일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민법도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그 행위의 책임을 분별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규정해, 책임 능력 유무의 기준을 행위의 책임을 변제할 수 있는 지능이 있는지의 여부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미성년자의 책임 능력 유무는 구체적 사례에서 개별적으로 판단될 문제다. 책임 능력 없는 미성년자가 가해자인 경우 해당 미성년자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미성년자를 보호, 감독하는 부모가 대신해서 책임지도록 규정되어 있다. 해당 미성년자의 감독자인 부모는 감독의무 위반이 있고,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미성년자와 연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대다수 미성년범 부모들은 부모의 책임임을 통감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약속하고, 자식의 행위에 선처를 구한다.

안 해줄 수도 없고…
“왜 물어줘” 버티기도

그러나 간혹 “자기 인생 자기가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면서 피해자에 대해 배상을 거부하고, 자식이 잘못한 걸 왜 자기에게 따지냐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부모들도 있다. 그런 황당한 반응은 언뜻 냉정하지만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도의적으로는 완전히 틀린 말이고, 법적으로도 잘못된 말”이라며 “민법 제755조 제1항에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미성년자가 그 책임을 분별할 능력이 없을 만큼 어려서 그의 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때에도 그 부모가 대신 배상책 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판례를 살펴보면 미성년자가 독립적으로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에도 그 부모는 미성년 자식에 대한 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므로 직접 피해자에게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순간 패가망신


결국, 미성년의 자녀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부모는 도의적인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또 그는 “미성년자 범죄 발생의 원인이 된 가정의 해체에 그들 부모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며 “문제에 대해 법적인 접근에 앞서 가족 전체에 대한 힐링 처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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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